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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Jul 20. 2024

박재범이 나를 웃기네

# 박재범 신곡 「Taxi blurr」 리스닝 버전이 다른 엄마와 딸

딸과 친구처럼 지낸다고 자처하는 나. 

그러나 딸이 성장할 수 록 ‘딸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나’로 정정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 에피소드들이 늘어간다.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딸의 요즘 최대 관심사인 테니스에 대해 한바탕 수다가 이어진 후(윔블던 챔피언십, 조코비치, 알카라스 등등의 단어가 매우 많이 언급되었다) 딸은 박재범의 신곡이라며 들려주겠다고 한다. 그래 좋지!라고 바로 호응해 주었다. 테니스만큼이나 크게 관심은 없지만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나’이기에 흔쾌히 맞장구를 쳤다. (엄마도 박재범 노래 함께 즐길 수 있는 레벨이라고!) 


비트가 둠칫 둠칫칫 시작되고 딸의 어깨와 고개가 자연스레 박자를 맞춰간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 둠칫 두둠칫칫 나도 엇박자로 고개를 까딱거린다. feel 받은 딸의 흥겨움에 신이 난 건지, 박재범의 신곡에 신이 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도 즐기고 있는 상황은 분명했다. 

그런데 가사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에라, 괜찮다. 가사가 무슨 대수랴! 딸이 흥겨우니 나도 흥겹다. 


장소가 주방이었기에 나는 접시도 치우고, 남은 과일도 락앤락에 담으며 여전히 어깨와 목을 까딱거리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딸을 웃기고 싶은 엄마의 본능이 발동되었다. 가사를 듣다가 들리는 노랫말!



엄마: (노래를 듣다가 들렸던 가사를 기억하고는 최대한 멜로디를 넣어가며)

     ♫ 뒤에서 내려가지 못해♫♪ 

       (오토바이 탄 상황을 상상) 

      “다리가 짧아서 못 내려가나 봐. 큭큭큭”

       (재밌는 농담을 덧붙였다는 묘한 뿌듯함에 젖은 채)


딸 : (배꼽을 잡으며 웃는다) 

     “깔깔깔. 엄마! 너무 웃겨!”

    ♫ 취해서 데리러 가지 못해 ♫♪ 


딸이 다시 들려준다. 다시 들으니, ‘취해서 데리러 가지 못해’로 제대로 들린다. 나의 위트 있는 농담으로 딸이 웃는 줄 알고 순간 뿌듯했었다. 그러나 딸은 엄마의 리스닝 수준 때문에 빵 터졌던 것이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재미있는 엄마로서의 입증을 또 한 번 달성한 셈이다.  


‘뒤에서 내려가지 못해’이거나, ‘취해서 데리러 가지 못해’이거나 흥겹기는 마찬가지!

한참을 웃다가, 딸과 나는 함께 둠칫 둔치칫 함께 어깨와 목을 까닥거렸다. 




리스닝 버전이 다른 엄마와 딸!

비단 박재범의 노래뿐이겠는가. 

같은 것을 봐도. 같은 것을 들어도, 같은 것을 경험해도

딸과 엄마는 다른 버전으로 해석하게 된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때로는 서로가 이해가 안 될 수 도 있고, 엉뚱하게 어림짐작 할 수 도 있다. 

엄마의 세계와 딸의 세계는 교집합을 포함하고 있는 각각의 집합체임을 안다.


‘친구 같은 모녀’ 

앞으로도 듣고 싶은 말이다. 다름도 인정하는 것. 각자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것. 그런 친구사이가 되고 싶다. 


딸! 엄마가 비록 박재범 노래 제대로 잘 알아듣지 못해도 알카라스와 조코비치 이름 헷갈려해도 실망하지 말기를! 왜? 우리 친구아이가!!


친구야~ 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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