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베무스 파팜(havemus papam 새 교황이 탄생했다.)!"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탄생을 알리는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습니다.
"주님 사랑을 잇는 다리 되자."
새 교황님의 첫인사가 발코니에서 울려 퍼지고, 이에 응답하듯 베드로 광장에 모인 많은 이들이 떼창으로 열광했고 손을 흔들어 기쁨을 표시했습니다. 환호소리는 열쇠 모양을 한 베드로 광장의 모양을 따라 전 세계로 울려 퍼졌고요. 저 역시 신자로서 기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새 교황님은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십니다. 오늘의 화가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 1395-1455)는 도미니코 수도사 출신이고요. 모두 가톨릭 전통 안에서 공동체의 삶, 하느님과 이웃 사랑, 교육과 봉사의 실천, 청빈과 겸손, 그리고 조직적 수도 생활이라는 유사한 가치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각 수도회의 역사적 기원, 영성의 중심에 따라 닮은 듯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는 내향적이고, 공동체 내 일치에 집중합니다. 도미니코 수도회는 설교와 사회적 봉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두 수도회는 규칙서의 전통, 청빈 실천법, 운영 체계 등에서 차별성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차이 덕분에 가톨릭 수도회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영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2년 한국 방문한 레오 14세/연합뉴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위키백과
레오 14세 교황, 교황 문장과 사목 표어 공개/ Vatican News
In IIIo Uno Unum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는 4-5세기 성 아우구스티노의 영성과 규칙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은 공동체 영성, 내향성, 형제애, 일치에 집중하며, 내적 영성 추구 및 교회 봉사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저술한 단순하고 온유한 규칙서 전통을 따르고 있고요. 화합과 일치가 중심이고 청빈 실천의 방식은 내적 자유와 공동선을 우선하며 '공동체 안의 화목'에 맞추어 청빈과 자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운영 및 통치는 공동체 내 친밀함, 인격적 만남, 그리고 수평적 조직성을 강조합니다.
얼마 전 레오 14세 교황의 교황 문장과 사목 표어가 공개되었습니다. 각각의 상징들을 살펴봅니다. 방패의 상단에 자주 등장하는 백합 문양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합니다. 이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가 성모 신심을 중시한다는 전통을 반영합니다. 이 상징은 깨끗함과 순결, 수도자들의 내적 순수함, 그리고 성모님의 전구(기도)해 주심에 대한 신뢰와 의지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당신의 말씀으로 내 마음을 꿰뚫었다.
Vulnerasticor meum verbo tuo
-성 아우구스티노-
문장 하단에 있는 화살에 관통된 심장은 성아우구스티노(354-430)가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형제들에게 품었던 뜨거운 사랑의 열정을 상징합니다. 이 불타는 심장은 단순한 인간적 감정을 넘어서 영적 갈망과 하느님 말씀에 대한 열정을 의미하고요. 심장을 관통하는 화살은 하느님의 영이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 신앙, 희망, 사랑의 덕 안에서 계속 성장하도록 부른다는 의미를 담습니다.
심장 아래에 있는 닫힌 책은 하느님의 계시와 진리의 빛, 그리고 수도생활의 여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타냅니다. 이는 수도자들이 말씀 앞에 엎드려 늘 배움과 묵상, 실천에 힘쓴다는 태도를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도미니코수도회/나무위키
도미니코 수도회는 13세기 성 도미니코( Sanctus Dominicus, 1170-1221)에 의해 만들어진 수도회입니다. 설교와 이단대응, 복음 전파, 학문연구, 그리고 사회적 지적 활동에 적극 참여했 던 수도회입니다. 설립 초기에 성 아우구스티노의 규칙과 프레몽트레회의 관습을 채택하여 더 엄격하고 조직적이며, '탁발 수도회'로 불리기도 합니다. 외적으로 청빈을 강조하고 엄격히 빈곤을 실천하며 생활합니다. 운영 및 통치는 민주적 총회와 참여적 운영으로 이루어지며 대외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두 수도회의 공통점은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영적, 인격적 일치를 이루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습니다. 하느님과 이웃 사랑의 실천을 기본 가치로 강조하고요. 청빈과 겸손을 중요한 수도자적 덕목으로 삼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자기 이익을 버리고 공동선을 실천하라고 했고, 도미니코 수도사는 탁발 수도회로서 청빈을 삶의 근간으로 삼습니다. 두 수도회 모두 자신들만의 오랜 전통의 규칙서와 운영 원칙을 가지고, 그것에 따라 조직적으로 수도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공동체 중심의 영성과 규칙에 기반한 수도 생활입니다. 이 수도회는 서방 교외에서 가장 오래된 규칙서인 '아우구스티노 규칙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 규칙서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깊은 영적 내용을 담고 있어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공동체의 화합을 중시하도록 지도합니다.
