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야!
심어주지도 않고,
돌봐주지도 않는데,
쟤들은 쑥쑥 자라네.
비 오는 날이면,
한 뼘씩 자라는 놀라운 것들.
디딤돌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고집스러운 것들.
어찌 막을 수 있겠니.
비가 그쳐,
땅이 폭신했을 때
뽑았어야 했는데.
남들은
제초제라도 뿌리라지만,
네가 마당에 뛰노니
그럴 순 없지.
그러니까,
보리야!
엄마 좀 도와주라.
보리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정원 쪽으로 도망친다.
녀석,
하기 싫은가 보다.
그래, 이해해.
앗! 그런데,
이 녀석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왔다.
아, 선물 주려고 간 거였구나.
달랑 방아깨비 다리 한쪽만
가져왔지만.
그걸
엄마 앞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그래,
이거면 됐지!
고맙다, 보리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