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재의 소박한 캠핑) 월악산 용하 야영장

피안재의 여행갤러리(19)

by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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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름 계절갬핑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어린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여행이시라고요?

희망하시는 목적지가 바다일까요? 아니면 계곡(산)일까요?

무더운 여름엔 당연히 계곡이라 생각하신다면......... 이런 야영장은 어떨까요?

피안재가 이번에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어린이를 동반하는 가족여행 계곡 캠핑)의 최고 명소는 바로 월악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용하 야영장>입니다.

우리 병아리들 태리 세리랑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2박3일간의 캠핑을 마치고 막 돌아왔답니다.

우리나라에 수없이 많은 캠핑장이 있겠지만, (어린이를 동반하는 가족여행 계곡 캠핑장)으로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좋았답니다. 우리 병아리들이 다시 찾아가고픈 추억의 명소로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답니다.

<용하 야영장>은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 억수리에 위치한 월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하는 아름답고 시설이 아주 잘 갖추어진 훌륭한 야영장이랍니다.(태리. 세리가 강력 추천 드려요)



월악산(月岳山) 국립공원에는 현재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직접 관리하는 6개의 야영장(캠핑장)이 운영되고 있다.

월악산 캠핑장의 핵심은 당연히 송계계곡에 위치한 캠핑장들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캠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명소이다 보니 자리 차지하기가 거의 하늘에서 별따기 수준이다.

송계계곡의 상류지역에 해당하는 숲속 도랑가에 위치한 <닷돈재 1.2> 야영장은 사계절 내내 여행 캠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특히나 글램핑 시설을 갖춘 특화야영장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라 그냥 그림의 떡이라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송계계곡의 중류지역에 위치한 <덕주야영장>의 진가는 여름철 물놀이 최고 명소라는데 이견이 별로 없다.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 사설 캠핑장들도 쫒아갈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숲속 풍경이면 풍경, 발치 아래 펼쳐진 천연의 계곡 물놀이장 수준이면 수준, 쾌적한 야영장의 시설과 관리를 따져보자면, 대한민국 계곡 캠핑의 톱 클래스라고 감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당연히 성수기 추첨제에 도전해서 조상님의 은덕을 빌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가랑비 부슬부슬 내리는 덕주야영장 텐트에서 올려다보이는 월악산 일대의 파노라마 풍경은 기가 막힐 정도로 압권이다. 먹을 갈아 가슴에서 솟구치는 대로 아무데나 한시(漢詩) 서너 구절쯤 술술 써 내려갔을 것만 같다.

하류에 이르면 마을 어귀에 너른 평지에 <송계 오토캠핑장>의 자리 잡고 있다. 솔직히 처음 만들어졌을 때, 넘쳐나는 여행객들 때문에 만든 주차장 정도로만 생각했다. ‘누가 저런 벌판에서 캠핑을 해? 사방 지천에 널린 것이 텐트 칠 자린데?’ 했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더니 캠핑이라는 것이 꼭 물가나 숲속에서만 하는 것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오토 캠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바리바리 짐보따리를 싸서(빌라나 아파트가 외출한 것처럼) 넓직한 공간을 우선 필요로 하고, 자동차가 무조건 바로 옆에 있어야 하고, 화장실에다가 온수 샤워가 꼭 따라붙어야 하는 새로운 캠핑문화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나무 그늘쯤은 전기시설만 있으면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문화의 혜택으로 커버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아예 아파트가 출장을 나오는 캠핑카의 등장으로 이 황량했던 공터가 가득 채워지게 되었으니....... 요즘의 이런 방식의 캠핑을 50년 전에 캠핑을 시작했던 우리 세대로서는 꿈엔들 상상이나 했었겠는가?

이제 송계 계곡을 벗어나 북쪽으로 단양을 향해 차를 달리다가 한수면과 수산면을 지나 덕산면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을 따라 계곡으로 들어서 한참을 올라가면 용하계곡이 나타난다. 송계계곡에서 약 20km 떨어진 월악산의 다른 지류인 것이다. 이 용하계곡 산골짜기를 향한 길은 어차피 곧 멈추게 되어있다. 막다른 길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아직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갈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 계곡 끝자락의 마지막 마을인 용하수마을 입구를 경계로 도로가 봉쇄되어 있다. 특별 자연보호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차 이야기를 하겠지만, 나는 그 출입금지구역 너머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다. 아주 옛날엔 제재가 심하지 않았을뿐더러, 부득이 합법적으로 그 안쪽까지 들어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보호를 명목으로 절대 출입을 불허하는 지역은....... 그만큼 빼어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아마도 현재에 그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동네사람들로 가을 송이버섯 채취 시기에만 허가를 받아 울타리 안쪽의 온산을 다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뿐이리라. 내가 함께 일하는 아주 가까운 지인 한 분이 바로 그 마지막 마을에 거주하면서 가을철에는 만사를 접고 동네사람들과 함께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분이라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 또한 많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기필코 다시 한 번 울타리 너머의 절경을 사진에 담아보리라.

바로 이 계곡의 끝자락에 마지막 마을인 용하수 마을 조금 아래에 <용하 야영장)이 위치해 있다. 아주 깊은 산골짝의 막다른 골목에 놓여있을뿐더러, 산골 깡촌의 자갈밭 도랑을 따라 소가 끄는 수레가 겨우 넘어 다니던 농로를 조금 다듬어 겨우 포장을 해놓은 결과로 드나드는 도로가 아주 협소하고 꾸불꾸불하다. 멀리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잘 살펴야 하고 누군가가 먼저 조심해 지나갈 수 있게끔 비켜설 공간을 찾아야만 한다. 조금 성가시고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목적지에 도착만 한다면 충분히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오지의 야영장이 주는 독특한 풍경과 한산함과 아늑함으로 말이다. 실로 천혜의 캠핑을 즐길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여기까지의 월악산이 품고있는 야영장은 모두 제천시 관할 행정구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제 남아있는 하나의 야영장은 제천시가 아닌 단양군 행정구역에 속해있는 선암계곡의 <하선암 오토 캠핑장>이다. 그리고 이곳은 좀 특별하게 캠핑카와 카라반을 이용하는 캠퍼들을 위한 전용 캠핑장이다. 선암 계곡에 관해서는 일전에 <소선암 오토 캠핑>에서 나름 다루어 본 적이 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고, 이제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용하 야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겠다.


‘여름은 뭐니뭐니 해도 계곡’이지 하는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아마도 이런 생각들은 현대의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조선 시대의 선비들도 한결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았었으니 하는 말이다.

여기 이 계곡, 여기 이 캠핑장의 이름은 바로 거기에서 나왔다.

‘용(用 : 쓰다. 이용하다)’ ‘하(夏 : 여름)’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말 그대로 ‘용하(用夏)’라는 이름의 뜻은 ‘여름을 나기 위한 최고의 계곡’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외쳤다.

‘더위야 썩 물렀거라. 마침내 우리 병아리들이 용하야영장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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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어제 이곳에 도착했어야 했다. 어렵게(?) 예약한 용하야영장 이용 기간은 사실 어제부터였다. 더군다나 봇도랑 바로 앞의 명소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캠핑장 사이로 흘러내리는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B-39번을 1박2일, 건너편의 A-9번을 2박3일을 연박으로 운 좋게 예약을 해두었었다.

그런데 누가 장마철 아니랄까봐? 기상청의 날씨예보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3일을 예비로 예약해 놓으면서, 최소한 이틀은 제대로 이용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졌다.

사실 이번 여행은 다급했다.

7월말, 병아리들 방학하는 금요일에 할머니가 아예 세리 유치원을 찾아가 끝나기가 무섭게 차에 태우고, 아들 집에 달려가 방학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태리를 즉석에서 태우고 충주로 넘어와서 그길로 괴산군 불정면의 추산교회 (여름성경학교)에 2박3일 입교를 시켰던 것이다. 우리 병아리들에게 최소한의 기독교 신앙을 소중하게 가르쳐주는 것은 할머니 일생일대의 간절한 바람이다. 병아리들이 반듯이 기독교인으로 성장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어릴 때 동심의 세계에서 제대로 경험하고 느껴보게는 해주고 싶은 것이다. 아들 며느리도 기꺼이 동참을 했다. 또 아내와 나 사이에도 (여름 성경학교)는 아주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다음 기회에 여름성경학교 이야기도 해 볼 생각이다)

2박3일 여름성경학교 기간 내내 할머니는 병아리들을 아침에 데려다주고, 멀리 숨어서 하루 종일 지켜보고, 저녁에 데려와 재우고, 다음날 또 그러면서 열과 성의를 다했다. 병아리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헐머니의 간절한 바람은 어서 빨리 무럭무럭 어엿한 숙녀로 성장하는 것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은 마음뿐.......... 아멘.

