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캐딜락
운전자가 핸들을 놓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앞도 안 보고 운전해도 되는 시대가 열린다.
딴짓하며 달리는 자동차,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28년부터 선보일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의 시선조차 필요 없는 ‘눈 뗀 운전’을 현실로 만든다.
자율주행차는 이제 단순한 보조를 넘어, 완전히 독립된 주행의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슈퍼크루즈 / 출처 : GM
GM은 22일(현지시간) ‘GM 포워드’ 행사에서 캐딜락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에 자사의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아이즈 프리(Eyes-Free)’를 2028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것은 물론,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을 책임지는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기존 ‘슈퍼 크루즈(Super Cruise)’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GM은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GPS를 융합한 센서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인식 능력을 극대화하고, 자율주행 상태에서는 계기판과 사이드미러에 청록색 조명을 표시해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테슬라 자율주행 / 출처 : 연합뉴스
현재 미국에서 레벨 3 자율주행을 제한적으로 상용화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뿐이며,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 반면 GM은 훨씬 넓은 환경과 속도에서 아이즈 프리를 작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M은 북미 전역에 100만km가 넘는 자율주행 도로 지도를 구축했고, 기존 슈퍼 크루즈 주행 데이터를 포함해 총 11억km 이상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했다. 여기에 자율주행 로보택시 ‘크루즈’에서 얻은 기술을 결합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GM은 고속도로를 넘어 도시 주행까지 기술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구글 / 출처 : 연합뉴스
GM은 2025년부터 차량에 구글의 인공지능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하고, 이후 차량별 맞춤형 AI를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AI는 원페달 주행 방식 설명, 정비 이상 조기 감지, 최적의 맛집 추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자율주행과 AI의 결합은 자동차를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정보 제공과 사용자 맞춤 기능을 수행하는 ‘지능형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에스컬레이드 IQ / 출처 : 연합뉴스
GM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에 슈퍼 크루즈 기능을 탑재해 올해 안에 한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를 정밀하게 매핑하고, 한국 특유의 도로 환경까지 반영했으며, 이 작업에는 약 100억 원이 투입됐다.
이같은 빠른 도입이 가능한 배경에는 한미 FTA에 따라 미국에서 인증받은 차량은 국내 인증 절차 없이 연간 5만 대까지 수입·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생산 차량은 별도의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같은 기술이라도 누가 만들고 어디서 생산했느냐에 따라 실제 도입 속도에 큰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 / 출처 : 연합뉴스
자율주행의 진화는 이제 GM의 기술로 ‘눈을 떼는 운전’까지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준비됐지만, 사회와 제도, 그리고 운전자의 인식이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