Anima una et cor unum in Deum
하느님 안에서 한마음 한뜻
'하느님 안에서 한마음 한 뜻( Anima una et Cor Unum in Deum)'으로 대표되는 이 정신은 자신과 이웃, 형제, 그리고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내향성, 공동체성, 그리스도 중심의 삶, 교회 봉사와 같은 요소들이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핵심 영성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수사들은 서로를 하느님의 성전으로 여기며 존중과 겸손을 실천하고, 공동선을 위해 각자가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더 우선시하는 자세가 특징입니다.
도미니코 수도회의 문장 Ordo fratrum Praedicatorum, O.P./위키백과
도미니코 수도회는 로마 가톨릭의 '설교 수도회'입니다. 복음을 전파하고 이단에 맞서며 학문 연구와 설교, 교육을 핵심 사명으로 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들은 '청빈'을 실천하며 '탁발 수도사'로서 살아갑니다. 엄격한 생활 규율과 탁월한 학문적, 지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설교자이자 교육자로 헌신하고요. 도미니코 수도회는 민주적인 조직 구조를 갖고 있으며 , 매년 총회와 다양한 토론을 통해 수도회 자체의 방향성과 의사결정을 함께 이루는 민주적 통치 방식을 자랑합니다. 묵주기도 보급, 학문적 연구, 설교 활동, 복음 삼덕(청빈, 순명, 정결) 실천 등이 이 수도회의 또 다른 주요한 요소입니다.
Laudare 찬양하라
Benedicere 축복하라
Praedicare 설교하라
도미니코 수도회 상징은 도미니코 십자가(설교 수도회 정체성, 진리와 청빈, 복음 전파의 사명), 방패(영적 보호, 진리 수호, 순교적 정신), 백합(순결, 정결), 별(하늘로부터의 소명), 라틴어 모토 ( 찬양, 축복, 설교의 실천 지향점), 그리고 흑백의 조화 (빛과 어둠, 진리와 겸손, 고결함과 자기 절제)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중세 말기이자 르네상스 시작 즈음 활동했던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 1395-1455)와 르네상스 후기 화가인 베네치아 출신 로렌초 로토( Lorenzo Lotto, 1480-1556)의 작품을 살펴봅니다.
Vicchio Italy/Italy Magazine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95-1455)의 본명은 귀도 디 피에트로(Guido di Pietro)로 , 이탈리아 피렌체 근교인 무젤로( Mugello) 지역의 Vicchio에서 태어났습니다. 초기에는 필사본 장식가( illuminator)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중세 유럽의 필사본에 정교한 장식과 그림, 금은박 등의 화려한 요소를 더해 책의 미적, 상징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특수한 예술가 또는 장인입니다. 이들은 서적의 텍스트 외에도 이니셜, 삽화, 테두리, 등 각종 상징적 장식적 그림을 그려 넣어 서책의 예술성과 장엄함을 드러냈지요. 주로 종교적 목적으로 성경, 기도서 등에 쓰였고, 점차 세속적 내용의 서적까지 장식의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The illuminator's Tools and Techniques/ An Itinerant Scribe
기도로 붓을 들었고,
십자가를 그리며 눈물을 흘리던 화가
-조르조 바사리 (Giorgio Vasari)-
1420년 무렵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회합니다. 그는 수도원에서 삶과 기도, 엄격한 수도 규율과 예술이 일체화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예술적 활동은 대부분 플로렌스와 피에솔레, 그리고 로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피렌체 산 마르코 수도원과 바티칸의 니콜라 5세 예배당( Cappella Niccolina) 등에서 중요한 작품을 남겼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jPEDFBcBXI
그의 예술적 특징과 스타일은 후기 고딕과 초기 르네상스 양식의 경계 위에 선 인물로, 중세의 장식적 아름다움과 르네상스의 사실적 자연주의, 합리적 공간 구성, 그리고 인간 감정의 섬세한 표현을 통합해 냈다는 점입니다. 그의 그림은 대체로 밝고 투명한 색채, 경건하고 온화한 인물 표현이 특징입니다. 특히 마사치오( Maxaccio)의 혁신적 공간 처리와 로렌초 기베르티( Ghiberti)의 조각에서 받은 영향을 바탕으로, 선형 원근법을 활용해 성서 속 인물과 내러티브를 논리적으로 배치하는 능력을 발전시켰습니다.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 1395-1455)는 성서와 성인들의 이야기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풀어냈습니다. 세속적이고 화려함보다는 묵상과 기도에 충실한 단아함, 고요함, 그리고 깊은 신앙적 감동을 추구했고요. 특히 산 마르코 수도원의 프레스코화에서 두드러지며, 각 수도사들의 방마다 영성과 기도를 위한 소박하고 깊이 있는 종교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는 도미니코 수도회 수도사로서 평생을 신앙과 예술에 모두 헌신한 인물입니다. 예술을 기도와 사명의 방식으로 실천했고요. 그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기도를 올리고, 그렸던 성상을 다시 손보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입니다. 그의 인물들은 수도자의 삶을 반영하듯 겸손과 내적 평온, 영적 침묵을 담고 있습니다.
