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본의 아니게 연일 관광객 모드 장착이다.
산책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라 하는 '혼자 체험하며 놀기'를 잔뜩 할 수 있다기에, 오늘은 스웨덴의 '과학 기술 박물관'으로 향했다.
메인 관광지와 조금 떨어져서인지 박물관 주변은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과 개와 노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근처 잔디밭에선 유치원 애들이 소방관들과 소방 훈련도 받고 있었다. 태어나보니 북유럽, 인 아이들.
기술 박물관의 상설 전시는 아이들의 체험용 놀이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중 컴퓨터 게임과 관련한 부분은 어른의 놀이터 이기도 했다. 실제로 애들은 팽개치고 직접 체험에 뛰어든 엄마 아빠를 여럿 봤다. 기획 전시 중인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모든 것 또한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로 잘 채워두어서 나 같은 사람에겐 하루 종일 놀라고 해도 놀 수 있는 곳이었다.
역시나 또 하세월 놀고 나왔더니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통근용 페리를 타고 이 섬 갔다 저 섬 갔다 하며 놀다 보니 아침에 브리깃타가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준 사진 박물관이 생각났다.
그곳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웬일인지 버스가 한 대도 오지 않는다. 전광판에 나타나는 대중교통의 도착 예정 시간이 칼 같기로 유명한 이곳인데 무슨 일일까. 30분을 넘게 기다렸을까. 그때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어떤 남자.
"다른 교통편 찾는 게 좋을 거야. 저~~어기 사람들 엄청 줄지어 가는 거 보이지? 오늘 행진이 있어서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잘 생각해"
그리곤 휘리릭, 쿨하게 떠나버린다.
그냥 집에 들어갈까, 잠시 고민하다 내일이면 스톡홀름도 마지막인데 싶으니 갑자기 의욕이 솟는다. 동서남북 파악 끝났고, 그러니 걷자.
사진 박물관은 내부가 전체적으로 블랙톤에 맞춰진 탓인지 사진의 '쨍함'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뭔가 합성과 실사가 섞여있는 느낌이라 미술작품 못지않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으나.
그러다. 어느 아시아계 미디어 아티스트의 영상 작품 하나를 봤는데 말이지. 내용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 신경계를 수술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애니메이션(총길이 16분 중 내가 본 부분만)이었다. 이런 영상을 만드는 작가의 뇌구조가 심히 궁금해져서 피식거리며 감상했는데.
싸이파이 음악이 함께 섞인 영상을 한 2~3분 봤나? 방 밖을 나오는 순간 구토와 어지럼증이 동시에 밀려와 전시장 바닥에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뭐지? 얘는??
집에 오는 길까지도 메스꺼움이 멈추질 않아 저녁까지 굶어야 했다.
하루 종일 기계랑 놀다가 보니 나도 모르는 새 내 뇌에 뭔가 심긴 건가, 하는 음모론이 스멀스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