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의 여행)
우리 가족의 이번 푸꾸옥 여행(Phu Quoc Tour)에는 나름의 포커스라고 할까, 타이틀이 분명히 있다.
‘겡구에세 방학을 주자(Let's give Genggu a vacation)’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시즌 2)다.
여기에서의 (겡구)는 태리와 세리의 엄마이자, 우리 아들 (짱구)의 아내이며, 우리의 딸(며느리)이며,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해 나가고 있는 깐깐하리만치 당차고 슬기로운 한 여성을 가리키는 우리만의 디스형 애칭이다.
우리는 병아리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무던히 애쓰는, 아주 조금은 유별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주변 지인들은 물론, 심지어 엄마 아빠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병아리들을 데리고 캠핑과 여행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계속해 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에게 가족이라 함은, 아빠 쪽으로 (태리. 세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6인이 해당하고, 엄마 쪽으로 (태리. 세리. 엄마. 아빠. 외할머니. 이모)로 또 6인 가족이 형성된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중심은 태리와 세리가 되겠지만, 실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매개체는 아무래도 엄마(겡구)라고 해야겠다.
우리 가문의 형성과 유지와 역할에서 겡구(며느리)의 역할은 그만큼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그런가하면 꾸준히 지속해 오고 있는 우리 가족 특유의 여행방식에도 남다름이 분명히 있다.
우리 가족의 여행 종류는 항상 (겡구 스타일의 여행)과 (할머니 방식의 여행)으로 확연하게 구분된다. (겡구 스타일의 여행)은 구성원이 (태리. 세리. 겡구. 짱구) 4인으로 구성되며, ‘호캉스’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럭셔리한 여행을 기본으로 하고, 동료나 동호회의 가족동반 나들이 같은 편안함과 풍족함이 어느 정도 기본인 리조트형이라 하겠다.
하지만 (할머니 방식의 여행)은 전혀 다른 로컬 방식의 약간은 구닥따리식 털털하고 저렴한 여행을 고수한다. 그것은 짱구가 지금의 세리만 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해서 이어져 온 사뭇 고전적인 체험형 여행으로 고리타분 할아버지의 고집때문이기도 하다.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조금은 옛날 방식의 고난형태 여행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현대의 누구나가 바라고 추구하는 여행은 엄마 아빠를 통해 얼마든지, 또는 언제라도 경험 할 수 있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직은 건강히 허락되는 지금이 아니면 결코 우리 태리와 세리가 경험해 볼 수 없는 여행을 많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지금도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첫걸음으로 다양한 방식의 캠핑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모기에 뜯기고 폭우에 쫓기고 도로가 막히고 무더위에 지쳤어도 ‘할아버지 캠핑 또 가고 싶어요’하는 병아리들에게 이제는 트래킹이나 약간의 등산(山)을 접목시켜 익숙하게 해주고 싶다. 또 감사하게도 그것이 다가 아닌 것이 (이모 방식의 여행)도 우리 가족의 여행에 포함되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런 우린 아직까지 (태리. 세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6인 가족 전체가 함께 해 본 여행기억이 전혀 없다. 늘 따로 다닌다.
‘엄마 없이 아이들이 따라 나서나요?’ 하는 궁금증을 보이는 사람들과, ‘고부간에 많이 사이가 안 좋은가?’하는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다닌다. 아무렴 어때? 우리는 가족 간에 아무 문제가 없고 이대로가 가장 바람직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걸 어떻게 해.
엄마 아빠와 있으면 태리 세리는 어찌되었던 엄마 아빠의 딸이라는 우선권적 관계의 한계에 직면하게되지만,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게되면 태리 세리는 그야말로 온전하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독차지가 된다, 우리는 바로 그 시간이 말할 수 없을만큼 미칠 정도로 좋다. 바로 지금 이순간처럼 말이다. 병아리들을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행복해 하고 있다. 이렇게 지금처럼 병아리들을 보듬고 숨소리까지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죽는 날까지 거듭 이어지기를 할머니 할아버지는 간절하게 바라고 늘 기도하고 있단다.
이런 방식의 여행이 언제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지를 할아버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유치원 방학 시작하면 어떻게든 병아리들을 우리가 며칠 데리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가 바로 그 출발점이었다.
‘왜? 애들 집에 무슨 일 있어? 아들 일본 출장가? 겡구 세미나 있어? 아니면 동호회 단합대회라도 있나?’
‘아니야. 아무일도 없어. 그냥 우리 겡구 좀 쉬게 해주려고.’
‘겡구가 왜? 어디 아퍼? 사부인 수술 병간호 하느라고 힘들구나?’
