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전기차의 필수 요소로 여겨졌던 '히든 도어 핸들'이 전 세계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규제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깊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히든 도어 핸들은 평상시 차체와 일체화되어 보이지 않다가, 스마트키 감지나 손으로 접촉하면 자동으로 돌출되는 방식입니다.
세련된 디자인과 공기저항 감소 효과로 인기였지만, 사고 발생 시 도어 개방이 어려워 치명적인 구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충돌로 전원이 차단됐을 때 전동식 도어 핸들이 작동하지 않아, 탑승자가 빠르게 차량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관련 규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습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모든 신차가 물리적으로 손으로 당길 수 있는 외부 도어 핸들을 갖추도록 2027년부터 의무화할 예정입니다.
미국도 안전을 위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안전한 탈출(SAFE Exit)’ 법안이 의회에 발의되었으며, 전기차라 할지라도 비상 상황에서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동 개폐 장치를 필수로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사고 후 구조대원이 문을 열 수 없어 창문을 깨야만 했던 반복된 사례들에서 비롯된 조치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 기아 EV9, 제네시스 G90 등 국내 전기차들도 히든 도어 핸들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해당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 기준이나 규제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현행법은 충돌 후 도어 잠금 해제 기능까지는 의무지만, 물리적 수단으로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를 갖추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충돌 사고 후 문이 열리지 않아 구조가 지체됐던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디자인은 빠르지만 안전 법규는 늘 한발 늦다”고 지적합니다.
디자인과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기준도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직관적이고 기계적인 개폐 장치는 단지 옛 기술이 아닙니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분위기가 '멋'에서 '생존'으로 전환하는 지금, 우리 역시 그 변화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