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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미니멀리즘과 빅 아이즈

딕 브루너 & 마가렛 킨



"사람들은 여성의 예술을 사지 않는다."

- 영화 속 남편 월터의 대사-







https://www.youtube.com/watch?v=2xD9uTlh5hI







영화 < Big Eyes>(2014)는 팀 버튼( Timothy Walter Burton, 1958- ) 감독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성 화가 마가렛 킨 ( Margaret Keane, 1927-2022)과 그녀의 남편 월터 킨 ( Walter Keane, 1915-2000) 사이의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실제로 벌어진 미술계 사기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고요.





1960년대 미국에서 마가렛 킨이 그린 "큰 눈을 가진 어린이"그림들은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누립니다. 하지만, 남편이 자신이 작가라고 거짓 주장하며 이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킵니다. 영화는 이 사기극이 밝혀지고 마가렛이 진정한 창작자인 것이 공식적으로 입증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팀 버튼 감독 본인도 마가렛 킨의 팬이었고, 예전부터 그녀의 그림을 수집해 왔습니다. 이러한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모티브가 영화 제작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BogeArt Film:Behind the Big Eyes/BogeArt-WordPress.com





줄거리를 살펴보면, 1950-1960년대 미국이 배경입니다. 마가렛은 첫 남편과 이혼 후 어린 딸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생활을 이어갑니다. 예술 시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던 그녀는 사교적이고 사업 수완이 뛰어난 화가 월터 킨을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월터는 마가렛의 "큰 눈을 가진 아이들"그림에 관심을 보이고 둘은 파트너로서 함께 하지만, 이후 월터는 자신의 이름으로 마가렛의 그림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마가렛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편의 거짓말에 동조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점점 고립되어 갑니다. 월터는 마가렛의 작품을 대중적으로 대량 복제해 판매하고,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둡니다. 하지만 마가렛은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과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해 심각한 내면적 위기를 겪게 되고, 결국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법정에 서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그것이 곧 훌륭한 예술가이다.
-앤디 워홀-





영화는 예술의 대중성과 상업성, 그리고 비평적 평가 사이의 긴장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비평가와 대중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었으니까요. 마가렛의 그림은 당대 주류 미술평단에서는 저속한 키치( Kitsch)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는 큰 인기를 얻어 대량 복제되기 시작했고, 미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Big Eyes>는 창작의 정체성과 예술가의 권리, 그리고 예술과 상업 사이의 갈등을 핵심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마가렛의 작품을 둘러싼 저작권 사기 및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타인의 공로를 대신하는 부정의 심각함과 예술가의 진실성과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성차별과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 의해 여성의 창작 활동이 억압받았던 시기의 사회적 현실, 여성의 자기 주체성 회복과 심리적 성장도 중요한 메시지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동갑내기 화가로 네덜란드 출신의 딕 브루너( Dick Bruna,1927.8.23-2017.2.16)와 미국 출신의 여성화가 마가렛 킨( Margaret Keane, 1927,9.15-2022.6.26)의 작품들을 살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qovG7OgV2M


Utrecht Netherlands






딕 부루너( Dick Bruna, 본명 Hendrik Magdalenus Bruna , 1927-2017)는 1927년 네덜란드 중부의 도시 위트레흐트(Utrecht)에서 출생한 세계적인 아동 그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가정은 대대로 출판사업을 운영했던 명문가입니다. 아버지 알베르트 빌렘 브루너는 'A.W.Bruna & Zoon'라는 이름으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출판사를 경영하였습니다.





'AWB' 세 글자를 삼각형 모양으로 표현한 스타일화된 디자인으로 유명하지요. 오랜 전통(150년 이상)과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며 폭넓은 장르와 다양한 국제 작가를 아우르는 출판활동은 해왔습니다. 회사명에 들어간 'Zoon'(네덜란드어로 '아들')이 의미하듯, 가족 경영의 연속성과 전통, 그리고 세대를 잇는 출판 정신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설립자 이후로도 여러 세대의 가족이 회사에 참여하며 운영에 핵심 역할을 해 온 네덜란드 출판계의 상징적 기업입니다.



