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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Jul 18. 2022

                     카사 타고

코스타리카의 알라후엘라 동네에 가 보면 호텔이 하나 있을 것이다. 

그 호텔 안엔 눈이 안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실 것이며, 

그 옆엔 너 아닌 또 다른 네가 구부려진 허리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엘라후엘라엔 장님들만 있을 것이다.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고, 너에게 말을 거는 사람 또한 그 호텔 안에 있는 할머니뿐 아니겠는가. 


너는 호텔 안에 들어선다. 호텔 이름은 '카사 타고'. 자물쇠가 부서진 문 안으로 네가 들어간다. 설명하기 어려운 오한이 느껴진다. 수천 개의 구멍이 뚫린 의자가 환영처럼 다가온다. 바짝 긴장이 된다. 입이 타들어간다. 


'카사 타고' 안에는 눈 안 보이는 할머니 밖에 없다. 호텔 밖엔 구멍 뚫린 의자 위로 장님 4명이 계속 넘어지고 있다. 할머니는 눈알 달린 열쇠를 네게 건넨다. 1호다. 2와 3 전에 오는 1.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 아닌 것*. 

1호에 들어서니 무시무시한 재즈 피아니스트가 침대 위에서 버드 파웰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너는 침대 위로 올라간다. 아, 재즈 피아니스트의 손에서 피가 난다. 손가락이 눈구멍에 들어가 있다. 그는 너를 보며 웃는다. 어서오렴어서오려서오렴어오서렴어서렴오어오려엄섬오려어어서오어서렴염어서 


재즈 피아니스트는 구멍 뚫린 의자 속으로 빠진다. 

아, 이제 1호에는 너와 침대, 그리고 피로 흥건해진 90년대 피아노만 남았구나. 

1호의 문이 잠기고 너는 골몰한다. 너도 장님이었는지. 네가 만나 온 사람들은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지. 구멍 뚫린 의자에 앉지 않았는지. 재즈는 누구의 음악인지. 


침대에 눕는다. 침대가 관짝으로 바뀌고 너의 얼굴은 새하얘진다. 갑자기 귀에서 피가 나온다. 하얀 손수건으로 귀를 닦는다. 그러던 도중 

똑 
    똑 

         똑 


아무도 모르게 깊어가는 '카사 타고' 1호의 밤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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