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향한 맬서스의 암울한 예언
Population, when unchecked, increases in a geometrical ratio. Subsistence increases only in an arithmetical ratio.
그 유명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명구입니다. 본래는 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맬서스를 경제학자이자 인구학자로 부르게 한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핵심주장이며 나폴레옹을 비롯해 헤겔과 마르크스, 찰스 다윈이나 베토벤 같은 온갖 부류의 천재들이 가득했던 18세기를 예비하는 위대하고도 놀라운 주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한참 고시 공부 하던 15년 전쯤 읽었네요. 당시에 써놓은 감상문을 보니 책을 읽은 충격과 감흥이 가득합니다.
1789년 시작된 프랑스혁명으로 유럽 전반이 혼란으로 가득하던 무렵이었습니다. 반면 비교적 빠르게 입헌군주국의 형태로 공화정을 달성한 영국은 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맬서스가 이런 주장을 하게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조에 도입된 구빈법(Elizabethan Act for the Relief of the Poor)을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을 일종에 사회보장제도를 반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부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복지국가를 주요 이념으로 삼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근대적 공화제를 발전시켰고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 사회보장제도를 비판하는 주장을 했던 겁니다.
맬서스는 인구 변화 이를 분석하면서 역사상 존재했던 인구억제 기제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그래서 인구가 역사상 유례없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 가운데 그 인구를 먹을 식량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각종 서민지원제도 들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살아남게 하는 불필요한 법이고 더 나아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산아제한입니다.
맬서스의 주장들은 물론 오늘날에 이르러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18세기 후반까지 전 세계 인구는 5억 명 내외, 지금 지구인수는 그 20배에 가까운 80억 명을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맬서스의 주장에는 오늘날까지 유효한 통찰과 분석이 있습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고전이자 고전주의 경제학은 물론, 후에 등장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까지 영향을 주는 맬서스의 인구론으로 들어가 봅니다.
맬서스는 시작부터 단호하게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명구들로 이야기를 꺼냅니다. 인류는 어떤 특별한 억제책이 없는 한 생존자원의 한계 이상으로 증가하려 든다는 겁니다. 일종에 일반 원칙입니다.
이와 같은 억제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더 복잡하다. 인류도 마찬가지로 종종 번식이라는 강력한 본능의 지배를 받지만, 인간 이성이 이에 간섭하여 자식 부양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자연이 암시하는 한계 법칙에 인간이 귀 기울일 경우, 이러한 본능의 억제는 악덕의 결과를 낳는 경향이 있다. 자연의 한계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 인류는 끊임없이 생존자원의 한계 이상으로 증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식량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게 만든 자연의 섭리는 인류 식량 획득을 어렵게 함으로써 인구가 생존가능 한도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도록 억제한다. (토마스 맬서스, 인구론, 이서행 옮김, 동서문화사, 1판(2011.8.15.) p. 13.)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구 증가 경향에 어떠한 억제도 가해지지 않는다면 세계 인구는 25년마다 2배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같은 책, p. 20.)
그러므로 오늘날의 평균적인 토지상태를 감안할 때 생존자원은 인간이 일하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조차도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같은 책, p. 21.)
맬서스에 따르면 인류는 이성의 힘을 통해 인구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억제와 의도하지 않지만 여러 원인에 따라 인구 증가가 억제되는 적극적 억제에 따라 인구 증가를 막아 왔습니다. 다음을 볼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회에 끊임없이 작용하여 인구를 생존자원 한도 내로 억제하는 이런 힘들을 크게 예방적 억제와 적극적 억제(The preventive and the positive checks)로 분류할 수 있다.
예방적 억제는 그것이 자발적인 것인 한에서 인간 고유의 것이며, 인간이 가진 미래를 예측하는 독특한 이성적 능력의 산물이다. (같은 책, p. 23.)
적극적 인구 억제 요인은 종류가 많으면, 악덕에서 생기거나 빈곤에서 생기거나를 막론하고 인간의 자연적 수명을 단축시키는 모든 원인을 포함한다. 비위생적인 직업, 과도한 노동과 혹한, 혹사에 따른 고통, 극도의 빈곤, 유아의 영양실조, 대도시 환경, 온갖 종류의 방탕, 질병과 전쟁, 전염병과 기근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같은 책, p. 24.)
