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재의 (소박한 캠핑) <2>
‘여보. 저쪽에 설치한 텐트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무척 예쁘던데? 반대쪽엔 우리 세리 텐트랑 색깔까지 똑같은 것도 하나 있어.’
컥!!!!!!
좀체 이런 표현을 안 하는 챠밍여사가 이렇게 식전 댓바람부터 이런 말을 꺼낸다는 것은....... 정말 D지게 예쁘던가, 어디 한 번 심각하게 고심을 해보라는 모종의 암시인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은연중의 공갈 협박인 것이다.
허면 어쩔 것이여?
벌떡 일어나 빛의 속도로 이끼 가득한 험준한 계단을 뛰어넘고 내려가 주변 정찰을 시작한다. 도대체 어떤 넘의 텐트가 우리 마님 심기를 새벽부터 건드린 것이여?
이제 겨우 날이 밝아온 캠핑장은 그저 한없이 고요한 숲속이나 마찬가지다. 불금의 여독 때문들인지, 아니면 주말의 해방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간혹 화장실을 가는 사람을 제외하면 이렇게 일찍 텐트 밖으로 나오는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캠핑장의 아침은 아마도 해가 중천에 떠야 시작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우리야 집에서나 밖에서나 외국에서나 새벽 4시 좀 넘으면 겨울이건 여름이건 저절로 잠에서 깨는 특수 체질들이지만 말이다. 거기에 시차적응도 필요치 않는....... 자명종 시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아주 유별난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가족이다.
오늘은 각자 개별적으로 화장실 볼 일을 마치고 캠핑장을 두루두루 살피면서 산책을 마친 시간이 겨우 새벽 6시를 지나고 있었으니........ 조심 또 조심. 고요한 아침 정적을 깨지는 말자.
푸르른 녹음이 가득하고 멀리서 은근하게 계곡 물소리가 들려오고 아주 가까운 숲속에서 꾀꼬리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사이트에서 새벽 의식으로 언제나처럼 모닝커피를 즐긴다. 머그잔 가득 나는 좀 진하게, 아내는 아주 연하게....... 폼은 마르세유 노천카페 사마르테인에서의 그 멜랑꼬리 했던 자세를 재현해 보다가 예쁜 텐트라는 소리에 허겁지겁 뛰어 내려온 상황이었다.
‘오두막 5.5. 너냐?’
소선암 캠핑장 강변 풍광을 끼고 있는 가장 인기 있는 A구역의 초입에서 떡하니 그 깜찍한 텐트가 설치된 데크를 발견했다. 딱 보니 단박에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내가 왜 우리 마눌님 취향을 모르겠어?
나는 익히 이 녀석 (오두막 5.5)에 대해선 벌써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나도 내 맘을 홀랑 빼앗긴 적이 이미 있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하는 트로트 대중가요의 가사가 불현 듯 떠올랐을 정도였다.
코오롱 스포츠에서 만든 오두막 텐트 시리즈 5.5 버전이다.
최근까지 이리저리 재보고 또 고민해보고 하다가 결국 마음을 접었던 바로 그 녀석이다.
한참 마음이 끌리고 있었을 때, 중고로 나온 제품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일을 저질러 버렸을 것이다. 후유증이 있을 것은 각오해야 했겠지만 어쨌거나 중고로 나온 것이 있었다면 지난밤을 저것과 같은 오두막에서 지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중고로 나온 제품이 없었다. 아니지 조금만 가만히 돌이켜 본다면 중고가 없는 게 당연하지 않았을까? 나라도 배가 아파서 도저히 내놓지 않았을 것 같다.(유명 기업에서 야심차게 만들어 내놓은 제품에 대해서 절대 어떤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내가 느꼈던 점을 지극히 주관적 관점에서 피력을 해 보자면)
정말로 정말로 앙증맞을 정도로 깜찍하게 예쁘다. 그게 최고 매력이자 장점이다.
야영장 테크위에 설치해 놓고 같은 소이밀크 빛깔 중간정도 크기의 타프를 위에 얹는다면 티비나 영화나 잡지의 광고에나 나올법한 기가 막힌 세트장 분위기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다. 그게 단점이자 맹점이다. 그 크기는 그냥 쉽게 비박 텐트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이다.
240 X 220 X 180 이었던 것으로 크기를 기억하고 있다. 연인 둘이서 가급적이면 붙어서 부비고 지내기에는 딱 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텐트 안에 짐이나 가방이라도 좀 들여 놓고, 작은 소반에 커피나 와인이라도 마시기에는 절대적으로 좁은 느낌이다. 인간관계라는 게 타인으로 만나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넷이 되기 마련인데, 썸을 타는 순간에서부터 단 둘이만 지내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인생으로 보면 단 둘만의 시간은 아주 짧다. 물론 자녀를 가지지 않으려거나 늦게 바라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고, 메인이 아니라 서브 텐트로 보유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작은 녀석을 실제로 활용할 기회가 생각보다 아주 짧을 것이라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처음 이 텐트가 선보였을 때,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충분히 예뻤으니까. 그래서 처음 출시에서 무척 많이 팔려 나갔다.
이 작고 활용도가 별로인 거대 기업에서 선보인 오두막의 가격이 일백만 원이 조금 넘었다. 어떠세요? 그 가격대라면?
그런데 이상하게도 첫 출시 때 말고는 더 이상 전혀 팔리지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약 1년 정도 지나서 결국 창고에 쌓아놓을 수만은 없어서 특별 할인을 했는데....... 엄청나게도 이런저런 할인을 죄다 합치면 26만 원, 27만 원에 구입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까지 했음에도 결국엔 별로 판매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뻐도 너무 예뻐서 처음에 허겁지겁 서둘러 구입하기는 했는데....... 용도가 별로였던 것이다. 어디 돔 쉘터를 설치하고 캠핑을 하면서 한쪽 구석에 우아하게 디저트나 와인을 마시는 인증 샷을 얻기 위한 소품용 텐트로 설치가 아니라면 별로 소용이 없더라는 말이다.
꼴도 보기 싫어서 처분하고 싶은데....... 얼마에 내 놓을까를 고심하던 중에, 판매 회사가 20만 원대 중반으로 특판을 하고 있다고 하면......... 백만 원 넘게 주고 산 것이고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했는데........ 나라도 억울해서 못 팔고 아무데나 쳐 밖아 두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고가 없다. 나오지를 않는다. 언젠가 중고로 10만 원대에 나오게 된다면 혹시 그때라면 나라도........
내가 오두막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지 우리 병아리들 때문이다.
그만큼 깜찍하게 예뻤으니까 말이다. 우리 병아리들이 아주 좋아했을 텐트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미 같은 이유로 해서 구입해 놓은 텐트가 나에겐 따로 있지 않은가. 한동안은 아무래도 그 나르시스 돔(narcissus dom Ex)로 만족하고 버텨보아야 할 것만 같다. 하긴 한 때는 그 나르시스 돔 소이밀크 색상에 웃돈을 주고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 정도로 최고 히트 상품이 아니었던가? 우리 예쁜 세리를 생각하면서 할아버지가 구입한 텐트가 바로 나르시스 돔 소이밀크 였다. 우리는 (세리텐트)라고 부른다.
지금 이 캠핑장에 오두막 5.5가 설치되어 있는 A열 초입을 지나 중간 지역에 바로 그 (세리텐트)가 앙증맞은 자태로 설치되어 있다. 여전히 참 예쁜 텐트다.
애초에 할아버지 생각은....... 이번 여행의 메인 텐트는 나르시스 돔이었다. 당연히 세리가 주인 역할을 예쁘게 잘 해낼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였다.
그래서 실망하고 낙담한 할아버지는 차에 나르시스 돔을 싣고는 왔지만, 끝내 꺼내서 설치하지 않았다. 세리가 곁에 없으면 할아버지는 나르시스 돔을 절대 펼치지 않을 것이니까.
약.속.
캠핑의 묘미 중에는 이렇게 남이 구축해 놓은 사이트를 구경하면서 자신의 장비와 비교도 해보고 새로 등장한 장비나 기술의 발전을 간접 경험해 보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그러다가 보면 자칫 '개미지옥'에 빠질 위험이 커지겠지만 말이다.
과거에 캠핑의 대중화와 함께 젊은직장인들이 가세하면서 점차 장비의 고급화와 대형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끝이 바로 ‘개미지옥’이다.
등산복이 없던 시절에 교련복을 입고 산에 올랐다. 침낭이 없어서 엄마 몰래 가장 얇은 솜이불을 둘둘 말아 가지고 다녔다. 코펠 대신 양은 냄비나 솥을 들고 갔다. 조명은 군대서 흘러나온 ㄱ자 후레쉬에서 어느 날 사각형 통배터리가 들어가는 똑딱 렌턴이 등장하면서부터 조명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촛불 가지고 다니다가 텐트며 이불 태워먹은 사람들도 여럿 있다. 라면도 없던 시절엔 밀가루 가져가서 수제비도 끓여 먹었다. 모기향 대신 쑥을 뜯어서 모닥불을 피우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도 우리는 그렇게 캠핑을 다녔었다.
가끔 남산에 올라보거나 강변에 나가보면........ 다들 어디 에베레스트 등반이나 아문젠의 극지 탐험 때 보다 휠씬 더 고급지고 상상도 못했던 완벽한 복장과 장비로 중무장을 하고 등산이나 탐험이 아니라 자리깔고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저렇게까지?
자신이 가진 장비에 나름의 뜻깊은 추억이 아로새겨졌다거나, 힘들게 겨우 구한 물품이거나 비용면에서 꾸준히 저축을 통해서 어렵게 마련하는 등의 특별히 애착을 가질만한 조건의 애장품이거나, 자신만의 취향이나 적성에 맞게 꾸며져 자부심이 뿡뿡 생기는 정도의 애착 장비가 아니라면, 캠퍼들은 늘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든지 ‘개미지옥’의 나락으로 빨려 들어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캠핑 장비 기업의 일류 연구원들이 바로 그런 캠퍼들의 속내를 사전에 감지하고 파악하고 반영해서 기어코 개미지옥에 걸려들도록 함정을 파는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이 쓰고 있는 신형제품들은 하나 같이 모두 부러움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된다. 속된 표현으로 미치고 환장하게끔 잘 만들고 잘 포장해서 잘 걸려들도록 유혹하고 있는 기업 개발자들의 숭고한 노력 때문이다.