(여름성경학교)의 마침은 일요일 주일예배로 이어졌고, 아들 며느리까지 예배를 위해 찾아주었으니.......... 병아리 두 마리에다가 아들 며느리까지 품은 할머니의 표정은 그야말로 행복지수 폭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다음주는 아들과 딸(며느리)이 함께 여름휴가로 준비한 일주일이라 병아리들은 곧바로 엄마 아빠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데려온 김에 휴가를 염두에 두었던 할머니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할머니 끗발이 당연하게 며느리(딸) 끗발에 밀릴 수밖에.

그래서 새로운 스케줄을 조정하다 보니 다다음주가가 적당하겠기에 내 스케줄까지 맞추었는데 그만....... 아뿔싸! 병아리들 이모가 조카 데리고 여름휴가를 이용해 홍콩 여행을 시켜준다고 항공편까지 구입을 하고 말았다고 하지 않는가? 에미 애비에게 한 주 빼앗기고, 사돈에게 또 한 주 빼앗기고, 할머니 할아버지 차지는 그럼 언제? 여행 다녀오면 그 다음주가 바로 개학인데? 그럼 우리 이번 여름방학 여행은 이제 물 건너간거여?

‘어디 고급 페션이라도 빌릴 수 없어? 비싸도 상관없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최고 극성수기에 갑자기 어디서 구해? 방 없어.’

‘다음주 스케줄 변경하거나 비울 거야. 그러니까 어디 캠핑장이라도 구해 봐. 이럴 때 할아버지 능력을 증명해 봐.’

‘우리 처음처럼 그냥 노지 캠핑하면 안돼? 그러면 혹시 운에 맞기고 어디든 찾아가보겠지만.........’

‘그걸 아들 며느리가 허락하겠니? 전기와 샤워 시설이 완벽하면 여름 캠핑이 혹 모르겠지만, 노지 같은 건 택도 없어. 병아리들 안 보내준다니까?’

‘할아버지 믿고 아들이 보내 준다니까? 더 재미있게 해줄게.’

‘절대 안돼. 아들이 된다고 해도 이 할머니가 안돼. 전기. 온수 샤워. 깨끗한 화장실은 무조건 필수. 태풍이 오니 어쩌니 하니까 웬만하면 집에서 가까운 데로 할아버지 능력을 최대한 동원해 무조건 구해 봐. 폭우 쏟아지면 집에 와서 자고 아침에 다시 가드래도. 이대로 병아리들 못 보고 방학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구해.’

' 거참!!!! 어렵다니까?'

병아리들이 여기저기서 인기가 많다보니까 할아버지가 D지게 생겼다.

그때부터 사방으로 검색을 하고 또 하면서 남들이 흘리는(사정상 취소) 예약을 줍고 또 주워서 쓸어 담기 시작한다. 밤잠을 설쳐가면서 말이다. 눈에 띄면 일단 무조건 주워 담고, 또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주워 담아서 이래저래 우리 여건에 맞추어 비교해보고 골라낸다. 예약과 취소를 반복해가면서 추스르기를 반복하다가........ 느닷없이 떠오른 것이 (용하 야영장)의 누군가가 취소한 건이었다. 시간도 딱이고, 장소도 딱인 그야말로 최고였다. 행운이었다. 우리의 지금 여건에 그 이상은 없었다. 그래서 예약과 입금까지 마쳤다.

한참 바쁜 시기에 작업하랴. 예약 관리하랴. 스케줄 조정하랴. 캠핑 준비하랴. 더군다나 일기예보 수시로 확인하면서, 이미 예약된 장소와 시간에 앞이든 뒤든 하루쯤 예비로 덧붙일수 없을까 하면서 또 검색을 하다가 얻어걸린 취소 건을 낚아채 앞에 붙일 수 있었다. 3박4일 예약이면 충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더군다나 코 앞에 붙은 자리라 설치된 텐트를 번쩍 들어서 자리만 옮기면 되니까 별 문제가 없다.

‘자고로, 좋은 할아버지란 병아리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할아버지여야만 하는 거야. 바로 지금의 나처럼 말이야. 흐흐흐흐흐흐.’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준비한 이번 여름방학 (용하야영장) 캠핑이 시작되었는데, 소멸된 태풍의 엉뚱한 영향으로 한반도 전체에 엄청난 폭우가 예상되는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말았다. 밤새 서남해안에 150mm 에서 200mm 까지 집중호우가 내린 지역이 발생했고 물난리가 뉴스 속보로 연이어 이어져 나왔다. 충주에는 폭우는 없었지만 밤새 비는 내렸다.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천으로 향했다.

큰손녀 태리는 방학이라 집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작은 손녀 세리는 유치원 등원하는 날이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찾아가 차에 태우고 집에 가서 태리와 여행 보따리를 챙겨서 본격적인 여름 캠핑을 출발하기는 했는데......... 아! 끝내 날씨 요정이 우리를 배신하고 말았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하늘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 그렇다면 비를 맞으며 싸이트를 구축해야만 한다는 상황인데, 용하 야영장은 주차장과 싸이트가 떨어져 있어서 행거를 이용해 짐을 옮겨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뭐 비를 맞으며 짐을 옮기거나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 정도야 폭우 속에서라도 거뜬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짐이며 옷가지가 어느 정도 젖게 되고, 또 사이트 구축까지 제법 걸리는 시간 동안(1시간 정도) 병아리들이 차 안에서 마냥 기다린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하여 부득이 우리는 협의한 끝에 계획을 좀 수정하기로 했다.

오늘은 중앙탑 물놀이장에서 비를 맞으며 물놀이를 실컷 즐기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아파트 집에서 잠을 자고 나서, 아침에 일찍 캠핑을 떠나기로 했다.

하여간, 어찌되었던 그 순간의 계획 조정은 아주 썩 훌륭한 선택이었다.

우리 병아리들은 물놀이장만 있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비가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던 말던, 텀벙텀벙 물놀이 하다가 군것질하고 또 물놀이 하다 배고프면 컵라면 먹고 또 물에 뛰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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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침이 밝아왔다.

군데군데 구름들이 무리지어 몰려다니고는 있으나 파란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기상특보와는 다르게 일단은 폭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잠들어 있는 병아리들 몰래 슬그머니 아파트에서 차를 몰고 나와서 사무실 창고로 향한다.

이번 캠핑에서는 굿은 날씨가 지속될 염려도 있고, 거기에 당장 내려져 있는 기상특보처럼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려져 있는 마당에 일단은 전실이 크고 넓은 쉘터형 텐트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여름인 만큼 이너 텐트는 굳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쾌적하고 여유 있는 공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젯밤에 큰손녀 태리가 느닷없이 ‘할아버지. 저는 그 예쁜 하얀 텐트에서 자고 싶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진 이번에 곰돌이 텐트 준비 안 했는데?’ 하니까, ‘다음번 캠핑 때 저랑 세리랑 자게 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손녀가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짓는 마당에 어찌하겠는가? 날이 새기 무섭게 창고에 가서 곰돌이 텐트를 꺼내 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사무실에 다녀오니 벌써 병아리들이 캠핑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헐!

이렇게 부지런한 우리 병아리들이 결코 아닌데?

아침을 챙겨서 먹고 주방용품을 챙겨 싣고 드디어 캠핑 여행을 새롭게 시작한다.

가는 길에 살미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려서 먹거리 장을 보는데, (용하 야영장)의 가까운 주변으로 하나로 마트나 대형 슈퍼가 없다는 이유로 충분히 챙겨서 가라고 했더니만 갑자기 병아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어찌나 많던지, 온통 군것질꺼리와 마실꺼리 만으로도 한 짐이다. 고기와 탄산음료파인 큰손녀 태리와 오로지 쥬스와 온갖 과일파인 작은손녀 세리의 달라도 너무나 다른 개성적인 먹성을 골고루 다 챙겨야 하는 어려움은 항상 우리의 커다란 고민덩어리다. 우리 부부의 손녀들과의 여행 최고 걱정거리는 항상 먹거리 해결 문제가 최우선이다.

