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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보리와 잡초

by 새벽별

보리야!


심어주지도 않고,

돌봐주지도 않는데,

쟤들은 쑥쑥 자라네.

<보리의 최애 스폿>

비 오는 날이면,

한 뼘씩 자라는 놀라운 것들.

디딤돌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고집스러운 것들.


어찌 막을 수 있겠니.

비가 그쳐,

땅이 폭신했을 때

뽑았어야 했는데.


남들은

제초제라도 뿌리라지만,

네가 마당에 뛰노니

그럴 순 없지.


그러니까,

보리야!

엄마 좀 도와주라.

<방아깨비한테 잠시 연민을 느낀다>

보리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정원 쪽으로 도망친다.


녀석,

하기 싫은가 보다.

그래, 이해해.


앗! 그런데,

이 녀석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왔다.


아, 선물 주려고 간 거였구나.

달랑 방아깨비 다리 한쪽만

가져왔지만.


그걸

엄마 앞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그래,

이거면 됐지!

고맙다, 보리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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