‘아니야. 직장생활 하랴, 가정 살림하랴, 지칠만도 하잖아? 퇴근하면 씻기랴 놀아주랴 재우랴 정신 없을테고, 아침이면 깨우랴 씻기랴 옷 입히랴 준비물 챙기랴, 거기다가 저도 출근할 준비하랴...... 안 봐도 뻔하지 뭐. 주말을 이용해서 며칠만 이라도 쉴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어. 늦잠도 실컷 자게 해주고, 저희들 연애할 때처럼 둘이서만 외식도 하고 영화 구경도 하고, 맘 편히 쇼핑도 하고......... 내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큰 만큼, 우리 겡구에게는 그렇게 해주고 싶어.’
‘그럼 그러지 뭐. 집에만 데리고 있으면 심심하고 지겨울테니, 아예 밖으로 텐트들고 나가보지 뭐.’
‘캠핑은 모기에다 무더위에다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다음에 다시는 애들 안보내 줄텐데?’
‘비밀로 하고 몰래 감추고 데려가는 거지. 일단 기억에 남을만큼 재미있게만 해주면 나중에 들통이 나도 지들이 뭐라고 하겠어? 애들이 또 가자고 하는데 지들이 어쩌겠어. 그쯤되면 할아버지 맘대로 종종 내질러 버리는 거지. 걱정하지마. 내가 누구여? 엄연한 짱구 아빠여.'
‘이런 시에미 마음을 겡구가 알까?’
‘알겠지. 당장은 아니라도 저도 차차 나이가 들면 저도 알게 될거야.’
‘그러고 보면, 이 모든게 다 아들녀석이 문제야. 지가 알아서 이쪽 저쪽 좀 살갑게 대하면서 원만하게 조절하려는 태도라도 보여주면 엄마가 이렇게까지 조심조심하지 않아도 될 텐테. 아들이라고 달랑 하나밖에 없는 것이 무슨 일이 터지지 않으면 오리무중 제 생활만 하면서 가정사엔 도통 관심이 없어요? 그러게 아들은 다 쓸모가 없다더니 만......... 하긴 누굴 보고 뭘 배웠겠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을.........’
‘어허. 이사람이 시방....... 며느리 걱정하는 고고한 시어머니에서 왜 갑자기 아들을 디스하고 종국엔 나한테 까지 이러실까? 내가 뭘 어쨌다고?’
‘싫으니까 그렇지? 미우니까 그러지? 어떻게 하는 짓마다 나쁜 것은 누구를 쏙 빼닮느냐고?’
‘이 사람이 정말? 겡구가 이 장면을 보면 뭐라고 하겠어? ’
‘내가 겡구에게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다....... 못난 아들을 쪼금이라도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알아?’
‘우리 아들이 뭐가 어때서?’
‘누구를 닮아서 내 맘에도 안드는데, 겡구맘엔 허구헌날 쏙 들겠어? 아닐거라구. 다행히 아직까진 서로 잘 위해주면서 살고 있지만....... 이럴때 일수록 우리 겡구에게 이렇게 너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시에미가 있다고 나름으로 노력하는 것을 보여주어 겡구가 힘을 냈으면 좋겠고, 아들도 깨닫는 게 있어서 저들끼리 더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지금처럼만 예쁘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거야. 알아?’
암튼 그래서 처음으로 손녀들을 데리고 캠핑을 다녀왔다. 캠핑을 마치고 와서 다시 녀석들을 이천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데 겡구에게서 시에미에게 <모야모야> 카톡이 왔다.
‘어머님 아버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오빠랑 둘이서 레스토랑에서 파티했고요, 심야 영화관람도 했어요. 모처럼 늦잠도 실컷 잤어요. 행복했어요. 너무너무 고맙습니다.’라고 말이다.
가슴 뿌듯하기도 했지만, 겡구의 한마디 한마디 너머에 담겨있는 의미까지 파악해 보려고 한글학 연구실 분위기로 접어들려는찰라에, 또 <모야모야>가 울린다. 이번엔 아들이다.
‘엄마 아빠. 잘 가고 계시지요? 피곤하실텐테 운전조심 하시구요. 애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네. 그러니까 자주 좀 데려가도록 힘써 주시고요. 파이팅.’
썰렁.
헐!!!
결론은........ 앞으로도 자주 좀 병아리들을 계속 데려가 달라는 것.(애초엔 1회성 이벤트였는데, 이러다가 영원히 족쇄가 되는것은 아닌지?)
'왜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를 않나?'
12월 초에 할아버지 생일을 맞아 모처럼 충주집에 온 아들네와 키즈 카페를 갔을 때였다.
‘엄마. 애들 곧 겨울방학 하는데 이번엔 어디 안가?’
‘여행? 아직은 아무 계획이 없는데?’
‘애들은 기다리고 있는 눈치던데? 어떻게 노력 좀 해봐요?’
그렇게 툭 한마디 던져놓고는 돌아들 갔다.
거참.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에 사실대로 없다고 했을뿐인데........ ‘노력을 좀 해 보라고?’ 그게 영 우리 마음엔 걸린다.