내사와 악어섬과 공이동을 지나 수산면에서 길을 꺾어서 덕산면 골짜기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아주 좁고 꼬불꼬불한 시골길이 나타나고, 이때부터는 운전에 바짝 신경을 집중해야만 한다. 현지인들이 억수리라고 부르는 막다른 골짜기로 조금 더 들어가면 마침내 왼쪽으로 (월악산 국립공원 용하 아영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많은 여행자들이 (용하야영장)에 도착해서 처음 가지게 되는 첫인상은 ‘이게 뭐지? 온통 주차장뿐이잖아?’ 하는 느낌이다.

(용하야영장)은 확연하게 주차장 지역과 캠핑 영지로 완전 분리되어 있다. 그런데 주차장 면적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넓다. 얼핏 어느 도시의 공설운동장 주차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크다. 약 80여개의 캠핑 영지들은 대부분 숲에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탓에 한산한 계절에 찾아가게 된다면 ‘이거 주차장에서 캠핑하라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여타의 다른 캠핑장에 비해서 충분히 넉넉한 주차장이 보장된다는 것은, 딱 한 가지 캠핑 싸이트까지 직접 짐을 날라 옮겨야 한다는 단점을 빼고는 충분히 널널하게 여유로운 주차환경을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시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구형 캐리어를 충분하게 대여해 주는데, 나름으로 그리 힘든 일은 결코 아니다. 어디서 그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살짝 재미가 있다.

먼저 병아리들과 할머니를 안내해서 (용하 야영장)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우리에게 예약 확정된 A-9 싸이트를 확인시켜 주고 나서 화장실이랑 샤워장과 시설 현황을 안내해 주었다. 우리 싸이트 코앞으로 흘러가는 얕은 봇도랑에 벌써 발을 담구는 병아리들을 데리고 캠핑장 울타리 밖의 계곡을 확인시켜 주었다. 맑은 청정수가 물소리를 내며 계곡을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확인한 우리 병아리들의 바람은 오로지 지금 당장 풍덩 뛰어들고 싶은 간절함이 가득 담긴 눈길을 할머니에게 보내오고 있다.

‘물놀이부터 하고 싶어? 그럼 지금 그대로 물에 들어가 놀아. 수영복 갈아입을 필요가 뭐 있어? 입은 옷 적셔도 돼. 할아버지가 가서 수건이랑 물안경이랑 좀 가져다줘. 할머니도 따라 들어갈 테니 그냥 들어가 놀아. 괜찮아’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병아리들이 풍덩 하고 계곡물에 뛰어든다.

‘내가 병아리들 지키면서 쉬고 있을테니 할아버진 수고 좀 하셔. 텐트 치고 짐 옮기고 나면 할아버지도 물에 들어와. 알았지? 애쓰셔.’ 하더니 병아리들 뒤를 따라 계곡물을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한다.

‘헐! 이놈의 할아버지 팔자! 오늘도 또 변함없이 자살골을 넣고 마는구나.’

그나저나 이거 도대체 몇 번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거지?

쉘터 텐트를 치고 나서 공돌이 텐트를 안쪽에 걸쳐 넣는다. 이너 텐트 삼기에는 팩을 밖아야 하기에 면적을 좀 많이 차지하고, 별도로 설치하기에는 싸이트 크기가 좀 부족하다. 하여 어설픈 도킹형 텐트방식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다.

(용하 야영장)의 싸이트 크기는 대략 4m x 7m로 짐작된다.(줄자가 없었기에) 하여 여기에 우선 3.6m x 6.1m의 쉘터를 치고, 그 안에 걸쳐서 2.6m x 2.1m 크기의 곰돌이 텐트를 도킹시키는 방식으로 설치를 한다. 이로서 큰병아리의 바램이자 부탁을 해결했다.

그리고 나서 취사도구, 취침도구, 조명기구, 테이블과 의자 등을 부지런히 날랐는데....... 이거야 동계 캠핑도 아니면서, 병아리들과의 캠핑에는 항상 짐보따리가 무척 커진다. 거기다가 이번 캠핑에서는 특별히 이동식 간이 변기(작은 병아리용)를 가지고 갔는데, 그 부피가 거의 동계용 화목난로 부피를 방불케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할머니가 하명하시길, ‘앞으로 병아리 캠핑에는 간이 변기가 필수 품목에 반듯이 포함되어야 해. 알았지?’ 한다.

짐을 나르고 또 날라도 끝이 없다. 나무 그늘임에도 노동력을 사용해야 하다 보니 땀이 계속 흘러 내린다. 결국 캔 맥주를 두 개나 따고 만다.

어쨌거나 싸이트 구축을 겨우 마치고 계곡으로 병아리들을 찾아 내려갔더니 아뿔싸........ 처음 골짜기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한참 아래쪽 골짜기 너른 웅덩이까지 떠내려가 거기에서 물놀이 삼매경이다. 족히 한 시간을 훌쩍 넘겼을 시간인데도 할머니와 병아리들은 여전히 방금 물에 처음 내려온 사람들처럼 무아지경에 빠져있다. 영락없는 애비 짱구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하다. 닮는다 닮는다 해도 어쩌면 저렇게 닮을 수가 있단 말인가?

할아버지가 사정을 해서 겨우 계곡물 밖으로 나와서 방금 구축한 우리 싸이트로 갔는데, 병아리 몫으로 설치한 곰돌이 텐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눈치다.

‘할아버지. 저희들 오늘밤에 저 곰돌이 텐트에서 잘 수 있는거지요?’

‘그럼. 너희를 위한거야. 너희꺼야.’

‘아싸!’

그러더니 지체없이 이내 휑하니 돌아서더니 다시 코앞에 흘러내리고 있는 봇도랑으로 풍덩해버린다.

‘그새 또? 정말 못 말린다. 못 말려. 도대체 누구 딸이니?’

‘그랜드파. 우리는 할아버지 손녀예요. 아시잖아요?’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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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우리 병아리들.

웬만해선 누구도 우리 병아리들의 물놀이를 향한 집념을 가로막을 수 없다.

겡구(며느리)와 할머니가 수수방관하는 마당에 감히 아들이나 할아버지인들 감히 나서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날 오후에만 옷을 네 번이나 갈아입었다.

계곡물이라 상당히 차가워서 삼십분쯤 물놀이를 하다 보면 살짝 추위가 느껴진다. 그러면 ‘간식 타임’을 외치고, 텐트로 와서 일단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휴식을 취한다. 물론 다시 들어갈 때는 입었던 젖은 옷으로 갈아입는다고 호언장담을 하지만, 옷을 갈아입고서도 잠시도 못 참고 봇도랑 가에서 까불며 놀다가는 역시나....... 풍덩 빠지기 일쑤다.

1월 엄동설한에 주문진 바다에서도 물에 빠지는 녀석들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할아버지 속으론 열불이 터져도 ‘그저 그러려니’ 할 수밖에....... 옆에 할머니 표정은 그마저도 신통한 듯 해탈한 스님 표정으로 멋쩍은 웃음만 짓는다.

하긴, 이번 여름 캠핑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한가지씩 모토(motto)를 정하지 않았던가.

할머니는 세리가 이번 여름성경학교 기간동안 유독 살갑게 따랐던 ‘유아 담당 선생님 같은 예쁜 할머니’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할아버지는 태리에게 ‘교회오빠 같은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결과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번 캠핑에서 우리의 다짐은 거의 성취되었다고 하겠다.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어디까지나 우리 생각이겠지만) 병아리들에게 어느 정도는 친한 친구 같은 존재가 아닐까? 어떤 면에서는 아주 가끔은 엄마 아빠보다도 더 편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또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큰손녀 태리와 가끔 우리 둘만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그때마다 비밀 보장을 손가락을 걸면서 약속하곤 하는 할아버지다. 할머니랑도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할아버지랑의 비밀이랑 할머니랑의 비밀이랑은 그 내용이 다른 것 같다.

녀석은 혼자만의 일기를 쓰고 있는데, 그 일기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늘어놓는 것은 아마도 할아버지뿐인 것 같다. ‘할아버지.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예요? 약속하셨어요?’

