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방학에 푸꾸옥(Phu Quoc) 여긴 어때"

(태리의 여행)

by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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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두 번 째 숙소로 이동하는 날이다.

푸꾸옥의 중부지역인 즈엉동에서 남주 지역에 인접한 소나시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날이다. 이사를 선택한 핵심적 이유는 바다(Sea) 때문이다. 즈엉동 빌라에서 바다까지 거리가 500m로 비교적 가까운 인근이라 하지만, 큰길을 건너고 골목길을 한참이나 지나다니는 거리와 과정은 결코 바다가 코앞이라 하거니 지척이라 하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이는 작년의 여행에서도 이미 서너 번 체험해 본 결과이기도 했다. 그랬음에도 또다시 이 정도 거리의 숙소를 선택해야 했던 이유는 작년에도 금년도 분명히 같은 이유로 존재했었고, 그것 또한 나름 충분히 유용한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그랬음에도 이번엔 바다가 필요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충분하게 바다를 경험하고 즐기게 해주고 싶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바다를 지척에 두고 마음껏 느껴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해서 나는 ‘써 알버트 비치 호텔(Sir Albert Beach Hotel)’을 골라 예약하였고 오늘이 그곳으로 이동을 하는 날이다. 이번 여행 기간인 10박 11일의 여정 중에서 이미 3일이 지났고, 이제 바닷가 호텔에서 4박을 보낼 예정이다. 그러고는 다시 이전 숙소였던 즈엉동 인근의 다른 방갈로에서 3박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즈엉동 일대를 산책했고, 녀석들의 기상과 함께 빌라에서의 마지막 조식을 맛있게 먹었다. 다음으로는 너무도 당연하게도 수영장으로 우르르 몰려가서는 떠나기 전의 빌라 수영장 물놀이를 맘껏 즐겼다. 돌고래 튜브 겡구와의 작별도 조금은 가슴 찡하게 말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태리와 세리가 여기 노비다 빌라를 떠나기 싫어했을 정도로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는 사실이다. 사실은 좀 더 나은 리조트를 구하려고 했음에도 극성수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방이 없었을뿐더러 고급 숙소는 실로 엄청난 비용을 요구했기 때문에 나름으론 가장 최선이다 싶은 정도에서 고른 선택이었다. 그랬음에도 녀석들은 이곳의 서정적이고 소박하며 가정적이며 친절한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환대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내 집처럼 사흘을 잘 보냈던 듯 보인다.

‘그러게 한 곳에 쭈욱 있게 하라니까? 애들이 옮기고 싶어하는 눈치가 지금 아니잖아?’

‘한 번의 선택이 이렇게 좋게 받아들여질 줄 누가 알았나? 열흘을 한곳에서 모두 지내기로 했다가 만약 아이들이 싫어하게 되는 경우라면 어떻하겠냐고?’

‘물론 그렇기는 했겠지만, 저렇게 아쉬워하는 걸 어째?’

‘가서 새로운 숙소를 직접 보고나면 또 달라질 수 있어. 그곳엔 정말 코앞에 바다가 있거든.’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아무리 좋은 리조트라고 해도 어린아이들에게 열흘은 너무 길다고 생각했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움직임으로 열흘을 반복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베트남다운 즈엉동에서 삼일, 바닷가에서 나흘, 그리고 다시 즈엉동으로 돌아와 삼일을 머물다 보면 적어도 이틀이라는 이동이 있는 날은 움직임이나 기대가 다를 수 있으니까 덜 지루할 것이고, 올겨가는 시간과 새 숙소에 적응하는 시간 등으로 적어도 이사하는 이틀은 다른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

‘충분히 이해되고 고심한 것 알아. 지금은 저러고들 있지만 어쩌겠어? 우리가 함께 헤쳐나가야지. 나갈 준비하자?’

‘당신과 나, 이렇게 둘이었다면 작년 여행처럼 여기 즈엉동에만 머물렀을거야. 소나시나 남부는 공짜로 호텔을 줘도 싫다고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병아리들이 있잖아. 바다를 가깝게 친하게 해주고 싶었어. 나흘 뒤에 다시 이 근처로 돌아올 거고.’

