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타이에서 수출 대기하는 BYD 차량들 /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에 가로막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올해 초 BYD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샤오펑과 지커 등 중국의 급성장 브랜드들도 잇따라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고 서방 국가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샤오펑 p7 / 출처 : 샤오펑
중국 대표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은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엑스펑모터스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수입차 업계 경력을 갖춘 한국인 대표를 물색 중이다.
샤오펑은 2014년 설립 이후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46개국에 진출했으며, 2025년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독일 뮌헨 모터쇼에서는 신형 전기 세단 P7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동시에 공개하며 ‘중국의 테슬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내에는 중형 전기 SUV ‘G6’가 첫 출시 모델로 유력하다. 이 차량은 800볼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중국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725km까지 주행 가능하며, 10%에서 80%까지의 급속 충전이 약 12분 만에 이뤄진다.
지커 7x / 출처 : 지커
지리홀딩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 역시 한국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커는 지난 2월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을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현재 시장 분석과 딜러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자사 로고 및 전기 SUV ‘7X’의 상표 출원도 마친 상태다.
중국 4위 완성차 업체인 창안자동차는 연내 한국 법인 설립을 목표로 국내 사업 담당 인력을 충원 중이다. 이 밖에도 신생 전기차 제조사 립모터와 샤오미의 자동차 브랜드 ‘샤오미 오토’ 역시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어, 중국발 전기차 러시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 아토3 / 출처 : 연합뉴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잇따른 한국 진출은, 올해 1월 공식 진입 후 빠르게 입지를 넓힌 BYD의 성공에 크게 자극받은 결과다. BYD는 ‘아토3’, ‘씰’, ‘시라이언 7’ 등 다양한 모델을 앞세운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에 안착했으며, 3월부터 8월까지 총 1,964대를 판매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선 “BYD 이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와 함께, 배터리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브랜드들의 대거 진입이 국산 전기차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샤오펑과 지커는 중형 SUV를 앞세워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5 등과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으며, 프리미엄급 이미지와 디자인 차별화 전략으로 BYD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자국 내 수요 정체와 서방 국가의 고율 관세 장벽으로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한국을 ‘매력적인 대안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