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일기
안녕. 오지 않을 것 같은 2026년 1월 1일이야. 먼저 새해 복 많이 받고.
‘나 여기 있어요’ 손을 흔들며 어두운 밤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반짝거리는 전광판과 건물들을 보고 있다 보면 혼자 밤거리를 걸을 때 가로등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던 걸 깨달았지. 낮에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도 밤이 되면 길을 밝혀주는 빛을 찾듯, 너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잖아. 다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실낱같은 유약함에 내가 무슨- 피식 웃으며 자조적이기도 했지.
다리가 아플 땐 잠시 붙잡고 쉴 수 있는 난간이거나 거동이 불편할 땐 기댈 수 있는 지팡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전에 누군가를 미워함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부터 고쳐보면 어떨까? ‘몇 년간 그렇게 살아와서 어렵다’는 핑계를 붙이면 ‘어쩔 수 없었다’는 쉬운 자기 변호가 자연스레 따라오겠지만, 그렇게 비겁한 사람일리 없잖아. 당장 고치기 어렵다면 누그러뜨리기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항상 어떤 생각을 시작하게 되면 그 생각으로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습관은 글을 쓰면 정리되곤 했지. 그래서 큰맘 먹고 일기장도 산 거고. 새해가 오기를 기대했던 전과는 달리 이젠 신발 벗고 우당탕 나가 새해를 맞이할 마음과 함께 너도 조금이나마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던 거야. 2026년의 일기에는 사람에 대한 미움을 덜고 애정을 담기를 바라. ‘나중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를 복기할 때, 꾹꾹 담은 글씨에 사랑이 담겨 있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 결국 네가 쓴 일기는 당시의 너를 마주 보는 것이니, 서로 머무르는 시선 끝에는 날카로움이 없어야지.
위태롭고 휘청거릴지언정 그대로 고꾸라지지 말고 아득바득 버텨보다가 넘어져보자. 걷고 있는 길이 힘에 부쳐 뒤 돌아볼 시간에 중간중간 멈춰가며 물도 마시면서 갈증 난 목도 달래주고. 인생은 한 치 앞도 몰라서 ‘과연 이걸 한다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거리낌 없이 저질러버리는 너의 무모한 결단력에 고마웠다. 안 그랬으면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결국 침잠해 버렸을 거야. 그럼 2026년의 미지수인 나야! 여전히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