wikimedia commons
숨어있던 초상화 거장 로렌초 로토( Lorenzo Lotto, 1480-1556/57)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베네치아 출신입니다. 그곳에서 예술적 훈련을 시작했으나, 삶의 대부분을 이탈리아 여러 도시에서 보냈습니다. 베르가모, 로레토 등 다양한 지역을 옮겨 다니며, 각지의 예술적 분위기와 문화, 후원자들과 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색채를 발전시켰습니다. 그의 예술 경력은 강한 유동성과 실험정신으로 특징지어지며, 당대 중심지와 변방을 넘나드는 활동을 통해 예술 계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긴 화가입니다.
로또(Lotto)는 베네치아 학파에 전통적으로 속하지만, 단순히 베네치아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르네상스의 주요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자신의 독특한 예술적 개성을 드러냅니다. 그의 화풍은 깊이 있는 색채, 강렬한 명암( Shadow) 처리, 그리고 예기치 않을 정도로 넓은 표현 범위로 정의됩니다.
영혼의 화가
심리학적 초상화의 선구자
16세기 가장 혁신적인 여성 초상화가
인간 영혼의 다양한 상태에 민감했던 첫 이탈리아 화가
그의 작품은 거의 만화적으로 과장된 표현에서부터 은밀한 감정에 이르기까지 인물의 다양한 심리상태를 포착합니다. Lotto는 주로 종교적 제단화, 신비주의적 종교화, 그리고 심리적 깊이가 두드러진 초상화를 주로 남겼습니다. 특히 초상화에서 뛰어난 관찰력과 세심한 묘사, 상징적인 오브제 활용이 두드러집니다. 기법적으로 템페라 그라사( tempea grassa, 달걀노른자와 기름을 혼합한 혼합기법)를 주로 썼는데, 이로 인해 채도가 높은 색감과 투명한 광택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이외에도 그는 다양한 포즈와 동작, 섬세한 빛의 방향성( Oblique light) 등으로 동시대 화가들과 차별성을 보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OzKra_7qdE
The Annunciation, 1440-1445, Convent of San Marco, Florence/Flicir
도미니코 수도사 출신인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 1395-1455)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대부분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산 마르코 수도원 프레스코 시리즈입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각기 다른 형식과 배치로 여러 버전의 <수태고지 Annunciation> 작품을 그렸습니다. 각 작품은 빛과 배경, 시공간의 건축적 요소, 인물의 표정, 상징적 소도구 배치 등에서 정교하며, 주제마다 경건한 감정과 신학적 상징성이 드러나 있습니다.
수도원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윗부분에 위치한 이 프레스코는 산 마르코 수도원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알리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값싼 소재로 소박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구성과 밝고 부드러운 색채가 특징입니다. 특히, 마리아의 겸손한 자세와 천사의 경건한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B-V_pG3HPQ
Annunciation of Cortona(1433-1434) by Fra Angelico/wikipedia
The Central Painting/wikipedia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Annunciation of Cortona>(1433-1434)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의 템페라 패널화입니다. 원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코르토나의 산 도미니코 교회를 위해 주문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가 속해 있던 도미니코 수도회의 경건성과 신학적 목적, 그리고 교회 예배와 설교의 시각 자료라는 기능을 가진 대표적 작품입니다. 현재는 코로토나의 디오체사노 박물관 ( Museo Diocesano)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기독교 교리에서 매우 중요한 <수태고지 Annunciation> 장면입니다. 왼쪽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등장하여 황금빛과 장식성이 강한 핑크색 로브를 입고, 빛나는 날개를 단 모습으로 마리아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오른쪽 아치형 기둥이 늘어진 현관에 고요히 앉아 있고요. 두 손을 가슴에 겹쳐 얹은 채 겸손하게 가브리엘을 응시하는 모습입니다.
