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악화와 진단 2
수술한 병원이 첫 번째 병원,
집 근처 대학병원이 두 번째 병원
그리고 이제는 세 번째 병원 진료를 기다리던 와중, 하루는 시할머님이 얼굴 뵈러 갔다가 남편이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장에 갔어요
야구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사람들이 서서 응원을 했어요
서있는 사람들 속에 발이 아픈 나만 앉아있었어요
신나는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데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그런 나 자신이 비참해서 더 눈물이 났어요
남편이 야구장은 무리일 것 같으니 오지 말자고 할 때 말 들을걸..
매일 아픈 나를 간병하는 남편도 기분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서 무리해서 가버렸다가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았네요
상황이 매일 이렇다 보니 저절로 우울증이 생겨 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갔어요
몇 날며칠을 울기만 하기도 하고 잠도 못 자는 건 당연했죠
동네 정신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CRPS 환자는 처음 보신다고 했어요.
내가 점점 몸이 안 좋아져서 팔을 의자걸이에 댈 수도 없게 되었고 마치 수술을 앞둔 의사처럼 양손을 들고 다니는 우스운 꼴로 돌아다니게 됐는데
정신과 선생님이 내 모습을 보고 웃으시면서 "안타까운 상황이라 웃으면 안 되는데 그쵸"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 순간 아, 이건 아닌데 CRPS 환자를 더 잘 이해해 주는 정신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저는 태생이 몸이 약한 사람이라 항우울제를 먹으면 위장장애가 심해 복용이 어려웠고
수면제로 겨우겨우 하루에 2-3시간 잠만 자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거든요
그리고 시간은 또 3개월이 흘러 3번째 병원인 C병원에 갔어요
CRPS로 유명한 명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간 건 아니고 그냥 빅 5 병원 중 평소 심장약을 타러 다니던 병원에 갔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CRPS일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고 그냥 수술 후 후유증이 오래가니 통증을 잡을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지 진료를 받으러 간 거였거든요.
C병원 교수님은 시큰둥하게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네요 검사부터 해보죠” 하셨어요.
저는 너무 아프니 설 수라도 있게 마약성진통제라도 처방받을 수 있는지 여쭤봤지만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다행히 일주일 뒤에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진료 후에 검사 일정을 잡는데
"서지 못하면 검사를 못하세요..."
아니 서지 못하는 사람은 검사조차 받을 수 없다니..
재차 여쭤봤지만 방법은 없었다 꼭 서서 해야만 하는 검사였어요
내가 해야 하는 검사는 적외선체열검사라는 검사로 그냥 단순히 어느 한순간의 체온을 보는 게 아니라 20분 간서 있었을 때의 하체의 온도를 측정하는 검사였어요.
검사를 안 해도 상관은 없지만 진단에 꼭 필요한 검사라 하는 게 좋다고 했어요.
남편은 내가 서있을 때의 극심한 통증을 알기에 검사를 포기하자고 했어요.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내 병명도 알지 못한 채 계속 아플 거라는 생각에 검사를 받기로 했어요.
검사 날이 되어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했고, 남편은 계속 검사 도중 아프면 그만둬도 된다고 나를 안심시켜 줘서 씩씩하게 검사실에 들어갔어요
하의를 벗고 진행하는 검사라 하의를 벗은 채 검사실에 혼자 남겨졌어요
1분 정도 지났을까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지금 중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검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 줄 테니 참아보라 달래주셨어요
두 발이 꼭 땅에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뒤로 기댈 수도 앞으로 기울일 수도 팔에 힘을 주고 버틸 수도 없이 오롯이 서서 견뎌야 했어요
나는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싶었고, 아파하는 내 소리를 들으며 남편도 포기하라고 했지만 이 고통스러운 검사를 또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간호사 선생님의 손이 부서질 만큼 꽉 잡으며 버텼어요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았고 과호흡이 왔지만 이를 악 물고 소리 지르며 20분간 해야 하는 검사를 10분 만에 빠르게 끝냈어요
검사 후에는 발 사진도 찍어야 했는데 발은 이미 새까맣게 변해있었어요
검사 후에 나는 악을 쓰느라 지쳐 남편 품에 안겨 휴식을 취했고, 잠시 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어요
역시나 검사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엉6
그냥 수술 후 누구나 겪는 후유증쯤으로 생각했는데 CRPS라는 TV 속에서나 볼 법한 병이 나에게 찾아왔다고..??
교수님의 태도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교수님은 그날 바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주셨어요.
안녕하세요^^
다정한 계절입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저는 22일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습니다.
다 나아서 퇴원하는게 불가능할 것 같다는 교수님 말씀에 그냥 빠른 퇴원을 원해서 퇴원 먼저 했습니다.
타 대학병원에서 6일, 이번 대학병원에서 22일 총 28일을 입원해있었네요. 응급실은 2주간 6번 갔구요..