우리 둘만의 유럽여행을 멈춘것이 그저 아득하게만 생각되던 시기였던만큼, 겨울시즌이 아니라면 어떻게 모처럼 들꽃이 만발하는 오뉴월 쯤에 유럽을 다시 한 번 가볼까 하고 막연하게나마 기대를하고 있던 때였는데, 혹시 이런 낌새를 아들에게 들킨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이틀 쯤 지나서부터 우리는 다시 부랴부랴 동남아 여행 계획을 짜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뭐해? 우리 병아리들이 기다리고 있다잖아?’
그게 이유의 전부였고, 그런 이유면 이미 너무나 충분하고도 남았다.
문제는 당장 낼 모레 처갓집 어른들을 모시고 베트남 푸꾸옥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다녀오자마자 방학 시작에 맞춰서 또 동남아의 어딘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재벌이여? 아니면 여행사 직원이여? 어쨌거나 그랬음에도 할머니에게서 떨어진 지상명령은 단호했다.
‘열 번이라도 갈 수 있어. 무조건 가야해. 우리 애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다시 갈 수 있어.’
그래서 부랴부랴 나짱(Nha Trang)을 선택해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이젠 둘러 볼 곳이며, 맛집이며, 세부적 여행 계획을 세워서 아들에게 통보를 해줘야 하겠는데, 21세기라는 시대 변천에 맞추어 구두로만이 아닌 서면으로 작성해 팩스로 보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세부 계획을 멋지게 서면으로 작성하자니 뭔가 그럴싸 한 타이틀이 팰요하지 않은가? 그런 이유로 고심 끝에 찾아낸 문구가 바로 << 겡구에게 방학을 주자>> 라는 타이틀이었고, 그 안에 우리 가족여행의 목표와 의미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크리스마스에 떠나서 새해 1월 1일 아침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일출을 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7박 8일의 스케줄이었다.
겡구와 짱구는 우리가 나짱에서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를 거듭 물어왔지만, 우리는 달랑 떨궈놓고 온 두 사람이 잘 보내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하여 귀국해서 이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병아리들을 인수인계하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어떻게 보냈니?’
‘어머님 아버님 덕분에 모처럼 연애할 때처럼 즐겁게 보냈어요. 인사동 카페촌도 갔었구요. 지금 동해안 일출 보고 막 돌아오는 길이예요. 너무너무 좋았어요. 어머님 아버님 고맙습니다.’
‘다행이구나. 그럼 되었다. 우리도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얼버무리고 돌아서는데....... 또 아들녀석 왈.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려요.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왜 슬픈 예감은 늘 현실로 반복되는 것일까?
그것이 거의 1년 전 일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이 지난 이 순간, 우리는 지금 또 베트남 푸꾸옥에 있다. 태리 세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대로 말이다.
우리는 지금 <<겡구에게 방학을 주자>> 시즌 2을 꾸려가는 중이다. 좀 더 따뜻한 곳에서 물놀이를 실컷 즐기기 위해서 이번엔 나짱이 아닌 푸꾸옥을 찾아왔다. 이번엔 기간도 좀 더 늘려서 10박 11일이다.
이제 이틀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어김없이 오늘도 할머니는 또 자신 있게 호언장담을 한다.
‘(시즌 2)는 이번까지 만이여. 더는 안할거여. 죽어도 이번이 마지막이여.’라고 말이다.
‘그런데 왜 나는 절대 아닐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또 드는가 말이여. 할망구. 그거 징말이여?’
턱 밑에서 세리가 그런 할아버지를 올려다 보고 있는데, 눈 빛에 이렇게 적혀 있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할머니를 이기는 비밀 방법을 알고 있어요. 때가 되면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할아버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런데 세리야. 이건 정말 비밀인데.........
‘할아버진 너가 이길까봐 걱정하고 있는 거란다. 지금.’
밤이 깊도록 난동(?)에 가까운 라이브 콘서트까지 벌였던 때문인지 새벽이 다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도록 우리 병아리들은 모처럼 마냥 깊은 잠에 빠졌다. 평소 태리는 제가 정한 시간이 되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는 편이고, 세리는 끝까지 놀다가 지치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스타일(잠버릇까지도 완전 딴판)이었는데 오늘은 똑같이 피곤이 많이 누적되었었나 보다.
베란다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한참 책을 읽었음에도 녀석들은 아무런 기척이 없고, 녀석들의 성가신 훼방질이 없으니 한동안 그저 무료하고 마냥 심심할 뿐이다.
베란다 주변으로 빌라 주변의 스카이라인을 둘러보려니 아침마다 예사롭게 여져지지 않을만큼 세차게 불어오는 한결같은 바람이 아마 이 지역의 이 계절에 따른 계절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순간의 바람 강도만 따지자면 약간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며, 이런 정도면 작년의 나짱 같은 날씨가 아닐까 하고 약간 불안한 마음마저 생겨날 정도였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그랬으며, 귀국하기 이틀 전까지도 아침의 세찬 바람은 한결같았다. 지역적 계절풍이 맞았지 싶다.
