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과 병원이 무서운 이유

불안을 잡자!

by 썸머

* ADHD는 병원에서 검사(CAT)를 통해 진단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약물입니다. (정말이에요!) 저의 글은 그 어떤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대하기 힘들었던건 감각이 예민한 문제도 있지만 '불안'이 컸다.


아이가 불안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이를 육아하는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빠르고 드라마틱한 방법은 약물 외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몇 년 동안 놀이치료 받는 것보다, 약 한 달 먹는게 더 낫다는 한 엄마의 글을 봤는데 10,000% 동감하는 바이다.)


"검사 결과가 좀 이상해요. 자극추구와 불안이 모두 높아요. 보통 불안이 높으면 자극추구가 낮고, 자극추구가 높으면 불안이 낮거든요. 상반되니까요."

아이의 TCI 검사를 해주었던, 검사자분은 내게 검사지를 보여주며 의아해하셨다. 하지만 나로서는 별로 의아한 일은 아니었다. 공룡은 둘 다 높은 아이가 맞았으니까.

"아, 공룡이는 둘다 높아요. 사실 그래서 별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보여요. 자극추구가 높지만 불안이 높으니 행동을 조심하고, 불안이 높지만 자극추구가 높으니 뭔가를 하거든요. 중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양 극단을 왔다갔다하고 있는 거예요."

다행히 아이를 반 년 정도 지켜본 선생님께서 검사를 해주신 거였기 때문에 아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주실 수 있었다.

"아! 그렇군요. 안그래도 의아한 점이 있었어요. 수업 중 '자 이걸 여기에 갖다놓으세요~'하면 공룡이는 친구들을 지켜봐요. 그리고 친구들이 물건을 갖다놓는 걸 보고 난 다음에야 자기 물건을 둬요. 그게 불안해서였군요. 수업 시간에 너무 적극적으로 열심히 참여해서 불안이 높다는 걸 전혀 몰랐는데, 종종 의아한 행동들이 있었거든요. 이제 이해가 가네요."


감각 예민 + 불안 = 대환장파티


감각이 예민하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감각이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큰 자극으로 느껴지니, 불안할 수 밖에...


문제는 이 것 때문에 아이의 건강과 위생 관리에 큰 곤란을 겪었다는 사실!


아이는 머리를 자르거나, 병원에 가는 걸 정말 싫어했다.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한 이유는 주사 맞을까봐였고. 치과도 안가겠다고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소아과에서 콧물을 한 번 빼려면 소리를 너무 많이 질렀다.


(이상하게 아이가 소리지르고 울면, 의료진들은 옆에서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엄마한테 한소리한다. 달래는 엄마 목소리가 크다며 주의를 주거나, 이렇게 큰 애가 왜 우냐며 시선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말한다. 아이는 혼비백산, 아비규환 상태이니 어짜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만, 엄마라고 아이랑 대화가 통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공포 그 자체였겠지만, 남자아이다보니 (더군다나 씻는 문제도 어려우므로) 몇 개월에 한 번씩은 미용실을 가야했고, 아프면 병원을 가야하고, 손톱발톱은 정기적으로 잘라야했다.


손톱발톱 자를 때는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고, 비교적 제일 자주 반복하는 행동이다보니 제일 빨리 편안해했다. 6세 무렵부터 거부감이 사라졌다. 그 다음 익숙해진 건 머리 자르기인데 7세부터 편안해졌다. 하도 울어서 꽤 오랫동안 집에서 머리를 잘라주었고, 아이가 4-5살부터는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서는 얌전했지만 미용실에 가는 길에 계속 소리지르고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아이라도 머리를 꼭 정기적으로 자르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 아이에게 머리를 자르는 건 감각적으로도 참기 힘들것이고 또 공포스러웠을 것 같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2일 오후 12_53_53.png


익숙해져서 미용실을 곧잘 가게 되자, 이갈이가 시작되었고, 아이에게 또다른 공포가 찾아왔다. 흔들리는 이 쪽으로는 양치질 조차 하지 않아 입에서는 냄새가 몇 주 동안 났고... 이 하나를 빼려면 근처에 히로시마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발광을 하며 온몸으로 거부했다.