‘태리야. 할아버지가 약속은 했지. 약속은 지켜야지.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말이야. 사실은....... 할아버지도 목숨은 부지해야 하지 않겠니? 우리의 비밀에 혹시나 부작용이라도 생겨서 나중에 할머니에게 들키게라도 되면, 그 즉빵 할아버지는 끝이야. 할머니한테 맞아 죽는다고........ 그래서 부득불 할아버지는 또 비밀을 전제로 하고 할머니랑 딜(거래)을 할 수밖에 없단다. 매우 미안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가 어른이 되면 그땐 이 할아버지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을거야. 미.안.해. 손.녀.야. 그.리.고. 사.랑.해.’

그동안 실제로 몇 번 있었다.

약속한 비밀 중에서 사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할머니에게 먼저 신중하게 고자질(?)을 하고, 충분한 상의 끝에 결론이 나오면, 할머니가 일단 딸(며느리)에게 또 비밀을 전제로 상의를 한다. 딸도 에미로서 고심을 남편에게 알리고....... 최종적인 상의 결과는 이번엔 아들이 엄마에게 알려온다. 온가족이 더 큰 관심과 배려로 사태 해결에 나선다. 비록 아직은 어린아이의 사소한 관심이나 고민일지라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우리 가문의 장래가 걸린 최대 중대사안이 아니겠는가? 그런 일이 그동안 몇 번 있었다.

바라보기에 녀석은 잘 이겨나갔고....... 할아버지와의 비밀약속은 들통난 적이 없다.

큰손녀 태리가 성인이 되어 만18세 주민등록증을 취득하는 날에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를 원 샷하는 꿈을 할아버지는 꿈꾼다. 그리고 둘째 세리가 또 만 18세가 되는 날에는 야외 캠핑장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샴페인을 터트리고 싶은 꿈을 할아버지는 또 꾼다.

‘그건 아득히 먼 훗날 일이고....... 머지않아 곧 태리가 여성으로서 생리적인 첫 성인의식을 맞이하게 되는 날이 오면 할아버지가 꽃다발과 케잌을 장만해서 용돈을 듬뿍 얹어서 축하해 주어야 하는 거야. 딸을 키워봤어야 그런 걸 알지?’

‘그런 게 있어? 그런 것은 엄마나 할머니가 몰래 해주는 것 아니야?’

‘지금이 조선 시대니? 쪼잔한 할아버지 되기 싫으면 용돈이나 많이 준비해 놔.’

‘첫 손녀니까 그렇다고 쳐. 그런데 담에 세리도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거니?’

‘세리는 손녀가 아니니? 세리가 어디서 주워온 애니? 당연히 똑같이 해야지. 그땐 이젠 끝이다 생각하고 더 크게 할아버지가 쏘는 거야.’

‘허 참! 그래서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는 아들로 낳아도 된다니까.’

‘며느리한테 일러준다. 성인식 파티가 아까워서 할아버지가 손자 타령을 하더라고?’

‘이 할망구가 시방?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러니? 내가 언제 손자 타령을 해? 나는 열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지금 우리 태리 세리면 무조건 너무나 충분한 사람이야. 누굴 며느리 눈 밖에 나게해서 이제부터 병아리들 못 보는 지옥 사태를 만들려고 그러니?'


아무렴 어때?

지금 당장 우리 예쁜 병아리 두 마리는 내(?) 품 안에 꼭 잡혀 있는 것을.........

옷을 네 번을 갈아입던, 할아버지에게 아이스크림 심부름을 또 시키던, 작은 녀석 화장실만큼은 할아버지가 쫄쫄 따라가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던 말던, 대낮부터 캠프 화이어를 해달라던 말던, 녀석들이 세상과 대자연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펴보듯이 지금 이 할아버지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병아리들만 지켜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인 것을, 이제껏 살아온 날들 중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에 대한 보상인 것을..........

지금 살아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너희들이 있어 할아버지는 행복하단다.

지금 우리는 (월악산 용하 야영장)에서 가족 캠핑 중이다.

앗!!!!!

에구머니나 망측스럽게 저게 지금 뭐하는 거니?

'기지배가 다 커가지구........ 텐트 좀 가리고 갈아입으면 어디가 덧나니?'

'할아버지 손녀인데요 뭐.'

'너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니까? 아가씨야. 숙녀라고?'

'할머니가 제 소중이들을 보면 아직은 어린이라고 하시잖아요? 아직 성장통이 아니라니까요?'

'이 기지배야. 어린이든 아가씨든 아무데서나 흘러덩 벗는게 아니라니까?'

'아빠는 목욕도 시켜주는데요?'

'윤.태.리. 너 정말 끝까지 이럴래? 할아버지 삐진다?'

'헐! 어이없어요. 할아버지. 툭하면 삐진다 하시면요.'

'안 삐지면 미칠것 같으니까 그러지?'

'할.아.버.지. 저. 옷. 다.갈.아.입.었.는.데.요.'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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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역시 통기성이 좋은 전실이 너른 텐트여야만 해. 안 쓸것 같다고 처분했더라면 후회할 뻔했잖아?’

캠핑 장비를 쌓아둔 창고 맨 밑바닥에서 힘들게 꺼내왔던 ‘에르젠 페가수스 시리즈 3(HERZEN Pegasus S3)’ 였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페가수스는 페르세우스가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천마로 주로 백마로 그려진다. 그런데 에르젠의 페가수스는 흰색은 없고 검정색과 옅은 카키색으로만 출시가 되었다. 내것은 아주 까만 흑마이다.

중고로 구입을 해서 한 번 펼쳐보기만 하고 이적지 창고에서 잠만 자고있는 녀석이라 이번에 처분을 해버릴까 슬쩍 고심도 했었다. 지난 소선암 캠핑에서 챠밍여사가 관심을 보인 오두막 5.5를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페가수스를 처분하고 노르디스크의 이든 5.5(Nordisk Ydun 5.5)를 사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캠핑 장비를 늘리지 않겠다고 이미 약속을 했고, 하나를 새로 장만하려면 기존의 장비 두 개를 처분하고 나서라는 마님의 엄명이 떨어진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처분을 하려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만 했기에 페가수스를 꺼내다 공터에서 설치를 해 보았는데........ ‘말짱한 이 텐트를 처분해야 한다니 말도 안돼.’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병아리들과의 그동안 캠핑에서 넉넉한 공간과 여러면에서의 안정성을 고려해서 무조건 브라이튼 12.3(몽골텐트)를 고집해 왔는데, 설치해 놓고 나서 여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페가수스의 장점이 확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장마철 폭우라도 내리게 된다면 페가수스만 한 실용적 텐트가 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캠핑만은 일단 페가수스로 다녀오자.’로 결정했다.

<이든 5.5>는 이번에 우연히 아주 저렴하게 중고로 구입하게 되었는데, 소선암 오토캠핑장에서 본 <코오롱 오두막 5.5>의 오리지널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폴대가 외부로 드러난 <오두막 5.5>와 크기나 이미지는 매우 흡사하지만,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든 5.5>가 훨씬 예쁜 모습으로 우리 병아리 두 마리 둥지로서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에 따라 구입하였다. 대신 약속대로 다른 텐트 하나를 아주아주 어렵게 골라서 처분했다.

봄 여름에만 병아리들 예쁜 둥지로 한동안은 <이든 5.5>를 훌륭하게 쓸 수 있을 것 같고. 우리 부부의 단독 캠핑에는 이제부터 오로지 페가수스를 사용할 것 같다. 그만큼 실용적인 면에서 썩 훌륭했다. 최신 버전까지 크기와 디자인과 용도면에서 꾸준히 엎그레이드 되고 있지만, 내게는 S3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가을이나 겨울 병아리들과의 캠핑이라면 다시 몽골텐트가 필요해지겠지만 말이다.

이번엔 페가수스에 이든을 어설프게 도킹하듯이 사용하였지만, 제원을 따져보니, 페가수스에 이너 텐트로 <베누스 아테나 돔>을 설치해 들이면 아주 완벽한 동계 캠핑도 너끈하지 싶은 확신이 섰다. 베누스를 옆으로 세우면 (280cm X 320 X 185)가 되는데, 페가수스가 (610 X 360 X 205)가 되니 아주 산뜻하고도 크기나 높이가 넉넉한 이너텐트로 안성맞춤이 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이 조합이라면 사계절 어느 때라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노기가 아닌 테크가 설치된 캠핑장의 설치된 데크가 최근의 추세대로 (4M X 6M)는 되어야 가능해진다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말이다.