첫 단락을 마치면서 맬서스는 처음 자신이 전반부에 걸쳐서 해야 할 과제들을 설명합니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니 책이라기보다는 논문이나 보고서의 느낌이 조금 더 강한 감이 있습니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독일에서 태어나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의 대영도서관에서 무수한 보고서를 읽었던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그런 향기가 좀 납니다.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이런 주기적 움직임을 규명하는 시도는 보다 면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나는 이와 다른 다음과 같은 명제를 증명하고자 한다.
(1) 인구는 필연적으로 생존자원에 의해 제한된다.
(2) 인구는 강력한 억제요인에 의해서 억제되지 않는 한 생존자원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3) 모든 인구 억제 요인은 도덕적 억제와 악덕 및 빈곤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같은 책, p. 27.)
이어서 맬서스는 약 300페이지 걸쳐서 고대문명이 자연스럽게 인구를 어떻게 억제해 왔는지 그리고 당대 유럽이 이 기제들을 해소하면서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방치하는지 분석합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시작은 야만족입니다. 야만사회에서는 설사 음식이 풍요롭더라도 야만적 풍속 때문에 음식이 부족해지고 기아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자연스럽게 인구수 증가가 억제됩니다. 처음 맬서스가 정의한 예방적 억제와 적극적 억제 중 적극적 억제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됩니다.
아메리카인디언은 어떨까요? 맬서스가 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인구가 적고 인구밀도가 적은 이유는 일단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인데 목축이나 농경이 아닌 유목 생활을 한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비문명성으로 인한 생활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가뜩이나 유행병에 취약한데 양육을 어렵게 하는 관습으로 이어집니다. 미크로네시아 군도도 썩 다르지 않습니다.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관습이 없고 특히 난잡한 성생활 관습이 문제가 됩니다. 성생활이 활발하면 아이를 많지 않지 않냐고요?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양육에 대한 책임김이 떨어진다는 게 맬서스의 주장입니다.
북유럽 국가는 상대적으로 성생활도 경건하고 관습도 야만성이 덜합니다. 문제는 전쟁입니다. 토지와 식량 약탈을 위해 싸운 결과로 인해 가뜩이나 농업 생산력이 낮은 토지 생산력을 더 떨어뜨립니다. 거기다 이들은 접촉이 적은 관습이 인구 억제의 요소입니다. 맬서스는 "주위와 거리를 두는 독특한 생활 습관"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유목국가를 볼까요. 맬서스는 부자들의 일부다처제로 인해 노동계급이 줄어드는 점과 문란한 성관습을 같이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역시나 전쟁, 기근, 극단적 빈곤과 질병 등이 인구를 늘어나지 않게 하는 이유입니다.
식량이 부족하다 보면 전쟁은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된 전쟁은 거꾸로 생존자원을 제한하는 강력한 원인이 된다. (같은 책, p.82.)
아프리카는 돌림병과 전제적 정부, 전쟁과 일부다처제가, 시베리아는 근면성이 부족한 관습, 지형과 풍토 그리고 그로 인한 낮은 농업 생산력이 인구를 억제하는 기제입니다. 터키는 정치인들의 학정과 무능, 사유재산에 대한 불안정성, 낮은 농업 생산력이 이유가 됩니다. 특히 흑사병과 그로 인한 사회 혼란, 연결되는 풍토병이 인구를 억제하는 이유입니다. 베트남을 비롯한 남아시아는 독특하게도 인구 억제를 제도화하는 관습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전염병과 기근, 흉작이, 일본은 여기 더해 난잡한 성문화와 전쟁, 유아 살해를 허용하는 관습이 인구 증가를 막는 기제입니다. 고대 그리스는 전쟁 때문에, 로마는, 특권층 집중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유아살해 관행 같은 것들이 인구를 억제하는 요인이 됩니다.
