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추구...

고통의 시간

by 썸머

아이는 감각과 자극을 추구했다.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뭐가 감각을 추구한거고 뭐가 자극을 추구한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냥 재미가 있었던건지 말이다.


사실 감각 추구는 성인들도 많이 한다. 머리카락을 베베 꼬는 행동을 한다거나 다리를 떤다거나. 물파스 냄새를 맡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손바닥 냄새를 맡는 사람도 있다. 나는 손가락 끝을 자극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의 감각 추구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성인들의 감각 추구와는 다르다. 어릴수록 행동반경이 크고, 양육자를 힘들게 하는 방식으로 감각추구를 하기 쉽다. 사실 못하게 해야하나, 충분히 하게 해야하나라는 고민도 있었다.


나이를 먹을 수록 감각 추구 하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 하나를 못하게 하면 또다른 방법을 찾기 때문에 감각추구를 아예 못할 수는 없고, 조금씩 괜찮은 방법을 찾아간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성인들도 감각추구를 많이 하니까 말이다.


1. 책을 찢으면서 보다.

아이의 이상한 습관은 바로 책을 읽지 않고, 찢는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하도 붙이고 붙여서 너덜너덜해졌는데, 아이는 그 틈새를 찾아 책을 찢고 또 찢었다. (이건 제일 빨리 사라졌다. 2돌 무렵에 나타났다가 사라짐.)


2. 동요를 좋아한다.

노래 듣는 걸 좋아했다. 낮잠 잘 때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한 20분 정도 메들리를 불러줘야했고, 푸쉬카를 끌고 산책하면서도 자꾸 노래를 부르라고 해서 인적 드문 곳을 걸으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세이펜과 전집을 구입하고 나서는 매일 혼자 동요를 들으며 신나했다.


3. 물건을 흐뜨려놓는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흐트려놓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저 아기들이 저지레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살 무렵부터 일곱살까지 아이는 하원해 집에 오자마자 팬트리에서 면봉을 꺼내 바닥에 죄다 뿌려놓고, 뽀로로 국기 카드 100장을 뿌리고, 보드게임용 카드와 돈을 바닥에 또 뿌렸다. 모든 것이 뒤섞인 거실 바닥을 정리하는 건 내 몫이었다. 모든 걸 종류대로 차곡차곡 정리하면 어느새 30여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 물건을 흐트려놓는 걸 좋아하는데, 단지 정리정돈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4. 오르락 내리락 한다.

아이가 집에서 가장 좋아한 곳은 쇼파였다. 소파 위를 기어 올라가고 굴러 떨어지고, 기어 올라가고 굴러 떨어지고 이걸 정말 수천번 반복한 듯 하다. 거기에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는 건 덤이다. (참고로 우리 아랫집은 2년 정도 공실이었다. 참 다행이었다. 그 다음 살고 있는 집은 1층이었다.)


5. 화려한 화면을 본다.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TV로 키즈 유튜브를 틀었다. 화면 전환이 빠르고, 색감도 휘양찬란하고, 각종 효과음이 난무하는 영상을 틀며 땀을 뻘뻘 흘리고 소리지르며 뛰어다닌다. 이걸 7세까지 매일 한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에 지쳐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방 불을 끄고, 암막 커텐을 치고, 이불을 덮고 눕는다. 아이가 만들어내는 그리고 즐거워하는 자극으로부터 최대한 나를 보호하려는 듯이.


4번과 5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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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종이를 갈기갈기 찢는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잠시 있었는데, 이건 내가 도저히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크고 작은 종이를 일일히 손으로 집어 청소를 해야했기 때문인데.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진공 청소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이가 하도 소리를 많이 질러서, 소리에 예민해져서 진공 청소기 조차 사용할 수 없는 이르러서였다.)


"나 청소 못해! 청소만 해주는 도우미가 5만원이라고 하니까, 네 용돈에서 까!"


나는 청소 파업을 선언했다. 아이는 자신의 통장에서 5만원이 빠져나갈까봐 안절부절했고, 이걸 몇 번 반복한 끝에 이 습관은 고칠 수 있었다.





운동을 시키세요, 꼭이요!


보통 '감각통합수업'을 많이 시키는데, 나같은 경우는 지방에 살고 있었고. 그런 수업을 들으려면 고속도로를 타고 왕복 2시간 옆 도시까지 가야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이사를 오고 나서는 아이가 너무 커버린 후였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여러 방법을 써봤는데 그 중 가장 효과 있는 건 전문가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는 '운동'이었다.


