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일기
1. 낫지 않는 감기에 엄마가 네 거 먹지 말고 자기 감기약을 먹으라고 하신다. 비슷한 감기로 같은 날 처방받은 거라 별 다를 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다를까 싶어 먹어보는 의학 지식이 전무한 나.
인간은 희멀건 기대를 가슴속에 품는 것 같다. 이런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것에도 ‘혹시’ 하며 아주 작은 기대를 건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때 그랬더라면’ 하며 현재를 그려준 과거라는 직선에 후회를 덧칠하기도 하지만, ‘내년에는 꼭 이룰 수 있을 거야’라는, 언제 도달할지 모르는 미래에 기대라는 점선을 계속해서 그린다.
2. 박연준의 소란이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사랑이 뒤척이는 것은 사랑이 덜 무겁기 때문”
모래 한 줌을 손바닥에 얹어보자. 그 자체는 가볍다. 바닷물에 적셔졌을 때는 고작 한 줌이라도 피부로 느껴지는 무게는 가히 새롭다. 마음을 바닷물이라고 생각해 보자. 상대방의 마음이 밀려오는 만큼 내 마음 사이사이에 침투하여 그만큼 무거워진다. 사랑의 척도는 얼마나 공들여 마음을 쏟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메마른 사랑은 추운 겨울, 부르튼 입술에 얹힌 각질 같다. 가만히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기엔 황망하고, 포기하고 싶어 떼어버릴 땐 상처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