처음 이가 흔들렸을 때, 치과에서 억지로 이를 빼면 거부감이 생기니 처음이 중요하다고 했고, 충분히 아이가 이를 흔들어 이가 흔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혀 아프지 않게 뺐다. 선생님 덕분에 이후 이갈이는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치과 방문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서도 거부가 심했다.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치과 가는 날은 남편이 반차를 쓰고 와서 데려가야했다. (초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아이의 몸집이 커져서 엄마인 내가 데리고 다니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응급실에 가는 상황이나 갑작스럽게 전염병이 걸렸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정기검진은 남편이 데리고 간다.)


충치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3d 영상으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치과 의사 체험을 시키기도 하고 두려움을 없애려 노력을 많이 했고. 아이가 울고불고 하건 무조건 정기검진을 데리고 갔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주사에 대한 공포는 무척이나 오래갔는데,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절대 가려고 하지 않았다. 주사를 맞는지 계속 물어보는데, 그건 가봐야한다고 말하면 주사 맞을까봐 안간다고 가는 길 내내 소리를 지르고 울었다. 사실, 예방 접종이 아니면 주사 맞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병원을 안갈 수 없는 날이 찾아왔다. 아이가 많이 아픈데, 학교에 서류를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야했던 것. 버티고 버티던 아이는 서류를 위해 가야한다는 말에 몸을 일으켰고, 비교적 순순히 집 앞 소아과에 갔다. 검사를 하니 아이는 a 형 독감과 B형 독감을 동시에 걸린 힘든 상황이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주사를 놔달라고 했다.


"나 앞으로 주사 맞을거야!"


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온 아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드라마틱하게 몸이 싹- 낳으니 주사를 맞는게 이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아이는 미각도 예민해서 가루약을 먹는데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주사가 낫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아이가 울거나, 손톱을 자를 때마다 겁에 질리진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좋아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꼭 전해주고 싶다. 또한 아이들도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변 또래들을 보며 자신도 배우고 느끼는 점이 있다.


하지만 높은 불안은 점점 다른 부분에서 나타났다. 아이가 다섯 살 정도에 알게 된건 아이가 게임을 잘 못한다는 거였다. 가위바위보나 룰렛 돌리기 같은 것들 말이다. 게임 뿐만 아니라 처음 해보는 것은 무조건 하기 싫다며 거부했다. 각종 체험은 무조건 안한다고 버팅겼고, 하와이 바다에 가서도 스노클링을 안하겠다고 버텼다. 축구 수업마다 가기 싫다고 울었고, 축제장에서 가위바위보도 하지 못하고 자꾸만 내 등 뒤로 숨었다.


강요하는게 맞는걸까?


나는 매번 하기 싫다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며, 억지로 무언가 강요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억지로 시키긴 했지만 속으로 많은 고민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다가 아이와 나의 사이만 나빠질 것 같다는 생각. 강압적인 부모 아래서 자라 아직도 악몽을 꾸곤 하는 나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만 하게 한다면?


그 결과는 안보듯 뻔했다. 웬종일 젤리나 탕후루 같은 음식을 먹고,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고, 이를 닦지 않아 충치가 생기고, 비만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뇌의 불균형으로 인해 힘든데, 뇌가 발달되는 중요한 시기를 이렇게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나는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아이가 '싫다'고 하는 것을 몇 가지로 분류했다.


꼭 해야만 하는가?

-> 아니라면 PASS. 처음에는 안전과 위생, 건강에 관련된 것 위주로 끌고 가고, 하나씩 극복하면 다음 것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접근.


꼭 해야하는데 아이가 거부한다면 그 이유를 다음 중에서 찾았다.


1) 잘 못할까봐. (실수할까봐, 질까봐 등)


아이는 실수하거나 지거나 잘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가 다니던 기관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미리 신청하고, 가족 티를 맞춰 입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니 아이가 안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겨우 억지로 아이를 끌고 차에 태워 꼴찌로 행사장에 겨우 도착했다. 아이가 가기 싫었던 이유가 황당하다.


