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대첩!

샤워와 이닦기를 거부한다

by 썸머

* ADHD는 병원에서 검사(CAT)를 통해 진단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약물입니다. (정말이에요!) 저의 글은 그 어떤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3돌 무렵부터 시작되었던 샤워와 이닦기 거부였다. 물론 2돌 즈음부터 '낮잠 거부'도 있었지만, 3돌이 되지 않아 낮잠은 떼버리는 것으로 갈등을 해결했다. 하지만 씻는 것과 이 닦는 건 내 마음대로 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이는 3돌을 넘어서면서부터 씻기와 이닦기에 강하게 저항했는데, 당시 우리의 저녁 일과는 이러했다. (이 일과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조금씩 좋아졌고, 1학년 여름방학 무렵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화를 내거나 울지는 않고 할 일을 미루는 식으로 한다.)


저녁 식사를 위해 or 씻기 위해 TV를 꺼야 한다고 말한다.
-> 15분 동안 소리를 지른다.
-> 이제 샤워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 20분 소리 지른다.
-> 15분 가량 소리지르며 샤워를 한다.
-> 이닦을 때쯤 조용해진다. (끝나간다는 걸 인지)
-> 수건을 몸에 두르고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 엘사 흉내를 내며(수건을 등 뒤로 길게 늘어뜨리며 '레리꼬' 노래를 부름) 잠시 논다.
-> 이제 잘 시간이라고 말한다.
-> 10분 동안 자기 싫다고 운다.
-> 결국 강제로 잔다.


도저히 삶을 살 수 없었고, 나는 한 유명한 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사실 이 날 이후 알게 된 사실은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쉽게 '양육자의 태도'에서 잘못을 끄집어내고, 양육자의 태도에 원인이 있거나 양육자의 태도가 변하면 아이도 변할 수 있다며 쉽게 말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방식은 전문가들에게 개인적인 뿌듯함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양육자에게는 또 한번의 참담함을 느끼게 할 뿐이다. 아이를 바뀌게 할 수는 없으니, 어른인 엄마가 바뀌어야한다는 말은 참 논리적이긴 하지만, 나의 경험상 엄마가 바뀐다고 해서 아이가 반드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변한다면 그것은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 + 약물 치료 뿐이었다.)


전문가는 양육자가 아이에게 목욕을 시킬 때, 너무 강압적이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따랐다. 매일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아이가 원하는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온도를 맞춰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과 목욕 거품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 효과는 한 두번 뿐이었고, 아이는 씻지 않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쇼파 위로 기어 올라가며 도망쳤다.


코로나가 끝나고 남편이 1주일 간 출장을 간 어느 날, 너무 지쳐버린 나는 샤워와 대변 강요를 멈췄다. 아침에 등원하기/이닦기/잠자기 이 세 가지만 끌고 가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에 씻기지도 않았고, 응가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이는 무려 4일 연속 씻지 않았는데 가만히 있어도 아이 몸에 냄새가 나서 도저히 안되서 목요일 밤에 한번 샤워를 시켰다. (아이도 사회생활을 하니까. 더군다나 쉴새없이 뛰어다니기 때문에 땀을 참 많이 흘린다.) 아이는 화장실을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는데, 소변은 참다가 가기 때문에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했고, 대변은 정말정말 싫어해서 변비가 왔다. 막판에 화장실을 가긴 했는데, 결국 피를 봐야했고, 화장실 변기가 막혀서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남은 사흘 동안, 변기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였다.


안하게 냅두면 건강과 위생, 그리고 집안 건물 유지에도 어려움이 생기니 안시킬 수도 없는 고역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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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목욕을 싫어했던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점.

ADHD 아이들은 뻔하고 반복되는 일을 하기 싫어한다. 뻔하고 반복되는 일이란 이닦기, 샤워하기, 손닦기, 대변보기 같은 일들로,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반복하는 것들이다. 대부분 위생이나 건강에 직결된다.


이 닦기 앱이 있는데, 앱 효과를 1년 정도 톡톡히 보았다. 이닦기는 앱을 추천한다.

대변 보기는 한 번 응가를 할 때마다 500원 씩 주었는데,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샤워하기는 아래의 이유 때문에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 이유는 예민한 감각.

아이는 샤워 중, 물이 닿는 느낌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샤워기의 감각을 싫어했던 것 같았다. 바가지로 씻겨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는데 바로 얼굴이나 이마에 물이 닿는 느낌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다. 유아들이 쓰는 샤워캡을 머리에 씌웠지만 점점 샤워캡이 작아졌고, 귀와 볼을 따라 물이 흘렀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씻기도 했지만, 물이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아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연히 아이 친구가 우리 집에서 샤워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는 유아용 샤워캡부터 수건으로 무장하며 머리를 감는 우리 애를 보며 놀랬다.


"괜찮아! 이렇게 세수하면 돼!"


친구는 아이에게 몇 번 시범을 보여주었고, 그 날 이후 아이는 아주 조금 좋아졌다. 감각이 에민한건 여전했지만, 자신의 행동이 과하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나는 아이와 자주 해수욕장을 갔다. 감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자연이 좋다는 맘카페에서 본 글들 덕분이었다. 등산을 많이 추천했지만, 아이가 등산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고, 대신 해수욕장을 자주 갔다. 모래놀이를 실컷하게 했고, 바닷물에서 실컷 놀게 했다. 아이는 평소에 신발에 모래가 한 알이라도 들어가면 난리를 부렸고, 샤워 중 물이 한 방울이라도 이마에 떨어지면 소리를 질렀지만, 모래사장에서는 달랐다. 수없이 많은 모래를 밟고 만졌고, 수없이 많은 물방울이 아이의 얼굴에 부딪혔다.


