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하면 천적, 가까이두면 최고의 파트너가 될 AI
2023년 5월 어느 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알고리즘 지옥에 빠졌다. 인스타를 스크롤하는 족족 ChatGPT에 대한 영상뿐이었다. 다른 알고리즘과는 다르게 연속적이게 같은 내용을 보여주는게 충격이었다. 아마 이 즈음 전세계 모두가 한 번은 이 지옥에 빠졌을 거라 생각한다. ChatGPT, 이게 대체 뭔지 알고 싶기도 전에 질려버렸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서 방방 뛰며 ChatGPT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스피커를 꺼버렸다.
그러다 연말에 다시 내 귀에 들리기 시작한 ChatGPT의 소식에는 귀가 쫑긋하기 시작했다. 귀 쫑긋 토끼처럼 들어보니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고,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속도로 더 깊이 더 넓게 퍼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ChatGPT를 비롯한 수많은 인공지능은 멀리하면 천적이 되고 가까이하면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늦은 건지 이른 건지 몰라도 나의 페이스에 맞게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공부를 마음먹은 김에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것을 정리하면서 한 번 더 배우는 효과와 한 명이 될지 열 명이 될지 몰라도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까지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 나의 ChatGPT 공부 저널을 시작한다.
새로운 시대에 들어설 때엔 항상 불확실하고 두려운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도 예외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 드러난 인간을 뛰어넘은 로봇의 존재, 그리고 거꾸로 로봇에 통제당하는 인간 세계 같은 두려움의 요소도 있고, 우리의 직업을 앗아갈 인공지능에 대비해야 하는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두려운 문제를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두려움의 대상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보다는 피할 수 없다면 알아라.
제일 먼저 ChatGPT가 무슨 약자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고 관련된 단어들과 익숙해지는 것이 나의 우선순위였다. 유튜브에서 여러 강의를 찾아보며 어려운 단어들과 ChatGPT의 역사를 배웠다. 나는 카이스트대 김대식 교수님의 ChatGPT 활용 사례와 AI 2024의 저자, 김덕진 교수님의 다양한 인공지능 툴에 대한 영상 등 다양한 소스를 찾아보았다.
박태웅 님의 ‘AI 강의’ 유튜브영상은 ChatGPT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더 깊이 있는 내용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줘서 좋았다. 영상은 1, 2부로 각 1시간씩 총 2시간가량의 분량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봤다. 내가 앞으로 공부할 ChatGPT라는 인공지능과 나누는 2시간의 첫 데이트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유튜브 검색⬇️
[벙커1특강] 박태웅 AI 강의 1부
[벙커1특강] 박태웅 AI 강의 2부
아래에 ChatGPT와 인공지능 관련해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어려운 단어들을 정의해 놨다.
LLM (Large Language Model) = 대형 언어 모델 =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광범위한 언어 이해와 생성 능력을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
Chat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 사전에 학습된 자연어 처리를 해주는 생성형 채팅 인공지능
- Generative = 생성형
- Pre-trained = 사전에 학습된
- Transformer = 자연어 처리 기능 (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술
싱귤레리티 = 기술적 특이점 =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지점
영상으로 충분히 첫걸음을 떼고는 더 세세하게 알기 위해 서점에 갔다. ChatGPT 관련 서적 여러 권을 손에 쥐고 고민을 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사용 꿀팁을 가져가서 응용에 초점을 둘 것인지, 좀 더 거시적인 이해를 먼저 할 것인지. 책들을 훑어보며 읽게 된 아래 글이 내 결정에 도움을 줬다.
“이 책은 생성형 AI의 대표 아이콘이라 칭할 수 있는 챗GPT의 사용 방법을 알리는 단순한 사용서나 활용서가 아니다. 챗GPT로 야기될 미래의 삶, 미래 직업, 미래 교육, 그리고 미래 사회의 변화를 속속들이 분석하여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챗GPT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 프롤로그 중, 전상훈 최서연 지음
저자의 말대로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과 더불어 미리 알아두면 좋을 예방조치가 장기적으로 더 유익할 것이라고 설득 됐다.
유튜브에서도 충분히 가치와 깊이가 있는 강의들이 있어서 영상과 더불어 책을 읽으면 ChatGPT와 인공지능에 대해 보다 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책과 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인공지능이 가진 현재와 미래에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 중 인지하고 있어야 할 리스트를 추려봤다.
- 할루시네이션(환각)이라고 ChatGPT같이 LLM (대형 언어 모델) 기반의 인공지능은 없는 말을 지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가짜 뉴스를 간별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인공지능의 그럴듯한 말도 진위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 싱귤레리티 지점을 넘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인간도 이해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프로세스와 상상을 초월하는 발전 속도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기계를 배우고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이 점은 우리가 인공지능에 대해 더 치열하게 배워야 할 이유가 된다.
- ChatGPT가 복잡한 코드도 순식간에 뱉어낼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래밍의 시간 단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코드를 이용해서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이 쉬워진다는 것도 의미한다. 우리의 개인정보와 삶이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고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 데이터를 많이 먹고 자란 만큼 똑똑해지는 인공지능은 결국 우리의 데이터가 먹여 키운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제공한 개인에게는 이익이 없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성장한 인공지능에게 일자리까지 뺏길 위험에 처해 있다. 데이터의 소유와 제공자에게 나눠주는 데이터 배당에 대한 이슈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 인공지능에 의존할수록 사람은 멍청해진다는 막연한 걱정을 비평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는 대신 구글에 검색해서 자료를 찾는다고 사람의 지식이 줄었다고 할 수 있을까? 재무제표의 계산은 엑셀에 맡기고 그 숫자의 의미를 찾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전보다 덜 똑똑하다고 할 수 있을까?
- ChatGPT 같은 경우 학습한 데이터의 압도적인 부분이 영어라서 생성해 내는 답이 영어에 최적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영어권 문화도 그만큼 중요한 배경이 된다. 그래서 비영어권의 국가들에게는 각각의 문화가 잘 반영되지 않고 나아가 언젠가는 잊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것이 세계의 많은 나라가 자신만의 인공지능 개발을 해야 하는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일조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싶다.
- 이런 인공지능의 출현에도 사용을 아예 막아버려서 문제를 차단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작정 거부하고 배척하기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업이든 개인이든 교육기관이든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발전한 인공지능을 잘 다루기 위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절실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느낀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로봇이나 가상세계의 캐릭터와 결혼을 하게 되는 일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라는 점이 내 마음에 파도를 일으켰다. ‘어떻게 사람을 두고 감정이 없는 로봇이나 가상의 인물과 결혼을 할 수 있지?’가 아니다. 사람에게서 찾지 못 한 위로를 로봇이나 캐릭터에게 받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 애정, 진심과 같은 감정이 메마른 것이 원인이다. 인공지능은 그런 욕구를 대신 채워주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파헤치면서 그 바탕이 되는 본질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큰 변화가 찾아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바로 거부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인스타 알고리즘 지옥에 빠졌던 나처럼 말이다. 그런데 99%의 사람들이 거부했다고 1%의 소수가 변화를 불러오지 못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거대한 쓰나미를 막을 힘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남기 위해 직접 배를 만들던, 누군가의 배에 올라타던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는 인공지능만큼 빨리 지식을 습득하고 배운 것을 뱉어내지는 못한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다.
바로 우리 스스로를 알고 우리의 의지로 자신의 잠재력을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색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며 자신만의 철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초능력이 더 있다.
“기계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인간의 초능력인 호기심이다.” 그렉 옴
초능력까지 장착했으니 인공지능덕에 우리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