전문가의 '감각통합수업'을 추천하고, 아이가 너무 컸다면, 혹은 나처럼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면 운동을 꼭 시키는게 좋다.


추천 운동은 '줄넘기'


아이가 워낙 많이 앞으로도 위로도 많이 뛰니까 운동을 잘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좋은 건 '체력'이었지, 운동신경이 좋은 건 아니었다. 줄넘기는 아이가 하는 행동과 가장 비슷하지만, 마구잡이로 뛰는 것과 차이가 있다면 눈손발 협응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줄넘기 학원을 보내면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고, 다같이 줄넘기를 신나게 하니까 보람있게 자극을 추구할 수 있다. 정말 강력추천한다.


공룡이의 경우 태권도는 싫어했지만 (태권도에서 태권도와 줄넘기를 모두 가르쳐줬었음) 전문 줄넘기 학원은 무척이나 재밌어했다. 아마도 태권도 동작을 익히는 게 재미없던 모양이다. 그저 방방 뛰는게 즐거운 모양.


남자아이라면 '축구'

축구도 참 좋은 운동이다. 축구의 장점은 발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발을 많이 쓸 수 있다는 점이고. 어린 아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농구나 배드민턴 등 다른 구기 종목은 3학년 이상부터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외 축구를 잘해서 얻는 사회생활 속 강점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다만 축구의 단점은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경쟁심이 작거나 운동능력이 없거나 소심할 경우, 소외되기 쉽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평하게 기회를 주려고 노력해도 결국 잘하는 아이들 위주로 연습경기가 흘러갈 수 밖에 없고, 욕심많고 경쟁심 강한 아이들이 잘하기 때문에 치이기 쉽다.


공룡이는 정말 억지로 축구를 했다. 불안이 높기 때문에 공이 올까봐 무서워 도망다녔고, 강제로 참가해야하는 지역대회는 실수할까봐 걱정이 드니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만 1년을 꼬박 추 2회 축구를 배우고, 집에서는 볼감각 훈련을 시키고, 집앞 놀이터에서 패스 연습을 시켰다. 지역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1위로 결승에 올라가거나 준우승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그만두겠다고 하도 난리를 부려서 결국 그만두게 했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자신감이 생겨 학교 체육 시간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다른 운동을 배울 때에도 습득력이 빠르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남자아이들에게 치이던 것도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농구를 배우는데, 아이가 구기 종목을 배우게 되면 좋은 점이 두서없이 방방 뛰며 돌아다니지 않고, 체계적인 놀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로 공을 주고 받거나, 농구 골대에서 슛 연습을 하거나, 혼자 공을 가지고 드리블하면서 논다.


최고의 감통 수업은 '수영'

등산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아이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무척이나 싫어했다. 더군다나 재미도 없고 말이다. 수영 또한 축구와 마찬가지로 강제로 시켰는데, 반 년만 했을 뿐이지만 무척이나 효과가 대단했다. 씻을 때 물이 얼굴에 한 방울만 닿아도 소리지르고, 하와이에 가서도 스노클링을 못했던 아이는 이제 없다.


요즘 아이의 새로운 감각 추구는 샤워기 놀이다. 샤워할 때 샤워기를 거꾸로 들고 물 분수를 맞기도 하고, 천장을 향해 물을 쏘며 떨어지는 물을 맞는 등 따뜻한 물의 온도와 적절한 수압으로부터 오는 자극을 마음껏 즐기고 논다. 씻으러 가기까지 실랑이를 벌여야하긴 하지만 씻는 시간 자체를 무척이나 즐기고 있으니 다행이다.


또 좋은 점은 어디 놀러가서 두서없고 힘만 빠지는 물놀이를 더이상 안해도 된다는 점이다. 아이는 배운 영법을 하나씩 하고, 잠수를 하며 호텔 수영장에서 체계적으로 노니 부모도 편안하다.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긴장을 완화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편하게 하도록 내버려둔다. 이제는 뛰고 싶으면 마구잡이로 뛰는게 아니라 줄넘기를 가지고 와서 줄넘기를 한다. 앞선 행동들에 비하면 모두 내가 감당할만한 것들이고 (물론 널부러진 물건들을 매일 줍고 정리하고 치우는 건 나의 몫), 크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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