두 인물은 각각의 아치로 공간이 구획되어 있습니다. 시선과 제스처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요. 가브리엘은 한 손으로 마리아를, 다른 손으로 하느님을 가리키는 자세로,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자 역할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마리아는 사색적인 자세와 눈빛으로 신의 소명을 받아들이는 장면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건축적 배경은 슬림한 기둥이 여러 개 늘어선 라틴식 로지아( loggia, 회랑) 구조로 공간의 깊이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배경 공간의 원근법이 명확히 드러나는 구성이 특징이고요. 특이하게 , 원근법의 소실점이 화면 왼편에 위치하여 전체적인 공간이 한쪽으로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기둥의 점진적인 축소와 천장의 아치, 그 뒤편의 열린 문과 붉은 커튼 등 건축 디테일은 르네상스의 새로운 공간 재현 감각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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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화려한 황금자수와 빛 무늬가 어우러진 망토를 입고, 천상적 위엄과 순결함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얼굴과 자세는 부드럽지만 엄숙한 표정으로, 이 순간이 얼마나 신비롭고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마리아는 붉은색(인간성과 피), 푸른색(신성과 하늘, 왕권)으로 된 의복을 입고 있습니다. 이는 그녀가 인간임과 동시에 신의 어머니가 될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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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작품에는 텍스트가 시각적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가브리엘의 말은 두 줄에 걸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마리아의 응답은 그 사이에 거꾸로 적혀 있습니다. 이는 마리아의 응답 ("Ecce Ancilla Domini"-주님의 종이 오니)과 신의 대화임을 강조하며, 하느님을 향한 경건을 본질적으로 시각화한 장치입니다. 마리아의 머리 위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빛과 함께 비추고 있습니다. 그 위의 원형 메딜리온 안에는 예언자 이사야(또는 하느님 아버지)가 조각상처럼 표현되어 있어 구약의 예언과 세계사의 연결성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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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좌측 구석에는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추방되는 작은 장면이 서정적으로 배경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원죄와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관념을 강하게 연결 짓는 상징입니다. 마리아의 공간은 '닫힌 정원(hortus conclusus)'으로 둘러싸여 있어 동정성 ( Virginity)과 순결을 상징하며, 구원의 새 계약이 시작되는 장소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오프닝 문 안쪽의 붉은 커튼은 인간과 신 사이의 장벽을 상징하는데, 이는 예수 탄생과 십자가 사건을 통해 그 장벽이 허물어질 것임을 예시합니다.
빛은 화면 전반에 걸쳐 밝고 투명하게 흐릅니다. 인물과 공간의 명확한 윤곽을 살리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하고요. 금색, 붉은색, 파란색, 밝은 옥색 계열 등은 초월성과 신비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인물의 위계와 상징적 역할을 드러냅니다. 빛의 처리는 특히 가브리엘 주위와 마리아를 감싸는 포근한 확산광으로, 신의 은총이 이 시간과 공간에 깃들었음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화풍은 고딕의 화려함과 섬세함을 계승하면서도, 르네상스의 사실성, 원근감, 공간성, 인체 비례의 도입이 돋보입니다. 인물들은 위계적 비례(hieratic scale)로 좀 더 크게, 장엄하게 그려져 교회의 제단 공간에서도 그 상징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이 제단화 하단에는 프레델라( Predella, 제단화 하부의 이야기 패널)가 다수 부착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패널은 성모의 삶 주요 장면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성모 탄생( Birth of the Virgin), 성 요셉과의 결혼( Marriage of the Virgin),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Visitation) , 아기 예수의 탄생( Nativity), 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 아기 예수의 성전 봉헌 ( Presentation in the Temple) , 성모 영면( Dormition of the Virgin) 등이 있습니다.
이들 소형 패널 장면 역시 부드러운 색채, 세밀한 표정, 풍부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Visitation(성모의 방문) 장면에선 실제 코르토나에서 볼 수 있는 트라시메노 호수 풍경 등 초기 이탈리아 회화에서 최초로 '특정 장소의 실제 풍경'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8la2BzA0Qk
Annunciation by Lorenzo Lotto/Useum
로렌초 로또( Lorenzo Lotto)의 <수태고지 Annunciation> 작품입니다. 약 1534년경에 제작된 후기 르네상스기의 대표적 종교화입니다. 이탈리아 레카나티의 비야 콜로레도 멜스 ( Villa Colloredo Mels)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로렌초 로또가 베네치아에서 마르케 지방으로 이주할 무렵, 혹은 그 이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대 상인들의 형제단인 'Confraternity of the Merchants of Recanati'의 의뢰로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를 예고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된 배경은 세심하게 정돈된 마리아의 침실로, 르네상스적 현실성과 서민적인 친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오른쪽을 보면 헐레벌떡 문을 통과한 가브리엘 대천사가 왼손에 백합(순결)을 들고 마리아를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왼쪽을 보면 방 안에서 책을 읽던 마리아가 너무 놀라 돌아 선 모양새입니다. 개인적으로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신성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가브리엘 천사와 마주쳐야 할 시선이 얼떨결에 관람객을 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Lotto의 그림은 전통적인 <수태고지>와 확연히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어 관람객이 그림 가까이로 한번 더 다가서게 합니다.
구름을 몰고 붉은 옷의 하느님(성부)이 등장하여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계시의 출처가 신으로부터 직접 내려온 듯 한 극적인 연출이 더해집니다. 빛은 창을 통해 방안 깊숙이 들어와 자연스러운 명암과 색채의 변화를 만들어내며, 이로써 신성한 사건이 일상 공간에서 발생하는 듯한 현실감을 주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 전형적인 수태고지 작품들이 대개 이상화되고 위엄 있는 분위기를 보여준 반면, 로또의 작품은 놀람과 겸손, 인간적 두려움과 수용 등 복합적 심리 상태를 생생히 담아냅니다. 방에 놓인 세속적 사물들, 비일상적 순간에 평범한 여성 (마리아)이 관람자를 바라보며 극도로 사실적인 표정과 자세를 취하는 구성 등은 당대의 도상 규범을 혁신적으로 변용한 결과로 평가됩니다.
