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생겼다. 인공지능 시대에 누구나 하는 고민이 아닐까. 바로 인공지능에게 얼마나 의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나의 고민은 글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다. 내게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하는 일이다. 어휘력에 한계가 있어 더디더라도 내 능력껏 해내면 되는 일이다. 나는 글쓰기를 그렇게 정의했다. 그래서 챗GPT 같은 글쓰기 천재 인공지능의 등장에도 글쓰기만은 꼭 직접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었다. 내 글은 마치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와 같다. 완벽한 맛보다는 그 안에 담긴 나만의 이야기가 중요하니까.
사업 관련 글쓰기를 인공지능에 맡기면서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인 사업이기에 모든 업무를 혼자 소화해 내야 하는 내게 인공지능과의 협업은 필수다. 홍보를 위한 소셜 미디어 계정 운영에 있어 챗GPT는 나의 카피라이터이자 마케팅 직원이다. 인턴 과정처럼 나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기까지의 기간이 지난 지금 챗GPT는 척하면 척하고 일을 수행한다. 고객의 문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챗GPT에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답변을 바로 작성해 준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영상에 대한 설명글도 핵심 내용만 간략히 입력하면 한 눈 팔 시간도 안 주고 완성도 높은 글을 출력해 낸다.
챗GPT가 단어 선택부터 매끄러운 표현을 찾아내기까지의 고민과 수고를 덜어주어 고맙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울적해지기도 한다. 2년간 꾸준히 글쓰기를 연습했는데도 AI의 압도적인 글쓰기 능력 앞에서 내 성장은 미미하게 느껴진다. 인공지능은 표현력뿐만 아니라 출력 속도도 별똥별처럼 빠르다. 퇴고를 아무리 시켜도 지칠 줄도 모른다. AI의 완벽한 글쓰기 능력은 나의 창작 동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I와의 협업은 효율과 완성도를 모두 선사하는 창작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동시에 나의 개인적인 창작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지게 했다. 나의 쓰기 능력을 키우는 대신 인공지능을 찾는 습관이 점점 창작 의지를 지워버릴 것만 같다. 나만 할 수 있는 내면을 표현하는 일도 결국엔 게을리할까 걱정이다. 인공지능의 완벽함 앞에서 나의 글쓰기가 계속 초라하기만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 공포를 마주한 채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지?’
글은 나의 언어로 나의 이야기를 쓰는 일이다. 그리고 오로지 나를 위한 일이다. 그게 바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대단한 어휘력은 없더라도 나를 위한 글쓰기는 내가 직접해야 한다.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 감정의 뿌리까지 더듬어 가는 일이니까. 이 일만은 인공지능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 나를 위한 글쓰기는 완벽함이 주인공이 아님을 생각하게 됐다. 이 고유한 여정을 나의 속도에 맞춰 가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 나의 미숙함이 바로 나다움의 증거일지 모른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은 사업 관련 글쓰기에 제한하면 된다. 나의 이야기는 속도가 아니라 깊이로 써 내려가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