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0살, 결혼 1년만에 CRPS 환자가 되었다

제3화 악화와 진단

by 다정한계절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주는 약들을 착실히 먹으며 통증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렸어요



저는 약을 매 끼니 이만큼씩이나 3개월이나 먹었지만 여전히 발등 한 번 스칠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되었어요.


재활을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굳이 대학병원일 필요 없으니 집 근처 아무 재활의학과 가서 재활받아보면 도움 될 거라고..

그래서 재활치료도 받았는데 재활치료를 받으며 통증은 더욱 심해져 재활도 중단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발목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주저앉았어요

통증을 표현하자면, 칼로 발목 깊은 곳을 쑤신 후 전기 충격기를 꼽아서 지지는 느낌이라 발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어요

어떨 땐 전기톱으로 자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너무 끔찍하고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에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게 되었어요


한 번 어쩌다 그런 거겠지 싶었지만 그 후 저는 설 때마다 똑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어요

10초 이상 설 때면 어김없이 통증이 찾아왔어요

발등이 불에 덴 듯 아픈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설 수도 없게 발목에 이런 끔찍한 통증이 생겨버리다니..

회복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악화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약 용량을 더 올려주셨어요

이미 먹던 약들의 부작용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도요

저는 이미 약 부작용으로 소변도 잘 보지 못해 비뇨기과 협진도 두 달째 보고 있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었고 소변보는 게 50대와 같다는 소견도 받았어요

위장장애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 종일 피곤과 잠과 사투를 벌여야 했어요


이렇게 부작용을 겪으며 그렇게 많은 약을 먹어도 저는 여전히 설 수도 발을 만질 수도 없었어요...



그러는 동안 오른발은 점점 시체다리처럼 변해가고 있는 걸 느꼈어요



호전은 되지 않고 악화만 되니 교수님은 나를 예민하고 귀찮은 환자로 여기기 시작하셨어요
신경차단술이라도 해볼 수 있냐 여쭤보니

"너무 예민하셔서 부작용 생길까 봐 난 못해주겠다~

다른 병원 가지 왜 우리 병원 왔냐~"



이런 말만 진료 때마다 듣고 왔어요



결정적으로 병원을 옮기게 된 이유는 교수님이 약을 하나 바꿔주셨는데 그 약을 먹고 진료 대기하던 중 제가 부정맥 발작을 일으켰어요

제가 원래 심장이 가끔 이유 없는 빈맥(빠른 맥박)을 일으키곤 하거든요. 아무튼 그 후 교수님은 더 노골적으로 병원을 옮기길 원하셨어요.

제 입으로 병원을 옮기겠다는 말을 하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진료다운 진료는 받지 못하고 진료 때마다 틱틱거리면서 1분 만에 약처방만 하고 내보내셨어요


결국 저는 차도도 없고 여기서 더는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원래 심장약을 타러 다니던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어요. 그 병원은 빅 5 병원이다 보니 가장 빠른 예약이 3달 뒤였어요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원래 1-2주에 한 번 진료를 봤었는데 병원 옮기기 전까지 한 달에 한 번 오라고 하셨고 진료 때 아무런 말없이 약만 처방해 주셨어요


사실상 5개월간 방치된 거나 다름이 없었어요

어쩌면 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시간이었을지도요...

CRPS는 초기 3~6개월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고 그때 신경차단술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그나마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해요

발이 아프니 집 근처 대학병원을 선택한 제 잘못일까요..?



저는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병원 예약을 기다리며 10초 이상 설 수 없는 생활에 적응해 나갔어요

설 수 없는 생활에 얼마나 많은 제약이 있는지 30년을 넘게 살면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참 많았어요


일단 샤워는 앉아서만 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매일 남편이 욕조를 출근 전에 닦아주고 갔어요)


세수나 양치도 세면대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해야 했어요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을 전부 할 수 없으니 이모님을 모셨고

밥은 밀키트를 남편이 조리해 주거나 배달음식을 먹었어요


집이 15층이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15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서 있을 수 없어 주저앉아서 올라왔어요


횡단보도도 서서 기다리지 못해 집 밖에도 거의 나가지 못했어요

조금이라도 서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제 발목이 터져나갈 것 같은 통증을 느껴야 하니 아예 밖에 나가는 걸 포기하다시피 했어요


제 삶의 모든 게 엉망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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