모처럼 혼자 산책을 해보겠다고 빌라를 나와 도로를 건너 해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재개발이 한창인 골목의 끝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거대한 리조트 단지 ‘롱 비치’가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해 이 길을 통해 롱 비치 해변에서 서너 번 바다수영을 하면서 지나다녔기 때문이다. 당시 롱비치 리조트 단지는 공사 중단으로 인한 방치된 폐허 상태였다. 단지 규모와 크기와 높이는 실로 어마어마했지만 공사 중단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에서, 아마도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서 결국 수년간 무단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오늘 다시 와서 보니...... 그저 놀랍다는 표현밖에 달리는......... 외관과 정원의 조경까지 마무리를 마치고 한창 성업 중이 아닌가? 연실 관광버스가 드나드는데, 역시나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 여행자들이다. 가든 정원에서 조식 중인 리조트 경내를 들어가 둘러보았는데, 지하주차장과 보조 기반시설과 외부 설비는 아직도 한창 마무리 공사중이었다. 불과 1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공된 리조트에 놀라고, 많은 이용객의 숫자에 또 놀란다.
푸꾸옥이 다시 한 번 재도약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난 여행기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푸꾸옥 관광사업의 전망과 허와 실에 대해서, 베트남의 정치 경제와 더불어 나름의 주관적인 견해와 판단을 어느 정도 적나라하게 솔직하게 평가한 적이 있었다. 드러나 보이는 것과 감추어진 것에 대해서도 웬만큼은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생각과 판단임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그런데 딱 1년만에 다시 와서 둘러보니 놀라울만큼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냉정한 관심과 재평가를 해 볼 기회가 있었음 하고 바래본다. 이것이 재도약의 정황일까? 아니면 마지막 불씨가 제 몸을 태우는 산화일까?
그렇지만 지금 상당한 변화가 실제로 느껴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분명한 사실이다.
여전히 많은 여행자를 만나지만 예전보다 확실하게 늘어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절대다수가 여전히 한국인 여행자들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한국인 여행자는 조금 줄어든 반면에 오히려 러시아 여행자들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길게 이어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에 지중해나 흑해로 빠져나가던 러시아 여행자들마저 이젠 거의 유일한 따뜻한 남쪽 바닷가인 베트남 푸꾸옥으로 우르르 몰려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여전히 푸꾸옥은 한국 여행자들이 먹여 살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좀 더 아래로 바닷가를 내려가 보려고 하는데 카톡이 울린다.
‘애들이 할아버지 찾는데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푸꾸옥이지. 내가 가야 어디를 가겠어. 그렇게 기다려도 안 일어나더니 잠시 나오니까 그새 일어나 찾는다고?
헐!
오늘은 또 무슨일이?
잔등에 땀방울이 흐를정도로 서둘러 뛰어왔더니, 기다리고 있던 우리 병아리들이 2층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며 연실 할아버지는 외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 벌어질 일들이 사뭇 궁금해 진다.'
'누가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할아버지. 수영장에 들어가도 되나요?’
‘아이고 얘들아. 눈 뜨자마자 식전 댓바람부터 또 물놀이 타령이냐? 바람 때문에 지금은 추워.’
‘하나도 안추워요.’
‘아침부터 먹고하자. 할아버지 올라가니까 웃옷만 갈아입고 식당가서 샌드위치라도 먹은 다음에 수영하자. 알았지?’
숙소에 올라가보니 그야말로 정말 가관이다.
곤충(매미)이 탈피를 한 듯이 침대에서 그저 몸만 쏙 빠져나와 베란다에서 새 아침맞이 건강체조를 하고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손에는 벌써부터 베란다에 내걸어서 말려 둔 수영복이 들려 있었다.
할머니가 뒷전에서 그저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있다. ‘항복을 할까? 아니면 할머니 사표를 쓸까?’하는 표정이다.
이런 아이들과 아침마다 전쟁을 벌였어야 했을 우리 겡구(며느리)가 새삼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느끼게되는 순간이다.
아울러 큰손녀 태리를 맡아주셨고, 작은 손녀 세리가 재원중이며, 주민등록상 호적 나이 때문에 어쩌면 금년을 지나 내년까지도 맡아주셔야 할 유치원(이천시 라온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심심한 사의를 정중하게 다시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세리를 데리고 여행을 가려고 찾아가서 인사만 드리면 이젠‘세리 할아버지시죠? 캠핑가신다면서요? 세리가 좋아하겠어요.’ 하는 정도가 되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년째 이런 괴물(?)들을 꾸준히 돌보아 주시고 계신 선생님들께 그저 한없는 감사와 존경을 드릴 수밖에 없겠다.
