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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한복판, 외국인 여행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는다. 그러나 그들 앞에 열려 있는 문은 늘 많지 않았다.
숙박비는 치솟고, 오래된 주택은 ‘노후 건물’이라는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다. 그 규제가 드디어 완화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6년 만에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침을 손본 것이다.
그동안은 사용승인 후 30년이 지난 건물은 안전성과 관계없이 등록조차 할 수 없었다. 문체부는 이번에 ‘노후·불량건축물’ 조항을 삭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안전성만 확보되면 등록을 허용하도록 바꿨다.
“오래됐다고 위험한 건 아니다”라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셈이다. 덕분에 수십 년 된 주택들도 다시 관광 숙소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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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벽도 낮아졌다. 예전엔 토익 760점이나 통역 자격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통역 앱 같은 보조수단으로도 충분하다. 외국어 부담이 줄면서 예비 호스트들의 문턱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층은 50~70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주택 소유자는 50·60대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노후 단독주택을 보유한 비율도 가장 높다.
이번 완화로 30년 이상 된 주택을 가진 중장년층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합법적 민박을 운영할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영어 공인점수나 유창성이 없어도 통역 앱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하고 싶지만 언어가 걱정돼’ 포기했던 50~70대 호스트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 완화는 단순한 행정조정이 아니다. 6년간 유지된 규제로 막혀 있던 숙박 공급의 경제적 손실은 적지 않았다.
외래관광객 규모와 숙박지출 비중을 토대로 분석하면, 등록 제한으로 묶였던 도시민박 수요에 따른 손실은 연간 최소 700억 원에서 많게는 약 5천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외국인 관광객 1,600만 명의 숙박지출 규모(약 56억 달러)를 기준으로, 실제 시장에서 사라진 숙박 공급을 1~5%로 보고 경제 파급계수를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골목 안 게스트하우스나 개인 민박이 다시 활기를 띠면, 주변 식당·카페·소상공인에게도 손님이 돌아온다. 숙박산업 전반으로 보면 외국인 친화형 숙소의 다양성이 커지면서 지역경제에 온기가 돌 전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안전성과 서비스 품질을 지키면서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완화되면 공급이 늘고, 공급이 늘면 여행의 문턱이 낮아진다. 오래된 집들이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제도가 열어준 길을 얼마나 안전하고 품격 있게 채워갈 수 있느냐다. 외국인 관광의 새 문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