아이는 아주 조금씩 좋아졌다. 하지만 7살 여름이 지나고, 아이의 샤워를 담당했던 남편이 지쳐 더이상 아이를 씻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남편은 아이에게 스스로 씻으라고 했다. 아빠가 씻겨주니 자꾸만 난동을 부린다고 생각해 스스로 씻으라고 한 것이었다.


"닦아주세요!"


처음에는 씻다가 10초에 한 번씩 우리를 불러, 얼굴에 뭍은 물을 닦으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얼굴에 물이 뭍을 수 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한 번 샤워할 때 두세번 정도 우리를 불렀다.


이마저도 완전히 고치고 지금은 샤워기로 물장난을 하고, 얼굴에 물을 뿌리며 샤워를 하고, 이 시간을 무척 즐기고 있는데, 혹시라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위해 그 비법을 여기에 전수하고자 한다.


유아 수영장을 보내라


물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극복할 수 있는 건 결국 물에 자주 노출되는 것 뿐이다.


아이는 불안까지 많아서 '잠수'를 하지 못했다. 하와이에 놀러가 스노클링을 했는데 무서워 얼굴을 물 속에 넣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겁이 많은 아이였다.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소수로 운영되고, 수심도 1M로 따뜻한 유아 수영장에 아이를 매주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 6월부터였던 것 같다. 6살 때부터 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한다.


그곳에서 아이는 잠수하는 법을 배웠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수영을 하고, 선생님들이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주고 나왔다. 아이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을테지만, 또래와 함께 씻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아이는 더이상 씻기를 거부하지 않았고 (씻기 싫어서 미루기는 함) 얼굴에 물이 닿아도 싫어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스스로 잠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는지,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집에서 수경과 수모를 쓰고 잠수하며 놀거나 보여주기도 했다.


스노클링을 다시 시도했을 때, 여전히 겁을 많이 내고 물에는 아주 잠깐 들어갔다오긴 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점점 오랜 시간 동안 물고기를 구경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하도 물을 틀어놓고 샤워기로 물놀이를 해서... 물값이 걱정된다.


다시 찾아온 이닦기 대첩


이닦기 앱 효과가 떨어지고, 다시 이닦기 거부가 시작되었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초등학생인 아이를 데리고 상담까지 받았다. 아이는 이 닦기 싫은 이유가 '스스로 이 닦고 싶은데 아빠가 강제로 닦아서 아파서 싫어요'라고 말했다면서, 전문가는 남편의 태도를 지적했다. 스스로 하게 하면 될 일을 강제로 아빠가 닦아주기 때문에 아이가 이닦기를 거부했다고 말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가 거짓말할 것이라는 가정을 잘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어른이 거짓말을 더 잘할 거라 판단되는 것 같다.)


문제는 그리고 돌아와서도 아이는 이닦기를 거부했다는 점이었다. 원하는대로 해주었음에도 이를 닦을 때마다 아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이를 안 닦겠다며 만 7년을 소리지르는 아이에게 질릴대로 질려버렸다. 낮에는 상담사 앞에서 뻔뻔하게 거짓말까지 하고선 말이다.


나는 이 문제로 참 많은 고민을 하고, 카페에서 검색도 많이 했는데 나를 두렵게 하는 글이 있었다. 이렇게 이를 안 닦으면 20대부터 인플란트를 해야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커서도 이닦기를 거부하는 경우는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었다.) 치아는 오복이라고도 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치아 관리는 더 잘해야하는데... 나는 그 걱정이 앞섰지만... 그날은 정말이지 겨우 붙잡고 있던 인내심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증발해버린 날이었다.


"닦지마!"


나는 이닦는 문제로 실랑이하는 남편과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를 닦지 말라고 했다.


"네 이지, 내 이가 아니야. 이가 썪건 말건 내 알바 아니야. 앞으로 이 닦기 싫으면 닦지마!"


나의 말에 남편과 아이 모두 당황했다.


"이렇게 이 안닦으면 20대부터 인플란트 해야한대. 인플란트 하나 당 200만원이야. 너가 돈 벌어서 인플란트해. 그럼 될 일이지 이렇게 매일 소리지르고 울 것 없어. 최저시급을 받아도 한 달에 한 개씩은 할 수 있으니, 공룡이가 나중에 인플란트 하고 싶으면 돈벌어서 하고, 그것도 싫으면 하던지 말던지 너 알아서 해."


진심이었다.


아이는 그리고 좀더 울더니 이를 닦았다.


나는 그 이후로도 인플란트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었고, 하나 당 200만원 씩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설명했다. 지금 있는 이를 다 하나씩 바꾸려면 몇 년 동안 일해야하는지 아이는 세아려본 모양이다.


그 이후로 아이는 이를 안 닦겠다고 울고불고 하지는 않는다. 대신, 미루기를 한다.


"몇 시에 씻을거야?"


"8시 40분."


"몇 시에 이 닦을거야?"


"9시 10분"


다른 아이들은 자기 전에 자연스럽게 씻고 이를 닦고 자겠지만, 공룡이는 저절로 되야할 것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 매일 저녁마다 아이에게 스스로 씻을 시간과 이 닦을 시간을 정하게 하고, 수시로 리마인드를 준다. 그 다음날이 되면 다시 리셋되기 때문에 다시 씻을 시간과 이 닦을 시간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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