‘차라리 여기를 나흘하고 바닷가를 사흘로 하지 그랬어?’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또 직접 가보고나면 그게 잘된 일이라 할지도 모르잖아? 아니면 마지막 숙소로 옮기고 나서 차라리 거기를 나흘 할 걸 그랬다고 할지도.’

‘그럴 수도........ 아참. 거기 근처에도 작은 킹콩마트가 있다고 그랬지? 그러면 가면서 장을 보지 않아도 되는거지?’

‘있어. 대략 위치도 알고있고, 일단 이사를 해 놓고나서 내가 거기 킹콩마트부터 다녀오도록 할게.’

‘당신 수고한 거 잘 아니까, 어디 이번에도 기대를 또 해보자고. 파이팅.’

2층에서 짐을 내리고 체크아웃을 신청하고 기다렸다가 그랩 택시를 부른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도착한 택시에 짐을 싣고, 친절했던 직원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 뒤 고디비 빌라를 떠난다.

‘마리나 세일링 클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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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바다다! 언니야. 바다가 바로 조기 앞에 있어.’

‘할머니. 우리 호텔이 바닷가 여기예요?’

모두 기우였다.

가슴 졸이던 오전 내내의 모든 불안감이 녀석들의 환호성에 그만 한순간에 눈 녹듯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랩 택시가 마리나지역 세일링 클럽 어귀에 정차하기도 전에 택시 안은 야단법석이었다.

바다와 마주한 칵테일 바 겸 레스토랑인 세일링 클럽 뒤편 첫 번째 건물이 바로 우리의 두 번째 숙소인 ‘써 알버트 비치 호텔(Sir Albert Beach Hotel)’ 이었으니, 그야말로 푸꾸옥의 대표 해변인 롱 비치가 바로 코앞이나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가 체크 인을 하는 동안 녀석들은 호텔 옥외 테라스에서 웰컴 드링크로 복숭아 쥬스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다.

‘할아버지. 바다는 보이는데 수영장이 안보여요. 혹시 옥상에 있는건가요?’

‘아니? 이곳은 여러개의 호텔들이 빼곡이 들어서있는 관광단지인데, 그 중앙에 아주 커다란 세 개의 야외 수영장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뒤쪽으로 이런 건물 3개 동을 지나면 수영장 지역이 나온단다. 아주 가까워. 그리고 여기 호텔 지하에 작은 실내수영장도 있고, 방마다 커다란 화장실 안에 이번엔 욕조도 있어. 곧 올라가서 짐을 먼저 풀면 모두 둘러 볼거야.’

‘방에 욕조도 있어요? 아싸. 밤새도록 물놀이 해도 되겠네요?’

‘할아버지가 화장실 필요할 때만 빼고. 너희 맘대로 해.’

‘괜찮아요? 저희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너희는 괜찮을지 몰라도 할아버지가 안 괜찮아. 할아버진 챙피해.’

‘우린 안 챙피한데? 가족이잖아요.’

