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태릉인'이 되라고 말한다

쏜살같이 달리는 버릇을 고치다

by 썸머

* ADHD는 병원에서 검사(CAT)를 통해 진단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약물입니다. (정말이에요!) 저의 글은 그 어떤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유아기의 아이는 고집이 무척이나 셌고, 달리는 속도가 소닉처럼 빨랐고, 초등학생 만큼이나 많이 먹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1초도 참지 못했고, 지루한 상황 또한 1초도 참지 못했다.


아이는 스스로 지루함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스스로 걷고 뛰어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스스로 자극을 쫓아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처럼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아이의 눈에 순간, 정차된 버스가 들어왔다. 아이는 곧바로 냅다 달려 버스를 향해 뛰었고, 나는 아이가 타던 자전거와 기저귀가방을 챙겨 그 뒤를 따라갔다. 아이는 어느새 혼자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고, 잠시 후, 나까지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 버스는 시내버스는 아니고, 대학 캠퍼스와 학생 아파트를 도는 일종의 셔틀 버스와 비슷한 노선이다.)


아이는 버스를 탔다는 흥분감에 사로잡혀 말없이 앉아 버스와 버스 밖의 풍경, 그리고 버스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나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고민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방법은 가든이 있는 곳에서 내려 아이와 함께 가든에서 놀고, 남편에게 연락해서 우리를 데리러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가든에 갔다.


딱 여기까지가 나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전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미 각성이 오를대로 오른 아이는 가든 안에서 흥분하며 뛰어다녔다. 나는 그저 아이가 이 밖으로 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지금 가든이니까 차를 가지고 와서 연락...] 이 문장을 완성 하기도 전에 내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꺅! Baby! Cactus!"


뭐라고 말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외마디 비명 정도였고, 아기와 선인장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설마...?'


설마하고 돌아보니 아이가 맨발로 돌을 오르고 있었다. 그냥 돌이 아니고 군데군데 선인장을 심어놓은 그런 관상용 돌 말이다! 아이는 맨발로 선인장을 밟고 돌을 밟으며 위로 올라갔고, 남자친구와 오붓하게 가든에서 데이트를 하던 여대생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아이를 데려와 내 옆에 세워놓고 쓰던 문장을 마저 쓰려고 하니, 이번에는 아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시 아이를 세워두고 겨우 메시지를 보낸 후, 나는 다시 작은 가든을 쉴새없이 돌아다니는 아이의 꽁무니를 쫓아다녔다. 아이는 마치 게임 속 슈퍼마리오나 바람돌이 소닉같았고, 나는 그저 아이가 가든 밖으로 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남편이 빨리 메시지를 확인하고 와주기를 바랬다.




문제는 한국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였다. 아이의 이런 습관이 위험할 거라는 걸 나도 아이도 알지 못했다. 나는 그저 너무 지쳐있었고, 당시 거주하던 곳은 사방이 탁 트여있었고, 안전했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대학생이나 은퇴한 노인들이었고, 건물도 거의 없었으니까. 그저 한국에 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을 더 열심히해야겠다는 생각 정도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는 어린이집을 거부했다. 만 3돌이 되기 전에 이미 낮잠을 떼버린 아이는 (아이는 잠도 없었다.) 어린이집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다녔던 프리스쿨에 비해 놀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공간도 작고, 교구가 작았기 때문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린 것도 한몫 한듯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기로 결심을 하고, 남몰래 작전을 짰다. 셔틀버스가 도착하고 엄마들이 줄을 서 아이를 한 명씩 태우는 시간. 그때, 아이는 도망을 갔다.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나는 선생님께 오늘은 등원을 못시킨다고 말하고, 다시 아이의 자전거부터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이가 쉽게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사는 동 앞에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 세 돌 지났다고요? 그 나이때 아이는 어디 못가요. 분명 아파트 단지 안에 있을거예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단지 내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A아파트에서 아이를 잃어버리셨다고요? 음... 네 살 아이가 거기까지 갈 리는 없는데. D아파트 앞에서 발견된 아이가 있긴 하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볼게요."


다행히 D아파트에서 발견된 아이가 맞았다.


아이는 그렇게 경찰차를 타고, 집까지 금의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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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이러했다. D 아파트 앞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다고, 등교하던 여학생들이 112에 신고를 했고, 출동해서 경찰차에 아이를 태워 파출소로 데려갔다고 말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우리 아파트 단지만 뒤지고 있었고.


아이에게 이름이나 사는 곳을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데다, 지문 등록도 안되어 있으니 음료를 먹이며 부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당시 아이는 한국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ADHD 아이는 엄마와 대화하고 동화책 읽을 시간이 없이 맨날 망둥이처럼 뛰어다니고, 엄마는 뒤꽁무니 쫓으라 바빠서 말 배울 시간이 없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다고.


아이는 그날 집으로 와서 거의 한 달 가까이 이 날 일을 기억하고 놀이로 접목 시켰다. 아이가 무수히 반복했던 놀이의 스토리는 이러하다.


'뿌앵, 뿌앵-' (아기가 길에서 울고 있다.)

'위잉-' (경찰차가 나타난다.)

"Baby, I catch you!"

(경찰이 아기를 경찰차에 태워 감옥으로 데리고 간다.)

(아기가 감옥에 갖힌다.)


이걸 지켜보며 아이는 스스로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 경찰이 자신을 잡아갔고, 자신이 '감옥(prison)'에 다녀왔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그 감옥은 사과쥬스도 주고, 경찰관들이 무척이나 상냥한 곳이었지만 아이에게는 큰 충격을 주기 충분한 곳이었고, 무작정 뛰어나가는 버릇을 고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면 뛰어나가곤 했지만,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고 말로 혼내거나 손을 잡고 다니는 등의 방법으로 완전히 고칠 수 있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양육자인 나의 미숙함을 지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저 평범한 저질 체력의 여성이었고, 우리 아이의 자극 추구는 (여러번의 전문가를 통해 받은 검사 결과) 100명 중에 1등이다. (짜증은 200명 중에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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