정리하면 본래 인구는 그대로 두면 늘어나게 돼 있는데,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니 거의 모든 국가와 제도에서 맬서스의 표현에 따르면 예방적이나 적극적인 인구 억제책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능하고 불안정한 정부, 부족한 생산력, 기근, 전쟁 같은 것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막고 억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후에 이르러 사실, 이러한 개인과 공동체에 일어난 불행이 인류와 역사라는 더욱 거대한 측면에서 보면 심지어 이익이라는 주장으로 연결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억제되던 인구조절 기제에 문제가 생깁니다. 근대 이전을 살펴본 맬서스는 당대 유럽을 살펴봅니다. 노르웨이는 징병제도와 이로 인한 낮은 결혼 동기, 그리고 독신자가 생존자원을 획득하기 유익한 환경이고 심지어 상속 상에 결혼이 손해라는 억제책이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노르웨이 인구는 크게 늘고 있지 않습니다. 스웨덴도 퍽 다르지 않죠. 거기나 농업 생산량도 문제가 있고 이 사람들은 근면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관습이 없습니다. 거기다 사망률도 높아요. 그래서 인구가 억제되어야 하는데, 늘어납니다. 1800년대 이후 계속 늘어납니다. 러시아는 풍습이 심지어 방탕하고 관습은 결혼을 방해해요. 그런데도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중부 유럽 얘길 해보죠. 보통 청결상태, 건강 등으로 인구가 늘고 이를 통해 생계유지 수단이 늘어나고 있고 그래서 혼인이 줄어들어요. 사망률이 그대로 유지되고 혼인이 줄어들면 당연히 인구가 줄어야 할 텐데 결과는 독특합니다. 왜냐하면 사망률이 늘면 혼인이 늘어나는 또 다른 지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의 증가는 출산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가임기 부부의 출산과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인구가 늘어날지 줄어들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괴상해 보이는 이야기는 결론부에 다른 통찰력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인구가 많고 사망률은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면, 그리고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지 못한 여러 나라에서 혼인은 주로 사망을 통해서 규제되기 때문에, 어느 시기에도 총인구와 사망률은 거의 동일한 비율 상태를 보일 것이다. (같은 책, p.191.)
이상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원칙은 혼인에 대한 직접적인 장려는 반드시 사망률 증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같은 책, p.192.)
다른 나라들은 조금 더 본격적입니다. 스위스는 목축에 의존하는 산업과 환경 등의 원인으로 인구 증가가 어려운데 인구 장려책이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맬서스는 본격적으로 후에 할 얘기를 슬슬 흘립니다. 인구 장려책으로 인구가 늘어나자 한정된 식량을 나눠 먹어야 하고 그만큼 비참함도 늘어났다는 겁니다. 프랑스 역시 혁명 이후 출생률이 줄었으나 노동계급 생활 변화, 백신접종으로 사망률이 줄어들어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인구 억제 기제를 인간의 힘으로 막고 있는 것이죠. 영국은 보다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농업과 공업 양면의 발달과 생산력 급증은 노동 수요를 확대하고 인구를 급격히 늘리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농업 기술 발전, 아일랜드는 하물며 감자 만으로도 인구가 들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125년 만에 2배나 인구가 늘어났습니다.
앞서 말한 여러 억제요인이 인구증가 추세를 완만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일 뿐만 아니라, 그런 억제책을 강구하게 된 것이 주로 식량 부족의 결과라는 사실은, 생존자원의 급증으로 이런 억제요인이 어느 정도 사라지면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된다는 점에 비추어서 명백하게 알 수 있다. (같은 책, p.288.)
맬서스가 말하는 '인구 억제책'만으로도 좀 놀랐습니다.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비극들이, 고작 인간이 갖고 있는 인구의 억제책일 뿐이라고? 산업혁명으로 인해 이어진 도시의 청결과 산업화 등이 불러오는 경제발전, 그리고 그 원인이자 결과인 인구 증가가 문제적 현상일 수 있다고? 진짜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인구 증가가 해악이며 인구 증가로 인해 늘어난 빈민을 구제하기 위한 법 제도가 별다른 의미가 없거나 악덕을 유발한다고 냉혹하게 말하는 후반부입니다.
맬서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고 분명하게 자기주장을 이끌어 갑니다. 회피하거나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어떤 이야기들은 다른 의미로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어떤 종류의 공감을 일으킵니다. 어쩌면 어려운 사람을 돕고 그들의 생존을 지지하는 태도는 크게 보면 인류나 공동체를 위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성직자였던 맬서스가 왜 인구 증가를 해악이라고 말했는지 다음 편에 본격적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