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까치
이른 아침 아파트 둘레길 열 바퀴를 돌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식힐 겸 광장 정자에 쉬고 있을 때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광장에 나와 산책하면서 가져온 비둘기 모이를 주먹에 쥐고 던지고 있었다. 그분은 모이를 다 던지고 두리번거리다 살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비둘기 밥을 주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에 운동하는 채 두어 바퀴 돌다 갔다. 비둘기를 사랑한 분 같았지만, 생태계 질서에 도움은 안 되었다.
자연에서 동물들은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살아간다. 비둘기도 민들레씨나 작은 씨앗을 찾아 먹는다.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진 씨앗을 보면 껑충 뛰어가서 쿡쿡 쪼아 먹기도 했다. 겨울이면 길거리 나무 열매가 조류에 먹이가 되었다. 까치와 새들은 작은 씨앗을 찾아 종종걸음을 하기도 하고, 까치가 먼 곳에 있는 먹이를 찾아 껑충껑충 뛰어가는 모습은 참 이뻤다. 아주머니가 매일 아침 던져 준 먹이로 조류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하는데 편안함에 나태해지고 있었다. 사람을 보아도 피하지도 않으며 결국 나태해져서 비만한 비둘기도 있었다. 아주머니 행동을 여러분 목격했다.
소나무 가지에서 아기 까치 한 마리가 날갯짓을 퍼덕이며 내려앉았다. 아기 까치는 아주머니가 던지고 간 먹이를 주의도 살피지 않고 쪼아대고 있었다.
회색 줄무늬 길냥이 한 마리가 정자나무 밑에 숨죽인 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군인이 보폭을 하듯 살금살금 기어갔다. 아기 까치는 길냥이 발걸음 소리도 못 듣고 먹이에 집중하고. 길냥이는 아기 까치 목을 덥석 물고 흔들었다. 정신을 놓은 아기 까치를 내려놓고 발로 툭 건들고 다시 물기도 하고 아기 까치를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거 같았다.
소나무 가지에 앉아 내려다본 까치 두 마리가 광장을 한 바퀴 돌듯 비행하다 내려앉아 길냥이 머리를 화가 난 듯 마구 쪼아대고 공격했다. 아기 까치를 물고 있던 길냥이는 아파서 야옹 소리를 내었다. 순식간에 아기 까치를 놓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엄마 까치, 아빠 까치는 아기 까치를 구한 다음 놀란 목소리로 깍깍 소리 내며 소나무 가지에 날아올랐다.
조금 후 반전이 일어났다. 달아난 길냥이가 친구 길냥이 두 마리와 같이 나타났다. 앙칼지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으르렁대며 까치가 있는 소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었다. 까치 가족은 깍깍 소리 지르며 휘리릭 다른 나뭇가지로 약만 올리고 날아가버렸다 길냥이 세 마리는 온몸에 털을 세우고 입가에 난 수염 털은 날카롭게 뻗쳐 있었다. 얼굴은 화난 모습이고 눈은 이글거렸다. 길냥이들은 까치와 대결에서 승복하고 창피한지 쏜살같이 달아났다.
다음 날 오후 아파트 둘레 나무 그늘 길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아기 까치를 입에 물고 흔들다 혼쭐 난 회색 길냥이가 나무 그늘에서 축 늘어진 채 누워 자고 있다. 까치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내려앉아 깍깍 소리 내며 길냥이 꼬리를 부리로 쪼아대었다. 길냥이 귀찮은 듯 다른 나뭇가지 그늘에서 눕고 까치는 깡충깡충 뛰어가서 길냥이 꼬리를 괴롭히고 쫓아내었다.
자기보다 큰 길냥이를 무서워하지 않은 까치는 새끼를 사랑한 엄마 까치였다. 조류와 동물도 가족을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회색 줄무늬 길냥이는 까치의 원수가 되어 나무 그늘에서 쫓겨났다. 길냥이는 그늘도 없는 배드민턴장 벤치에 누워 잠을 잤다. 여름에 털옷을 입은 길냥이는 더위에 지쳐서 모든 게 귀찮은 듯했다. 길냥이를 돕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스스로 해야 할 일이었다.
사건이 있고 난 뒤 겨울 까치가족은 소나무 가지 튼튼한 곳에 새로운 집을 짓기 시작했다. 평상시 까치집 짓는 것을 눈여겨보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고양이 사건이 있고 난 후 까치를 관찰 있게 살펴보았다. 땅에 떨어져 있거나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는 오염되어서 그런지 사용하지 않았다. 잔 나뭇가지나 죽은 잔가지를 부리로 쪼아서 떨어뜨리고 다른 까치가 입으로 물고 가서 집을 짓고 있었다. 좋은 자리를 선정해 놓고 튼튼한 나뭇가지 사이에 기초 작업을 했다. 아무렇게나 나뭇가지를 놓으면 떨어지기 때문에 살아있는 나뭇가지를 기초로 받치고 집을 짓고 있었다. 잔가지를 적당한 길이로 쪼아서 가져다 얼기설기 엮듯이 집을 짓고 있었다. 까치는 기술자이고 건축가였다.
회색 줄무늬 길냥이는 여름에 아파트 어린이집 앞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정원포도나무 밑 담벼락 공간 사이에 새끼 세 마리를 낳았다. 새끼는 숨어 있다가 어린이들이 먹이를 놓고 가면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아파트 장원에는 많은 새가 무리를 지어 좋은 나뭇가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자연을 노래하며 터를 잡고 살았다.
원수가 된 길냥이와 까치는 마주치지 않고 다른 곳에서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들도 원수지간끼리 같은 곳에서 살 수 없듯이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여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길냥이 가족과 까치 가족이 좋은 이웃이 되고 서로 친한 사이가 되어 자연 속에서 그들이 건강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