같은 제목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비교해 보세요.
(보티첼리,레오나르도 다 빈치& 캉팽의 '수태고지')
Annunciation by Sandro Botticelli,1485, The MET/wikipedia
Annunciation by Leonard Davinch,1473-1475/wikipedia
Annunciation by Robert Campin,1427-32/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Venus & Cupid/ Design Toscano late 1520s
Venus & Cupid/wikipedia, 1520년대 중반
로렌초 로또 ( Lorenzo Lotto, 1480-1556)가 그린 <Venus and Cupid>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인 16세기 초, 대략 1520년대에서 154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평가받는 캔버스 유화입니다. 현재 미국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소장되어 있고요. 이 그림은 결혼을 기념하거나 축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당대 베네치아 또는 베르가모의 부유한 집안의 신혼방을 장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Lotto는 이 그림을 통해 유머와 상징성을 결합해 관객에게 직설적이면서 다층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림의 주인공인 비너스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으로, 그림에서는 푸른 천 위에 편안히 기대 누워 있습니다. 그녀 곁에는 아들 큐피드가 활과 화살통을 들고 서 있고요. 그런데 아들 큐피드가 장난스럽고 유쾌한 표정으로 비너스를 향해 소변을 보고 있습니다. 큐피드의 이러한 행동은 관람객들에게 기이하거나 야단맞을 행동으로 보이지만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아기의 오줌이 다산과 번영, 행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결혼의 번영과 자손의 풍요를 염원하는 우의적 의미를 담은 표현인 거지요. 비너스와 큐피드는 서로 응시하지 않고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지만, 두 인물의 조합 자체가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그림에 나타나는 장식적, 상징적 디테일들은 매우 풍부합니다. 우선 비너스는 16세기 베네치아의 신부가 착용하던 화려한 진주 귀걸이, 티아라 (혹은 베일), 그리고 고전 신화 속 은매화 혹은 월계수 화환을 머리와 손에 지니고 있습니다. 큐피드는 머리에 화환을 쓰고, 한 손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활을 들고 있고요.
비너스의 무릎에는 붉은 장미꽃잎들이 흩뿌려져 있는데, 장미는 비너스의 대표적 상징물로 사랑과 미, 다산을 상징하며, 결혼식에서도 부부의 결합을 기원하는 용도로 전통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화환 밑에는 향로가 매달려 있는데, 향로는 정화와 경건함, 그리고 의례적인 결혼식의 엄숙함을 상기시키는 장치입니다.
배경의 붉은 직물은 고대와 르네상스식 혼례방을 상징하며, 담쟁이덩굴(아이비)은 늘 푸른 특성 때문에 영원한 애정, 불변의 사랑을 , 작품 앞으로 기어 나오는 뱀은 일반적으로 질투, 위협이란 이중적 의미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부부 생활에 대한 경계와 주의를 상징합니다.
당대 동료 화가들이 보다 에로틱하고 관능적인 묘사에 치중했다면, Lotto는 유머와 상징, 실용적 의미(혼례 화상)를 독립적으로 결합시켰습니다. 이로써 인간은 물론 신화적 존재의 이중적 특성을 모두 담아내 복합적인 예술적 감상과 해석을 가능케 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결혼과 사랑, 여성상, 인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루크레치아로 분장한 귀부인상 Portrait of a Lady as Lucretia, 1530-1533/National Gallery
로렌초 로또의 <루크레치아로 분장한 귀부인상 Portrait of a Lady as Lucretia>(1530-1533)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대표적 여성 인물화입니다. 현재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고대 로마 시대 인물로 루크레치아( Lucretia)입니다. 그녀는 로마 왕정시기, 왕의 아들 세스투스 타르퀴니우스에게 강간당한 뒤, 자신의 명예와 가족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해 자살하는 비극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자살은 로마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적이 수립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고대 로마의 미덕, 특히 여성의 충절과 정절, 가족의 명예라는 주제와 직결됩니다.
/Urban Complexity Lab
/Flickr
이 작품은 전면적인 세련됨과 상징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귀부인은 화면의 중심에서 의자와 탁자 사이에 서서, 왼손에 루크레치아가 스스로를 찌르는 모습을 그린 드로잉을 들고 있습니다. 오른손으로는 탁자 위 종이에 쓰인 라틴어 문구를 가리키고 있고요. 주인공은 이러한 상징적 소품과 제스처를 통해 자신의 순결과 결혼에 대한 절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복장은 당시 귀족 여성의 부와 신분, 그리고 결혼을 상징합니다. 화려한 색감의 오렌지색 실크와 초록 벨벳의 드레스, 정교하게 장식된 슬리브, 금줄이 박힌 실크 베일, 두툼한 펜던트 목걸이, 손가락의 결혼반지 등은 모두 신분과 결혼 상태를 나타냅니다. 특히 이 펜던트는 결혼과 풍요, 번영을 의미하는 푸티(천사상)와 뿔(풍요의 상징)이 포함된 디자인입니다. 머리에 쓴 리본 모자 ( scufia) 역시 1530년데 베네치아의 유행을 반영하는 동시에 결혼한 여성을 상징합니다.
