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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Jan 30. 2021

의자

언젠가부터 의자를 정말 좋아하게 됐다. 박물관에 가면 내 눈길은 의자가 진열된 쪽으로 가고, 길을 걷다가도 예쁜 의자를 보면 일단 사진에 담아놓는다. 


기묘한 발상일수도 있지만, 나는 의자를 보면 의자가 나한테 말을 건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들을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수많은 행인들처럼 지나쳐가지 말라고. 의자는 안간힘을 다해 호소하지만, 호소는 나지막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의자가 안타깝다. 


내가 왜 의자라는 사물을 좋아하게 됐나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우연찮게도 그 해답을 신철규 시인의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에서 발견했다. 그의 시 “커튼 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의자는 쉬지 않고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린다.” [1]


신철규 시인은 의자에게 인격을 부여한다. 그의 글은 의자를 객체에서 주체로 끌어올리며, 우리는 더 이상 의자를 사물로만 간주할 수 없게 된다. 


쉬지 않고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자. 그대나 나나 의자나 별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이별이라는 불가항력을 체감해 봤으면서도, 그래도 내심 재회라는 기적을 기다려 보는 것. 그리고 한 없이 기다리기 때문에 온 몸 마디마디가 외로워 지는 것. 


그래서 나는 의자를 볼 때 동질감을 느끼나 보다. 나에게 호소하는 의자는 곧 나의 호소이기 때문에.
외로운 영혼 두 개가 서로를 인식할 때 피어나는 안도감. 


          

[1]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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