A.W.Bruna Uitgevers/www.awbruna,nl





딕 브루너( Dick Bruna, 1927-2017)는 가족 경영 전통 아래 출판사에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쌓은 경험이 그를 미피( Miffy)를 비롯한 세계적 그림책 작가 디자이너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브루너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북커버와 포스터 전단지 등 다양한 상업 디자인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특히 '검은 곰 시리즈( Zwarte Beertjes)'와 벨기에 작가 조르주 심농 ( Georges Simenon)의 '매그레 '시리즈 등 약 2,000권이 넘는 그림책과 2,000점이 넘는 일러스트를 창작했습니다. 그의 활동은 엄격히 아이들의 시점에 집중하였으며, 단순하고 간결한 디자인 속에 넓은 상상력과 따뜻한 정서를 담아냈습니다. 그는 다양한 포스터 디자인 등 수천 건의 작품을 남겼으며, 2011년 은퇴까지 총 124권의 그림책을 집필했습니다.





Book Cover Designs by Dick Bruna/www.amazon.co.jp



Simenon,part III-Justseeds







딕 브루너( Dick Bruna, 1927-2017)는 아동문학과 그래픽 디자인, 캐릭터 산업,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아티스트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은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친근한 이미지와 순수한 감성을 전달하며, 심플한 미니멀리즘의 힘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미피 시리와 함께 위트레흐트에는 전용 미피 박물관이 세워져 그의 업적과 작품 세계를 기리고 있습니다. 아기 토끼 '미피'를 소재로 한 캐릭터는 그림책, 애니메이션, 뮤지컬, 영화, 완구 등 다양한 미디어와 문화 사업으로 확장되어 세대를 초월한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IP75DDWRI







브루너는 네덜란드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어린이책 상인 '골든 브러시 Golden Brush)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예술적 성취와 창의성을 인정하기 위해 수여되는 상입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명칭으로 개최되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시각 예술( 일러스트레이션, 페인팅, 가구 리폼, 메이크업 등)이나 공공 미술, 예술적 프로젝트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성과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 목적입니다. 신진 아티스트부터 전문 예술인, 지역사회 창작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창의성, 독창성, 대중과 전문가의 반응,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 등 을 주요 평가 요소로 합니다.




'막스 벨트하우스 Max Velthuijs'상도 수상을 했습니다. 이 상은 2006년에 제정되어 2007년에 첫 시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네덜란드 아동문학의 대가이자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동화 작가인 막스 벨트하우스( Max Velthuijs, 1923-2005)의 이름을 기려 만들어진 상으로 '개구리(Frog)'시리즈로 유명합니다. 네덜란드에서 3년마다 한 번씩 수여되는 아동 도서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의 권위 있는 상입니다. 이 상은 개별 작품이 아닌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전체 예술 인생을 기념하여 수여됩니다. 즉, 일생 동안 아동문학 일러스트레이션에 남긴 업적과 창의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o8tatytAH8




Nashville Tennessee /Pinterest






마가렛 킨 ( Margaret Keane, 1927-2022)은 1927년 미국 테네시주(Tennessee) 내슈빌(Nashville)에서 태어난 여성 화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예술적 재능을 드러냈으며, 이후 미국 미술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첫 번째 결혼에서 딸을 얻었으나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시로 탈출하여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이어가야 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1960년대 미국 미술계는 추상표현주의와 조형미의 요소가 주류를 이루었던 시기입니다. 마가렛 킨( Margaret Keane, 1927-2022)은 자신만의 구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스타일을 유지함으로써 주류 미술계와 뚜렷이 구별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아울러, 그녀가 여성과 아이, 동물을 주로 그렸던 점은 약자와 순수한 존재에 대한 애정과 연민, 그리고 자전적 경험을 투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가렛 킨의 대표작은 '빅 아이즈( Big Eyes) 시리즈로, 비정상적으로 크고 슬픈 눈을 가진 어린아이와 동물의 초상화입니다. 이 시리즈는 작품을 한 번만 봐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그녀의 예술적 정체성이기도 하고요. '빅 아이즈'시리즈에서 독특하게 과장된 눈은 관람자에게 인물의 깊은 내면과 감정을 전달해 줍니다. 가끔은 희망이나 꿈, 때로는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 묵직한 감정들이 커다란 눈망울 속에 숨어있습니다.