이 작품이 눈에 띄는 점 한 가지는 화면 전면에 인물을 크게 배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르네상스 여성 초상화들이 아름다움을 강조하거나 남성의 시선에 종속적이었다면, 로또(Lotto)의 이 작업은 주체적 개성, 강인한 의지, 풍부한 심리적 깊이를 드러냅니다. 또한 이 작품의 가로 구도 (Horizonal format)는 여성 독립 초상화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으로, 남성 초상에 주로 쓰이던 형식을 응용해 상징적 요소와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구성했습니다.
동시에, 이 작품은 베네치아 르네상스 색채주의와 심리주의적 초상화의 융합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예술사적 가치를 지닙니다. 로또는 사회적 규범, 신화적 상징, 개별 심리의 관계를 치밀하게 엮음으로써 르네상스 회화의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같은 제목의 렘브란트 작품입니다.)
Lucretia, Rembrandt van RiJn/wikipedia
https://www.youtube.com/watch?v=hPtR5Go-ls8
Resurrection of Christ and Women at the Tomb by Fra Angelico, 1442/Wikimedia Commons/cell 8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그 여자들은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그런데 그들의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다.
(루카 24,1-4)/cell#8
Convent of San Marco, Florence/Traveling in Tuscany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1395-1455)가 1438년에서 1450년 사이에 제작한 프레스코화 연작입니다. 산마르코 수도원은 15세기 피렌체 르네상스의 중심지였습니다. 코시모 데 메디치( Cosimo de' Medici, 1389-1464), 안토니누스, 프라 안젤리코, 지롤라모 사보나 롤라( Girolamo Savonarola, 1452-1498) 등 당대의 주요 인물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거나 활동했습니다. 특히, 프라 안젤리코의 프레스코는 단순한 종교 미술 작품을 넘어, 당시 수도사들의 영적인 삶과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적, 종교적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입니다.
코시모 데 메디치( Coximo de' Medici, 1389-1464)는 1437년, 미켈로초에게 산 마르코 수도원의 재건축을 의뢰합니다. 이후 프라 안제리코( Fra angelico, 1395-1455)에게 수도원 내부를 장식할 프레스코 제작을 맡기고요. 1439년부터 프라 안젤리코와 그의 조수들은 수도원의 다양한 공간, 특히 수도사들의 개인적인 방인 44개의 독방( cell)과 회랑( cloisters), 참사회의 방 ( chapter house)에 프레스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St.Peter Martyr 1441-42 by Fra Angelico Frescoes(1438-50) Convent of San Marco /Alamy
프라 안젤리코는 수도사들의 기도와 묵상을 돕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관련된 주요 장면들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묘사했습니다. 각 방의 프레스코는 개인적인 성찰을 위한 것이었기에, 복잡한 묘사나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각 독방에는 예수의 생애, 특히 수난과 관련된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수태고지(Annunciation), '동방박사의 경배 ( Adoration of the Magi)',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Deposition from the Cross, 부활 Resurrection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그림들은 수도사들이 매일 마주하며 자신의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Convent of San Marco-Florence
회랑이나 참사회의 방과 같은 공용 공간에는 보다 크고 복잡한 프레스코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사회의 방에는 거대한 '십자가형( Crucifixion)'프레스코가 있는데, 이는 수도사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묵상할 때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구원을 갈망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프라 안젤리코의 프레스코화는 절제된 표현으로 과도한 감정 묘사나 화려한 장식을 피하고,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형태로 표현하여 묵상을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각 색상은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신중하게 사용되었고요. 예를 들어, 푸른색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과 천상을 상징하고, 붉은색은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나타냅니다. 또한 인물과 배경의 배치를 통해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시각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빛의 적절한 활용으로 신성한 분위기를 강조했고요.
Crucifixion/ Florence Life
The Mocking Christ, Convento di San Marco, Florence,1440/ WahooArt.com
<조롱받는 그리스도 The Mocking og Christ> 작품으로 각 독방에 그려진 이 프레스코는 그리스도가 수난받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조롱과 폭력은 최소화하고, 고통받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죄성과 구원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Transfiguration, 1440-1442/Alamy
<변용 Transfiguration> 작품입니다. 6번 방에 있는 이 프레스코는 예수 그리스도가 세 제자 앞에서 자신의 신성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빛으로 둘러싸인 그리스도의 모습은 그의 신성함을 강조하며, 제자들의 놀라움과 경외감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아래 긴 영상 참고하세요.)
