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AI가 운전을 더 잘한다면 보험료도 AI가 운전할 때 더 저렴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도발적인 물음이 실제 보험상품으로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디지털 보험사 ‘레모네이드(Lemonade)’가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한 주행에 대해 최대 50%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능인 'FSD(Full Self-Driving)' 사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레모네이드 오토노머스 카’입니다.
핵심은 실제 운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요율 적용입니다. 테슬라는 FSD를 켠 상태로 510만 마일(약 820만 km)마다 한 번 사고가 나는 수준으로, 일반 차량 평균 사고 간격 699,000마일(약 112만 km)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보험은 주행 거리 비례(Pay-per-mile) 방식으로, FSD가 활성화된 주행 거리만큼 보험료를 낮춰주는 구조입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테슬라 오너들과 자동차 업계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도입되기까지는 아직 과제가 많습니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도 T맵의 안전운전 점수나 현대차 블루링크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을 운영하고 있으나, 할인 폭은 대체로 10~15% 수준이며 자율주행 기능 활성화 여부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기술적 제약 때문입니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지도 데이터 반출 이슈와 각종 규제로 인해 테슬라 FSD 기능의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고속도로 주행 보조(NOA)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율 분석과 보험 요율 산정에 반영하기엔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습니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려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또한 명확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제조사와 운전자 중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고, 보험업계 역시 이에 대비한 상품 설계가 쉽지 않습니다.
보수적인 금융당국과 보험사의 성향을 고려하면, 미국처럼 획기적인 보험 할인이 국내에 바로 적용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글로벌 흐름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을 통해 주행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보험 상품 개발 가능성도 검토 중입니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인 HDA2 등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사용량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돈을 아껴주는 시대'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이러한 변화가 국내 소비자에게 체감되기까지는 제도와 환경이 더 정비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