Margaret Keane/ The Guardian




마가렛 킨이 '눈이 큰 아이'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어린이의 눈에서 발견한 특징에서 출발합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그릴 때 "아이들은 원래 눈이 크다"라고 느꼈고, 인물의 초상에서 눈은 가장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부위라고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수록 자연스럽게 눈이 점점 더 커졌으며, 이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내면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마가렛 킨의 이러한 관찰력과 직관은 곧 그녀만의 독자적 미술 언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가렛 킨의 예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사건은 남편 윌터 킨 ( Walter Keane)과의 저작권 분쟁 및 법정 소송입니다. 그녀의 남편이 실제로는 마가렛 킨이 그린 <빅 아이즈> 시리즈를 자신이 그린 것처럼 세상에 알렸고, 오랜 기간 동안 킨의 이름이 아닌 남편의 이름으로 그림이 발표되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마가렛 킨은 1980년대에 남편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재판에서 유명한 '법정 그림 대결'이 벌어졌으나, 월터 킨은 끝내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마가렛 킨이 법정에서 직접 53분 만에 그림을 완성하며 자신이 진정한 창작자임을 증명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마가렛 킨의 손을 들어주었고, 당시 400만 달러의 손해배상까지 이뤄지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gW7Mn4OR-U








Miffy, Nijntje,1955/ miffy Exhibit 224( The Court Painting)/Keane Eyes Gallery





불필요한 것은 모두 줄여 본질만 남긴다.
- 딕 브루너-




딕 브루너의 작품 <미피>는 단순한 선, 두 가지 이하의 강렬한 원색, 굵은 검은색 윤곽선으로만 그려집니다. <미피>의 눈은 두 개의 점, 입은 X자로 표현하여 최소한의 표정만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러한 미니멀리즘은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1954)의 컷아웃 기법과 페르낭 레제( Fernand Leger, 1881-1955)의 굵은 선, 그리고 네덜란드의 미술 운동 ' 데 스테일 ( De Stijl)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giPcUKDdtM





<미피>의 기원은 딕 브루너가 가족과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모래언덕을 뛰노는 토끼를 보고 한 살배기 아들에게 즉석에서 들려준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네덜란드어 명칭인 ' Nijntje(나인체)' 는 '작은 토끼'를 뜻하는 'konijntje'의 줄임말로, 아이들이 토끼를 부르는 귀여운 표현입니다. 점차 인기를 얻으며 발음도 쉽고 귀여운 < Miffy 미피>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됩니다.






미피 그림책은 주로 12-16페이지의 정사각형 소형 판형( 16*16cm)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좌측 페이지에는 네 줄로 이루어진 운문, 우측에는 한 장의 그림이 반복되어 아이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마지막 단어나 두 번째와 네 번째 줄의 끝단어가 운을 맞추는 등 작지만 섬세한 문학적 장치도 특징입니다.






미피 시리즈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립심, 가족의 사랑, 친구 및 사회와의 유대, 자연과 동물에 대한 친밀감 등 어린아이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익숙한 일상, 성장의 순간, 그리고 소소한 모험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그립니다.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의 시선에 맞춘 평이한 전개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아이들에게 희망과 안정감을 자연스럽게 심어줍니다.




출처:비룡소







때로는 말이 없는 그림책 <미피의 꿈>도 있어, 아이들이 각자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의도합니다. 또한 성별 고정관념이나 가족 구성의 다양성, 장애와 죽음, 슬픔 등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이슈를 이야기 속에서 담백하고 섬세하게 다뤘다는 점도 현대적 의미를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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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는 초기에 성별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1970년 출간된 '미피의 특별한 생일'에서 꽃무늬가 들어간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 토끼로 성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이 꽃무늬 원피스는 미피의 시그니처 의상으로 자리 잡게 되고, 미피의 생일 이야기에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zy22CYVo3M






실제 작업 과정에서 그는 투명 종이에 여러 번 스케치를 하고, 거친 연필선으로 종이에 눌러 자국을 낸 후 검은 포스터물감으로 외곽을 그렸습니다. 컬러 시트지를 오리고 붙여 색감을 완성시키는 콜라주 기법도 활용하고요. 미니멀리즘과 산뜻한 원색의 조화,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의 표현이 브루너만의 특징입니다. <미피>가 완전한 디자인으로 자리 잡기까지 1960년 초반까지 여러 차례 변형이 있었습니다. 1963년 이후 지금의 단순한 형태와 친근한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The Art Newspaper