‘처분해 버리지 않기를 참 잘했다.’


여름 휴가 준비하면서 물놀이 캠핑을 염두에 두고 검색창에 ‘충청북도의 계곡’을 입력하면, 갈론계곡. 금천계곡. 만수계곡. 물한계곡. 선암계곡. 선유동계곡. 송계계곡. 쌍곡계곡. 용유계곡. 용하구곡. 화양구곡이란 11개의 단어가 나온다.

이들 중에서 만수계곡. 선암계곡. 송계계곡. 용하구곡 등 4곳이 바로 ‘월악산(月岳山)국립공원’ 구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용하 야영장이 위치해 있는 계곡이 바로 <용하구곡’(用夏九曲)>이다. ‘여름을 이겨내기엔 이곳이 최고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용하계곡 안쪽으로 아홉 개의 빼어난 절경이 있다고 해서 ‘용하구곡’인데, 현재는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용하야영장의 행정구역상의 주소는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 월악산리’인데. 비교적 최근에 붙여진 지명이며, 현지인이나 충주에 사는 필자까지 흔하게 이곳을 부르는 이름은 ‘억수리’ ‘억수골’ ‘억수계곡’이다. 본래는 ‘덕산면 억수리’였다.

여기에서의 ‘억수’는 순수한 우리말로 ‘비가 왔다 하면 그야말로 억수로 쏟아진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지에 지금도 살고있는 지인의 이야기로도 비가 왔다 하면 골짜기가 넘쳐나고 울릴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억수골’이다.

그런데 말이다.

필자는 이제까지 용하야영장 지역을 꽤나 여러번 드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 억수계곡에서 캠핑을 한 기억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 병아리들과의 용하 캠핑이 처음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오로지 물(水) 때문이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억수리’라는 지명까지 가지고 있지만, 필자와 많은 충주지역 사람들에게까지 억수 계곡의 선입견은 ‘골짜기에 물이 항상 부족한 억수 계곡’이라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적인 문제에서 나온 것이다.

월악산(1.094m)과 동쪽으로 맞붙어있는 대미산(1.115m) 발원한 물줄기가 동쪽으로 흘러서 낙동강의 상류가 되고, 남쪽으로 흘러내린 물줄기가 용하계곡을 거쳐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물줄기는 용하 야영장 수백 미터 아래에서 월악산 영봉과 만수봉 사이에서 생겨난 수문동 계곡 물줄기와 합쳐져서 흘러내린다. 하여 ‘용하구곡’이나 ‘용하계곡’을 이야기함에 있어, 이곳 수문동 계곡을 포함시킨다 보아도 무방하다.

대략 총 계곡의 길이를 16km 정도로 보고 있는데, 야영장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계곡의 길이는 약 4km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억수 계곡은 항상 물이 없어’라는 고정관념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기준은 언제나 ‘송계계곡에 비교한 판단’인 것이다. 봄 가뭄이 일상이 된 근자에 워낙 수량이 넘쳐나는 ‘송계 계곡에서는 수영을 할 수 있지만, 억수계곡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단편적인 평가처럼, 하필 비교 상대가 송계계곡이다 보니 용하계곡(억수계곡)이 저평가되는 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과거에 누군가 갈수계곡(渴水) 이라고 이름 붙였다면 혹 그런 시비가 줄어들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용하계곡에는 물놀이(수영)를 할 만한 장소가 거의 없다. 물장구를 친다면 모를까 수영은 어림도 없다. 금지구역인 상류에는 수영까지 즐길만한 물웅덩이(소.담)이 제법 있지만, 묘하게도 허가지역 안에는 수영을 할만한 물웅덩이가 전혀 없다. 그저 집채만한 바윗덩어리를 사이로 흘러내려 가는 계곡물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예전엔 있었다. 야영장에서 1km쯤 하류에 방치되어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솔밭 야영장’ 과거에 필자가 여러번 찾아왔던 천렵장소였다. 그곳에선 수영도 가능했었다. 하지만 여러차레의 초대형 수해 피해를 입어 계곡의 지형이 아예 변해 버렸다. 용하계곡은 산정상에서 대충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배수로 형태이다. 굽이굽이 휘어지면서 물웅덩이를 만들어낸 송계계곡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물이 고여서 머물 장소가 거의 없다.

어쩌면, 억수로 늘 쏟아지는 비가 이런 일직선의 배수로를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를 비롯한 충주지역 사람들이 억수계곡을 찾아오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송계계곡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사람들로 계곡이 시끌벅적 넘쳐나고, 화기 단속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단속에서 벗어나고 인파에 치이지 않으려면 좀 멀지만 억수 계곡이나 제원군의 덕동계곡으로 몰려가서 가마솥 걸고 장작불에 고기를 삶고, 장작불에 돌판을 얹어 삼겹살을 구워 먹기 위해서였다. 친구나 동창들과 천렵이나 야유회를 위해서 억수계곡을 드나들기는 했으나, 캠핑을 온 적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이유다.

당시의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꺼내 보았다. 적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EA%BE%B8%EB%AF%B8%EA%B8%B0%EA%BE%B8%EB%AF%B8%EA%B8%B02642C03A537BE60E2C.jpg?type=w966 월악산 영봉이 보이는 용하계곡의 아주 옛사진. 그때는 수영할 계곡 웅덩이가 제법 있었다.
%EA%BE%B8%EB%AF%B8%EA%B8%B0%EA%BE%B8%EB%AF%B8%EA%B8%B02505E841537BD8642D.jpg?type=w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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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BE%B8%EB%AF%B8%EA%B8%B0%EA%BE%B8%EB%AF%B8%EA%B8%B0230E403E537BD83217.jpg?type=w966 아득한 과거시절의 (용하야영장) 전경. 지금의 B 구역으로 실개천과 A구역은 만들어지지도 않았던 먼 추억속의 장면이다.




계곡은 정비가 덜 되어있었으나, 물놀이를 충분히 즐길만한 장소가 적어도 당시에는 곳곳에 제법 있었다. 물론 전체 계곡의 수량은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말이다.

용하야영장이 어느날 생겼고, 그 초기 사진도 다행히 남아있다.

계곡 가까이(지금의 C지역과 B지역)에만 적은 숫자의 마사토 데크가 설치되었었다. 캠핑장 중앙으로 흐느는 실개천(봇도랑)도 없었고, A구역은 그냥 방치된 풀밭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이용객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어쩌다 텐트 두 세 개가 설치된 것이 전부였다. 정말 노지나 오지 캠핑을 추구하는 매니아들이 어쩌다 찾아오는 정도가 전부였다. 나부터도 ‘미쳤다고 저기서 캠핑하냐? 이 골짜기 아무데나 텐트를 쳐도 저기 보다는 좋겠다’ 했을 정도였다. 거기다가 유료로 말이다.

그랬으니 야영장을 열기는 열었으나 여름 내내 파리 모기만 날리고 있었다. 날 추워지면 아예 서둘러 꽝꽝 문을 닫아 버렸다.

2013년 쯤에 송계 닷돈재 야영장에 풀옵션 캠핑존이 등장하면서, 사계절 내내 각광받는 명소가 되어 버렸다. 더불어 텐트 안에서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다가 이승을 하직하는 뉴스로 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닷돈재 야영장의 붐을 타고 덕주 야영장 시설을 대폭 개선하고, 송계리에 오토 캠핑장이 들어섰다. 그런 순서로 적어도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레저붐을 타고 마침내 2017년 쯤에 야심차게 마음먹고 용하야영장을 대대적으로 시설개선에 나섰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랫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B구역과 C구역의 구획정리를 다시 하고, 화장실을 개선하고 샤워실을 마련하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진입로를 여러 곳으로 확장하면서, 골짜기 물길까지 손을 댔다. 자연에 최소한 손을 대는 선에서 물놀이를 위한 환경개선을 감행한 것이다. 어른들의 수영까진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에게는 충분한 물놀이장을 제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용하야영장 최대의 개선은 B구역 앞으로 봇도랑(실개천)을 만들어 상류로부터 끌어들인 청정한 자연수가 끊임없이 흘러내려 간다는 개선이다. 그 실개천 마저도 서너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작은 보를 막아서 깊이를 다 다르게 만들었다. 유아에서 어린이들의 물놀이 천국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A구역 싸이트를 새로 만들었다. 어른들은 캠핑을 나름으로 즐기면서 아이들을 그냥 물에다 내놓으면 만사가 해결되는....... 어린이 동반 가족 캠핑의 천국으로 리모델링 된 것이다. 조금 성장한 어린이나 청소년, 혹은 물놀이를 꼭 해보고 싶은 어른은 그냥 계곡으로 내려가면 된다.

