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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구스티노 Jan 28. 2023

슬램덩크 '안선생님' 에게서 리더십을 배우다

공감 04 │ 산왕전에 안선생님 없었으면 100% 대패



나는 슬램덩크의 상당한 매니아다. 만화책을 100번은 봤을 것이다. 어떤 장면이 몇 권에 어디 부분에 있는 내용인지 다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만화책 속의 주인공들은 나의 중고교 시절에 가장 큰 영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는데 특히 초반에 등장인물들을 스케치하면서 표현한 장면에서는 울컥 만이 아닌 정말 묘한(설명할 수가 없다) 감정까지 들었다.


브런치에도 블로그에도 유튜브에서도 슬램덩크 관련한 글과 영상이 너무 많아서, 내가 한 줄 더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울트라 매니아로서 최애 만화에 대한 예우이자 애정으로 글을 하나 남기고 싶었다. 어렸을 때 나는 그 5명에 대한 이야기에 꽂혀있었는데(특히 불꽃남자 정대만에 사로잡혀 특히 애정하였다.), 영화를 자막과 더빙 모두 본 이후로 만화책의 산왕전 부분을 다시 한번 정독해 보니, 이제는 안선생님의 리더십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안선생님의 리더십에 대해서 10가지로 낱낱이 분석해보고자 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라는 영화로서 말고, 원본 만화책에서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음을 미리 밝힌다. 이제 안선생님을 팀장이라 생각하고 선수들을 팀원이라 생각하면서 적용해 보자.



1. 현실과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

산왕이라는 최강의 상대를 만나서, 분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분석에는 상대 선수 한 명 한 명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도 있었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점은 관중들의 마음까지도 시뮬레이션하면서 게임 전체를 크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현실을 팀원(선수)들에게 인식시켜 주면서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겁니다!!' 라는 말로 위기감을 통한 의지를 고취시킨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SWOT이니 Pros/Cons, 5 Forces 등의 분석을 하면서 디테일을 보기도 하지만,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있는 내외부의 시선과 프로젝트의 의의 등을 팀원들에게 전달해주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다.   



2. 팀원별로 자신감을 높여주기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선보이는 행동력

자칫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는 팀원들에게 각자의 성향과 경험에 맞추어 1:1 코칭을 해준다. 근데 그것이 억지스럽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에 팀원들은 이것이 코칭인지 아닌지 분간할 새도 없다. 그저 눈에 보이는 뻔한 칭찬이 아니라 진정 마음에 울림이 있는 감성적 터치를 함으로써 팀원들은 긴장보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송태섭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주욱 그랬잖아요' 라는 말로, 정대만에게는 화장실에 몰래 따라 들어가서 툭 하고 던져준다. 그리고 그런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천재 강백호와 채치수에게는 그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특별한 코칭을 해주지 않는 전략을 쓴다.



3.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쓸 수 있는 과감함

충분히 좋은 전략이지만, 이미 노출된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새로움으로 변화를 꾀한다. 새로운 변화는 팀장으로서 사실 부담스럽다. 그 Risk를 떠안고 일단 추진해 보는 과감함은 리더로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 Risk에 정대만은 멋지게 보답하고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채치수 서태웅만큼 확실한 스코어러가 없지만, 노출이 되었다는 이유로 정대만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는 안선생님은 과감함 이상의 도박사 수준이다.



