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조기 사이에 있는 현대차 로고 / 출처 :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10월부터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자, 현대자동차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사라진 보조금보다 더 큰 최대 9,800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시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향후 점유율 확보와 브랜드 신뢰도 유지까지 고려한 장기적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오닉5 / 출처 : 현대차
10월 2일, 현대차 주가는 장중 3%대 급등세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폐지라는 악재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현대차의 파격적인 할인 대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10월 1일(현지시간), 아이오닉 5의 2026년형 모델 가격을 평균 9,155달러(약 1,280만 원) 인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엔트리 모델인 SE RWD는 기존 4만 2,600달러에서 3만 5,000달러로 17.8% 낮췄다.
또한 2025년형 모델 구매자에게는 7,500달러의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리스 계약자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적용한다. 이는 사실상 기존 보조금 이상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주요 완성차 미국 3분기 판매 실적 / 출처 : 한경
현대차가 수익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춘 배경에는 미국 시장 내 점유율 방어가 있다.
올해 3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약 48만 대로 GM(70만 8,360대), 도요타(62만 9,137대), 포드(54만 2,983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5위인 혼다(35만 8,848대)와의 격차는 13만 대에 불과해, 순위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IRA 종료로 소비자들의 구매 망설임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아이오닉 브랜드의 리더십 유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 / 출처 : 현대차
한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축소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닛산은 10월 1일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했고, 혼다도 지난 9월 24일 아큐라 ZDX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인해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판매가 연간 최대 4만 5,000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해 조지아주 공장을 조기 가동하고, 미국 내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25% 고율 관세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더해지며, 현대차의 미국 시장 도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