점차 이런 내용이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다.

계곡 물놀이를 즐기려면 (용하야영장 C구역), 어린이를 걱정 없이 물놀이장에 내놓으려면 (용하야영장 A구역이나 B구역 일부)라는 소문에 언제부터인가 ‘가게 되던 말던 일단 무조건 예약이나 해두자’라는 열풍이 일면서 갑자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주말이나 여름 성수기에는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이번 병아리들과의 (용하 야영장) 캠핑은 적어도 우리에겐 참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우연찮게 누군가가 예약을 취소한 것이 마침 우리의 시기와 딱 들어맞아 허겁지겁 예약하게 된 완전 운수대통이었던 때문이다. 예약 싸이트 화면에 거의 완전 매진이 뜨고 있었다.

그랬었는데, 우리도 폭우 예비특보 때문에 하루를 날리고 갔지만, 캠핑기간 내내 약 30% 정도의 공간이 항상 비어있는 놀라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예약해 놓고도 오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예약 취소를 조금만 일찍 해준다면, 간절한 누군가가 대신 이용할 수도 있을텐테.........

캠핑장 이용료가 너무나 저렴하니까 그냥 일단 저질러 보고,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 정도야 뭐’ 하면서 말이다. 사설 캠핑장 만큼 비싼 요금이라면 일찍 서둘러 판단해서 사전에 취소를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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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 야영장의 데크 숫자를 80여개로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아침 산책을 하면서 살펴보니 제법 차이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어서 실제로 확인해 보았다.

야영장의 실제 데크 숫자는 64개로 A구역이 15개이고, 원래 용하야영장의 주인지역이었던 B지역이 27개로 가장 숫자가 많고, 계곡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C구역에 22개의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캠핑이라면 무조건 A구역이나 B구역의 절반정도 숫자가 빠른 앞쪽의 데크를 예약하면 엎어져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봇도랑(실개천)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다. B구역의 후반 숫자 데크는 코앞은 아니지만, 봇도랑과 계곡을 함께 즐길 수 있다. C구역은 조금은 한적하고 여유롭게 계곡과 휴식을 누리기에 적합하다.

전구역에 나무 그늘이 충분하고 각종 부대시설도 넉넉함과 더불어 잘 관리되고 있다. 숲속의 쾌적함을 전제로 이른 새벽의 싱그러움과 새소리와 바람 소리는 이곳을 찾아온 여행자들은 고루 덤으로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캠핑장 주변환경을 본래의 있던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살리고자 하다 보니 기본적인 마사토 데크의 기본 크기를 4m x 7m 정도의 면적 유지를 목표로 하였으나, 자연 그대로의 숲이다 보니 경사면에 턱이 지거나, 아주 커다란 바위가 있거나, 데크의 안쪽으로 소나무가 먼저 터를 잡고있는 구역이 여러 개 있다. 야여 개수대 옆의 B38 데크처럼 아예 에약을 받지 않는 자리도 있고, 싸이트 안쪽에 애매하게 소나무가 있어서 대형 텐트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타프 성치가 불가능한 지역이 몇몇 있다. 사용자들의 후기를 읽어보고 참고하시거나, 관리실에 직접 전화를 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캠핑여건과 사전 비교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겟다.

용하야영장의 경우 2017년 재개장이 가장 최근의 대대적인 개보수였으니,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다고 쳐도, 나무 계단이나 방부목 데크 테두리나 목재 캠핑 테이블 등이 좀 낡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쳐도 전체적인 시설 상태와 관리 상태는 썩 훌륭하다고 하겠다.

시설 관리를 염려하기 보다는, 숲속의 야영장을 찾아가는 진정한 가족 캠퍼로서의 마음가짐부터 단도리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근자에 우리 경우는 전혀 겪어보지 못했으나,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노라면 여전히 ‘진상 캠퍼’들의 무개념한 파행이 자주 화제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술 먹고 싸우고, 고성방가에다, 밤새도록 열띤 좌파니 우파니 어떤 지역이니 무한토론에 개거품을 문다든지, 새벽에 조심성 없이 철거준비를 서둔다든지, 앞 뒤 텐트에서 극심한 코골이 라이브 콘서트를 열게 된다면 힐링은 어디로 출장가고 뚜껑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좋은 이웃이 넘쳐나는 쾌적한 숲속이야말로 최고의 캠핑장인 것이다.’

옥수수 나눠주고, 장작 나눠주고, 타프 설치 도와주고, 우리아이 또래의 가정 예절이 올바른 어린이까지 동반한 이웃을 만난다면....... 그것이야 말로 힐링 여행의 시작이자 행복한 캠핑의 완성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번에도 그런 이웃을 만났다. 우리보다 하루를 더 머물다 가신 우리 아들 또래 젊은 부부 캠퍼였는데 꼭 그런 바람직한 의식과 가치관을 가지신 보기 좋은 가족이었다.

야영장 안에 매점도 있지만 일부 품목은 가격차가 좀 심하다 싶었다. 충분한 장보기를 사전에 갖추고 들어가기를 강추한다. 거리는 좀 있지만 덕산을 지나 수산면까지 가면 제법 커다란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다. 많은 장보기를 해야한다면 나라면 기꺼이 거기까지 갈 것이다. 충주쪽에서 간다면 기억하기론 살미농협 하나로 마트가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것 역시, 용하야영장이 가진 거리상의 오지에 가깝다는(송계에 비교해서) 핸디캡에 속한다 하겠다.

송계의 야영장이라면 제천. 단냥. 청풍에서 진입할 때 수산 하나로 마트가 모든 팰요물품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해 줄것이고, 수안보 방면이라면 수안보 하나로 마트가, 충주에서 살미 한수 방면이라면 살미 하나로 마트가 해결을 해줄 텐데. 용하 야영장의 경우 가장 가가운 소재지인 덕산면에는 아직 하나로 마트가 없다. 대신 대형 슈퍼가 몇 있어서 그동안엔 그곳을 이용해 왔다.

나에게 용하 야영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접근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하는 점이다. 그것만 빼면 나머지는 오히려 오지가 가진 장점으로 ‘대자연 속의 진정한 휴식’을 충분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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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이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할머니 다 망가지겠다. 살살 좀 해.’

상태가 별로였던 무릅인데 일하느라 사다리에 올라섰다가 넘어져 고통을 호소할만큼 심각해졌다. 다니던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해 서울의 큰 병원에 며칠 전에 올라가 진단 끝에 응급 처치를 받고 수술 일정이 잡히면 입원을 하기로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핑을 미루거나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녀석들의 성원과 기대가 큰 것을 알기에 조심하기로 하고 강행을 했던 것이었다. 할머니의 숙원인 여름 성경학교에 와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열심히 참여해 준 손녀들의 고마움 때문에라도 녀석들 기대를 저버릴 순 없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번 캠핑의 모든 것을 이 할아버지가 맡아서 대신하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었지만........ 녀석들은 무조건 할머니랑 나뉭굴어야만 재미있어하는 것을 어쩌겠는가? ‘아이고야. 아이고 아퍼’ 하면서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기를쓰고 죽자사자 따라다니는 저 할머니의 저력은 또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어서 밤이 왔으면........ 병아리들 재워놓고 진통제 대신 쐬주라도 한 잔 마시게 해야 하는데’만 연발하면서, 할아버지 또한 성가시거나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죽어라 쫓아다닌다. 낮 동안 뛰어다닌 운동량으로 보자면 피곤해서 일찍 잘만도 한데, 캠핑이라는 이 오묘한 분위기는 녀석들의 눈동자를 더욱 초롱초롱하게만 만들고 있었으니....... 헐. 이를 우야면 좋을꼬? 또 헐.


‘할아버지 낚시 안해요? 고기 잡아 주신다고 했잖아요?’

‘다 준비해 오기는 했는데, 여기가 국립공원 지역이라서 낚시를 못하게 되어 있대.’

