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 내 사랑 무제한 교통카드

스웨덴, 스톡홀름

by 므스므

도착하고 떠나는 날 빼면 고작 사흘 머무는 도시에서 7일짜리 무제한 교통카드를 끊었다.


물가 비싼 이 도시가 대중교통비라고 착할까. 공항까지의 왕복 교통비를 빼면 버스, 지하철, 트램, 페리를 각 1번씩만 타도 이미 본전을 훌쩍 넘기는 사랑둥이 교통카드.


숙소가 너무 추워서 차라리 밖으로 돌아다니며 몸을 움직이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겠다 싶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해보는, 동선 생각 않고 여기 예쁘네 저기 예쁘네 하며 한 정거장 가다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는 즐거운 '종점 가기 놀이'. 게다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는 트램이다.


그러다 정말, 이곳이 어딘 줄도 모르겠지만 진정 눈이 개안할 것만 같은 공원을 만났다. 이 물이 바닷물인지 강물인지도 모르겠고 얼핏 본 표지판에서 무슨 왕자님의 개인 별장 같은 곳인갑네 정도밖에 몰라도 무슨 상관인가. '한가롭다'는 의미가 이렇게 어울리는 곳이라니.


하늘.png 오늘의 스톡홀름 날씨, 집보다 더 따뜻하다니


별장.png 어느 왕자님의 별장 구경. 산책 좋아하는 사람은 꼭 가길. 두 번 가길.


페리.png 어느 곳에서나 육지 교통과 쉽게 연결되어 있는 페리


산책.png 산책길


버스를 잘 못 탔대도 상관없는 패스의 위력은, 이상해진 구글맵 때문에 더 빛을 발했다. 어쩐 일인지 스톡홀름에 와서부터는 구글맵이 정류장 위치도 정확하지 않고 내 위치도 간혹 잡지 못한다. 블로거들도 같은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내 폰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공항 입국장 정면으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원조 도시'라고 떡하니 박아놓았던 캐치프레이즈가, '시작은 우리가 한 거 맞는데 그 다음은 아몰랑' 하는 거 같아 좀 우습기도 하다.




호스트인 브리깃타 할머니는 자폐나 발달장애 같은 문제를 가진 고등학생들에게 미술을 지도했던 선생님이었는데 올 1월에 은퇴를 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웃는 낯이긴 하나 깐깐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몇 마디 나눠보니 느낌이 오길래 혹시나 하여 '거실 소파엔 앉아도 되니?'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랬다.


그랬더니 자신에게도 사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니 여기부터는 안 왔으면 좋겠다고 손으로 거실 한 켠을 쭈욱 긋는다. 즉 현관문 옆으로 붙은 공간이 욕실과 부엌, 내 방이고 그 이후가 거실과 발코니, 그녀의 방인데 말 그대로 두 공간 사이에 결계가 쳐진 셈.


호스트의 집에 방 하나 빌려 숙박을 하는 것이니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은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난 고양이를 만지고 싶단 말이다


이 집의 고양이 '엘라'는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돈 주고 사 왔다는, 난생처음 만나 본 품종묘다. 머리는 굉장히 작고 털은 엘라스틴을 한 마냥 정말 부드럽다.


하지만 병원에서 사오는 사료 외에는 알러지 때문에 함부로 뭘 주면 안 된다 하여 꼬실 방법이 없다. 늘 브리깃타의 방안에 있거나 거실에 나와도 결계 이후인 거실 저 끝에 앉아 있기 때문. 다행히 오늘 집에 들어오니 웬일로 내 방 앞까지 와주어 사진을 좀 찍긴 했으나 만져보는 건 언감생심. 코니시렉스 종이 개냥이라는데...

IMG_0604.JPG 엘라를 찍고 싶었으나 금지구역인 거실에 포커스를 맞춘 나의 잠재의식?


IMG_0648.JPG 너도 춥냐, 나도 춥다


무튼 스톡홀름에선 추위 때문에 놀랜 거 빼면 그럭저럭 여행다운 여행을 즐기고 있는 중.


그나저나 이 집에서 히터가 들어오는 유일한 곳이 욕실인데(심지어 바닥도 따뜻하다) 오늘 밤도 천식이 도지면 거기서 잘까봐.


그림24.jpg 그림일기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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