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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의사결정을 위한 간단한 도구

손실함수에서 배워보자

by 박준우

머신러닝/딥러닝에 보면 손실함수와 최적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어진 데이터에 대해 학습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결과이자 지표로써, 정답지에 얼마나 가깝게 데이터를 잘 학습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입니다. 손실함수의 값이 작아질수록 모델의 학습이 그만큼 잘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비유를 하자면, 어느 산골짜기에서 안개가 자욱해서 길을 잃어버린 상황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산 중턱까지 반드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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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구를 의사결정을 내릴 때 똑같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어떻게 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예상하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한 발자국 가다 보면 그제서 알게 됩니다. 대충 어느 방향으로 가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행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다음에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조금 더 명확한 것을 깨닫습니다. 방금 나왔던 오차보다 더 적은 결과를 내는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그리고 그 값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단 한 번의 결정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꽤나 드문 일입니다. 정답지를 아는 상태, 그러니까 이미 경험해 본 게 아니라면, 운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은 게 아니라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돌다리를 두들기며 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생에서의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다음 들어갈 직장이 나랑 잘 맞는지,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 나와 큰 문제없이 어울릴 수 있을지와 같은 일들은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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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사실 뭐가 맞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냥 가는 거죠. 결과가 말해주고, 나중에 되돌리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인생에서의 많은 의사결정이 비가역적이라고 생각해서 종종 망설이는 때가 많지만, 저는 꼭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특히 완벽에 가깝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상정하면, 선택에 망설이고 주저하는 것에 구태여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행여 예상되는 반문으로,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얻는 손실과 리스크에 대해서는?이라고 되물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가만히 있으면 절반은 가죠. 리스크와 손해를 평가하는 건 참 주관적이면서 동시에 사사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기꺼이 결정하고 행동하고, 누군가는 숙고하고 심사합니다. 뭐가 더 나은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의사결정은 그렇게까지 비가역적인지.. 그것도 여전히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저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실함수처럼 살아가는 전략을 종종 생각해 보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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