‘그럼 고기 못잡아요? 계곡에 물고기 많이 있던데요. 한번 직접 잡아보고 싶어요.’

‘고기잡는 장비를 쓸 수 없다니까........ 할아버지한테 시간을 좀 줘봐. 해볼께.’

그래서 야영장 구석의 재활용 창고에 가서 기웃기웃 맥가이버식 어항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플라스틱 물병 두 개를 가지고 와서 가위로 잘라 조물락 거리다가 여기저기 구멍을 뚫는다. 녀석들의 신기해하는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그래가지고 고기가 잡힐까요?’

‘기다려 보렴. 장담은 못하겠지만 우리 병아리들을 위해서라도 꼭 잡고 싶으니 말이야.’

‘아싸!’

함께 계곡으로 내려가 남들 시선을 피하면서 나름의 세세한 설명을 곁들이며 어설프게 만든 어항을 설치한다.

좀 기다려야 한다면서 멀리 떨어지려고 계곡의 한참 아래쪽으로 내려가 다시 물놀이 삼매경에 실컷 빠졌다가, 잡혔나 안 잡혔나 확인을 하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왜 그렇게 할아버지 가슴이 방망이질을 해 대던지......... ‘할애비 체면이 달렸습니다. 우리 병아리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잡게 해주세요. 딱 한 마리만요. 제발요.’

첫 번째 어항을 꺼내 들었는데....... 거창하게, 역시나 꽝이다.

실망하는 빛이 역력한 녀석들의 표정을 보자니 불법이고 뭐고 낚시대를 꺼내서 무조건 잡아 보여주어야만 할 것 같다. 두 번째 어항을 가슴졸이며 조심스레 꺼내 들었는데........ 무언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지극히 높은 곳에 앉아계신분이유? 땡큐입니다.)

잡긴 잡았다. 달랑 피라미 한 마리.

병아리들의 함성이 용하골짜기 너머까지 울려 퍼졌다.

결국엔 텐트 앞 봇도랑에 놓아주고 동네(야영장)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쫓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작게 보를 막아 생긴 웅덩이 폭포 물거품 사이로 사라지더니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갈데가 없으니 있기는 있는데 저도 살려고 기를 쓰고 물거품 속에 숨었나 보다.

30년 전쯤에 아들과의 추억으로 아로새겨있는 풀 물레방아를 아들에게 핏줄을 받은 손녀와 다시 즐겨 본다. 감회가 새롭다. 아들과 나 사이의 나이 차만큼의 세월이 순식간에 훌쩍 어디로 떠나간 듯 느껴진다. 본래의 내 자리에 막 중년이 시작되는 아들이 떡하니 서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쉽거나 믿지고 손해 볼 것은 전혀 없다. 덕분에 이렇게 예쁜 병아리 두 마리가 지금 내 눈앞에서 뛰어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조금 아쉬운 것은......... 내 모습이나 처지야 아무래도 좋았는데, 멀쩡했던 고운 처자 하나가 저렇게 고장이 나서 할머니가 되었다는 사실은 좀 아쉽고 미안한 것이 많다. 스페인 나갔을 때만 해도 시퍼렇게 펄펄 날아다녔는데.......... ‘할망구. 고맙고 미안허이. 병아리들 봐서 좀 봐주시구려. 허허허허허.’

‘할아버지. 캠프 파이어 안해요?’

‘컴컴해져야 하지? 아직 해가 저기 있는데?’

‘나무 그늘이 어두컴컴하게 해주잖아요. 캠프 파이어 해 주세요. 마쉬멜로 구워 먹기로 했단 말이예요.’

‘그래. 두 봉지나 샀잖아. 일단 씻고 옷갈아 입고 나서 저녁을 먹으면서 장작불 피워줄게.’

‘그럼 지금 씻고 나면 장작불부터 피워주심 안되요? 친구들 온다 했단 말이예요?’

‘친구들? 누구?’

‘저 앞 텐트랑, 뒤에 두 개 텐트랑, 저쪽에 어린 동생까지 우리집 캠프 파이어에 마쉬멜로 구워 먹으러 오기로 약속을 했단 말이에요. 친구 엄마도 같이 오신다고 그랬어요.’

‘무슨 마쉬멜로 동네 잔치를 벌이니? 그 친구들도 다 장작불 피울거 아니야?’

‘우리 자리가 가장 중앙이예요. 모이기 좋잖아요.’

‘헐!!! 우리 공주님들 정말 못말려.’

결국 해 떨어지기 무섭게 장작불을 지피고 불멍을 시작하면서, 우리 텐트 주위는 동네 어린이 놀이방이 되어 버렸다.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텐트 깊숙한 곳에 들어앉아서 그저 장작불 안전관리나 해주면서 병아리천국 장기자랑을 한동안 지켜 보아야 했다.

'아이들이 엄마아빠 안 찾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랑만 오는 집은 처음봐요.'

'저희는 어릴때부터 자주 이렇게 다녀봐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가봐요. 엄마 아빠도 이럴 때 좀 편히 쉬어야지요?'

'엄청 좋으시겠다...........'

어떨결에 마쉬멜로도 얻어먹고, 꼬맹이 엄마가 가져오신 옥수수랑 복숭아도 얻어먹고 ‘세상에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곳에 있다우’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찌나 신바람들이 났는지, 작은 손녀 세리가 할머니 핸드폰으로 요즈음 가장 핫 하다는 노래를 틀어놓고 한참 동안 엉덩이를 실룩 실룩거리며 추는 춤에 매료되어 늙은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말았다.

‘윤.세.리. 할아버지는 정말로 너 때문에 미쳐버릴것 같아. 어쩌면 좋니? 지금 너는 요물이여. 요물.’

베트남 나짱 여행때부터 세리는 할아버지 핸디폰을 슬쩍 가져가 할아버지 사진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세리는 완전 할아버지 껌딱지'다. 초등학교 입학하면 가지게 되는 세리 핸디폰은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사 주어야 할까보다.

평상시에는 예쁜 요정, 잠들면 천사, 그런데 오늘부터 하나 더 추가하여 할아버지 홀리는 요물단지, 어서어서 자라거라. 할아버지가 기력이 있는 한 곁에서 지켜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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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병아리들과 함께한 용하야영장에서의 가족캠핑을 마감하는 아침이 밝았다.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 애절하리만치 아쉽다. 하루 이틀만 더했으면 좋으련만 말이다.

언제나처럼 손녀들 손을 잡고 야영장 주변으로 새벽 산책을 나선다. 녀석들 표정만 보아도 이번 캠핑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가 고스란히 절절하게 느껴진다.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주렴.

월악산 용하 야영장은 우선 어린이를 동반하는 가족 캠핑지로는 가히 최고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친자연적인 시설과 환경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제공해 준다. 깊은 숲속에서 캠핑과 물놀이를 어떤 위험이나 환경오염 걱정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청정지역에 고이 감추어 놓은 명소가 아닐까 싶다.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녀석들에게도 무척이나 아쉬웠음일까? 남들 텐트 대부분이 아직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아침 단잠에 깊이 빠져있는 이른 시간인데 우리 병아리들은 벌써 물에 들어가서 까불다가 옷을 적시고 말았다.

‘어이구, 너희들 정말 누굴 닮아서 그러니?’

‘아빠 닮아서 그래요. 그런데 아빠가, 아빠는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그러던데요?’

‘뭐야? 아들 당장 쫓아와서 딸래미들 데려가라고 전화해 버릴까부다.’

‘안돼요. 할아버지. 아빠 출근때문에 바쁠 시간이예요.’

귀엽다. 재잘재잘 소리가 우리 가족의 행복 지수 올라가는 소리로 들린다.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월악야영장의 체크아웃 시간은 12시다.

‘11시 퇴실’에 익숙해져 있는 캠퍼들에게 보너스처럼 주어진 한 시간의 여유는 더할 수 없는 풍요로운 자유처럼 느껴진다. 한 시간으로 사람이 이렇게 느긋할 수가 있는 것일까?