캠핑 개미지옥에 잘못 빠져들면........ ‘그깟 캠핑장비가 뭐 대수라고’ 했던 것이, 하루아침에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자 못지않게 비용적 규모가 커지고 비극적 파산 못지않을 정도의 커다란 후유증을 깊은 상처로 남기기도 한다. 오죽하면 ‘지옥’이라고 이름 붙였겠는가?
거기다가 지옥에 빠져 든 어떤 캠퍼가 새로운 신상품을 무리해서 구입을 했다고 치자. 사놓고 나서 후회막심이던 할부에 허덕이던지 간에, 이젠 그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숨을 걸고 그 신상품 장비 홍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후회와 어리석음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홍보함으로써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존심은 세우고 바보짓은 사면받자’ 식으로 말이다. 유명한 캠핑장을 찾아다니고, 유튜브나 블로그를 도배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동호회원을 모아서 몰려다니면서 자신의 줏가를 올리기에 혈안이 된다. 결과로는 날아드는 할부 고지서 잔액이 전부이지만, 그런 그의 헌신적 노력으로 또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개미지옥’의 전철을 따라 밟으면서 또 빠져들게 만들고 만다.
‘내가 강제로 끌어들인 것은 아니잖아? 어디까지나 선택은 본인 몫이었어’ 하면서 말이다.
남자들은 우선 자동차란 고개를 넘어서면 다음으로 (텐트)에 빠져들기 십상이고, 여성들은 실용성이나 편리성 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예쁜 고급 도구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쉽게 예를 들어 예쁘고 다양한 조명기구에 끝도 없이 매료된다. 불멍은 남녀 공통이라 이번에 남편들은 화롯대에 몰빵한다. 화롯대 하나가 내가 가진 최고 비싼 텐트를 능가하기도 한다. 텐트 가격은 차마 쉽게 입에 올리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개미지옥을 호소하는 한 후배가 지나는 말로 고백하기를......... 캠핑 한 번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웬만큼 사모아서 집을 나섰더니 대충 이천만 원 넘게 들었다고 했다. 이백만 원이 아니라 이천만 원이다. 거기다가 캠핑카까지 염두에 두게 된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천만 원이 캠핑 투자비용의 전부이냐? 아니다. 결코 아니다. 그랬으면 ‘개미지옥’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이천만 원은 그저 초기 계약금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일단 구색은 갖추었는데 다른 누군가와 캠핑장에 함께 몰려다니다 보면, 앞에 설명한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개미지옥으로 가는 특별 열차 승차권을 팔고 있는 마귀들이 등장하고 앞다투어 거룩한 선교활동에 열중하는 모습들을 아주 흔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난 이번에 모든 장비를 노스**로 전부 바꾸기로 했어. 써 보니까 확실히 다르더라고. 내 캠핑장비를 모두 100% 노스**로 바꿀거야.’
‘이해는 하는데 내가 지금 노르웨이 침낭을 주문해 놓았거든. 침낭만은 바이킹표 노르웨이제라고 생각해. 비교불가야.’
‘아무리 노스**가 좋다고 해도 텐트는 *** 거야. 텐트는 무조건 ***거 신형을 구입할 예정이고, 루메* 조명도 신형도 나왔더라고. 모양과 색깔별로 왕창 살까 생각하고 있어.’
이런 모임에 자주 참가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얼마전에 구입한 신상품은 벌써 구형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천만 원은 그저 계약금 이었던 것이다. 할부도 아직 남았는데, 더 비싼 최신 장비를 다시 사게 되고, 그 비용을 적게라도 충당한다는 핑계로 기존의 장비를 당근에 내놓게 된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오두막 5.5)의 경우처럼 일백육만 원에 구입한 텐트를 일 년 만에 세 번 사용하고 당근에 이십만 원에 내놓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그 금액을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미지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라면 웬만해서는 저절로 빠질 수밖에 없는 어떤 절차나 제래의식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빠짐의 정도 차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혹, 현명한 여자친구나 슬기로운 여성을 아내로 맞게된다면 개미지옥 정도는 두려움 없이 거뜬히 통과하리라. 그건 내가 보장할 수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캠핑에 대한 기대나 각오를 확실하게 다지고, 보여주는 캠핑이 아니라 은근하게 오래오래 즐기는 소박한 여가선용의 캠핑을 추구하면서 시작 발걸음을 떼면 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캠핑 장비들도 대충 어림잡아 웬만큼은 된다.
아니지.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웬만큼은 넘고 제법 아주 많은 편에 속한다.
혹시나 아내가 알게되면 난리가 날 판이라....... 일부는 아파트의 다용도 실에, 나머지 감추고 싶은 것들은 사무실 창고에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그때 그때 들통나지 않는 선에서 골라서 짜집기 방식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주 가끔 대대적인 정리를 그동안 꾸준히 해왔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구호물품 무조건 방출을 여러차례 많이 했었다. 그래 놓고는 또....... 시간이 지나면서 슬쩍 쓸쩍 또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중고로 구입한 저렴한 제품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신상품을 제값 주고 샀던 적이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비싼 신상품이나 남에게 내보여 줄만한 명품 장비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을만큼 지극히 대중적인 가성비 위주의 중고제품들이 거의 전부이다. 한 개의 비싼 명품 보다는 다양하고 저렴한 여러개를 선호한다. 그건 내 체질에 가깝다. 그래서 내겐 명품이 없다.
캠핑과 레저가 대중화 되면서 고급화 되어가는 시점에서 나름대로 내가 느끼고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그때부터 한결같이 이런 방식을 취해왔다.
어느 날 눈에 확 들어오는 장비가 있으며 일단 충분히 검토를 먼저 한다. 기존 장비와의 중복이나 새 장비의 효용성과 가성비까지를 면밀하게 따지고 나서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고 중고 시장을 뒤진다. 시간을 두고 적정 가격선을 파악하고 나서 뜸을 들여가면서 거래를 타진한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버티는 사람이 항상 이기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나름의 줄다리기 같은 어려움 끝에 보유하게 된 장비나 소품은 나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아끼면서 오래오래 사용하게 된다.
내가 가진 장비는 제법 많이 있지만...... 제가격 다주고 산 것은 거의 없다. 후배는 캠핑 시작에 이천만 원 들었다는데........ 내 장비 모두 꺼내 모아서 한 이백만 원 준다고 하면 챠밍여사가 당장에 당근에 올려 싸그리 매도해버리고 말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일이 당장 벌어질 것이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이백은 아니지? 절대 팔 수 없는 것만도 이백은 되겠는데....... 태리. 세리꺼도 팔거야?’
‘아니! 그건 빼고. 억만금을 준대로 병아리들 허락 없이는 절대 못팔아.’
그럼 일단 (태리 텐트) <브라이튼 12.3>은 살아남았고, (세리 텐트) <나르시스 돔 ex>도 못 판다는 이야기고, 당연히 (할망구 타프) <농협 돔 쉘터 티케 210T>까지는 따로 챙겨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해서 최소한 병아리표 조명 기구도 한 다섯 개는 따로 남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병아리들이다시찾게된다면 그땐 정말 큰일 난다. 생사가 문제가 아니여?
말나온 김에 아예 이참에 정말로 대대적인 정리를 한 번 해봐?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조금 특이하게 카라반이나 캠핑카의 이용이 허락되고 있다. 사실 보편 타당한 선의 일반 캠퍼들에게 캠핑카는 거리를 두고 싶은 경계와 배타의 대상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제법 시선을 잡아끄는 정도의 대형 캠핑카를 보면 거짓말 안 보태고 빌라 한 채나 소형 아파트 한 채가 바퀴를 달로 밖으로 굴러 나왔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말 엄청나다. 저정도 하려면 그냥 리조트 가지 왜 캠핑을 할까 궁금해진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인근에 캠핑카 전용 캠핑장이 따로 있음에도, 또 일반 캠핑장 만의 독특한 갬성이 따로 살아 있는 것이라 굳이 이곳으로 찾아오는 캠핑카들도 제법 많이 있다. 대신 캠핑카 전용장에 비하면 일반 캠퍼들과 싸이트가 서로 얽히고, 전용 허용면적도 조금 협소하기에 대형 캠핑카 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초창기의 비교적 작은 캠핑카들이 즐겨 이곳을 찾는다. 저런 캠핑카 끌고 전용 캠핑장에 갔다가는 이런저런 장비 자랑에 눈치 보게 되고, 자칫 더 차원이 높은 수준의 개미지옥에 빠질 것이 뻔하기에 일부러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 같다.
저마다 개성있게 구축해 놓은 사이트와는 별개로, 슬쩍 지나가면서 흩어보면 그 싸이트 주인의 성격이나 안주인의 품격이 고스란히 잘 드러난다. 사방으로 어지럽게 잔뜩 어질러 놓고 몸만 겨우 끌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세상 모르게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름 깔끔하게 정리를 마치고 들어간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당장 체크 아웃을 하는 사람처럼 텐트를 제외하고는 정리를 넘어 완벽하게 짐 꾸러미까지 끝내놓고 들어가 쉬는 사람도 있다. 텐트가 다르고 장비가 다르고 밤새도록 먹고 마신 음식과 술만 다른것이 아니라, 그 휴식과 여흥의 뒤에 남겨놓은 흔적들은 더더욱 다르다. 주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을 것 같다.
캠핑은 이웃을 잘만나야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전설이 태고적 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전해내려 온다.
친절하고 자상한데 음식솜씨까지 좋은 안주인을 둔 사람이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해서 옆 데크로 오게된다면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거기다 인사성 밝고 귀여운 꼬맹이들까지 있다면 곧바로 장박 예약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반대로 밤늦도록 고성방가는 물론 취하면 주사를 부리거나 코 고는 소리에 골짜기가 흔들릴 정도의 사람이 옆 텐트로 온다면, 날 새는 대로 서둘러 보따리를 싸서 철수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인 것이다. 이 날도 코골이가 심한 사람이 있기는 했는데, 다행이도 우리 텐트에서 한참 떨어진 곳을 차지한 사람이었다. 그 옆집은 밤새 안녕했으려나?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옆집이 친누나네 집이란다. 그럼 친누나는 그렇다 치자. 반대편으로 취사장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밤새 무탈하셨나 모르겠다.
