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게 쓰는 편지 -
안녕? 흘러 흘러 너는 기어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네.
피비린내 나는 시절 거쳐 슬픔의 휴게소에서 나는 너무 오래 있었지.
기억을 우적우적 씹으며 눈물 흘리는 그때의 우린 너무 어렸어.
또 그렇게 흐르고 흐르는 눈물은 너를 참 많이 닮았다.
너는 왜 그 수많은 얼굴들을 내게로부터 지웠니.
그 얼굴들이 창밖에 보이는 눈처럼 내리다 사라지네.
마치 못다 한 이야기처럼. 입을 열다 다시 꾹 닫은 애인의 토라진 모습을 빙의하며.
눈은 너의 못다 한 이야기가 한맻혀 흐르는 눈물 같은 걸까.
언젠가 너를 닮은 소녀를 만난 적 있지. 입김을 호호 불며 촐랑촐랑 제 어미를 따라가는 소녀의 뒷모습이 아직도 부서지고 뒤틀리고 사라지네.
너는 왜 모든 걸 슬픔에 용해시켜 없애려는 걸까.
너는 왜 모든 앞에 뒷모습을 미끼로 걸어 우리 모두를 절망에 빠트리는 걸까.
하지만 너는 말하지 -
그게 사랑이라고.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이고, 위험하리만치 모르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흰 눈의 변주곡이 저 멀리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