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일렉트릭 / 출처 : 현대차
한때 “창피해서 못 탄다”는 인식 속에 외면받던 경차가, 이제는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는 인기 차종으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이야기다. 신차 출고를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앞지르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는 믿기 어려운 매물도 보인다. 예컨대 주행거리 26km에 불과한 캐스퍼 인스퍼레이션 2025년 8월식 모델이 2,480만 원에 등록돼 있다.
엔카닷컴 캐스퍼 터보 인스퍼레이션 매물 / 출처 : 매일경제
신차 가격은 2,090만 원으로, 중고차가 390만 원 더 비싸다. 캐스퍼 디 에센셜 2025년 9월식은 주행거리 139km에 가격이 2,199만 원으로, 신차보다 무려 428만 원 비싸다.
중고차 시세는 연초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중고차 정보업체에 따르면 9월에는 3% 상승했고, 10월에도 4.4%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격 역전 현상의 원인은 명확하다. 신차를 받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캐스퍼 온라인 홈페이지 ‘캐스퍼 일렉트릭’ 모델 출고 지연 안내 / 출처 : 데일리안
현대차 공식 온라인 주문 페이지에 따르면,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고받기까지는 최소 13개월에서 최대 22개월이 소요된다. 트림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전기차 시장 전반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캐스퍼 일렉트릭만큼은 예외적으로 수요가 몰리며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 품귀 현상의 핵심은 공급 부족이다. 전체 생산량의 약 80%가 수출되면서, 국내에는 20%만 공급된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캐스퍼 일렉트릭’ 생산라인 / 출처 : 광주글로벌모터스
특히 일본과 유럽 등 수요가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집중돼 있다.
여기에 생산 차질까지 겹쳤다. 위탁 생산을 맡은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잇달아 파업을 벌이며 공급이 더욱 줄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수출 중심 전략과 생산 차질이 겹친 결과”라며, “당분간 공급난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저렴한 차’로 인식되던 캐스퍼는 이제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수요 속에서 ‘프리미엄 경차’로 재평가받고 있다. 중고차값 역전과 공급난, 수출 편중으로 이어진 이 같은 변화는, 전기차 시장이 기술을 넘어 수급 전략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에 왔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