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화엔진이 세계 조선업계를 흔들 기술 성과를 내놓았다. LNG 운반선에 ‘가변 압축비(VCR)’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엔진을 양산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카타르 프로젝트 선박에 탑재될 예정인 이 엔진은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적 이정표로 평가된다.
기존 LNG선 엔진은 압축비가 고정돼 운항 조건이 바뀌어도 최적의 연료 효율을 내지 못했고, 특히 LNG가 완전히 타지 않고 대기로 빠져나가는 ‘메탄 슬립’ 문제가 컸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강력한 온실가스를 일으켜 국제 규제 강화 속에서 가장 큰 숙제로 꼽혀왔다.
출처 : 연합뉴스
VCR 기술은 엔진 내부의 압축비를 실시간으로 조절해 조건에 맞게 최적화한다. 자동차 엔진이 언덕길과 평지에서 다르게 힘을 쓰는 것처럼 상황별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메탄 슬립을 30~50% 줄일 수 있다. 제조사 테스트에서는 가스 모드에서 5%대, 디젤 모드에서는 6%대 이상의 연료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이 변화는 곧바로 경제성과 연결된다. LNG선은 하루에 수백 톤의 연료를 소모한다. 효율이 몇 퍼센트만 개선돼도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동시에 메탄 배출 감소는 유럽연합의 배출권 거래제나 2026년부터 강화되는 탄소 과세에서 직접적인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환경 대응과 비용 절감이 동시에 가능한 것이다.
출처 : 연합뉴스
경쟁 구도 속 이번 기술의 의미는 크다. LNG선 시장은 WinGD의 X-DF와 MAN의 ME-GI가 양분한다. X-DF는 단순·저비용이 장점이나 메탄 슬립이 약점이고, ME-GI는 배출이 적지만 고압 장비로 비용과 관리 부담이 크다.
하지만 VCR은 X-DF의 단점을 보완해 비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환경 규제까지 충족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시장 반응도 빠르다. 한화엔진은 이미 7천억 원 규모의 VCR 엔진 수주를 확보했다.
카타르는 100척이 넘는 LNG선을 발주 중이며, 한국 조선사들의 오더북에는 270척 이상이 대기 중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X-DF를 채택하고 있어 VCR 기술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LNG선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카타르뿐 아니라 미국과 아프리카에서 대형 LNG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추가 발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NG선 강국인 한국이 엔진 기술까지 차별화를 이뤄낸다면 단순한 건조 경쟁을 넘어 친환경 해양 기술의 세계적 표준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로, 실제 운항 성능 검증과 장기적 신뢰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강화되는 국제 규제와 선주들의 비용 절감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은 한화엔진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