그리고 유독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팀이 하나 있었는데, 한참 안쪽의 취수장 앞 A 구역에 둥지를 트신 아주 평온해 보이는 노년의 부부 캠퍼였다.
우리보다 하루 정도 먼저 오신 분들인 모양인데 수시로 손을 꼭 잡고 캠핑장 내 산책을 자주도 즐기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남 같지 않고 참으로 보기 좋았다. 나보다 서너 살은 더 연배인 것으로 보이는데........ 하긴 이날 여기 캠핑장에서 그 팀이 최고 연배이고, 우리 정도가 한팀 정도 더 있었을까? 아마도 우리가 최 고령층에 속한 사람들이었지 싶다.
그 최고 연장자 팀이 설치한 텐트가 우리의 시선을 확 잡아 끈다. 내 창고에도 어딘가 가장 깊숙한 곳에 비슷한게 하나 있을터인데........ 족히 한 30년 전의 모델로 색도 많이 바라고 낡은 것이 느껴질 정도의 텐트를 여전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코베아가 텐트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나온 모델중에...... 이 모델이 한참 엎그레이드 되어서 (문리버) 시리즈가 탄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것도 오랫동안 보관만 해오고 있지, 설치 해본것이 까마득히 언제였던가? 곰팡이 설어 삭아 부서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참 감회가 새롭다.
누군가 요즘 수 백만원씩 하는 텐트를 옆에 설치하고 '아직도 저런 구닥따리가 온전하게 작동 하나요?' 라고 한다면, 내가 대신 나서서 이렇게 답해 주고 싶다. '당신의 수백만원 짜리가 지금 최신형인가요? 저 텐트도 당시에는 아주 구하기 힘든 최신형이었고, 시세 대비로 그 가격보다 높았으면 높았지 절대 낮지 않았어요. 거기다가 돈 좀 있다고 해서 아무나 사서 이용할 수 있는 텐트가 아니었어요. 그때 새거 사서 30년을 꾸준히 아직까지 사용해 오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당신 텐트는 30년 후에 안전할까요? 당신이 지금 자랑하는 텐트를 30년 후에도 변함없이 아끼며 사용할 자신 있어요? 자신 없으면 얼른 입 다물고 철수해 사라지길 바래요. 캠퍼라고 다 같은 캠퍼가 아니랍니다. 가서 개미지옥의 수문장이나 하세요.' 라고 따끔하게 교훈을 주어 돌려 보냈을 것이다.
올드 카는 세월이 할퀴면 할퀼수록 귀하고 비싸지는데........ 올드해진 텐트는 길거리에 내어 놓아도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그냥 그 두분과 그 텐트가 좀 더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달라붙을 때까지 평온하고 고즈넉한 캠핑 여행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아마도 한참 뒷전에 우리가 그 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야속한 것은 결코 지나가 버린 세월이 아니다. 점점 맥 없이 나만보고 쫄쫄 따라다니는 내 그림자 녀석이 더 야속할 뿐이다.'
‘이 텐트 써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좋네. 이건 언제 산거야? 앞으로 우리 둘이 다닐 때는 무조건 이 텐트로 하자. 누워서 사방이 그냥 다 보여. 하늘도 다 보이고. 어젯밤에 별 보인 거 알아? 사방으로 온통 푸른 숲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지, 앞 뒤에서 바람 솔솔 들어오지 여름엔 누가 뭐라해도 최고네. 이 텐트는 이름 안 붙여 주니?’
‘할부지 텐트. 윤태리 할부지 텐트여. 이름이.’
‘잘도 갖다 붙여댄다. 태리 텐트. 세리 텐트. 할망구 타프. 이번엔 할아부지 텐트.’
‘할망구 타프는 없어. 챠밍여사 타프라니까?’
‘개뿔. 여사는 무슨......... 그래도 이 타프는 참 이뻐. 당신이 정말 잘 샀어. 정말 맘에 들어. 병아리들 텐트도 다 맘에 들고.......’
‘다행이네. 저기 오두막 5.5는 실패작이라 이젠 아예 관심도 없고........ 대신 널널한 여유 공간이 확보되는 동계 텐트 쉘터 형으로 하나만 더 사면 안될까?’
‘당신 지금 텐트를 하나 더 사고 싶다는 말이니? 또? 이참에 아예 우리 캠핑이고 뭐고 다 때려 치울까? 내가 적당히 눈 감아주고 모르는 척 하니까 망정이지 수시로 계속 사들이는 것 내가 모를 줄 아니? 창고 검사 한 번 해볼까?’
‘이 사람이 정말? 안방하고 거실하고 베란다는 당신 고유 영역이고, 서재하고 작은방하고 사무실 창고는 내 고유영역 인거 몰라? 거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와도 서로 침범을 안 하기로 합의해 놓고는......... 그리고 내가 언제 텐트를 더 사겠다고 했니? 쬐끔 사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이야기한 거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도 못 해보니?’
‘그게 그거지? 사고 싶다고 슬쩍 말을 흘려버리고는 나 몰래 낼름 사놓고 나서...... 무지 싸게 나왔느니, 누가 그냥 가져가라고 줬다느니........ 아주 고단수 꽁수를 부려요. 매번.’
‘아니, 설사 그렇게 해서 샀다고 치자. 내가 날름 혼자 먹어 치웠니? 딴살림을 차렸니? 결국엔 같이 잘 쓰거나 당신 위해서 산 거가 대부분이잖아? 그래. 이 타프도 내가 몰래 산 거 맞아. D지게 혼나고 산 거 맞으니까 다시 내다 팔아버릴까?’
‘그건 내게 주었으니까 이미 내꺼지. 내꺼를 이제와서 왜 다시 뺏어가려고 해?’
‘몰래 사도 당신꺼는 괜찮고,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안 괜찮고 하는 그런 도둑 심뽀가 어디있니?’
‘사지 말라는게 아니잖아. 마구 사들여서 쌓아놓지 말라는 이야기잖아.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하나를 사려면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거 같은 종류로 두 개를 당근에 내다 팔아. 그래서 비용도 충당하고........ 새로운 텐트를 정히 사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텐트 두 개를 처분해. 그러면 인정해 줄께. 오케이? 앞으론 그렇게 하기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이게 시방 나한테 유리한 조건이여, 아니면 불리한 조건이여?
에구 에구. 또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챠밍 여사가 지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 일색인 신원미상의 그 텐트 이야기부터 해보기로 하자.
사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해 겨울 충주 목계 캠핑장에서 동계캠핑 중에 서브 텐트로 슬쩍 몰래 이미 사용을 했었는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하긴 중심에 메인으로 사용하는 것과 서브로 한 구석에 따로 놓고 사용하는 차이에서 오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인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내가 일부러 다른 용도로 슬쩍 변형을 시켜 사용했었다.
그 텐트의 정확한 이름은 ‘베누스 아테나 돔 쉘터( Venus Athena Dom Shelter)’로 중국산 수입품이다. 처음 수입 판매가는 30만 원대 중반이었는데 거의 팔리지가 않아서 곧바로 특별할인 판매에 들어간 저가 상품이다. 라벨이 그냥 붙어있는 상태로 중고 판매에서 나에게 정확히 10만원에 구입되었다. 최고의 매리트는 일단 무조건 ‘싸다는 데’ 있었다. 30만원 대 중저가 상품이었다면 웬만큼 갖출 것은 모두 갖추었다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방수나 마감질까지 완벽하기를 바란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정도 가격에 쉘터라면 한 시즌동안 서너 번을 쓰다가 버려도 아깝지는 않겠다’라는 확신에서 저질렀던 것이 사실이다.
‘저렴한데 왜 안 팔렸을까?’를 따져보니 이 텐트는 특이하게 마름모꼴 비대칭 육각형 형태로 만들어 졌다. 한국인들이 아주 꺼리는 형태를 기본으로 가졌다. 한국인은 모양만큼이나 너른 실내공간 확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 어중간한 육각형은 일단 쓸모없이 사장되는 공간이 많이 생기고 당연히 그런 이유로 실내 공간이 많이 협소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충분히 작용했을 것이다. 그것을 커버하려는 시도가 넓은 시야공간의 확보였음에도........ 사방으로 훤하게 뚫린 개방감은 썩 좋았지만, 어중간하게 생겨서 좁고 불편해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개방감을 훨신 능가했던 것이다. 그 결론은 곧바로 ‘싼게 다 그렇지 뭐’라는 인식으로 고정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일단 사방으로 크게 뚫린 넉넉한 개방감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는 천장이 내 키만큼 이나 높다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바닥이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였다.
그래서 일단 내질렀다. 온전한 새 텐트를 십만 원에 손에 넣을 기회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세 번만 써도 본전을 뽑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보통의 돔이나 쉘터형 텐트를 설치하고 타프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실내에서와 같은 캠핑 생활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바람이 거세거나 눈보라가 몰아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추위와 바람을 타프가 커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거렇다고 텐트 안에다 불을 피울수도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동계 캠핑에 대비해 타프를 대신해 줄 쉘터형 바람막이를 고심하고 있던 중에 바로 이 베누스 텐트를 만났다. 비교적 설치도 간편하고 생각보다 실내 공간이 넓고 높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바닥을 탈착하고 메인 텐트 옆에 맨바닥에 설치해 사용(목계 솔밭 캠핑장에서)해 보니, 바람과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훤하게 밖을 내다보면서도 숯불을 피울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애초에 중저가 브랜드이기는 하였지만........ 사용 용도에 따라서는 최고의 텐트라고 해도 마방할 정도의 전혀 다른 가치판단이 서게된 것이다.
