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함께한 책들을 내보이며
퇴사를 하고서야 간신히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10년간 공기업을 다니고 7년간 노조활동 하며 만든 것들. 사업계획서, 기관장 보고자료, 정책 보고서, 성명서, 기자회견문 등등. 블로그며 일기장과 수첩엔 세상을 향한 볼멘소리, 영화나 음악 감상 등등을 적었어요.
예술가를 꿈꾸며 예고에 입학했죠. 사회과학대도가 되고선 고작 소년 시절의 치기였던 걸 알았습니다. 먼 길을 돌아 뒤늦게 취업을 하고는 더는 멋진 척 다짐하지 않겠다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꿈은 무슨. 좌절했거든요. 흩어진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주 다퉜어요. 나는 불편한 사람이었고 갈등을 불러오곤 했어요. 심지어 내 자신과도 불화했어요.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읽고 썼습니다. 2500년 전 아테네에서, 300년 전 파리에서 출발한 수신자 없는 편지를 읽으며 저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게 독서는 나와 내 세계 밖과 대화였고 이해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을 내어 놓으려고 합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 골방 속에서 썼던 글 뭉치를 꺼내 세상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가깝거나 먼 사람들이 남겨 놓은 이야기들, 어느 책장에 남아 역사와 시간과 함께 우리의 일부가 된 문장들. 어디선가 읽히고 있을 수신자 없이 부쳐진 편지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을 시작해 보려는 겁니다.
서른 권에서 쉰 권쯤의 책들을 읽어봅니다. 대부분은 고전이고 일부는 20세기 이후에 쓰인 책들입니다. 노르웨이우드의 등장인물인 나가사와 선배는 말합니다.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책은 책이 아니다. 내 기준은 '그림이 있거나 폰트가 크거나 오래되지 않은 책은 읽지 않는다' 였어요. 어린 날의 허세였죠. 글만으로 존재하는 작가들이 멋져 보였습니다. 그렇게 읽은 책들입니다.
20대 방황을 함께하던 고전문헌학자였던 철학자 니체와 완독이 쉽지 않은 한나 아렌트의 책도 등장합니다. 토마스 맬서스와 인구론, 찰스 다윈과 일부 생물학자들의 책들도 목록에 넣었습니다.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지만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은 셰익스피어와 희곡들도 한 단락을 차지할 겁니다.
전체 글들을 포괄하는 주제는 '나'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합니다. 나를 구성하는 현실들과 사회, 정치, 제도들을 살펴봅니다. 한국인이 쓴 책들로 한국 사회도 살펴봅니다. 철학과 사회, 법과 윤리를 지나 도착하는 곳은 다시 나입니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를 살펴볼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살펴볼 겁니다.
생각을 나누기 위해 글자수를 줄이고 읽히기 쉽게 편집이란 걸 해보겠습니다. 한 포스팅당 글자수는 3,000자로 제한하고 책을 읽으며 느끼고 배운 것들만 두고 고칠 수 있는 건 고쳐볼게요. 설명이 필요하면 새로 쓰고 변한 게 있다면 무엇이 왜 변했는지도 살펴볼 겁니다.
처음은 늘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그래도 마음먹었으니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왕이면 즐겁게 해 보겠습니다.
마음을 담아 쓴 것들이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합니다. 퍽 성공적이지 않다면 골방으로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우리의 모든 시간은 성장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나는 늘 변하고 싶고 더 나아지고 싶습니다. 조금 더 문을 열어보죠. 골방의 글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좀 더 나아지길 희망합니다. 글도 나도, 그리고 어쩌면 글을 읽는 여러분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