마가렛 킨의 < Exhibit 224 (The Court Painting)>작품입니다. '법정그림'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1986년 5월 미국하와이에서 열린 역사적인 법정 소송 과정에서 마가렛 킨(Margaret Keane)과 전 남편 월터 킨(Walter keane) 사이에서 < Big Eyes>의 진짜 창작자가 누구인지를 증명해 낸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1950-60년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Big Eyes'연작(큰 눈의 아이 그림)의 진짜 창작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오랜 기간 저작권 및 명예 소송이 이어졌습니다. 그 정점에서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법정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 진위를 증명하라고 했고, 이때 마가렛 킨(Margaret Keane)이 단 53분 만에 완성한 그림이 < Exhibit 224>입니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그녀의 예술적 정체성과 저작권을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복권받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또한 < Big Eyes> 시리즈의 문법을 가장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크기는 28*35.5cm로 비교적 소형이지만, 중앙에는 커다란 눈망울이 돋보이는 작은 아이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이 커다란 눈은 불안, 슬픔, 순수함, 외로움과 같은 복잡한 심정을 동시에 담아내며, 그녀 특유의 심리적, 정서적 깊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이 법정 그림은 "가시적 증거로 불의와 거짓을 무너뜨린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후 마가렛 킨 (Margaret Keane)의 평생 작품들과 삶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자 대표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작품 자체가 '고발'이자 '자기 선언'이기도 하고요. 또한 <Exhibit224>는 대중 예술과 순수 예술( Kitsh vs fine art)의 경계 논쟁, 진정성( authenticity)과 표절 위작( forgery)에 대한 철학적 미학적 질문을 일으키는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Keane Eyes Gallery








De Appel,Apple 1, 1953/ Last Dodo End of the Tunnel, 1972/Pinterest






딕 브루너( Dick Bruna, 1927-2017)의 < De Appel>(1953)는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그의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그가 20대 시절 발표한 데뷔작이며, 그의 독특한 미니멀리즘 스타일과 이야기 구성 방식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De Appel, 1953, paging 7/8/Flickr







"본질적인 것만 남기기 위해 정답이 될 때까지 많은 것을 버린다",
"쓸모없는 선은 없으며, 모든 형태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 딕 브루너-





이 책은 탐스러운 붉은 사과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나무 위에 매달려 있으면서 자신이 태어난 나무 너머의 세계를 보고 싶어 하는 갈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요. 사과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호기심, 탐험의 욕구, 그리고 자아 성장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담고 있습니다. 어린이 스스로가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채워나가도록 의도적으로 단순화된 그림과 명확한 문장이 특징입니다.





<De Appel>은 이후 미피(Miffy) 시리즈와 딕 브루너의 전체 예술 세계에 영향을 미친 간결하고 상징적인 표현 방식의 초기 예로 평가받습니다. 그림체는 뚜렷하고 굵은 검은색 외곽선, 소위 브루너 컬러로 불리는 빨강, 노랑, 파랑, 녹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사과는 강렬한 빨강으로 처리되어 책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배경과 형태를 통해 시각적 집중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실제로 텍스트 또한 아주 짧고 운율감을 살린 2-4행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그림 없이도 이야기가 전달될 정도로 간결합니다. 단순함과 생략의 힘, 어린이 시점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현대 그림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a16e52fdaaf186bc92ad7215761997ce21bc7059.jpg End of the Tunnel,1972/Tumblr







아이들의 눈에 나 자신의 가장 깊은 감정이 투영되어 있다.
눈은 영혼의 창
-마가렛 킨-






마가렛 킨의 대표적인 <Big Eyes> 시리즈의 일환으로, 그녀의 전 생애에 걸친 대표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화면 중앙에 배치된 어린이( 소년, 소녀)의 모습입니다.