거의 1달 간 금식을 했고, 몸에 감염이 있어서 누워만 있었더니 온 몸에 근육도 지방도 다 빠졌는지 8키로나 몸무게가 줄었네요..ㅎㅎ
그간의 일을 설명드리자면..
집 근처 대학병원에 1주일간 입원해있었지만 장마비가 풀릴 생각을 안했고 타 대학병원 CRPS 환자이니 치료하는걸 어려워하셨어요
그래서 일단 퇴원하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주치의 선생님이 계신 병원에 다시 입원을 해서, 척수에 국소마취제랑 몰핀을 섞은 관을 꼽아넣었어요.
그런데 그 관이 중간에 빠져서 국소마취제랑 몰핀이 몸 속에서 줄줄 새고 있었나봐요
약물주입기계에 오류코드도 떴고, 제 다리 마취도 다 풀렸는데도 괜찮다고 했어요
다음날 약물이 이불을 적실 정도로 새고나니 그제서야 관이 빠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관을 임시로 고정해놨는데 그때부터 척수가 아래로 쏟아지는 듯한 통증이 시작됐어요.
똑바로 눕지도 앉지도 걷지도 서지도 못해서 기저귀까지 착용해야할정도로요..
너무 아프다고 하니 관은 제거해주셨는데 통증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교수님은 보기에 살짝 빨갛지만 문제 없어보인다고 하셨고, 제가 통증환자라 통증에 예민해서 더 아파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정말 너무 억울했어요
침대에 허리가 닿기만 해도 너무 아파서 누울수도 없었고 드레싱 해준다고 몸을 돌려누우라는데 돌아누울수 조차 없는 통증이었어요
제가 너무 아프다고 하니 바로 다음날 원래 구멍을 뚫었던 위치보다 살짝 위에 다시 구멍을 뚫어서 마취제와 몰핀을 주입했지만 제 통증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어요
3일간 제가 아파 죽겠다고 울면서 호소를 했고, 피검사를 해보니 정상의 4배 이상의 염증수치가 나왔고, 수치는 매일 올라서 결국 8배까지 치솟았어요.
결국 감염내과에 협진이 되어서 항생제치료를 2주간 하게 되었고, 정말 작은 바늘구멍 같은 구멍에서 고름이 줄줄줄 새어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최악의 상황은 감염이 척수가 뇌로 번지는거였는데 일주일이나 걸려 MRI를 찍고 확인했어요
다행히 척수나 뇌 감염은 없었지만 허리와 엉덩이 근육층까지 꽤 넓은 범위에 걸쳐 감염이 발생했고
근육층까지 침투해 몸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있는거였어요
CRPS 통증보다 더 아프다고 생각할정도의 통증이었으니 어느정도의 통증인지 상상이 되시려나요ㅠㅠ...
그 지경이 되어서야 저는 루틴하게 진통제를 맞을 수 있었고
염증수치가 높으니 하루에 4번 해열제를 맞아도 열이나고 머리가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항생제를 기존의 2배로 올려 사용하다보니 다시 설사를 시작했고
균검사결과 나온 특정 균을 죽이기 위해 다른 항생제로 바꾸어서 4시간마다 하루 6번 항생제를 맞았어요
항생제를 바꾸고 저는 하루에 30번씩 설사를 했고, 혈관통이 심한 항생제라 하루 6번 맞으면 혈관이 딱딱해져서 매일 혈관을 다시 잡아야했고 한 달간의 입원으로 잡을 혈관이 없어서 매일 울며 4-5군데를 찌르며 혈관을 잡았어요
설사가 60번이 넘어가니 지사제를 주셨는데 하루에 지사제를 10개를 먹어도 설사는 멈출 생각이 없었어요
결국 2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항생제 치료를 중단했고, 설사는 겨우 멎었지만 설사를 멎기위해 사용했던 약물들로 인해 다시 장마비가 왔어요...
그래도 설사는 멈췄으니 교수님이 퇴원해보자고 하셨고 오랜 병원 생활과 항생제 치료로 인해 백혈구 중성구 수치가 너무 낮아 또 다른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해서 저도 퇴원을 결정했습니다.
제 원래 목표는 장마비를 풀고, 새로운 진통제를 경구복용해보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정상적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걸 확인하고 퇴원하는게 목표였는데,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고 저는 염증치료만 하다가 퇴원을 하게 되었어요...
다행인건 3주간의 치료로 몸에서 마약성진통제는 전부 빠져나갔다는거 하나..??
아직도 정상적인 식사를 하긴 어렵고, 또 퇴원 전 날 간수치가 올라 간장약까지 한 달간 복용해야하고, 장마비 가능성 때문에 통증약을 거의 다 끊은 상태라 매일매일이 시한폭탄에 지옥같은 하루지만
그래도 집에 오니 마음이 편해서인지 금방 다 나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곧 설명절이 다가오는데 명절 음식 맛있게 먹을 수 있을만큼 회복 됐으면 좋겠네요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