Portrait of a Gentleman with a Lion Paw, 1527/ ArtsDot.com
로렌초 로또의 < Portrait of a Gentleman with a Lion Paw>(1527)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작 시기는 로또(Lotto)가 베네치아에서 활동하던 초기 시기, 즉 여러 귀족 및 사적 의뢰를 진행하던 시점으로 평가됩니다.
이 초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신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귀족 남성으로, 그는 풍성한 모피가 장식된 검은색 외투를 입고 있습니다. 이 의상은 르네상스 시대 상류층의 위엄과 부를 강조하는 장치로 사용되었습니다. 배경에는 붉은색과 녹색이 조화롭게 번갈아 사용된 직물 커튼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화려함, 장중함 그리고 인물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해 줍니다. 남성의 왼손은 금빛으로 도금된 사자 발톱( lion paw) 오브제가 들려 있고, 오른손은 가슴에 대고 있습니다. 이 제스처는 Lotto가 그의 다양한 초상화에서 즐거 사용하는 전형적 포즈로, 값비싼 반지가 두 개 끼워져 있어 그의 신분을 짐작케 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외면적 신분을 과시하던 전통적 르네상스 초상화와는 달리, 인물의 내면세계와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로렌초 로또( Lorenzo Lotto, 1480-1556)의 독특한 회화적 접근이 잘 드러난 대표작입니다. 신분의 상징과 더불어 개인의 정신적, 심리적 요소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16세기 베네치아 회화의 기존 관례에서 한걸음 나아간 '인물심리 초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평가됩니다. 사자 발톱이라는 소재의 모호함, 신비로운 배경, 의미심장한 제스처 결합은 작품 자체를 하나의 수수께끼로 만들며 관람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넓혀줍니다.
Andrea Odoni,1527/The Guardian
로렌초 로토가 그린 < Andrea Odoni>(1527) 작품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가장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초상화 중 하나입니다. 유화로 제작되었으며, 현재 영국 버킹엄 궁전 내 로열 컬렉션( Picture Gallery, Buckingham Palace)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1527년, Lotto가 13년간 베르가모에서 활동하다가 베네치아로 복귀한 직후 그린 작품으로, 새로운 후원자를 적극적으로 찾던 시기였습니다. 실제 모델인 안드레아 오도니( Andrea Odoni, 1488-1545)는 베네치아의 성공한 상인이자 당대 최고의 예술 골동품 수집가 중 한 명으로 밀라노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며 베네치아 시민 계급( cittadini)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이 초상화는 전통적으로 세로 중심이었던 르네상스 인물화와 달리 가로 구도를 도입했습니다. 인물을 중심에 두고 주변을 고전 조각품과 다양한 오브제로 둘러싸 풍부한 내러티브 공간을 연출합니다. 오도니는 밝은 녹색 천이 덮인 탁자 앞에 앉아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감 있는 풍성한 모피 칼라의 코트를 입고 있습니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관조적인 분위기를 띱니다. 오도니의 한 손이 가슴에 얹혀 있는데 이는 '진실함'( Sincerita) 또는 말과 마음의 일치, 경건함, 인간적 성품의 깊이를 드러내는 상징적 제스처입니다. 이와 달리 다른 한 손에는 작은 여신상(에페소스의 다이애나, Artemis of Ephesus)을 관객에게 내보이듯 들고 있습니다.
오도니를 둘러싼 공간에는 고대 조각상과 유물들이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오도니가 보유했던 하드리아누스 황제 ( Emperor Hadrian)의 두상, 세 가지 형태의 헤라클레스와 (안티오스와 싸우는 헤라클레스, 사자 가죽을 두른 헤라클레스), 비너스(앞쪽의 토르소 및 목욕하는 비너스), 그리고 에페소스의 다이애나( ARTEMIS/DIANA OF EPHESUS)가 등장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고대 조각상들 중 실제로 오도니가 보유했던 것은 하드리아누스 흉상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로또(Lotto)가 자신의 작업실에 두고 있었던 석고, 밀랍 복제품이거나 작가의 상상에서 유래한 이상적인 컬렉션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로또(Lotto)가 단순히 인물의 실제 소장품을 기록하려 한 것이 아니라, 수집가로서 오도니의 정신적 세계와 예술적 이상을 이상화하여 시각화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에페소스의 다이애나상은 다산과 자연, 이교적 신앙의 상징으로 해석되며, 오도니의 한 손에 쥐어진 작은 금색 십자가는 기독교 신앙이 고대 자연신 또는 이교 문화보다 우위임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이처럼 양손의 상반된 오브제는 르네상스 당시 고전(자연, 이교 문화)과 기독교 신앙이 공존 대립하는 세계관, 혹은 양자의 조화를 시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WTjRTouPrs
성모대관 Coronation of the Virgin, 1432/ 오른쪽/ Art.com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 1395-1455)의 < 성모대관 Coronation of the Virgin>(1432) 작품입니다. 대표적인 초기 르네상스 제단화로, 템페라 기법을 활용하여 나무 패널 위에 그려졌습니다. 비교적 중간 크기의 제단화에 속하며, 현재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니다. 이 제단화는 원래 피렌체 산트에지디오( Sant'Egidio)교회의 제단을 위해 의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라 안젤리코가 도미니코 수도회 수도사로 피에솔레 지역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제작되었습니다.
