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고정관념

탈매직의 교훈

by Emmm

아이 훈육 방식 중 벽 보고 서있기라는 체벌이 있다. 잘못한 아이가 스스로 반성하라는 취지로 벽을 보고 침묵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내게는 벽 보고 서있기와 다름없는 일이 하나 있다. 매직파마가 그렇다. 머리카락에 화학품을 바르고 스팀을 한 다음, 샴푸로 헹궈내고 다시 말린 뒤, 뜨거운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펴는 작업이다. 내가 매직을 싫어하게 된 이유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고 20년 넘게 매직을 해야 하니 지겨워서다. 곱슬머리를 가진 나는 매직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특정한 누군가가 곱슬머리는 반드시 매직을 해야 한다고 내게 알려준 기억은 없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든 생각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시킨 것만 같은 매직은 마치 벌칙이나 다름없다.



부스스하고 고불고불거리는 새 머리카락이 자랐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때는 언제나 빨리 찾아오는 것만 같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그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나와 같이 곱슬머리인 친구에게 울상을 하며 말했다. 다시 때가 왔다고. 친구는 최근에 알게 된 하나의 단어에 대해 알려줬다. 바로 탈매직. 머릿결 손상의 주범인 매직파마를 의무적으로 하기를 그만두고 우리 본연의 곱슬머리를 살리는 작업이다. 매직으로 펴낸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곱슬머리에 맞는 머릿결 관리법을 따르는 방식이 있다고 한다. 매직과의 이별이라니! 벽 보고 서서 벌 받는 나를 엄마가 풀어준 것만 같았다.



지긋지긋한 미용실에서의 시간과 작별할 생각에 들떴던 마음에 의문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어째서 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매직이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이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나는 여태껏 곱슬머리는 잡초처럼 대했다. 새로 자라면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했었다. 부스스한 데다 정갈하거나 일정하게 굽어지는 형태도 아닌 나의 곱슬머리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부분이었다. 엄마를 닮아 생머리를 갖고 태어난 동생과 달리 나는 심하게 고불거리는 아빠의 머리를 물려받은 게 서럽기도 했다. 그런데 내 본연의 머리를 살려도 된다니. 나의 곱슬머리를 하나의 스타일로 승화시킬 수 있다니. 신선하고 반가운 충격이었다.



며칠 전 결혼식에서 만난 한 아이가 자기 여동생을 보며 내게 말했다. “제 동생은요, 되게 이상해요. 남자처럼 바지도 청바지만 입고 색깔도 파란색을 더 좋아해요.” 나는 아이의 말을 듣고 탈매직을 떠올렸다. 남자는 파랑을 좋아하고 여자는 분홍을 좋아해야 한다고 믿게 된 과정이 내가 곱슬머리는 매직을 해야만 한다고 믿게 된 배경과 겹쳐 보였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생각의 틀이 내 머릿속에 얼마나 가득할지 의심이 들었다. 상식적이고 당연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지는 생각들이 나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 생각들은 새로운 관점 너머에 있는 자유를 감추고 나를 구속하고 있을지 모른다. 생머리가 곱슬머리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처럼. 나는 탈매직을 통해 탈고정관념의 중요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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