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네가 트레킹

걷고 또 걷고

by 아침엽서



오늘 계획은 트레킹 하러 수네가로 갈 예정이었는데,아침에 마테호른 주변이 하얀 구름으로 뒤덮여있었다. (이런 상태를 관광객들은 곰탕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쿱에서 사 온 과일과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트레킹을 하면서 먹으려고 가져간 햇반에 김자반과 참치를 넣어 주먹밥을 만들어 챙겼다.


집을 나서자 얼마 되지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비도 좋았다. 하지만 발이 묶이니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나가던 발길을 돌려 숙소에서 수다를 떨다가 딸이 주먹밥이 너무 맛있다며 다 먹어버렸다.


점심때가 되어 비가 잦아들고 날이 좋아진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다시 집을 나섰다. 일기앱은 필수였다. 수시로 일기를 확인해야 했으므로.


수네가는 ‘햇살 가득한 언덕’이라는 뜻으로 마테호른을 가장 완벽한 각도에서 감성할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하다는데 가보니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겠더라.


북쪽에 산을 끼고 타원의 건물이 동서남쪽을 바라보는 것처럼 배치되어 하루종일,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해가 산을 바라보는 언덕-이라기엔 거대한-이었다.


멀리 구름두른 마테호른의 허리가 보인다.


체르마트에서 수네가로 가는 푸니쿨라(수네가익스프레스, 1인 14프랑)를 탔다. 블라우헤르트역에서부터는 케이블카(곤돌라)로 갈아타야 하는데 우린 내려서 걷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은 트레킹이므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멀리 볼 수 있고, 많이 볼 수 있지만, 걸으면서 땅 위의 작은 식물들과 동물들과 가까이 보고 싶었다.(특히 여기 케이블카는 고장이 잦다더니 이 날도 걷다보니 멈춰있었다.)


나와 남편은 평소에도 많이 걷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딸은 평지는 잘 걷기 때문에 의견차 없이 걷기를 선택했다.


마테호른이 바라보이는 그곳은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 키 큰 나무는 없고, 작고 땅을 기는 식물과 고사리류, 이끼류들만 있었다. 비 온 후 그리고 햇빛이 따갑지 않은 9월 초의 날씨, 걷기에 그지없이 좋았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블라우헤르트역에서 외마디 감탄사와 함께 마테호른을 감상했다. 백팩을 메고 스틱을 든 몇몇이 트레킹을 하기위해 방향을 바꿨다. 우린 빨리 그들 뒤를 따라갔다.


왼쪽은 높은 산을 가로지르는 작은 길들이 펼쳐져있고, 오른쪽은 까마득한 골짜기를 사이에 둔 높은 산, 정면엔 끝없에 이어진 좁은 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까마득한 설산. 아마도 그곳은 이탈리아일것이고, 뒷쪽엔 마테호른, 그 곳에 서있는 우리. 내가 그곳을 걷고 있다.


슈텔리제(슈텔리호수, ‘제’가 스위스어로 호수를 뜻한다)를 향해 걸었다. 슈텔리제는 이탈리아 국경과도 가까운 곳이라고 했다. 슈텔리제로 가는 도중 드디어 안개(곰탕)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마테호른을 시시각각으로 눈앞에 웅장하게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난다)


처음으로 마테호른의 온 모습을 눈앞에서 맞이했을 때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할 말을 잃고 “우와, 우와” 감탄사만 흘러나왔다.


뒤쪽에 마테호른을 두고 걸었기 때문에 자꾸 걸음을 멈추고 눈부신 마테호른을 한참 동안 바라보길 반복했다.


눈에 넣는 것도 모자라 우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구름이 드리울 때도, 비껴갈 때도, 청명하고 파란 하늘일 때도, 마테호른은 항상 근사했다.


내향형인 나도 산에서는 마음도 말랑말랑해져서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오며 가며 간단한 인사도 나누기도 하고 길도 묻게 되고.


수네가의 5대 호수로 슈텔리제, 그린드예제, 그륀제, 모스이제, 라이제를 꼽는다. 우린 비공식 둘째딸 가이드의 추천으로 모스이제는 뺏고 그륀제는 멀리서 보기로 했다.



슈텔리제


슈텔리제에서 내일 스위스를 떠난다는 커플을 만났다. 우릴 알아보며 반갑게 인사해 준 젊고 예쁜 한국인 여행객들과 체르마트를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슈텔리제를 보고 돌아나오면서는 마테호른을 보면서 내리막길로 걷게 된다. 내려오면서 키큰 나무를 만나고, 또 관광객도 많아졌다.



그린드에제

그린드예제와 라이제 역시 한 폭의 그림이었는데 특히 그린드예제에 비친 체르마트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라이제

라이제에서는 수영을 즐기는 외국인과 매트를 깔고 일광욕(?)을 하는 외국인들이 여럿이었다.


슈텔리제, 그린드예제, 라이제

그륀호수는 멀리서 눈으로만 보고 왔으니 빼고 우린 3대 호수를 하이킹으로 모두 만끽했다.



수네가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체르마트역에 도착

다시 체르마트에 돌아왔을 때는 기진맥진.



아침과 다르게 날이 맑게 개인 오후의 체르마트엔 관광객들이 북적였다. 기념품가게와 시내를 구경하다가 쇼핑몰 골목 안쪽에 위치 한 우체국에 들어갔다.


스위스 우체국은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특히 엽서가 많았다. 그림이 예쁜 엽서에 우표만 붙여 친구에게 엽서도 보냈다. 음.... 해외 배송이라 그렇겠지만 역시 우표도 무척 비쌌다. 스위스 관광하는 내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아마 ‘비싸군.’이 아닐까?? 갖고 싶은 엽서가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어차피 예쁜 쓰레기가 될 것이 뻔해서 보는 걸로 만족했다.


스위스 체르마츠 우체국의 예쁜 엽서들



기념품 가게에서 발견한 유리컵에는 마터호른이 컵에 들어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일몰을 볼 겸 전망대에 올랐다. 벌써 사람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너무 추워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숙소 거실에서 본 일몰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다음 날 황금의 마테호른을 보기 전까지는.




숙소 거실에서 본 일몰



아름다움 앞에선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걸까? 딸도 남편도 나도 풍경만으로 한없이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체르마트를 보면서 스위스에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딸에게 말했다. 내가 한 말은 내 마음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걸 딸은 모르겠지.



싸우거나 다툴 마음은 전부 사라지는 매직, 그곳은 그렇게 마냥 좋았다.


(전망대에 오르다가 발견한 노홍철의 샬레, 유튜브에서 봤던 샬레를 발견하고 나 혼자 반가웠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