4. 프로젝트 과정 중에 계속해서 용기를 심어주는 등의 효과적인 피드백

안선생님은 지시를 하고 '니가 알아서 해봐. 나는 나중에 결과만 가져다줘.' 라면서 최종결과가 나와야만 평가하는 팀장이 아니다. 지시 후에 과정마다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피드백을 준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팀장에게 팀원들은 더욱 추진력을 얻기 마련이다. 본인이 잘하고 있다는 안정감, 팀장이 믿어주고 있다는 신뢰감 등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단순히 손을 불끈 쥐었을 뿐인데, 그런 제스처 하나도 정대만에게는 힘이 불끈 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5. 업무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간파하는 능력

팀 업무나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절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북산이 만난 신현필이라는 대회 최고의 거구라던지, 올코트프레스와 같은 생각지 못한 전략이 그렇다. 분명 조직에서도 역시 어려운 장애물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럴 때 어떤 팀장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지?'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서 그냥 일단 밀어붙이다가 결국 성과를 못 내는 사람, 그 문제를 파악한답시고 시간만 잡아먹다가 팀원 모두를 지치게 하는 사람,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 가지만 쳐내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여러 리더들 때문에 결국 팀원들은 고생만 하고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리더로서 일을 잘되게 하려면 어려움이 뭐가 있는지를 빠르게 그리고 명확하게 분간해 내는 능력 역시 매우 필요한 것이다.



6.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그에 대한 최적의 대응방안을 만들어내는 해결사 역량

리더로서의 핵심 역량은 바로 이 6번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문제를 파악해 내는 것만 해도 칭찬할 만한 능력이다. 그러나, 훌륭한 리더는 거기서 대응방안을 만들어낸다. 그 대응방안은 기존부터 생각해 왔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고, 정말 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으로 고안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대응방안이라는 것이 사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리더로서는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스스로 확신하고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과 그 마음을 팀원들에게 전달하여 팀원들이 그저 믿고 따를 수 있게 하는 리더십.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안선생님은 강백호와 송태섭의 역량을 믿고 팀원들이 본인의 말을 신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리더의 놀라운 관찰력과 팀원들의 배려로 주요한 인물들은 더욱 힘을 내서 리더의 믿음에 보답을 한다.



7. 충분히 자기 말을 다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도, 놓치지 않는 카리스마

강백호는 언제나 안선생님의 턱을 탁탁 치고, 잡아당기고 어깨에 얼굴을 올려놓는 등 멋대로다.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인 팀원이 어딨어?' 라고 하겠지만, 운이 없는(?) 부서에는 강백호 같은 문제아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그런 4차원의 팀원을 온순하고 또 에이스로 키웠다는 리더는 내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재능이 있더라도 4차원은 외면하는 것이 조직의 현실인데, 실제로 저런 친구를 정말 180도까지는 아니더라도 130도라도 돌려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의 욕심이다. 그리고, 안선생님은 개성이 너무나도 강한 팀원들을 아우르면서 특유의 온화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온화함 속에 국대 출신으로서 과거에 흰머리 호랑이라고 불렸다는 것은 팩트. 그래서 가끔 호랑이 같은 모습이 정말 한 컷 정도 짧게 나오는데 그것이 카리스마이다. 카리스마는 매번 카리스마 있는 것처럼 포장해 봤자 팀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먹히지 않는다. 일단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개성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도 가끔 필요한 것이다.   



8.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모든 것이 끝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리더의 끈기

안선생님의 대사이자 슬램덩크 전체 대사 중의 top3 안에 드는 대사가 바로,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종료예요..' 라는 대사일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중학 MVP를 차지한 정대만이 안선생님 앞에서 '농구가 하고 싶어요..' 라면서 울게 만든, 임팩트 갑의 대사이다. 사실 리더가 포기하지 않는 것은 팀원으로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게 고생을 자초하고 워라밸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또 쉽게 포기하는 리더들을 모시는 팀원들의 입장은 다른 생각도 든다. '아 도대체 뭘 끝까지 할 수가 없네.' , '그래도 한번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싶은데..' , '맨날 중간에 그만두니까 뭐 성장하는 게 안 느껴지네..' 와 같은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단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자. 안선생님은 해남에게 졌다고 해서 팀원들을 전혀 나무라지 않았다.