‘자기 개성을 스스로 찾아가는 늘 생기발랄한 청소년으로 자랄 수 있게 돌보아주세요. 친구들과 잘 어울려 생활하고, 훗날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지도해 주세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바람은 그것이면 충분하답니다. 늘 감사드려요. 라온 어린이집 파이팅!’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식당에서 평소보다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자신의 입맛에 따라 충실한 자세로 호텔 조식을 즐긴다. 즉석 조리대에서는 오물렛이며 계란 프라이나 쌀국수가 가스렌지를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대신 접시를 들고 줄을 선다. 아울러 음식 진열대의 높이가 있는지라, 어린 세리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쫄쫄거리며 세리 뒤를 따라가야만 한다. 오늘따라 이렇게 오가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약속대로 새로운 음식에 대해 도전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녀석들의 식사가 어느정도 마쳐질 즈음부터에서야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들의 식사가 시작된다.
‘저희들 먼저 방에 올라갈께요. 옷 갈아입고 저희 먼저 수영장에 가 있으면 안되나요?’
‘안돼. 기다려. 너가 들어가면 세리가 따라가기 때문에 안돼.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한 명은 있어야 세리가 마음대로 물에 들어가도 되는 거라고 약속했잖아? 아직 어리고 수영장 깊이가 너무 깊어서 안돼. 조금만 기다려. 금방 아침 먹고 올라갈게.’
식사는 하는둥 마는둥하고....... 할머니는 방으로 올라가고, 할아버지는 커피랑 차와 약간의 과일을 포함한 디저트를 접시에 담아 수영장 파라솔로 옮긴다.
잠시 지나서 태어나서 수영장을 처음 맞이하는 어린이들처럼 질풍노도의 기세로 우리 병아리 두 마리가 어느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식전 댓바람부터 풀장으로 뛰어나온다.
‘스톱. 스톱. 항상 물에들어가기 전에는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서 뭐를 해야한다고?’
‘준비운동이요.’
우리 애들은 준비운동을 하라고 하면 음악에 맞추는 태권도 품새와 마구잡이식 댄스를 춘다. 참으로 가관이다. 얼마전에 TV에서 보았던, <유 퀴즈 언더 블록>의 태권 소년 소녀 편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대신 나갔었다면 시청률 톱을 끊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이다. 태리 세리의 흥과 끼는 정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거기다 그뿐이 아니다.
‘어이구 겡구(?)야, 밤새 잘잤니? 너도 물에 들어가려면 준비운동을 해야지?’하면서 커다란 돌고래 튜브를 들어서 던졌다가, 유아용 풀장으로 끌고 갔다가, 데굴데굴 굴리다가....... 입으로는 연실 ‘겡구야’‘겡구야’를 연발한다.
‘이녀석들이 평소에 제 에미한테 맺힌게 많았나?’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겡구)라고 하면 버젓이 존재하는‘지덜 엄마’ 애칭 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지금 지덜 엄마를 소재로 장난을 벌이는 것인지, 엄마에게 쌓인 억울함에 실컷 화풀이를 하는 것인지, 질질 끌고 가다가 할아버지를 쳐다보면서 ‘할아버지 우리가 겡구를 지금 혼 내키고 있는 거예요. 하지 말래도 도무지 말을 안 들어서요. 엄마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라면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재밌어서 웃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하지 말라고 다그쳐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내버려 두셔. 그냥 지덜끼리 노는 거야. 나름의 애정표현이거나, 애들도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지?’라며 할머니는 못 본 척하면서 천하태평이다.
‘에구에구. 우리 겡구가 불쌍해서 어떻게해?’그냥 할아버지는 속이 탄다. 할머니는 속으로 늘 아들 편이지만, 할아버지는 속으로 늘 딸(며느리) 편이다. 암, 균형을 맞춰야지!
세라가 할아버지에게 슬며시 다가오면서 ‘할아버지. 물 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사진 찍어서 아빠에게 보내 주실래요?’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주 잠깐 해보는 놀이려니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물 위로 점핑하는 모습을 수면 위에 닿기 전에 걷는 모습처럼 보이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할아버지가 평소에 그런 스포츠 사진을 찍어보질 않았을뿐더러, 사진쪽에 그런 재능을 가지지 못한 이유로 쉽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저가 먼저 요청했으니까 해보기는 해 보겠지만, 결과적으로 할아버지가 시켜서 한 일이었다면 누군가가 아동 착취로 신고했을지도 모르겠다. 대충 어림잡아 한 오십 번 이상을 수영장으로 메다 꼽히는 점핑을 실제로 시연했으니 말이다. 지치는 것을 넘어 초죽음이 되었을 법도 한데, 기어 나와서는 찍힌 사진을 확인하고 마음에 안들었는지 ‘다시 한번 더’를 외치며 또 풍덩 뛰어든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아예 그런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아들에게 보내주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게 할아버지의 수난인지 할머니의 고난인지 모르겠지만 고디바 빌라의 우리가족 전용 수영장에는 종일 태리 세리의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언제까지? 점심때까지 고스란히 그리고 꾸준히 그런 물놀이가 이어졌으니...... 야들, 전생에 혹시 인어공주였나?