판매시 320cm X 320cm X 180cm라는 제원이 제공되지만, 실제로는 마름모꼴 육각형 이라는 구조적 특성상 300cm X 280cm X 180cm 정도의 공간 활용이 가능한데.... 이게 사실적으로는 세 명에서 네 명이 사용하기에 나름 충분한 공간 확보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거기에다 높이 180은 나 같은 거구의 사람도 허리를 쭈욱 펴고 드나들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앞에 언급한 300cm X 280cm 이라는 이 절묘한 수치는 참으로 기대이상의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가 있는 아주 절묘한 선택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텐트가 단돈 십만 원이라면.......... 감히 말 하건데....... 그런 로또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국립 자연 휴양림 야영장 데크의 기준은 무조건 320cm x 320cm이 유일무이한 기준이었다. 그것은 곧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방부목의 길이에 테두리를 만들어 붙이는데서 나오는 길이인 것이다. 좀 더 앗쌀하게 깎아서 맥시멈으로 300 x 300인 곳도 더러 있었다. 초기엔 그 크기에 맞는 텐트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캠핑 대중화와 장비의 고급화 내지는 대형화가 시작되면서 기존의 데크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고 말았다. 비박용으로 나오는 1인 2인용 텐트를 제외하면 데크에 올려 설치할 텐트가 하나도 없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캠핑 레저 산업이란 대세에 편승한 사설 캠핑장들이 잽싸게 400cm x 400 cm 데크를 들고 나왔다. 휴양림에선 옆 땅바닥에 대형 텐트를 치고 데크에서 밥을 해먹어야만 했던 캠퍼들의 불만이 사설캠핑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점차 사설 캠핑장들이 400cm x 600cm 내지는 400cm x 700cm의 데크 대형화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자연휴양림들 이었지만 그 넘의 데크 크기 문제로 점차 외면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산림청이 나서서 대대적인 자연 휴양림 야영장 재정비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일단 기존의 야영장 데크 수를 딱 절반으로 줄였다. 줄어든 테크를 남아있는 데크에 가져다가 이어 붙였다. 320cm x 320cm의 데크가 하루아침에 320cm x 640cm으로 확장된 것이다. 숫자상 엄청난 데크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대중적 캠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던 휴양림 야영장을 숫자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다시 몰려온 캠퍼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다 못해 추첨 예약제 까지 해야만 하는 정도의 핫 플레이스로 변모시킨 것이다. 휴양림 야영장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지금 완전히 새롭게 새로 설치하는 데크들은 지형에 맞추어 450cm x 600cm 이나 450cm x 700cm크기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말로 쾌적하고 여유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산림청에 갈채와 성원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웬만한 크기의 텐트라도 아무 무리 없이 너른 테크 위에 올라앉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소선암 오토 캠핑장) 산 구역 4번 데크 450cm x 600cm 크기의 데크 위에 안쪽으로 바닦을 장착해 숙소로 쓰는 메인 텐트로 베누스 쉘터를 선택했고, 앞쪽으로 사각형 타프 대신에 (챠밍여사표 타프) 인 티케 타프를 설치했던 것이다.
이놈의 어쩌다 걷어들린 베누스라는 텐트는 대한민국의 어떤 테크에라도 날렵하고도 가볍게 살짝 올라앉는다는 무한 장점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거기다 다양한 활용도는 물론 놀라울 정도의 개방성에다가.......... 그냥 거저라는 정도의 기절초풍할 정도의 가성비가 최고 으뜸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어디 캠핑장 가서 최신형 수백만 원짜리 텐트 세워놓고 똥폼 자랑하는 사람보다........ 이런 베누스 텐트의 진가를 알아보고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진정한 그런 매니아 캠퍼를 만나보고 싶다.(너희들이 진짜 캠핑의 맛을 알고는 있니?)
'여보야. 아무래도 우리는 고품격 퀄리티는 아닌가봐. 그렇지? 싼티면 어때? 대신 우리는........ 비주얼이 받쳐 주잖아.'
사실은 알게 모르게 티케 타프에도 나만 알고 있는 나름의 꽁꽁 숨겨진 사연이 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아무튼 청옥산 자연휴양림 이었다.
어떤 기사를 읽었는데 ‘청옥산 자연휴양림이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가 데크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기존의 데크 고유번호도 다 바뀌었으니 예약 신청시 유의하라’는 기사였다.
휴양림 야영장의 정비라는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데크 숫자가 줄었다고 하니 더욱 자명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데크 숫자를 줄이고 크기를 늘렸겠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청옥산 휴양림에는 희귀 명물인 2층형 데크가 있지 않은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기회를 노리면서 광클은 못하고 핏대 올리는 클릭을 한 결과로 그 유명한 명물 데크를 비수기지만 어렵게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청운의 꿈을 가지고 그 먼 길을 달려갔는데....... 개뿔!!!! 정말 개뿔!!!! 대대적 정비라는 게, 분명히 테크 숫자는 몇 개 줄어들고 일련번호는 죄 다 바꾸었는데...... 정작 크기는 그대로인 게 아닌가? ‘아니 시방 이게 야영장 대대적인 정비라는 것이여? 지금 장난해?’ 내가 가진 모든 텐트중에 청옥산 휴양림 데크에 올라앉을만한 크기의 텐트는 하나도 없다. 하필 비박 텐트 2개도 남을 주어버린 후였으니 말이다. 공터 마당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는 캠퍼를 만나서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 했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즉석에서 콜을 외친다. 명당 2층 데크를 내어주고 광장의 데크 옆 맨바닥에 텐트를 설치했다. 지나가던 관리자가 보고는 허탈하게 웃는다. 그러더니 무전기로 뭐라고 하더니만....... 다른 야영장에 가장 큰 데크가 오늘 비워진 상황이니 그리로 옮길 의향이 있으면 조치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옮기기로 했다.
이미 다 완성된 텐트를 안쪽에서 까치발로 겨우 들어 올려서 언덕아래 다른 야영장으로 한참을 이동하는데, 일단 앞이 제대로 안보이지........ 그날따라 바람이 세게 불어서 텐트가 자꾸 돌아가지........ 그 시간이 하필 야영객들이 찾아오는 시간이라 올라오는 차량에 길 비켜주어야지......... 이 엄청난 해프닝에서 오는 쪽팔림이 상상을 초월하지........ 거기다 캠핑장 다른 구역이 멀기는 또 왜 그렇게 멀어?
텐트를 어찌되었든 그나마 겨우 올라앉는 데크에 가져다 놓고 다시 차량과 짐을 가지러 거꾸로 올라오는데....... 걸어 올라가는 거리만도 상당한데...... 그 길을 완성된 텐트를 들고 통째로 이동을....... 했...... 다는........ 사실 보다는............ 어휴! 이 쪽팔림을 어떻게 해?
그날 고난의 행군을 자축하는 특별 음주 파티 끝에 한참 혀가 꼬인 목소리로 챠밍 여사가 내게 이런 제안을 해왔다.
‘우리도 남들처럼 테크 위에 날름 올라앉는 그런 텐트 하나쯤 있으면 안 되겠니? 이제 병아리들이 컸으니 캠핑을 데려가고 싶다면서 오늘 같은 일을 또 격어서야 되겠니? 우리 귀여운 병아리들에게 잘 어울리는 작고 예쁜 텐트 하나 장만하고 싶은 생각 없어? 사랑하는 병아리들과 캠핑을 계속 할래? 아니면 다 집어 치울래? 지금 당장 결정해!!!!!!!!!’
‘결정하고 자시고 할 게 뭐있니? 집에 가는대로 깜찍한 텐트를 찾아 봐야지..........’
세상에........ 크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텐트는 널리고 널렸는데........ 테크에 올라갈 만한 크기에 깜찍하게 예뻐야 하고 아이들이 놀기에 적합한 텐트를 찾으려니........ 이게..... 이게........ 결코 간단하거나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된다는 거......... 아빠가 되는 것하곤 사뭇 다르다. 열일 재처 두고 할아버지의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병아리들만 좋아한다면 올림포스 산에 올라가 아폴로의 불타는 황금마차인들 못 구해 올까?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고르고 골라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작은 손녀 (세리의 텐트)인 레저산업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한 노스피크(Northpeak)가 야심차게 내놓은 나르시스 돔 텐트(narcissus dom ex+)였다. 대자연 속에서의 쉼. 여유. 재충전을 부르짖는 온 세상이 하나의 경제권이자 시장인 새로운 시대 앞에서 노스피크의 뿌리가 일본 기업이라는 것이 새삼스레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노스피크를 애지중지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레저 캠핑 인구 중에서 뜬금없이 새삼스레 일본이라는 장막을 거론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냥 좋기 때문에 찾고 우수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논리와 속성의 전형으로 말이다.
정말 잘 만들었다. 그리고 참 예쁘다. 특히 우윳빛 소이밀크 색상은 캠핑 장비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만큼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몇 개월씩 기다리는 가하면, 웃돈을 지불하는 기현상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였다. 40만 원대의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은 가격대 임에도 정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그런 나르시스 돔 소이밀크를 가지고 고사포 야영장으로 시범 운행을 나갔다. 주행 실습을 나간 것이다. 챠밍여사의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작은 테크에 올리기는 아주 약간 큰 크기이지만, 예쁜데다가 결코 크다고 생각되지 않는 참으로 아담한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대성공이다. '이제 앞으로의 우리 가족캠핑은 나르시스 돔이 모두 해결해 줄 것이다’라고 확신할 정도였는데........ 아뿔싸? 캠핑의 마지막 날..........
야영장 앞, 슈퍼를 다녀오던 챠밍여사가 느닷없이 내 팔을 잡아 끈다.
‘저거 한 번 살펴볼래?’
그래서 영문도 모르고 끌려갔다. 어느 엉뚱한 모습의 허연 텐트가 설치되어 있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모르는 사람의 싸이트였다.
커다란 작대기 하나를 가운데 땅바닥에 팍 꽃아 놓고는 허연 천으로 주위를 둥글게 에워싼 형태의 낯선 텐트가 하나 우뚝 서 있었다. 크기도 엄청 커 보인다. 흡사 칭기즈칸 영화에 나오는 몽골 초원의 움막인 게르 모습이 아닌가?