"어차피 어른들이 이길거야!"


아이는 아이들 vs 어른들 로 체육대회가 진행될거라고 추측하고, 질까봐 안간다고 했던 것. 다행히 부모와 아이들이 한데 섞여 게임이 진행되었고, 아이가 자전거를 경품으로 받게 되면서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 되었다.


축제장에서 직원을 상대로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룰렛을 돌리는 것도 하지 않겠다고 버티거나 뒤로 숨었는데, 잘 못할까봐였다. 져도 아무 상관없으니 편하게 하면 된다는 걸 정말 몇 년 동안 말해주고 계속 반복했다. 수없는 반복끝에 아이는 이런 게임이 '운'에 달려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꽝이 나와도 별것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2)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아이가 하기 싫다는 말 중 일부는 '처음 해보는 거라 뭔지 몰라서 두렵다'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처음 해보기 때문에 안한다면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하지 못하는 것들의 종류만 늘어날 것이다. 나는 처음 하는 건 무조건 하게 했다. 다행히 아이가 처음 시도해보는 것들은 대부분 어린이들을 능숙하게 상대하고 친절한 선생님이나 직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이끌어준다. 덕분에 아이는 처음 해보는 것들의 대부분이 해도 괜찮고 또 재미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몇 번은 거부했더라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하면 용기를 내보기도 하고, 두세번 노출 된 후에는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안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관찰하게 해보자. 아이는 놀이기구 타는 것도 무서워했는데 똑같은 놀이기구를 한 번은 눈을 감고 타고, 다른 한 번은 눈을 아주 잠깐만 감고 탔다. 이렇게 몇 번 하니 이제는 놀이공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3) 정말 하기 싫어서


1번과 2번이라는 체를 거르고 나면 이제 아이가 정말 하기 싫은 것들이 남는다. 아이는 아무리 시도해도 공예나 그리기 같은 활동을 싫어했다. 하지만 과학실험 같은 활동은 매우 좋아했다. 이제는 아이의 성향을 파악했기 때문에 지역 축제나 행사를 가도 미술 활동은 권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로봇 체험이나 방탈출, VR체험 같은 걸 하게 한다. (물론, 이것도 앞의 1번과 2번 과정이 있어서 가능했다.)


아이는 방과후 수업을 본인이 듣고 싶은 걸 듣는다. 1학년 때는 주로 무언가를 조립하는 수업을 두 개 들었고, 2학년 때는 과학 실험 수업을 두 개 듣는다. 엄마가 들었으면 하는 수업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냥 듣고 싶은 걸 듣게 한다. 뭐라도 배우면 남는 것이고, 억지로 시켰다가 아이가 방과후수업을 안가고 도망간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


그리고 작년에 싫어했던 걸 올해는 좋아할 수 있다. 소근육이나 대근육이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서 수월해지기도 하고, 아이도 나름 보고 듣는 게 있어서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기 때문에 '나도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가 싫어하는 건 강요하지는 말되, 기다려주면 되는 것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도 말자.


물론, 하기 싫지만 시켜야하는 것도 있다. 이건 참 힘들다. 내 경우에는 '이닦기'와 '독서록 쓰기 숙제'가 되시겠다. 정말 매번 전쟁이다.




각종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장에 가서 체험 부스를 돌며 아이에게 이것저것 시켰다. 아이는 뜰채로 미꾸라지를 잡고 (안 잡겠다고 20분 넘게 버티다가 친구들이 하는걸 지켜보며 용기를 내서 했다.), 룰렛을 돌리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풍선을 맞히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만들어 솜사탕을 만들고, 비상상황에서 탈출하는 법을 배웠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가 느꼈던 막연한 불안은 점점 구체화되었고, 울고불고하는 일이 점점 줄었다. 무조건 무섭고 싫다고 했지만 막상 해보니 별것 아닌 것도 있었고 좋은 것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경험들이 쌓인 결과였다. 아이가 하기 싫다고 거부했지만 하나를 해내고 나면 꼭 칭찬을 해주고, 시도해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가볍게 넘어가고, 좋은 결과만 매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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