인물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매우 크게 강조된 눈동자입니다. 이 눈에는 불안, 슬픔, 순수, 그리고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바라보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들로 읽힙니다. 인물은 어두운 터널 내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시선은 터널 밖의 밝은 빛을 향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상징으로 보입니다. 채색은 터널의 음울함을 강조하는 어두운 색조가 주를 이루고 있고요. 먼 곳에서 다가오는 빛과의 대비를 통해 희망과 구원, 미래에 대한 열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화면 전체의 구도는 인물을 중심에 놓고, 배경에 간결하게 표현된 터널과 빛의 흐름을 통해 간단하지만 강력한 집중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마가렛 킨(Margaret Keane, 1927-2022)은 어린 시절부터 청각 장애가 있었는데, 그 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선을, 특히 눈을 유독 집요하게 응시하게 됐습니다. 이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작품 속 인물의 과장된 눈동자로 이어졌으며, 이 작품을 통해 그 감정 표현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Miffy at the.Zoo,1963/Miffy&Friends Wika/Fandom No Dogs Allowed/LiveAuctioneers, Lithograph,1962,









< Miffy at the Zoo>는 미피가 아빠와 함께 동물원을 관람하며 다양한 동물들과 만나는 경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1963년 발표한 미피(Miffy) 시리즈의 대표적인 그림책이고요. 이 작품은 처음 출간 이후 여러 출판사와 양장본, 보드북 등 다양한 판형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정사각형 판형 (약 16*16 cm)으로 어린이의 손에 잘 맞게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야기는 작은 흰 토끼 미피( Miffy)가 아빠 토끼와 함께 동물원으로 소풍을 떠나는 하루를 그렸습니다. 두 캐릭터는 기차를 타고 동물원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앵무새, 얼룩말, 캥거루, 원숭이, 코끼리, 기린,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을 만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미피는 마지막에 거대한 거북이 등에 앉아보는 특별한 경험도 하게 되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그날 본 동물들을 떠올리며 꿈을 꾸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시리즈 전통대로 한 페이지에는 선명하고 간단한 원색 삽화, 반대쪽에는 운율감 있는 네 줄의 짧은 시적 문장이 나옵니다. 이 짧고 리듬감 있는 텍스트는 어린이들이 쉽게 따라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음악적이며, 언어적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삽화 속 배경은 최소화되어 동물과 미피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A-SnATcryT8







https://www.youtube.com/watch?v=IX7dNpWnf6E







마가렛 킨의 < No Dogs Allowed>(1962) 작품입니다. 화면 중앙에는 어린아이와 반려동물 (주로 개와 고양이)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눈동자는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어 크고 깊은 감정이 실려 있습니다. 인물과 동물은 모두 복합적 감정을 담은 듯 애처롭고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고요. 이를 통해 세상에 대한 소외와 내면의 불안, 보호받고 싶은 욕구 등이 동시에 드러납니다.







색채는 파스텔톤으로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주로 노란색과 검은색, 파랑 등 따뜻하면서도 약간의 쓸쓸함이 깃든 색조가 사용되었습니다.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고요. 중심에 아이와 동물을 두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강한 정서적 공감과 몰입을 유도합니다. 전반적으로 친근하면서도 어딘가 애잔한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현실에서 가장 소외되기 쉽고 힘없는 존재들이어서 더 그런가 봅니다.







이 작품은 1960-70년대 미국 대중미술의 대표적 '키치( Kitsch)'사례로, 굉장히 폭넓은 인기를 끌면서도 고전 미술 평단으로부터는 감상주의적이고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상업적 성공만이 아니라, 평범한 대중에게 예술이 위로와 감정적 연결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가집니다.




Portrait of a Girl& Cat with Big Eyes-1967-eBay Australia



https://www.youtube.com/watch?v=OMKnuhNe3Pc







Mort du dessinateur Dick Bruna, papa de Miffy le lapin blanc / Le Figaro



Less is more( 적을수록 더 많다)
- 딕 브루너-





딕 브루너( Dick Bruna, 1927-2017)의 예술 세계는 '단순함의 힘', '미니멀리즘', '본질의 추구'로 요약됩니다.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1954), 페르낭 레제( Fernand Leger, 1881-1955), 피에트 몬드리안( Pieter Mondriaan,1872-1944) 등 20세기 현대 미술 거장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마티스의 색종이 오리기 기법과 평면적인 색채, 레제의 굵은 검은 윤곽선 등이 그의 작품 전반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브루너는 수많은 스케치를 반복하며 불필요한 선, 색, 형태를 지우고 가장 단순한 본질만을 남기는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작품마다."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독자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요. 미피 그림책의 경우, 한 페이지에 단 한 컷의 일러스트와 네 줄의 운문만을 넣어 아이들의 집중력과 감정이입을 이끌어냈습니다.