‘크고 넓은데 귀엽지 않니? 실내의 높이와 저기 드러나 보이는 공간을 좀 봐. 아이들 서너 명이 텐트 안에서 뛰어다녀도 될 정도가 아니니? 만약 비가 많이 오거나 한겨울 눈 속에 캠핑을 하게 된다면 저 정도의 공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우리 것과 똑같은 소이밀크 색상이네. 바닥 일체형인 데다가 엄청 튼튼해 보여. 저런 것 하나 있으면 우리 애들이 다 클 때까지 저거 하나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더라. 저 몽골 텐트는 비쌀까?’
‘난들 알겠니? 저런 거 처음 보는데? 나름 널널해서 좋기는 하겠다.’ 라는 푸념이 입가에 맴돌기는 했는데....... 차마 입 밖에 내지는 못했다.
‘그럼 저거 하나 새로 사고 방금 우리 산 것은 다시 팔아 버릴까?’
‘아녀. 이미 세리 텐트라고 이름까지 붙인 것을........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지........ 이쁘기는 세리 텐트가 최고여. 다만 병아리가 두 마리니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해 본거지...... 우리에겐 세리 텐트 정도면 충분해.’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텐트에 관한 이야기는 그것으로 모두...... 완전히 끝났다.
고사포 캠핑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젠 병아리들의 눈치를 살며서 본격적인 가족여행(아들 며느리 제외)을 떠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노릇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마누라님의 호위무사 노릇 40년을 그저 대충 때우면서 지나온 것이 아니었듯이....... 그날 더 이상 텐트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는 서로간에 했었지만, 그게 절대로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넘의 몽골텐트가 무엇이라고....... 자나 깨나, 일을 하거나 쉬거나, 운전을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오매불망 눈앞에서는 그넘의 몽골텐트가 아른 거린다.
그래서 결국...... 그넘 ‘몽골텐트의 족보만이라도 알아보자’하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그넘의 족보는 중국에 근거를 둔 네이쳐 하이크(Nature Hike)에서 만들어 내놓은 브라이튼 12.3(Brighten 12.3) 이라는 새로운 버전의 텐트였다. 네이처 하이크의 약자를 따서 이미 대한민국의 캠퍼들 사이에는 ‘농협 텐트’로 나름 명성이 자자한 그런 텐트였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그치질 않았다. 이 농협 텐트에 별명이 하나 따라 붙었는데 ‘대륙의 실수로 탄생한 텐트’라는 별명이었다. ‘값은 싸지만 품질은 별로인 것이 정설처럼 여기지던 시절에, 어쩌다 대륙(중국)에서 실수로 탄생한 기적같은 제품으로, 값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최고 품질로 태어난 돌연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수입 판매 가격이 대략 50만 원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오매불망........ 그때부터 텐트라면 오로지 ‘브라이튼 12.3’만이 보였고, 내 뇌리에서 한시도 떠나질 않았다. 중고 싸이트 마다 죽어라 찾아 다녔고 또 죽어라 흥정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 사용한 거의 신품 브라이튼 12.3을 전망 여수의 젊은이에게서 그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기어코 구입을 해냈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같은 회사 소이밀크 사각 중형 타프까지 아주 싸게 구색 맞추기로 구입을 했다.
그러고 나서 시침을 뚝 떼고 있는데...... 이상하게 아직 어린 병아리들과 캠핑이 잘 성사되지가 않았다. 기막힌 텐트를 구입하고 나니 겨울이 시작되었고....... 병아리들 동반에 난로 사용은 할망구가 절대 꺼리는 금기사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되는데....... 병아리들만은 그런 위험에 노출시킬 수가 절대 없다나 뭐라나........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고려한다고 해도....... 콘도를 빌리던지 최소한 카라반 아니면 겨울엔 절대 안 된단다. 아니 자기는 병아리 할머니고 나는 병아리 할아버지가 아닌가? 나도 우리 병아리들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한다고........ 왜 안 되냐고? 내가 잠 안자고 밤 새워 지킬 텐데?
그래서 결국....... 최종 시험 삼아서 우리 둘이서만 강릉 솔향기 캠핑장으로 동계캠핑 안전 검사를 나갔다. 파세코 석유난로도 가져가고 화목 난로도 가져갔다.
우리의 몽골텐트(브라이튼 12.3)는 정말로 끝내준다. 더이상 덧붙여 줄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내 캠핑 이력 최고 정점에 나는 두말없이 최고 점수를 주겠다.
‘그냥 끝났다. 이제 앞으로 우리 병아리들이 다 커서 독립할 때까지 우리 가족 캠핑의 메인은 무조건 몽골 텐트다. 인정!!!!!!!’
혹, 여름 캠핑이거나, 어쩔 수 없이 테크 크기가 한정되었다거나, 세리가 자기 텐트도 써 보고 싶다고 하지 않는 이상은....... 더도 덜도 말고 무조건 몽골텐트로 낙점되었다.
그리고 이름에다 큰 손녀인 (태리의 텐트)로 지어 붙였다.
그래서 그 후로 병아리들과의 여행이나 캠핑은 무조건 몽골텐트가 고정 메인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이후로 ‘농협(네이처 하이크)’ 브랜드는 내가 엄청 호감을 느끼는 고유 상표가 되었다. 그래서 가끔 알리 익스프레스 사이트를 흩어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하나의 농협 상표가 붙은 캠핑 제품이 나의 이목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농협표 타프’였는데....... 참으로 신기했다. 텐트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타프도 아닌 것이......... 도대체 무엇에 어떻게 쓰이는 물건이로고?
‘티케 210(Tyche)’으로 알려지게 된 네이처 하이크 돔 쉘터형 타프였다. 일단 무지무지 이뻤다. 대세인 소이밀크 색상이다. 이런 모양이나 형태의 타프가 나올것이라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또 마음에 담아두고 가슴앓이를 시작했다. 판매 회사인 농협의 홍보 영상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런데 30만 원대 중반이라는 가격대를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타프에 텐트가격을 쏟아 부어?
그런데 서너 달 뒤에....... 한 중고 사이트에 그 티케 타프가 딱 하나 매물로 나왔다. 문의를 해보니 색다르고 이쁘기는 한데 여러모로 불편하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또 서슴없이 내질러 버리고 말았다. 절반 이하의 가격에 티케 타프를 손에 넣었다.
이번엔 티케에다가 (챠밍여사의 타프)라고 붙였다.
처음 꺼내서 설치하느라 이래저래 쪼물락 거릴 때 ‘이건 또 뭐야? 또 샀니?’ 하면서 구박을 하던 마눌님이 온전하게 설치해 놓고 ‘당신한테 주는 선물이야. 챠밍여사의 타프야.’ 하는 순간 아내의 감동 가득한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 테케 타프는 여러모로 사람을 감동 시킨다. 그만큼 예쁘면서도 다용도로 아주 훌륭한 캠핑의 안방마님 역활을 충분히 해낸다.
내친김에 하나만 예를 들어 보겠다.
티케의 제원은 385cm x 240cm x 180 이다. 양쪽으로 훤하게 드러난 공간만 막아준다면 아주 훌륭한 텐트나 마찬가지다. 멀리서 보면 흡사 돔 텐트처럼 보이지만 바닥과 양쪽 옆면이 훤히 노출된 이상 텐트가 아닌 변형된 타프가 분명하다. 누가 보아도, 누가 뭐래도 티케는 그 출생증명서가 이미 타프용이다.
자연 휴양림이던 사설 캠핑장이던 대한민국의 대부분 캠핑장들은 거의 대부분 1사이트 1텐트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1사이트 2텐트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이미 사용료에 그 차이만큼을 반영하고 있다. 선착순에다 추첨제까지 적용되는 요즘의 캠핑문화에 기본 원칙은 대개 1사이트에 1텐트 1타프가 기준 룰인 것이다. 일행이 많아서 두 개의 사이트를 원했다고 해도 행운의 여신이 2개를 주시거나 더하여 옆에 붙여 주시기까지는 바라기 힘들다.
바로 그럴 때 티케 타프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낮에 남이 보면 마치 두 개의 텐트 같지만 분명히 티케는 훤히 뚫려 드러난 타프인 것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양쪽의 날개 아래에 240cm x 150cm 되는 공간을 양쪽으로 감추고도 가운데로 원활한 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려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야참을 먹고 불멍으로 뒤풀이를 하고 캠핑장의 조명이 하나 둘 꺼지고 휴식의 시간이 찾아들 때쯤, 슬며시 1인용 비박텐트(혹은 따수미 텐트)를 조립해서 티케 타프의 날개 아래 밀어 넣으면 만찬 뒤의 짐 정리나 음식 조리 테이블을 밀어 넣은 것처럼 감쪽같이 두 개의 비박 텐트 설치가 충분히 가능해 진다. 텐트 안에서 4~5명이 자고, 한쪽 텐트에 코를 심하게 고는 1명이 자고, 반대쪽에 낮 가림이 심한 사람이 자게 되면....... 그야말로 대형텐트 2개의 역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말 놀라운 변신이다.
언제나 함께 놀고 함께 잘 자던 손녀가 하루는 ‘할아버지 밤에 코를 너무 크게 골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하는 소리에 다음날은 타프 아래 비박 텐트를 치고 독립을 해서 잠을 청했다. 그리곤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그저 테케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태리의 텐트) 브라이튼 12.3, 그리고 (세리의 텐트) 나르시스 돔 ex, (세리 할망구)의 티케 타프, 마지막으로 (태리 할아부지)의 베누스 쉘터이면........ 아마도 앞으로 한동안은 충분하지 싶다. 적어도 우리 병아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기꺼이 함께 놀아주고 여행을 계속할 때까지는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간절한 마지막 소망이기도 하다.
어서어서 무럭무럭 자라서 예쁜 숙녀가 되렴. 당당하고 슬기로운 여성이 되렴. 그리고 나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좀 더 오래오래 함께 놀아주면 안 되겠니? 너희 가슴속에 오래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어. 더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마. 우린 너희만 있으면 돼.
사.랑.한.다.우.리.병.아.리.들. 너.희.들.덕.분.에.우.린.늘.행.복.해.