그런 결과로 너무도 당연하게...... 오늘도 점심은 그냥 풀장에서 배달의 민족으로.
그리고 오후에도 한참을 더 풀장에서 뛰어 놀다가 좀 쉬어야 한다고, 낮잠을 한 번 자보자고 반강제로 물놀이를 중단 시키고 방으로 올라간다.
‘아들. 내년엔 아예 푸꾸옥 1년 살아보기 할까?’
과일을 싫어하는 태리는 콜라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탄산음료를 안 먹는 세리는 망고 쥬스에 오징어 튀김에 야채 과일 샐러드에 감자튀김, 할머니는 모처럼 반쎄오를, 할아버지는 반미를, 우리는 이렇게 먹성까지도 제각각이다. 태리는 저기에다 고기 스테이크면 완전이고, 세리는 저기에다 생과일이면 최고다. 할머니는 반쎄오가 나왔으니 더하여 하노이 분짜까지라면 완성이겠고, 할아버지는 반미에 오징어 쌀국수면 되겠지만, 모처럼 베트남까지 와서 이것저것 먹어 볼 음식이 얼마나 많을까만은....... 베트남 특유의 향신료에 절대 적응하지 못하는 병아리들 탓에, 늘, 언제나, 항상, 겨우 요정도 요리만을 그것도 감사하면서 먹고 있을 정도인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어쩜 이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똑 부러지게 모두 제각각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른건 그래도 다 참고 어찌어찌 해보겠는데, 이넘의 극과극인 먹거리 문제는 항상 우리의 가족여행에서 최대 최고의 난제중에 난제다. 아들은 항상 그렇게 말한다.'아빠. 그냥 모른체 내버려 두세요. 배고프면 뭐든 다 먹게 되어 있어요.'라고 말이다. '야!!!! 그게 애비는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할애비는 절대 안된단 말이야. 너도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어 봐.'
베트남 음식 때문에 정말로 미치고 환장할 일은........ 이제 좀 있다가 또 벌어진다.
‘아니 정말로 그게 사실이야? 그럼 베트남을 왜 가냐고?’ 라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머니 할아버진 정말로 너무 억울해.
노는것도 어느 정도지, 힘들만도 하고 지칠때도 되었다 싶어서 반 강제로 씻기고 나서 쉴 겸 낮잠을 좀 자라고 했더니만, 사진에서처럼 3인3색으로 제각각 딴짓(?)들만 하고 있다. 불쑥 자리를 박차고 내려와서 느닷없이 가랑이 찢기를 하고 다시 올라가더니 이내,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실컷 잤으니까 이제 일어나도 되지요?’를 능청스럽게 토해낸다.
정말 여우들이다.
쳐다보고 있으면 당연히 홀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옷갈아 입고 밖에 나가서 놀께요. 수영장 근처에서 놀기는 하겠지만 물놀이는 하지 않을거예요. 오늘 수영은 모두 끝났어요. 그러니까 수영장 근처에서 저희끼리 놀아도 되지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말이다. 할아버진 너희들 말을 절대로 안믿는다. 절대 못믿는다고........ 물놀이를 안한다고? 1월 한겨울 바다에도 풍덩 빠지는 너희들이?'
할아버지는 책을 들고 녀석들 뒤를 쫄졸 따라내려가 저만치 뒷쪽의 파라솔에 숨어서 감시를 한다.
한동안 빌라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데리고 노는가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어쭈? 슬슬 물에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2층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던 할머니는 아예 포기를 했는지 대형타올에다가 병아리들 수영복을 싸서 슬며시 내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은 말이다. 절대 쉽게 변하는 법이 아니라고 늘 할머니가 말한단다. 오늘은 물놀이가 끝났다고? 개뿔!!! 끝나긴 뭐가 끝나?
어린이 풀장에 바지를 걷어올리고 들어가 놀더니만......... 기어코 풍덩 빠져 버린다. 큰손녀 태리가 말이다.
'그러면 그렇지. 우린 이미 처음부터 다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우린 지난 겨울에 네가 저지른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단다. 이 고짓뿌롱쟁이야!'
염치가 없었는지, 계면쩍었는지, 다까고짜 홀딱 젖은 모습으로 느닷없이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매달린다. 둘이 땅바닦에 나동그라지면서 얼싸 안고는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넋이 다 빠져서 달아나도록 웃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틈새로 세리가 파고든다. 할머니 얼굴 가득 황홀한 미소가 번져나간다. 지켜보는 할아버지만 실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음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헐!!!!!