pinterest
작품은 천상에서 벌어지는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을 중심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왕좌에 앉아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무릎을 꿇은 마리아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오른손으로 마리아의 머리 위에 왕관을 씌워주고, 마리아는 경건하게 머리를 숙인 채 두 팔을 가슴에 교차하고 있습니다. 두 인물 주위에는 천사와 성인 무리가 광휘의 원 안에 겹겹이 둘러서 있습니다. 그 상단의 금박 배경은 전통적인 중세 미술의 신비적, 성스러운 분위기를 돋보이게 합니다. 각각의 인물은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현장감을 높이기 위한 조형적 시도와 빛나는 색채가 돋보입니다.
주변의 많은 성인( Saints)들과 천사 (Angels)는 각각 상징적 소지품이나 특징으로 개별적 개성을 표현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천사들이 배치되어 있어 성모의 대관식을 축하하는 천상 음악의 분위기도 살렸습니다. 맨 앞줄에는 해당 교회의 수호성인인 성 에지디우스( St. Egidius) 를 비롯해 도미니코, 프란치스코, 성녀 막달라 마리아 등 교회적 신화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eH0NxOWPA
https://www.youtube.com/watch?v=BefYaqsxfcE
The Presentation of Christ in the Temple, 1552-1556/wikipedia
로렌초 로또(Lorenzo Lotto)의 < The Presentation of Christ in the Temple>(1552-1556)는 그의 후기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로레토( Loreto)의 Museo Pinacoteca della Santa Casa에 소장되어 있는 유화 캔버스 작품입니다. 1554년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하여 로레토에 있는 산타 카사 (Santa Casa) 수도원에서 징역에 준하는 노동 수사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한쪽 눈을 실명이 된 상태였지만 그곳에서 생의 모든 여력을 모아 그린 제단화입니다. 로토는 수도원에서 이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리던 물감이 채 마리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75세).
/Gennaro Cucciniello
신약성경 루카복음에 바탕을 둔 것으로,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는 장면을 그린 종교화입니다. 교회력에서 중요한 이 사건은 유대 율법에 따라 마리아와 요셉이 장자인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하는 순간을 묘사했습니다.
작품의 주요 인물은 아기 예수, 무릎을 꿇은 마리아, 예수를 안고 있는 대제사장 (구약의 시메온) , 그리고 예언자 안나입니다. 그림 중앙에는 제단이 놓여 있고, 사람 다리 모양새로 받쳐져 있어 녹슬지 않은 로또(Lotto)만의 독특한 시선이 눈길을 끕니다. 이는 예수의 인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가 미래에 겪을 희생(십자가의 죽음)과 연결된 상징입니다. 대제사장 시메온은 구약의 완성과 메시아의 도래를 상징하며, 그 얼굴에는 경외와 환희가 뒤섞인 특별한 감정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시메온은 평생 메시아를 보기까지 죽지 않으리라는 계시를 받은 인물로,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wikimediacommons
/wikimedia commons
로또(Lotto)는 이 세 인물을 각각 구약의 시대(노인 시메온), 유대교의 중간 세대 (중년의 랍비), 기독교의 새로운 시대(젊은 성직자)로 해석해 한 작품 안에 인류 신앙의 세 시대를 중첩시킵니다. 이와 함께 예언자 안나는 예수의 신성을 목격하는 믿음의 증인으로 자리하며, 현장에 모인 다양한 연령대 인물들은 시간의 흐름과 신앙의 계승을 은유합니다.
전체적인 구도는 극히 복합적이며, 공간적으로 유대교 솔로몬의 성전과 로레토의 마리아 대성전을 위아래로 중첩시킨 형태입니다. 상단에는 로레토 내 고풍스러운 합창석( Choirstalls)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작품이 전시되던 실제 교회의 내부 공간 구조를 반영합니다. 제단 위는 하얀 천으로 덮여 있으며, 그 위에는 다른 사물이 놓이지 않아 절제와 순수함, 그리고 성찬례의 초월성을 표현합니다. (같은 제목의 지오토 작품입니다.)
Giotto di Bondone( ~ 1337) , Presentation of Christ at the Temple
https://www.youtube.com/watch?v=llknZo6UCIY
https://www.youtube.com/watch?v=md3SYeyO1h4
https://www.youtube.com/watch?v=v-lXGnfQJ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