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자란 사람들은 혼자서 박물관에 간다
미술을 보며, 술을 마시며
오래전부터 죽어온 모든 생명체가
금요일의 박물관에 모여 있다
너는 생각했지. 도무지 생각해 봐도 생각은 어렵다는 걸.
팔이 부러져도 집이 타올라도 사랑했던 애인이 떠나가도
생각을 멈출 순 없었다.
생각은 언제나 슬픔을 때려눕히곤 했지.
땅만 바라보고 있는 눈을 하늘로 올려다봐
그제야 보이는 혼자와 혼자들, 혼자 안에서 혼자인 사람들
혼자서 박물관으로, 혼자서 영화관으로,
그렇게 어두워진 그곳에서 그렇게 자신의 몸을 전시하고
그렇게 혼자가 혼자에게*
혼자서 죽고 혼자서 부활하는 사람들.
너는 생각했지. 죽어버린 그대도 어디선가 혼자서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며
오늘은 목요일이니 내일 너는 혼자가 아니 되겠지 하며
박물관에 온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었던 마지막 죽음이었다
*이병률 - 혼자가 혼자에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