다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오후 수영교실을 열었는데........ 세리가 수중 가랑이 찢기를 보여준다나 뭐라나.
겡구야. 너희들 아무래도 호주 이민이라도 가야할까보다. 얘들을 도대체 어쩌면 좋겠니?
오늘 저녁은 예정대로 모두 함께 나가서 푸짐하게 해산물을 중심으로 먹자 파티를 하기로 계획했던 날이다. 랍스터와 크랩과 타이거 새우와 치즈 가리비와 갑오징어 튀김을 먹을 생각이다.
하지만 저녁 만찬에 앞서 먼저 우리가 방문해야만 할 곳이 있다. 그곳은 앞 이야기에서 이미 설명을 했었던 적이 있다.
흔히 말하기를 ‘푸꾸옥에 왔다면 일단은 꼭 들러야만 하는 4군데가 있다’고들 누구나가 말하는 그곳들이다.
첫째는 가히 푸꾸옥의 랜드마크라 해도 좋을만한 혼똔 케이블카를 타고 들어가는 썬 월드 놀이동산이다.
둘째는 빈 원더스와 사파리를 통합하여 그랜드 월드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베트남판 디즈니월드라고 해야겠다.
셋째는 현지인에게나 여행객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는 푸꾸옥에서 가장 큰 대표 전통시장 격인 즈엉동 야시장(Chợ Dương Đong)을 다음으로 꼽을 수 있겠다.
넷째로는 며칠이 되었건 일단 푸꾸옥에서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반듯이 한번 이상 꼭 들려야 한다는 킹콩마트를 꼽겠다.
우리가 가장 먼저 들려야만 하는 곳은 즈엉동 야시장이다. 일전에 태리가 자신의 용돈으로 학교 가방을 사고 싶어서 킹콩마트에서 맘에 드는 가방을 골라놓고선 가격 때문에 아직 숙제로 남겨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야시장의 가방을 파는 기념품점을 몇 군데 들려서 새로운 디자인과 가격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어 기다려왔던 때문이다.
야시장의 진풍경은 아무래도 밤중이라 생각되어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즈엉동 야시장을 찾았는데 아뿔싸, 차고 넘치는 인파를 보고 있노라니 우리 병아리들을 데리고 여행을 즐기기에는 흡사 전쟁통이나 난장판 같은 분위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리는 할머니가 바짝 붙어있는 조건으로 가방 판매를 하는 기념품점 구역에 한해서 만 머물도록 약속하고, 세리 손을 꼭 잡고 군것질꺼리 겸 혹시나 시장 안쪽에서 해산물 요리를 즐겨볼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 하고 둘러보기 위해 가장 안쪽의 지역까지 찾아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탕후루를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도 세리의 관심이나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한 바퀴를 돌아서 나왔을 때까지 세리의 원픽은 탕후루가 유일했다. 그래서 한참 되돌아가서 탕후루 하나를 샀는데, 그 맛도 우리나라에서의 맛과는 달랐음인지 겨우 절반 정도를 먹은 후에 할아버지에게 건너오고 말았다.
세리의 가방 쇼핑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낮다 싶으면 용돈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불렀고, 킹콩마트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것도 더 비싼 가격을 부르고 흥정을 벌여왔던것이다. 손녀의 판단으론 대략 제시가격의 60% 정도 선에서 적당하다고 들었던 것에 기준을 두었는데, 판매원은 80% 선에서 선을 그었다. 그 기준에서 따져본다면 오히려 킹콩마트가 더 싸다는 판단이 선다. 하여 태리가 구매를 포기하는데 그제야 판매원이 킹콩마트 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을 새로 제시해 온다.
‘할머니 이 가격도 못 믿겠어요. 그냥 킹콩마트에서 정찰제 가격으로 살래요.’하면서 돌아 나온다. 역시 우리 큰손녀다. 부족한 것이 별로 없을 정도는 충분히 되는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호락호락 현혹되거나 낭비를 일삼는 흔히 보는 어린이는 결코 아니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할아버지 마음은 더없이 뿌듯하다.
덕분에 이날 야시장 투어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인파가 너무나 붐볐고, 우리 병아리들의 안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놀랄일은 이제부터다.
‘크고 깨끗한 해산물 맛집으로 갈까? 할머니랑 작년에 갔던 집으로 갈까? 아니면 이벤트 쇼가 있는 곳으로 갈까?’
‘할아버지. 거기가면 랍스터나 게나 새우 같은거와 조개와 가리비 같은거 먹는거 아니예요?’
‘맞아. 다른 것은 몰라도 치즈 랍스터와 타이거 새우 튀김은 너희 입맛에도 꼭 들어맞을거야. 맛이 기가 막힐정도로 맛있어.’
‘그런데요 할아버지. 이번에도 시켜만 놓고 저희 입맛에 안맞으면 어떻게 해요? 비싼 고급음식이라고 하던데요?’
