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하늘의 대가... 북태평양이 끓는다"

by 위드카 뉴스

올여름 북태평양, 예측 넘어선 ‘끓는 바다’
중국·IMO 청정정책, 역설적 온난화 불렀다
맑은 하늘 뒤, 폭염과 해양열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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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올여름 북태평양이 유례없이 끓어올랐다. 7월에서 9월 사이, 이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연합 산하 기후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0.25도 더 높았다.



단순한 상승이 아니다. 기후모델조차 예측하지 못한 급등이다. 버클리어스 연구팀은 이런 확률이 1%도 안 된다고 분석했다. 과학자들조차 “이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의 청정 공기 정책, 예기치 못한 기후의 역습


바람이 약해졌다는 설명도 있지만, 그걸로는 이번 폭등을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이유는 사람 쪽에 있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덕분에 인체 유해 물질 배출은 크게 줄었지만, 황이 만들어내던 에어로졸이 햇빛을 반사해 바다를 식히던 기능도 사라졌다. 그 억제 장치가 빠지자, 열이 고스란히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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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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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중국의 변화도 큰 영향을 줬다.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소는 최근 논문에서 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추진한 대기정화 정책이 북태평양 온도 상승을 자극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3년 이후 중국은 석탄발전소를 전면 개조하고, 탈황·탈질·집진 설비를 달았다. 오염물질은 줄었지만, 동시에 햇빛을 반사하던 미세입자들도 사라졌다. 공기는 맑아졌으나, 지구는 더 많은 열을 머금게 됐다.



이 변화는 한국에서도 체감된다.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초미세먼지는 해마다 약 5%씩 줄었고, 2019년 이후 하락세가 더 뚜렷했다.



중국발 오염 감소와 국내 산업 개선, 그리고 IMO 규제가 동시에 작용한 덕이다. 그러나 깨끗한 하늘의 이면에는 바다의 ‘과열’이 있다.


에어로졸이 사라진 자리, 지구의 진짜 온도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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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북태평양은 이제 단순히 따뜻한 바다가 아니다. 축적된 열로 생태계가 흔들리고, 강력한 태풍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기록적 폭염, 미국의 초강력 태풍 모두 이 고온 현상과 맞닿아 있다.



과학자들은 “황을 줄이는 정책이 잘못된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류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잃어버린 냉각 효과를 메울 방법이 없다. ‘에어로졸의 가면’이 벗겨지자 지구가 실제로 얼마나 뜨거워졌는지가 드러난 셈이다.



하늘은 맑아졌지만 바다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대기와 해양이 연결된 이상 균형의 붕괴는 멀지 않다. 깨끗한 공기의 대가로 폭염과 해양열파를 겪을 수도 있다. 이제는 바다의 열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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