캠핑장을 벗어나 보려니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그렇게 노래를 불렀건만......... 아직은 물이 차서 병아리들을 계곡에 내려 보낼 수 없으니 이번엔 병아리들 빼고 우리끼리 가자고 마귀할멈처럼 그렇게 우기더니만......... 날씨만 끝내주잖아. 저렇게 애들이 물에서 첨벙첨벙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 하긴 열불이 나보니 어쩌겠느냐 만.......... 우리 병아리들이 물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할아버지가 있을곳은 지금 저기서 저러고 있어야 하는데........ 어항에 고기가 잔뜩 들어앉았을 텐데....... 이 할아버진 지금 우리 병아리들이 보고 싶어서 미치고 팔딱 뛰겠다. 이게 다 마귀할망구 때문이야..........
‘그만 해? 우리 병아리들 지금 농구장에서 열심히 아빠 응원하고 있으니까?’
컥!!!!!
어쩜 남의 속까지 저렇게 환히 들여다 보노? 하여간..........(그날 우리 아들 오전 시합에서 지고 말았다. 순전히 할머니 기도 때문이다. ㅋㅋㅋㅋㅋ)
단양팔경(丹陽八景)을 꼽음에 있어서 우선순위에 따른 설왕설래가 아주 조금 있기는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대체적으로 가장 무난하게는....... 하선암(下仙巖)을 일경(一景)으로 시작하여 · 중선암(中仙巖) · 상선암(上仙巖) · 옥순봉(玉筍峰) · 구담봉(龜潭峰) · 석문(石門) · 도담삼봉(嶋潭三峰) · 그리고 사인암(舍人巖)까지를 흔히 팔경(八景)으로 꼽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기 단양팔경에 하나가 더해져서 단양구경(丹陽九景)이 생겼으니 그렇게 불러달라고 하는데...... 그 분들 대부분이 단양 시장의 상인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생각해 보라. 엄연히 있는 (팔경)을 누군가가 요구한다고 (구경)으로 바꿔주면....... (팔경)에서 억울하게 떨어져 오랜 세월동안 눈물을 머금고 2부 리그격인 (제2단양팔경)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강면의 죽령폭포, 단양읍의 다리안산 · 장회탄(長淮灘), 영춘면의 북벽(北壁) · 온달산(溫達城), 가곡면의 구봉팔문(九峰八門), 어상천면의 일광굴(日光窟), 적성면의 강선대(降仙臺) · 금수산(錦繡山)은 또 어쩌라는 말인가? 그러니 당연히 새롭게 생긴 볼거리면 의당 열일곱 번째 볼거리라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분명 그랬음에도...... 과거에 이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단양에 오일장이라는 것이 생기기는 했겠지만, 구경시장이라는 이름이나 용어에 대해서는 최근에 들어서 겨우 알게 되었다. 도대체 이 뜬금없는 (구경시장)이 무엇이냐?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이왕 단양까지 여행 오셨으니 전통시장 한 번 구경(Sightseeing)하고 가세요’ 하는 의미의 ‘구경시장(Sightseeing Market)’ 인줄로만 알았다. 그랬는데 그것이 아니라 ‘구경(九景)’, 그러니까 ‘아홉번 째 볼거리 시장’ 이란다.
글쎄. 전통 시장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특별한 경치라고 까지 할 것이 과연 있을까?
그래서 구경을 하려고 나서 보기는 하겠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전통시장이니 오일장이니 하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볼 때, 과연 이색적이 볼거리가 과연 있을까 싶다. 내 기준으로는 딱 두 부류로 나누겠다.
하나는 관광객이 몰리는 이름이 거창한 바글바글 전통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산골 오지의 명맥만 겨우 유지중인 온전히 그 동네 사람만을 위한 고사 직전의 오일장이다. 고사 직전 시장은 장이 서는 것과 안서는 것이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태이고, 바글바글 시장은 말이 전통시장이지 어디들 가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그냥 여행 핫 플레이스라고 해야만 하겠다.
단양 구경시장의 경우...... 모든 명칭이나 홍보 문구에 ‘마늘’이란 내용만 특별하게 강조되고 있을 뿐, 강릉 중앙시장이나 대천항 시장이나 포항 죽도 시장이랑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몇몇 점포들의 종목도 사실 따져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닭 강정. 순대. 아이스크림. 소금 빵 등의 종류까지도 어디에서 히트를 친다하면 똑같이 가져다가 약간 첨가물이 다르거나 지역적 특색이라고 무언가 가미를 했다지만........ 구색으로 보면 이름이 난 유명 시장의 인기 있는 상품들은 한결같이 다 거기서 거기다. 오징어를 제대로 먹으려면 울릉도 산이어야 하고, 아바이 순대를 제대로 먹으려면 속초에 가야하고, 꼬막을 제대로 먹으려면 벌교에 가야하고, 육회를 먹으려면 언양을 가야하던....... 그런 진짜(?)가 다 사라졌다는 그런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다들 말이나 포장만 다를 뿐이지........ 획일화된 시장을 ‘전통시장’이라는 상품으로 포장만 시켜 놓았을 뿐이지........ 색다른 특징이나 실속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
근자에까지 대한민국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목숨을 걸고 추진하던 지역축제가 얼마나 많았던가? 1년 365일 동안 축제만 찾아다녀도 다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지역축제 천국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곳 축제를 가나 저곳 축제를 가나 다 비슷하거나 거의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통축제가 아니라 일부 야바위꾼 상인들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벌이는 야바위 시장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결론은 외면당하고 망하는 것 밖에 더 있겠는가? 거기에 편승했던 지역 상권들이 무질서. 바가지 상혼. 지자체를 앞세워 나랏돈 빼먹기를 일삼다가...... 툭하면 티비에 등장하는 제주도 시장 상황처럼, 지금 전국의 대다수 시장 상권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다.
여하튼...... 그런 속내를 감추고 ‘아홉 번째 볼거리’라고 강조하는 (단양 구경 시장)을 한 번 다녀와 보기하고 캠핑장을 나섰다.
구경 시장은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런데 가만, 한 가지를 더 전제하고 가야....... 단양 구경시장은 어디까지나 ‘단양 지역에서만 아홉 번째 볼거리’라는 지역적 한계성을 전제로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지? 그걸 확실히 하고 가야지........ 단양 구경시장이 뭐....... 대한민국에서 아홉 번째로 볼만한 전통 시장이니 뭐니 이랬다가는....... 누가? 무슨 근거로? 누가 매긴 순위여? 하는 문제로 엄청 시끄러울 수 있지 않겠는가? 혹 누가 또 고소할라............ 배상 청구 들어오면...... 얼른 블로그 문 닫아야지 뭐.
대한민국에 내놓으라 하는 전통 5일장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다들 하나 같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진짜 장터가 아닌가 말이다.
일단 전통시장하면 딱하니 먼저 떠오르기로 모란민속5일장(경기도 성남시), 정선아리랑시장(강원도 정선), 북평 민속5일장(강원도 동해), 보성 벌교 5일장(전라남도 보성) 등이 떠오른다. 더하여 우리가 그들보다 못할 것이 무엇이냐며 순천 아랫장. 여주 5일장. 장흥 5일장. 강릉 중앙시장. 안성 맞춤시장. 해남 5일장. 남원 5일장. 밀양 5일장들이 줄을 선다. 우리 고향 충주 전통 시장도 그에 못지않다고 까지는 감히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단양 구경 시장보다는 으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다. 내가 이래도 존심이 있지.......
그래도 지금 당장 여기는 단양이 아닌가? 그렇지. 단양은 충주의 이웃사촌이지?
치킨, 순대, 만두 등은 전국 어느 시장에나 있겠지만, 마늘을 넣은 마늘치킨, 마늘순대, 마늘만두는 오로지(아직까지는) 단양 구경시장에만 있다고 하지 않는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그 마늘이 당연히 한지형 마늘일터......... 꾸준히 먹으면...... 좀 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으려나? 그렇다면 나는 이제 마늘 안먹어도 되겠고....... 마귀할망구는 많이 먹여야 하는게 아닐까?
단양지방에서만 재배되는 추위를 극복하고 자란 한지형 육쪽 마늘은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남도마늘보다 조금 작은 편이며 껍질의 색깔은 붉은색이다. 바로 이 한지형 마늘은 단단하고 저장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항암, 항균 등의 효능이 있는 알린(Alin) 함량이 높아서 매운맛이 유독강하다. 그 한지형 마늘이 바로 단양의 특산품이자 자랑인 것이다.
‘그럼 오늘 점심은 육쪽 마늘이 들어간 순대국밥 어때?’
‘여기 이집이 맞는 것 같은데. 재작년에 우리가 들렀던 집. 맞지?’
그런데 오늘도 이 집은 만원이다. 심지어 웨이팅 줄이 서 있다. 단양에 순대국밥집이 이집 하나 뿐인가? 다른집은 마늘 순대 안쓰나?
전통시장(5일장) 하나를 놓고도 유래와 역사와 전통 이야기가 저렇듯 줄줄 이어져 나오는 마당에....... ‘시장이라고 다 같은 시장이냐?’ ‘그럼 도대체 시장이 모하는 곳이냐?’ 이렇듯 알기는 알고, 늘 지척에 두고 더불어 살아가면서도 딱 정의 내리기는 아조 쬐끔 거시기(?)한 뭐가 ‘시장(市場)’에는 있다. 매일 열리는 재래시장(상설시장)이 있는가 하면, 그 재래시장에 5일마다 외지상인들이 우르르 가세해서 전통시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조금 더 커진 장마당을 요즘 흔히들 5일장(전통시장) 이라고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내지는 그리 고급스럽지 않게 덜 다듬어지고 덜 정돈되고 덜 비싸 보이는.......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 그립고 장터에 와야만 보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다고 이미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익히 알 수 있는 그런 먹거리와 물건들이 길거리에 대충 얼기설기 늘어서서 알아주는 손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장마당이 바로 시장이다.
