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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니 Aug 03. 2023

초보 작가의 글쓰기(8)

문단의 재구성

진흙을 잔뜩 싣고 질주하던 외발수레가 엎어졌으니, 망연자실이다. 넋을 놓고 있다가 수습을 준비한다. 교수님께 전화를 했다.

“글이 너무 맘에 안 들고 오탈자와 비문이 많습니다.”

교수님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원래 초고 만들고 출판까지 2년도 넘게 걸려요.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쉽지는 않습니다. “

“다른 작가들도 겪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글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목차를 작성하면서 구조화시키고, 주제별로 Intro를 작성하세요. 인트로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흐름을 유지하면서 내용을 써 내려가면 훨씬 쉽게 풀립니다. “

‘이분은 교수인가? 작가인가?’ 출판도 안 해보신 분이 글쓰기의 방법을 다 알고 있다. 초보 작가를 지도하는 달인이다. 알고 보니, 박사논문을 쓸 때 다 경험했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또 하나, 목차를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합니다. 독자들이 책을 구입할 때 목차만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 네… 해야죠.” 죄 없는 교수님께 소극적인 화풀이를 한다.

“책이 출판되고 나면 더 열심히 쓸걸… 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후회를 최소화해야죠. 조금만 더 힘내세요~”


그렇게 글의 배열과 교정 작업을 하니, 두 달이 넘게 지나간다.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한국에 오고 다시 깨달았다.

몇 달간의 느슨해진 일상을 버리고, 글쓰기 루틴을 다시 만들었다. 많건 적건 해야 할 목표를 설정했다.

경험해 본 결과, 시간단위 목표 설정은 효과적이지 않다. 시간만 보내면 끝난다. 대신 할당량을 정하면 훨씬 타이트하게 시간관리를 하게 된다.


8월 출간이 목표였는데… 역시 무리였다.




집 앞 공원은 벚꽃잎을 다 떨궜다. 계절이 바뀌었다. 이때 나는 사실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환경의 변화와 상실감 때문이었다. 인생의 정점을 경험하고 도태되는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왔다.

42명의 팀원이 있는 조직장에서 실무자가 되었고, 본사 복귀 후 인사를 건네면 호칭정리가 되지 않아 상대방은 난감해했다.

“아 팀장님 잘 다녀오셨어요? “

“저 이제 팀장 아닌데요~! 하하. 잘 다녀왔지요.”

“아… 익숙하지 않아서요. 또 뵈어요.” 멋쩍게 웃고 가던 길을 간다.

귀국 후에 바로 조직책임자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렇지 못했고, 선배들도 후배들도 모두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쓸모를 다한 우산이 덩그러니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귀국하기 전 나이가 많은 실무자들에게 요즘은 리더십보다 팔로워십이 더 중요하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놨었다.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모르고…

‘인생은 경험하지 않은 일을 쉽게 말하는 게 아니다.‘


그래 ‘이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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