9. 칭찬의 힘은 강력하다. 팀원 하나하나의 특성에 대한 개인별 칭찬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이 칭찬이고, 누구나 들으면 기분 좋은 것이 바로 칭찬이다. 칭찬이 갖는 힘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리더들 중에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많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가 칭찬을 많이 해주는 선배들 밑에서 성장하지 못한 나머지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가 있고, 아니면 본인의 기준에는 아직 성에 안 차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안선생님 역시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추측건대 중고교 및 대학교 때 적어도 지금 해남 이정환 정도의 네임밸류 그 이상을 가졌던 사람일 것이다. 안선생님의 눈에는 팀원들이 본인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선생님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작은 것에도 칭찬을 했고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칭찬을 함으로써 팀 전체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에 큰 공헌을 한 리더인 것이다.   



10. 반성과 고백. 팀원에게 솔직한 진정성

리더십의 중요한 역량으로 6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10번이라고 생각한다.(그렇게 보면 다케히코 이노우에 작가는 어떻게 이런 순서로 그림을 그린 것일까. 마치 리더십의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것처럼..) 리더에게서 진정성이 없는 칭찬을 들으면 공허하다. 리더에게서 진정성이 없는 전략이 나온다면 따르고 싶지 않다. 리더가 진정성 없는 카리스마를 보인다면 그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것도 없다. 우리의 조직생활에 팀장과 팀원을 연결시켜 주는 핵심은 성과와 보상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관계가 끝까지 간다. 성과와 보상을 챙겨준 사람도 고맙고 중요한 사람이지만, 퇴사하고서도 자꾸 보고 싶은 사람은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해야 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솔직해야 한다. 그런 반성과 고백이 있는 한 팀원들은 리더를 싫어할 수가 없다. 그런 리더라면 내가 좀 더 희생해서라도 더 잘되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 우리네 회사생활 아니던가.

* 안선생님이 강백호의 등 부상을 알고도 교체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선수를 혹사시킨 것이다 라는 비난도 많다. 그러나, 정말 못 된 사람들은 그런 혹사를 하고서 미안해하지도 않고 지도자자로서 실격이다 라는 고백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은 혹사가 아닌 강백호 운동신경이 부상을 커버한 것 처럼 보였던 착각이 아니었을까 한다. 슬램덩크 출시년도인 1995년에는 선수 혹사는 정말 너무나도 만연했다는 점과 안선생님의 과거 행실과 인품까지 감안해서 보고 싶다.




사실, 안선생님의 나이를 고려해보면 고교 선수들의 마인드와 행동은 지금의 MZ세대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엘리트 체육의 한국과 달리 북산 선수들의 농구 수준은 국가대표 출신의 안선생님에게는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선생님은 선수들에게 친근했고 존경을 받았고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전국 최강의 상대를 꺾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우리가 그 부분을 주목하여 안선생님의 리더십을 올바르게 실천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그 만화의 영향력은 계속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 상영하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더빙 자막으로 두 번 다 혼자 가서 영화를 봤다. 혼자 가서 영화관 문을 들어가는 그 설렘이 너무 좋았고, 영화 초반에 스케치하듯이 나오는 나의 5명 영웅들의 모습은 울컥하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슬램덩크 관련한 기사와 글들과 영상들이 많아져서 다 찾아서 보는 맛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런 흥분을 도저히 이대로 꺼뜨리기 싫어서, 나 역시 글을 하나 남기면서 나의 영웅들을 보내려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직장생활에 대한 얘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안선생님을 찾을 수 있었고 정리하다 보니 '뭐야. 왜 이리 완벽한 사람이야.'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은 슬램덩크에 대한 나의 Respect와 더불어 직장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연결고리까지 되어 매우 기쁘다.


다만, 슬램덩크 만화책을 모르거나 봤었더라도 다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억을 더듬게 해주고 싶어서 만화책 삽화들을 인용하였다. (만화책 출판사 관계자 분의 바다와 같은 이해심을 바랍니다.)



* 그림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19~24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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