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고 후회하는 아이
* ADHD는 병원에서 검사(CAT)를 통해 진단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약물입니다. (정말이에요!) 저의 글은 그 어떤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2년 전의 일이다. 나는 아이와 함께 한 기업 행사에 초대받아 놀러갔다. 공원에서 이루어진 행사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와 파스타로 점심을 먹고, 게임을 하고, 다양한 선물을 받고, 마술쇼를 보았고, 기념품도 받았다.
행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우리는 조금 일찍 나와야했는데,같은 날 진행되는 한강 불꽃놀이 초대권도 받은터였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조금 아쉽겠지만 고작 20여분 일찍 나온거였고, 불꽃놀이도 재밌을거라 생각했기에 아이 손을 끌고 버스정류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이는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난 풍선 못 받았어! 난 장난감 못 받았어!"
풍선은 마술사가 임의로 몇 명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거였고, 경품은 여러가지가 섞여서 한 사람당 4가지씩 받는 거였는데, 아이가 못 받은 경품도 있었다. 하지만 반나절 신나게 놀고 나서 소리를 지르니 기껏 데리고 온 사람 입장에서는 힘빠지는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몇 주 전 있었던 교통사고로 뇌진탕 증상이 있는 상황이었다.
"공룡아, 장난감은 못 받았지만 다른 선물을 받았잖아. 마술쇼도 재밌었고, 게임도 재밌었잖아. 밥도 정말 맛있었고. 우리 여기 초대 받은거고, 재밌게 놀았으니까 이제 가는거야."
쉽사리 진정되지 못한 아이는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내내 소리를 질렀고, 문득 올려다본 가을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이 뭉개뭉개 떠다니고 있었다. 얼굴에 닿는 가을 햇살은 적당히 따뜻했고, 부딪히는 바람은 적당히 선선했다. 내 귀에 들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와 전혀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나 지옥 가는거야?"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소리지르길 멈췄다.
"지옥?"
"못된 사람은 지옥에 간댔어."
아이의 반에 목사님 아들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종종 하나님의 존재나 천국, 지옥을 알려준 모양이었다. 아이는 감정을 조절할 수 없어 화를 냈지만,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니야. 공룡이는 나쁜게 아니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뿐이야. 공룡이가 못되거나 나쁜게 아니라는거 우리 병원에 가서 검사 다 했잖아. 의사 선생님 말씀 기억하지? 이제부터 약 먹으면 되는거야."
아이는 곧 진정하더니 내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우리 여기 초대받은거야?"
"그럼. 엄청 재밌었지?"
그렇게 나는 아이와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그 앞에 있는 한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주었고,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뇌진탕 약을 먹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갔다.
난 왜 이렇게 태어났지?
어젯 밤에 아이가 한 말이다. 기껏 청소한 방에 휴지를 갈기갈기 찟어 흐트리는 아이에게 화를 내니 침대 위에서 몸을 뒹굴거리며 뱉은 말이었다.
"너가 한 행동 후회되서 그래?"
"그렇지."
난 천성이 못됐어.
한 번은 아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니야, 넌 감정 조절을 못하는거야. 천성이 못된거랑은 상관없는거야."
아이는 화를 내지만 아주 가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곤 했다. 한 번은 피아노 학원에 가기 싫다고 10분 동안 소리를 지르다 학원에 갔는데, 다녀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 날 일이 기억 남는 이유는 아이가 화를 내고 사과한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직접 후회하는 걸 표현하는 것도 손가락에 꼽을 일이긴 하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고, 뇌에 도파민이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늘 기분이 나쁘고 짜증나있어 힘든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도 힘들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