참빗을 기억하시나요?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허가받지 않은 불량식품처럼 보이시나요? 쇠스랑을 만드는 대장간을 아십니까? 혹시, 생기다 만 곤달걀이라고..... 털이 숭숭난 보양식을 드셔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개복숭아라고 참 먹거리 같지도 않은 것을 길거리에 내놓고 팝니다. 당원(?)물에 재웠다고 학교앞 문방구에서 팔았던 사실을 기억하실 려나요? 돼지부랄에서 나는 꼬릿꼬릿한 냄새를 견디실 수 있겠습니까?
그게 다 우리네 장마당에서 벌어지는 풍경이었고, 그 마당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모든 상황을 담아 시장(市場) 이라고 했다. 한 때는 ‘시장’ 하면 그 저잣거리 장마당이 전부인 줄 알았다.
물물교환이 되었던, 돈과 물건을 바꾸건, 아니면 물건을 주고 돈으로 바꾸던...... 그런 거래가 벌어지는 장소와 행위가 모두 시장이었던 것이다.
인간이 수렴생활과 유목생활을 지나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먹고 남는 잉여 생산물이 생겨나자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필요한 것을 바꾸게 되면서부터 시장이 생겼다고........ 대학 때 경제학 시간에 배웠다. 이 물물교환이 화폐를 탄생시켰고, 다시 그리스 아고라(Αγορα)가 나오고 장마당을 거쳐서 마켓이 등장하기까지........ 나중에 자본주의까지 등장하면 사회주의의 실패가 나오고......... 이쯤 되면 경제학은 오히려 철학이나 신학 못지않게 지옥학문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사전에서 ‘시장(市長) 이란 단어를 검색하는 단계에 이르기라도 하게 되면.......... 이제 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저자거리 장마당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시장(市長)이란 상품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값이 결정되는 영역을 일컫는 추상적인 단어다. 노동시장·금융시장 등과 같이 공간과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시장 또한 포함한다. 즉, 시장은 재화와 서비스(용역)가 교환되는 구체적인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상품의 교환 ‘과정’의 개념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장은 그 속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값에 따라 조정되는 곳이다. 현대는 인터넷과 항공 선박 물류 산업의 유례없는 발전으로 유례없는 세계화를 이루었고 기존의 어떤 장소에 국한된 소규모 시장이 아닌 범세계적인 시장 또한 지구촌에 형성되어 있다. 국제 무역 및 원정 또한 전 세계라는 (시장)속에서 상품과 서비스가 교환되는 것이다.”
이러다간 다시 ‘거시경제’니 ‘국가경제’하면 119 불러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적어도 여긴 단양이고, 이웃사촌지간이니까 ‘약간 촌 동네 장마당’ 이라고 해도 봐주리라. 그러니까 노점 노포 구멍가계에서 겨우 벗어나 슈퍼나 편의점까지 가세한 개량형 전통 민속 5일장인 ‘단양 구경시장’ 쯤으로 해주자.
거기다가, 사실 나는 지금 속으로 많이 놀라고 있다. 단양 구경시장의 규모나 활성화 정도가 이정도 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그동안 몇 번 다녀 본 (강릉 중앙시장)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게 느껴진다. (정선 5일장)의 번잡함에는 아직 뒤쳐져 보이지만 그래도 꽤 많이 접근했다고 보여 진다.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변신이며 단양이라는 지차체의 승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내 고향 충주가 단양과 가까운 이웃사촌일뿐더러, 같은 지역경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고, 어려서부터 단양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단양의 역사랄까, 혹은 단양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지켜 볼 기회를 가졌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적성현(赤城縣)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단양은 20세기 시멘트 산업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기여한 정도가 거의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속은 충청북도지만 지리적 환경은 완전 강원도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첩첩산중 오지 중의 오지로 강원도 남부와 경상북도 북부를 아우르는 교통의 요지거나 물류의 집산지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내려왔다. 차편으로 단양을 드나든다고? 하이구야........., 제천. 단양. 영월. 태백. 봉화 일대는 기차가 아니면 드나들기가 엄청나게 힘든 하늘아래 첫 동네들로 빼곡했던 깡촌 중에 깡촌이었다. 오고가는 기차는 모두 시커멓거나 희뿌연 색뿐이었다. 실리는 것은 온통 석탄 아니면 시멘트 아니면 목재뿐이었다. 그랬으니...... 일제가 철도를 개설하기 전엔 이 동네는 어땠을까? 한 겨울에 영월 봉화의 금강송 통나무 목재를 잘라서 지류를 통해 영월을 거쳐 단양 나루터 인근에 모아서 뗏목을 만들었다. 늦가을에서 겨울은 온통 벌목의 시즌이었다. 눈이 녹고 봄비가 내려 강물의 수량이 확 불어나면 그 뗏목을 띄웠다. 청풍을 지나고 충주를 지나고 여주를 지나고 팔당을 지나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서 한양 땅 마포나루까지 떠내려 갔다. 이 목재로 궁궐도 짓고 보수하고, 한양사람들 집과 땔감을 해결했다. 그리고 그 물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소금과 해산물이 올라갔다.
다른 길이나 방도가 없었다.
그만큼 단양을 위시한 강원 남부 경북 북부 지방은 ‘거저 준대도 안 받는 고립무원의 유배지’였다. 그래서 단종도 그 지역으로 유배를 가야만 하셨던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면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지역........ 그 첩첩산중의 입구에 해당하는 하늘아래 첫동네가 바로 단양(丹陽) 이다.
하늘아래 촌 동네, 고립무원의 유배지 사람들도 어쨌든 세상 밖으로 드나들기는 해야겠고, 그러자니 반듯이 들려야 하는 고을이 단양이라면......... 나갈 때도 단양, 돌아 올 때도 단양이었으니, 나들목으로서의 중요성은 나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군수를 파견했더니만, 내려갈 때는 좌천되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쫓겨 갔다가, 현지에서는 길목만 지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신이 내려주신 축복받은 직장’이 단양이었다. 퇴계선생님의 일화만 봐도 사방의 천하절경을 계절 별로 한 바퀴만 돌아도 후딱 일 년이 지나가고, 다음해엔 두향이를 만나서 또 한 바퀴 돌다보니 또 일 년이 후딱 지나가고.......... 다른 데로 발령을 받고 나니 더더욱 떠나기가 아쉬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라고.......... 쏘가리 산천어 잡아 드셨지, 꿩에 뜸부기로 여름 보양식을 하셨지, 가을 내내 송이를 엄청 드셨을 테니....... 구중궁궐의 그 분(?)이 하나도 안 부러웠을 것이다. 거기다 더하여....... 퇴계 선생님, 이 양반께선........ 현지에 부임하실 때, 한양에서 꼬신(?) 기생을 지방까지 데리고 다니신 전력이 남달랐다고 하시니......... 몸과 직업은 신하로되, 처신은 만인지상이 아니셨을까? 양녕대군이 더 했을까? 퇴계 선생이 더 했을까? 뭘!!!!
아참!!! 양녕 대군도 단양을 참 많이 지나다니셨다............ 왜??????
그때부터 마늘이 몸에 좋은걸 아셨을까? 아니면 마늘 많이 드시고 지방 순시 좀 그만하시라고 세종이 부러 보내셨을까?
혹, 퇴계 선생 군수 재임시절에 양녕대군까지 오셨다면......... 단양 관아 곡간 거덜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었을까?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단양의 운명을 쥐락펴락했던 역사상 최대의 사건은 ‘충주댐 건설과 단양의 수몰’이라고 하겠다.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고 물이 차오르면서 오리지절 단양군은 통째로 고스란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오리지널 단양읍내의 가장 놓은 지역에 단양중학교(현 단성중학교)가 있었고, 그 근처 가장 높은 곳에 역사유적인 적성산성(赤城山城)이 위치해 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추진하면서 한강유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던 중, 처음으로 진출에 성공한 이곳에 산성을 세워 지역 방어에 힘썼던 곳이다. 그러니까 적성산성은 단양군의 수호자였던 것이다. 수몰로 인해서 오리지널 단양군의 머리 꼬대기 정수리에 해당하는 단양중학교와 적성산성만이 겨우 살아남은 것이다.
대신 한참 떨어진 지대가 훨씬 높은 산등성이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 것이 바로 신단양(현 단양)이다.
1980년대만 해도 단양은 인구가 6만을 넘는 시멘트 산업과 교통 중심지였다. 하지만 충주댐 건설과 수몰에 따른 도심 이주 이후로 급격한 변화를 격어 인구가 약 2만 7500 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현지 주민들의 생활향상을 위해 85년 11월에 재래시장(현 구경시장)을 개설했다.
단양 지자체와 충북도는 지영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시황은 퇴보를 거듭했고 인구는 점점 줄어들었다.
단양팔경 같은 천혜의 환경 자원은 여전했으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고 그 핵심엔 정부의 수자원 관리정책과 현지인들의 사정이 상반되는데 있지 않았나 하고 필자는 생각해 왔다. ‘이원종 지사에 관한 전설’ 등으로 자주 재론되는 단양의 물 관리 정책은, 충주댐이 만수위로 가득 차는 예정치 보다 훨씬 높은 물난리를 격지 않는 안전지대에 신도시를 건설한 것이 신단양이었다. 과거에 비하면 아주 까마득히 높은 산자락 달동네 지역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갈수기가 되어도 평상시엔 좀체로 도시 앞 하천에 마실물 조차도 부족한 건천이 되고 말았다. 한여름 장마철이 되어야 겨우 하천에 물이 차올랐다. 단양의 신도시 건설과 생존엔 이 물길을 이용한 관광 사업이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양땅 서울의 침수지역이 툭하면 물난리를 겪게 되었다. 하여 정부의 우선 정책이 장마철이 되면 서둘러 아예 상류댐의 물을 빼서 여유 공간 확보에 최우선을 두었던 것이다. 물이 모일만 하면 서둘러 삐라니.......... 이제 신단양에서는 일 년 내내 하천이 바닥을 드러냈고 생활용수마저 부족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서울 놈들 물난리 걱정하느라고 단양사람들은 목이 타 죽으라는 말이냐?’ 하는 원성이 터져 나왔고, 끝내 이원종 지사가 물난리 타령을 하는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고 충주댐을 잠궈버리는 항명 사태가 벌어졌었다. 당연하게 지사는 문책을 당하고 쫓겨났지만, 민선 지방자치제가 시행되자 초대 민선 도지사에 컴백하는 전설을 만들어냈다.