WooArts.com. Musee Matisse
Pueter Cornelis Mondriaan/pinterest









Miffy and Friends/ Spotify. Flowers from old Hawaii/Pinterest







딕 브루너의 < Miffy & Friends>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미피라는 작은 흰 토끼가 있습니다. 미피는 긍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지요.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하고 건강한 아동의 상징으로, 아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등장하는 친구들로는 용감한 갈색 강아지 스너피( Snuffy), 집 짓기를 좋아하는 곰 보리스 ( Boris)와 그 여자친구 바바라 ( Barbara) , 정원 가꾸기를 즐기는 돼지 포피( Poppy pig)와 조카 그런티 ( Grunty), 다양한 토끼 친구들( 멜라니, 애기, 위니 등)과 미피의 가족 ( 부모님, 할아버지아와 할머니, 이모 앨리스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야기는 일상적인 모험, 소소한 이벤트, 가족과 친구들과의 따뜻한 관계를 주요 소재로 합니다. 아이들의 성장기와 유년기 경험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작품 속 미피와 친구들은 실수도 하고 어려움도 겪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 자신감, 공감, 우정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합니다. 언어 구조도 운율과 반복, 간결함을 살려 어린이가 듣고 따라 말하기 쉽게 설계되어 조기 언어 발달에도 도움을 줍니다. 정서적 측면에서는 화면의 단순 명료함, 원색의 따뜻함, 반복적인 구조와 익숙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안정감과 안락함을 제공합니다. 여백을 주어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게 했고요. 무엇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슬픈 일을 겪을 때조차 열린 결말과 위로, 배려의 메시지를 담아 아이들의 마음이 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세대를 초월해 <미피 Miffy>를 동화책의 명품으로 엄지 척하는 이유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Oe4iwO9in8









flowers from Old Hawaii/pinterest







마가렛 킨의 < Flowers from Old Hawaii> 작품입니다. 1960년대 중반 하와이로 이주한 후에 제작한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그녀가 억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전 남편 월터 킨 ( Walter keane)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삶과 예술적 자유를 찾은 시기입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커다란 눈의 인물과 하와이의 꽃들은 단순한 자연경관 묘사가 아닙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연계성, 그리고 힐링과 재탄생의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하와이로 이주한 직후 마가렛 킨은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한 주체성을 되찾게 됩니다. 더 이상 슬프고 억눌린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아닌 밝고 자유로운 감정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Hawaii News Now






https://www.youtube.com/watch?v=oMK6aBSX2QY








Margaret Keane & Natalie Wood/ Pinterest








1960년대 마가렛 킨( Margaret Keane,1927-2022)의 독특한 초상화들은 조앤 크로퍼드( Joan Crawford, ~1977), 킴 노백(Kim Novak, 1933~ ), 제리 루이스(Jerry Lewis, 1926-2017), 자 자 가보르(Zsa Zsa Gabor, 1917-2016) 등과 같은 당대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특히 유행이었습니다.




1961년경 초상화 제작 과정에서 마가렛 킨(Margaret Keane ) 부부와 나탈리 우드(Natalie Wood, 1938-1981)는 직접 만남과 교류를 가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촬영된 사진이 남아 있고요. Natalie Wood는 러시아계 이민 2세로, 미국 헐리우드에서 아역부터 성인,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와 TV를 아우르며 20세기 대중문화의 상징이 된 전설적인 배우입니다. 화려한 삶 뒤에 비극적 죽음이라는 명암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1981년 11월 남편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1930~ ) Wagner, 동료 배우 크리스토퍼 워킨(Christopher Walken, 1943~ ), 선장( Dennis Davern1948~)과 함께 Catalina 섬 인근 요트 Splendour에 머물던 중 사망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익사로 발표되었으나 여러 상처, 목격 증언 및 조사 미흡 등으로 인해 여전히 "의문의 죽음"으로 남아 있고요. 2011년 이후 재 수사가 반복되었고, 2018년 Wagner 가 'Person of interest 중요 참고인'으로 지목되는 등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아래영상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ADE8XOrDfA&t=1s




https://www.youtube.com/watch?v=VlOwr_Dptkg



https://www.youtube.com/watch?v=6R276tlGI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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