11시 퇴실을 위해선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벌써 짐꾸릴 궁리부터 하게 만들었다. 비오는 날이나 서리 내리는 계절이 아니더라도, 밤을 지새운 텐트는 어딘가 모르게 눅눅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요즘 추세에 대세인 면텐트의 경우는 마감시에 뽀송뽀송 잘 말리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서 커피 한잔 마시고 나면 취침 장비와 조명 장비에서부터 더는 쓰지 않아도 되는 짐을 하나하나 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리 서둘러도 아주 쾌청한 아침이 아니면 텐트와 타프와 바닥 깔판은 여간해서 잘 마르지 않는다. 집에 가서 두 번 손질하느라 난리부르스를 추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현장에서 갈무리를 잘 해야만 하는데, 여간해서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여덟 시부터 열 한시 퇴실까지 허겁지겁 말리고 접느라 헤매기도 일쑤다. 그런데 12시 퇴실은 상황이 완전 다르다. 오전 열 한시면 어느 계절 어디서고 햇볕은 쨍쨍이기 때문이다. 열한 시쯤이면 그냥 설치된 상태 그대로 텐트도 뽀송뽀송 타프도 뽀송뽀송이다. 철거해서 둘둘 말아넣기 전에 바닥 깔판을 공터에 한두 번만 뒤집어 주면 십오 분이면 깔판까지 뽀송뽀송이다. 그냥 가방에 담아 차에 싣고나면 철수준비 끝이 된다.

이번에 설치란 이든 5.5는 완전 면텐트고, 페가수스는 크기와 부피로 인해서 마무리 손질에 시간이 제법 걸리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주 쉽게 철수를 마쳤다.

병아리들을 씻겨서 옷을 갈아입히고는 물가 의자에 꼭 붙들어 맸다. 또 물에 들어갈까봐. 그리고는 장비들을 첩어서 여러 번에 걸쳐 행거로 옮겨서 차에 실었다. 텐트랑 의자만 남은 상태에서 깔판 꺼내 뒤집어 말리면서 병아리 데리고 주변 어린이가 있는 텐트에 작별인사를 다녔다. 11시 좀 넘으니 텐트랑 모든게 뽀송뽀송 아주 잘 말랐다. 그래서 천천히 여유롭게 착착 접어서 차에 가져다 싣고 나니 아직 열두 시까지 제법 남았다.

열한 시는 허겁지겁 지옥이었는데, 그넘의 한 시간이 뭐라고 열 두시는 널널한 여유로움 천국이 아닌가?


그렇게해서 용하야영장과 작별을 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놀이터로 달려가 또 무더위와 한판을 벌이는 녀석들을 쫓아다니느라 할아버지는 초죽음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어르고 달래서 집으로 데려와 다시 이번엔 할머니 병아리 두 마리 목욕시켜 옷 갈아 입히느라 전쟁을 치르고, 할아버지는 차에서 캠핑 장비를 창고로 갈 것과 집으로 들일 것으로 분류해 나르느라고 쌩고생을 한다. 왜 매번 알면서 이 쌩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지?

씻고 나온 녀석들이 이번엔 그림을 그리고, 캠핑장에서 가지고 온 돌멩이에 그림을 그려 넣는 놀이를 한다.

이제 요렇게 데리고 놀다가 엄마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추어 이천까지 데려다주면 이번 여행은 대단원의 막을 온전하게 내리게 된다.

할머니는 쉬면서 저녁 준비를 하고, 할아버지가 병아리들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면 캠핑 무사귀환을 자축하는 우리방식의 조촐한 술 파티라도 벌여야겠다.

그런데 아뿔싸!!!!!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의 간절한 열망을 녀석들이 눈치라도 챘단 말인가?

헐!!!!!!

그냥 사단이 나도 된통 제대로 크게 나고 말았다.

‘할아버지. 저희 그냥 하루 더 놀다가 가면 안돼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어떠니 저떠니 하더니만.......... 속된 표현으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청.천.벽.력.

무의식중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 할머니 안색을 살핀다.

눈을 꿈뻑꿈뻑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이 표정인 즉슨.......... ‘안된다고 해. 나 힘들어 죽겠어. 무릎이 아파 걷지도 못하겠다고? 엄마 아빠랑 약속이 되어 있어서 기다릴거라고 해. 실컷 놀았으니까 데려다주고 나서 우리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어? 난 내일 일이 잡혀있다고?’라는 뜻이다.

중간에 놓인 할아버진 참으로 난처하다. 병아리 표정도 못 쳐다보겠고, 할머니랑 눈도 못 마주치겠다. ‘할아버지가 무슨 잘못이 있니?’라고 어디다 대놓고 하소연도 못하고 억울해.

‘엄마 아빠는 너희가 오늘 오는지 알고 기다리고 있을텐데....... 태리가 아빠한테 전화해서 부탁해 볼래?’

‘그러면 저희가 할머니 할아버지 불편하게 만든다고 그냥 오라고 할거예요. 할아버지가 대신 전화해 주시면 아빠가 그냥 그러라고 할 게 뻔해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대신 전화해 주시면 안 될까요? 할머니가 해주는 밥 먹고 놀다가 가고 싶어요.’

‘저두요. 저도 언니처럼 하루만 더 놀다가 가고 싶어요. 할아버지 이렇게 부탁드려요. 제발 들어주세요. 네?’ 하면서 언제나 할아버지에게 들이대는 치명적인 무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애원하듯이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면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그런데 야속하게도....... 할아버지는 그런 세리의 수작(?)에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이 요물단지와 마주하고 있으면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할아버지의치명적 약점이 바로 우리 막내 요정 세리가 아닌가?

이 상황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할머니가 결론이 뻔할 이 사태의 추이를 모를 리가 없다. 하긴 할머니인들 이 녀석들을 이길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알았어. 할머니가 지금 엄마 아빠한데 문자 보냈어. 태리 세리 내일 집에 갈 거라고. 대신 지금 세탁기 돌려서 캠핑때 입은 옷 모두 빨 거니까 더 이상 옷 더럽히면 당장 갈아입을 옷이 없는거야?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이마트 가서 고기랑 과일 사다가 저녁에 먹을거니까 다 같이 이마트 갈 거지? 어제 세리가 처음으로 고기를 맛있게 먹었으니까 오늘 다시 고기를 구워줄게. 이번엔 언니도 동생처럼 과일 좀 먹어보고 그래? 알았지?’

‘네. 네.’ 쌍으로 시원하게 대답소리가 합창으로 터져 나온다.

‘대답은 잘해. 그나저나 누굴 닮아서 그렇게 고집불통이니?’

‘아빠요. 아빠가 고집을 잘 부리거든요. 그런데 아빠는 그 고집을 할아버지한테서 받았대요.’

‘이놈이 정말? 좋은거는 다 할머니한테 받았고, 나쁜거는 다 할아버지꺼래?’

‘그랜드 파. 그래도 저는 할아버지 닮았다는 소리가 싫지 않은데요?’

‘그랜 도오터. 할아버지도 미투야. 당근이지?’

‘그럼요. 패밀리잖아요.’

이래서 내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할아버지라는게 아무나 어디가서 고스톱 쳐서 딸 수 있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이래도 내가 말이야. 윤 태리 세리 할아버지라고. 알어?’

그리고 그날 저녁........ 짐작했던 대로 또 불타는 축제의 밤이 되고 말았지 뭐.

다음날 아침에 같은 동 주민을 만날 때마다 ‘어제 좀 소란스러웠지요? 손녀들이 모처럼 와서 놀다보니....... 미안합니다’를 입에 달고 돌아다녀야 했지만 말이다.


아침에 놀이터에 두 번째 쫓아다니고 돌아오니 아들과 딸(며느리)이 도착했다.

병아리들을 데리러 온 것이다.

집에 올라가서 점심을 외식하자느니 어떠느니 하기에....... 허겁지겁 그냥 대충 둘러대서 쫓아내고 말았다. ‘무상으로 인수인계 해줄테니 얼른 너희 집에 데려가서 너희 맘대로 하렴’ 해서 말이다.

병아리들을 태운 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데....... 녀석들도 이번 여행이 좀 남달랐었는지, 끝까지 창문을 열고 ‘할아버지 사랑해요’ ‘다음 캠핑 또 가요’를 연발하면서 고사리 손을 흔든다.

‘태리. 이모랑 홍콩 여행 잘 다녀오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너희를 사랑해.’

그렇게 돌아보내고 나니................. 썰렁.

아파트가 너무 휑하다.

사방으로 녀석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로 가득하다.

‘그래. 어질러 놓고 가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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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금년 여름 여행은 마지막이었던 듯 싶네요. 찾아주시고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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