충주댐을 가득 채워서 항상 어느정도 수위를 유지해 주어야 겨우 단양지방의 관광 사업에 보탬이 되겠는데, 태풍이나 장마철에 충주댐이 상류의 물을 어느 정도 잡아주지 않으면 서울의 여러 지역이 또 침수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절충안으로 등장한 것이 장회나루 위쪽의 가장 좁고 깊은 지역에 작은 댐이라 할 수 있는 보를 막아서 단양지역의 일정한 수위를 보장해 주자는 해결책이 제시된 것이다. 적극 찬성하는 현지인들과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단체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야속한 시간만 흘러가고 단양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양쪽 모두가 신단양 이주를 부실한 상태로 처음 계획한 과거의 정부 탓만 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갖은 우여곡절 끝에 종국엔 보를 완공시켰다.
푸른 호수 수면이 단양 시내를 감싸듯 휘감아 돌고, 그제야 과거 수많은 문헌에도 올라있었던 단양팔경의 진면목들이 서서히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서히 인구가 늘어났고, 찾아오는 외지인 관광객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길목에서 코로나 사태를 힘겹게 극복해야만 했고, 그 결과로 지금 단양은 ‘관광객 유치 1.000만 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힘차게 대닫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단양 구경시장’이 단단히 큰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놀라운 변신이다.
아마 지금 충북에서 가장 활발하게 준동하는 지자체가 바로 단양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쉬움이라면 ‘흑마늘’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 다는 외엔 딱히 단양지방의 특색이랄 수 있는 풍광이나 음식이나 맛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단양이 아니라도 어느 유명세를 치루는 5일장을 가더라도 아주 흔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딱 그런정도의 감흥밖에 더도 덜도 들지 않는다.
이 상태로 고스란히 강릉에 가져 놓아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고, 강릉 중앙 시장을 목포에 가져다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하나같이 다 똑같지 않은가?
‘전통시장’이니 ‘5일장’ 이나 하는 것을 죄 다 빼버리자.
그런 것을 붙여야 한다면, 그런 기준을 만들고 허가를 받도록 하자. 상표권이나 허가권처럼 말이다.(아참, 어떤 유명인사께서 바로 그런 점을 노리시다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기는 하다. 내가 먼저 상표권을 등록할 껄 그랬나?)
평소 우리는 주점부리 때문에 어디 가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세리할망구가 긴 줄 뒤에 가서 얌전히 줄을 서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뭔 그동안 안하던 씨츄에이션?’
아니나 다를까? 금방 나를 손짓으로 부르더니 그 자리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얼씨구, 양해를 구하고 고개를 빼끔 내다보니 저만치 다른 가계 웨이팅에 또 꼽살이를 끼고 있다. ‘이걸 다 사려는 거여?’ 멀리서 양반 체면에 소리는 못 지르고, 손짓 발짓으로 신호를 보내는데....... 얼씨구. 당근이지 하는 신호가 답신으로 온다. 우리가 마늘빵 세트랑 마늘 닭강정을 먹어보았나? 사 본적이라도 있나?
‘정말로 이걸 다 살 거여?’ ‘내가 빠를 것 같으니까 잽싸게 포장해서 갈 테니 줄이나 잘 서고 있어.’ 신통하리만치 이럴 때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
지나가는 행인들 손과 옆구리 마다, 종류별로 대여섯 개씩 포장을 들고 다닌다. 이게 무슨 관광 상품도 아니고 새롭게 유행하는 여행 트랜드란 말인가?
‘이걸 우리가 다 먹는다고?’ ‘이건 안주가 아니잖아?’
‘어쨌든 꼼짝 말고 줄이나 잘 서. 재밌잖아.’
병아리들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이 상황을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련만, 이 할망구가 시방, 병아리 없다고 더 신나게 병아리들과 있는 기분을 내는 것 아니야? 자꾸 이럴 거야?
하지만 어떻게 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끝까지 줄은 섰고, 입이 함지박만 해진 할망구가 마늘빵 바스를 들고 쫓아와 닭강정까지 사서는 환한 미소로 기념 사진가지 찍는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시식은 꽁짜입니다’를 몸소 체험하고 계신다. 줄 서기 싫어서 마늘 순대국을 패스했는데....... 공짜 시식에 주점부리로 벌써 점심은 해결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이제 됐다. 텐트로 가자. 하나로 마트에 들려서 소주랑 맥주만 더 사면 돼. 이젠 끝!!!!!’
물끄러미 그런 마눌님 표정만 살핀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병아리들이 없으니까 더 살판이 났네. 났어. 지금 세리할망구 맞니? 우리끼리 몰래 캠핑 왔다고 아들한테 확 일러버릴까 보다?’
그러면 모해? 최종 책임은 또 아빠 몫일 텐데. '엄마는 어쩌다 그래 볼 수 있는 거지만, 모든 실행은 이번에도 아빠가 다 했을 것 아니야?'
‘구경이든 뭐든, 단양 5일장 좋네? 강릉 중앙시장 보다도 사람이 더 붐비잖아? 볼거리 먹거리도 더 풍성한 것 같아. 이쪽으로 오면 또 들릴까봐.’
‘난 우리 동네 무학시장이 더 좋은 것 같은데?’
‘거긴 이런 마늘 닭강정이 없잖아?’
‘대신 옛날 통닭이 있잖아. 빵도 다양한 게 오백 원씩으로 너무 착하고....... 무학시장이야 말로 전통 5일장이지, 여기가 무슨 전통시장이니? 관광지 바가지 시장이지?’
‘하여간 순수하게 보고 그냥 지나지를 못해요? 저 많은 여행객들을 좀 봐. 이럴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봐주는 거야. 제주도나 울릉도 같지는 안찮아? 그냥 봐줄만 하잖아?’
‘고.향.사.랑.’
‘개뿔. 시도 때도 없는 그런 개뿔. 함부로 하지 말랬지?’
구경시장 구경은 그렇게 다녀왔고, 먹고 남을 만큼 실컷 사서 돌아오기는 했는데, 먹는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았다.
우선 이런 상황에서 병아리들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런 것들을 맛있게 먹는 증거를 남기지 말아야 했고, 그렇게 줄을 서고 소란까지 떨면서 사야만 했을 정도로 인기 있는 먹거리들이긴 했지만......... 역시나 그 먹거리들의 평가는 당연한 듯 기대했던 만큼에는 못 미쳤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왜 유명세와 가격대는 늘 비례하지만 기대와 품질에는 어김없이 반비례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여행의 마지막 밤도 한없이 마냥 여유롭고 풍요롭고 아름답고 행복한 밤이었다. 할망구가 술이 알딸딸해지면 참 귀엽고 재밌다.
모처럼만에 단 둘이 가져보는 뜻깊고 소중한 여행이었다.
허나 문제는 당장 내일부터다.
예약 상태거나 추첨을 기다리는 기회는 줄줄이 줄을 서고 대기 중인데........ 병아리들 없는 여행은 생각할 수도 없거니와, 이론? 모처럼 단 둘이 있으니 또 새롭고 좋네? 이를 어쩌지?
내일부터는 당장 그것이 또 문제로다?
여행을 다녀와서 7월 첫 주와 셋째 주에 추첨제 신청을 했던 삼봉휴양림 야영장 당첨 연락이 왔다. 당장 6월 셋째 주 가리왕산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고심 끝에 세리할망구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다녀 온지 일주일이라 곧바로 또 가기가 그래서 6월 가리왕산 캠핑은 취소 처리를 했고, 여행을 다니려면 일 때는 바짝 서둘러야 한다면 7월 첫 주 보다는 둘째 주가 좋겠다고 해서 첫 주를 또 취소하고 7월 둘째 주 삼봉휴양림을 예약했다. 방마철인 방학에 한 열흘간 병아리들을 데리고 있고 싶다고 했고, 여름 성경학교도 보내고 싶어서 혹시나 하고....... 몰래, 가까운 덕주 야영장을 8월 중순에 또 예약해 놓았다.
태리 할아버지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할망구는 맨날 럭셔리한 풀 옵션을 적어도 병아리들과 함께일 때는 종종 하자. 추가 비용은 내가 낸다고 하지만, 난 내방식의 로컬 캠핑이 좋아. 내가 아니라면 우리 병아리들에게 평생 이런 경험을 시켜줄 사람이 할아버지밖에 없어. 늦가을이나 겨울에는 럭셔리 고려해 볼게. 하지만 여름과 가을의 초입까지는 무조건 숲으로 가야해. 대자연 속에서 허부적거려 봐야 해. 할아버지가 지켜보고 감당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풍부한 경험을 선물처럼 다 해주고 싶어. 머지않아 겨울캠핑도 해야만 하고, 한 두 번은 제 몫의 짐을 직접 지고 험지에 가서 극한의 체험을 하는 비박도 꼭 해볼 거야. 그게 아직은 내가 현역으로 살아있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야.
난 아직은 든든한 태리. 세리의 팬이자 절대지지자야. 최고의 가이드이자 보디가드이지. 어느 날 그게 한계에 부딪치고 자신이 없어지면....... 그만 살아도 된다는 뜻이지. 그때까진 아직 팔팔한 현역 신분의 태리.세리 할아버지라고. 마눌님. 알지?
이제부터 또 다음 여행을 준비하자.
낚시부터 배우고 연습을 해 둘까?
세리텐트를 꺼내서 검사하고 햇볕에 말리고 팩도 점검을 해두어야겠다. 이번엔 다른 타프를 한 번 써 볼까? 잠자고 있는 타프한테 미안하니까.
가을 캠핑은 어디가 좋을까?
아참, 할망구가 여름방학에 약속했던 해외여행도 준비를 해 놓아야 하는데....... 여름방학을 가을 추석연휴로 변경한다면......... 앙코르 왓을 태리. 세리에게 보여줄까?
바쁘겠네?
아직 할 게 많구나.
-- 여기까지 미흡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다시 병아리들과의 여행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피안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