‘그래도 상관 없어. 일단 베트남에 왔으면 꼭 먹어봐야 하는 최고 해산물이 바로 랍스터와 크랩이야. 너희와 함께 꼭 먹어보고 싶었어. 만약 너희 입에 아니다 싶으면 다시 다른 것 여러 가지를 차례로 더 시켜볼게. 무엇이든 오늘은 맛있게 실컷 한 번 먹어보기로 하자. 틀림없이 맛있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말고, 사진 있는 메뉴를 보면서 직접 하나하나 골라봐.’
‘그럼 할머니. 오늘 저녁 식사도 저희들이 고를 수 있는건가요?’
‘그럼. 당연하고 말고.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이미 다 먹어본 음식들이라 너희랑 어울리겠다 싶어서 생각을 한것일뿐, 항상 가장 우선의 선택권은 태리 세리에게 먼저 있고말고. 어른들은 특별하게 선택을 하지 않아도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다 먹을 수 있는데, 너희는 아직 경험을 못 해보았거나 끝까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거나, 지금처럼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가고 생각해보고 천천히 선택해도 되는 거야. 혹시 다른 거 먹고 싶은 게 있어?’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생각을 했었는데, 세리랑 저는 랍스터나 새우 먹고싶은 생각이 없어요.’
‘얼마나 맛있는게 랍스터와 새우인데? 베트남은 특별히 그런 해산물 요리가 아주 유명해.’
‘먹어 봤어요. 엄마 아빠랑 다낭에서 먹어보았고, 지난번 이모랑 홍콩에서도 먹어보았어요. 그런데 저는 별로예요. 제 입맞에는 안맞는것 같아요.’
‘언니야. 나도 가재나 게는 별로야. 닥닥한 껍질이 자꾸 찌렀거든. 할머니 호텔에 가서 김밥 먹으면 안되요? 부족하면 짜파게티 주세요.’
Oh. My God!!!!
세상에....... 세상에나......... 랍스터와 크랩과 타이거 새우가 싫다는 사람이 여기 있다. 바로 우리 집에 말이다.
‘이렇게 해서 해산물 식도락 파티도 물건너 가는 군.......... 뭐해? 우리 애들은 배달의 민족 음식이 좋다는데?’
‘기가 막히네. 랍스터 대신 밥을 김에 싸달라고?’
‘할아버진 좋겠네? 손녀들 덕분에 준비한 여행 경비가 팍 팍 줄어들잖아? 대신 호텔까진 택시 탈거지?’
그래. 눈물나게 좋다. 결국 세리의 오징어 튀김에 입혔다 벗겨낸 튀김옷 부스러기를 안주삼아 캔 뚜껑만 실컷 땃다. 날아간 우리 랍스터와 타이거 새우는 는 지금 어디에?
헐!!!! 어쩌겠어? 야시장과 해산물 식당도 포기하고 부랴부랴 호텔로 돌아온다. 녀석들이 씻고 옷 갈아입고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는 킹콩마트로 달려가 미니 포장 한국산 김을 사고, 짜파게티 4개를 사고, 한참 둘러보다 눈에 띄어 ‘야호. 횡재다 횡재’를 외치면서 유명 브랜드 국산 김치까지 구입했다. 코카콜라에 캔맥주 12캔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동네 골목 식당에서 스테이크에 오징어 튀김에 분짜 하노이에 해산물 샐러드에다가 망고 스무디까지 사서는 호텔로 뛰어간다.
푸꾸옥에서의 해산물 파티를 대신하는 우리가족 방식의 ‘배달의 민족 파티’를 벌인다.
파티의 중간중간에 태리와 세리의 축제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겡구와 짱구야. 우린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너희는 어떠니? 한국은 곧 자정일텐데 너희들 꿀잠에 들었니?
우리는 내일 이사하는 날이야.
숙소를 다시 옮기는 날이야.
할머니는 애들 짐싸랴 풀으랴 번거롭고 고생한다고 극구 말렸지만, 할아버지가 또 극구 우겨서 이번 여행에선 세 번 숙소를 옮기는 여정으로 계획했단다.
혹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또 다른 분위기랑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아무튼 그것은 내일 일이고........
너희들 아무걱정말고 꿀잠자고 상쾌한 아침을 맞도록 하렴. 우린 남겨놓고 온 너희들이 걱정이야?
우리 병아리들? 아무래도 좀 더 있어야 잠자리에 들것 같아. 우린 지금 너무너무 좋아. 이런게 행복 아니겠니?
‘우리 서로 더 많이 사랑하자.’
‘굿 나잇!’
‘푸꾸옥에서 이렇게 오늘 하루의 안부를 전한다.’
-- 다음 이야기는 중남부 지역 소나시와 마리나 지역에서 여행을 이어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피안재.
-- 가족 여행기를 올리는 중입니다. 일과 병행하며 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좀 걸리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