‘그래도 안돼. 할머니는 돼도 할아버지는 안되는거야. 이 괴물들아. 그러니까 자꾸 말 시키지 말고 너희끼리 실컷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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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게되었으니 이쯤에서 푸꾸옥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지난 여행기에서 나름 주관적 판단하에 푸꾸옥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피력했으나 당시엔 소나시 지역을 지나치기만 했으며, 손녀들과 직접 이곳에서 머물며 새롭게 느꼈거나 또 달리진 푸꾸옥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손녀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해주듯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푸꾸옥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히 잘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푸꾸옥은 길다란 섬으로 북부와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 나뉘는데, 북부엔 빈펄 그룹이 만든 빈 원더스 놀이동산과 사파리를 묶어서 그랜드 월드라는 푸꾸옥의 디즈니랜드가 있고, 남쪽에는 썬 그룹에서 만든 혼똔섬 케이블카와 물놀이 시설 중심의 놀이동산이 있다. 중부지역은 본래 이 섬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중심 생활권으로 야시장과 킹콩마트가 대표적이다. 거기에 더하여 중부지역에 속하나 남부 지역과 경계인 소나시 지역에 대단위 리조트 단지가 조성되어 새로운 여행 중심지로 탈바꿈 하고 있다’정도는 여행사 가이드들이 입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설명해주는 터라 누구라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을 푸꾸옥의 기초 정보라고 해야겠다.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으로 실제 크기는 우리나라 제주도의 1/4이 조금 넘는 크기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 크기에 제주도처럼 똥그랗다면 다니기가 참 만만했을 텐데, 본토가 길게 늘어진 것처럼 푸꾸옥섬도 마찬가지로 길게 늘어지게 생겼다. 그래서 남쪽에서 북쪽 끝까지 가자면 자동차로 아무리 빨리 달려도 1시간을 훌쩍 넘겨 버린다. 크기는 1/4 밖에 안 되지만, 제주시에서 서귀포 가는 것이나 걸리는 시간과 거리가 비슷한 상황이다.

19세기 초까지 엄연한 캄보디아 영토였으나 프랑스의 엉큼한 속셈(?)으로 엉뚱하게 베트남의 영토가 되었다.(이 부분은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공짜로 얻은 영토 활용을 두고 통일된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정부는 재산순위 최고의 대기업들을 물러놓고는 ‘푸꾸옥을 푸껫, 발리, 세부와 같은 세계적인 해변 휴양지로 개발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공산당 일당이 재배하는 사회주의 공화국 방식의 정치와 경제는 당(정부)이 언제든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염라대왕의 명령이나 마찬가지다.

오로지‘복종과 멸망’중에서 하나의 선택만이 가능한 ‘All or Nothing’뿐이다.

권력에 돈과 부동산이나 향응을 바쳐 지연을 시키거나 기간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저항이나 거부는 곧 파산이나 죽음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룹의 뿌리가 과거 구 소련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재계서열 1.2위의 썬 그룹과 빈 그룹은 기업의 사활을 걸고 머리를 맞대고 살아남을 방도를 모색했다. 무조건 당(정부)의 명령을 받아들여 기업의 사운을 걸고 매달려야만 하겠으니, 거기에서 기업적 이익을 창출해내야만 하는 것이 두 기업이 동의 합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신 본격적 개발에 앞서서 인력과 물자가 원활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항구와 공항을 하나씩 건설하여 주십시오. 아울러 특별지구로 선정하여 각종 허가와 규제와 관리 감독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주십시오.’라고 정부 측에 협조 요청을 했다.

비행장과 항구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푸꾸옥 개발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 규모가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경제 전부가 사운을 걸고 매달리는 정도가 되자, 해외 자본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가 푸꾸옥 북쪽 지역의 상당부분에 대한 개발권을 빈 그룹에게 우선 할당하고, 남쪽 지역의 상당 개발권을 썬 그룹에게 우선 배당을 하고 나자, 해외 자본이 속속 몰려 들어오면서 체인망 형식의 초대형 리조트 건설사업이 시작되었다. 베스트 웨스턴이나 노보텔 그룹이나 메리어트 그룹 같은 거대 해외 체인사업 자본들이 몰려와 근거지로 삼은 곳이 바로 소나시 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조금 아래쪽으로 좀 더 떨어진 지역에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베트남의 정치는 사회주의 공화국 중국(China)의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여 나름 토착화에 성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반면에 베트남의 경제는 대한민국이 롤 모델이다. 새마을 운동에서부터 시작되는 산업 개발과 시장 개방과 개혁은 대우그룹 창업자였던 고 김우중 회장의 경제관과 경영철학이 이미 베트남 경제의 곳곳에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로, 완전한 한국식 열린 자유경쟁 시장정책을 따르고 있다. 이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엄청난 불협화음의 불공정 불안정 그리고 소수의 권력자에 의한 횡포와 부정부패를 낳았다.

그런 모순의 적나라한 실체가 지금 베트남 푸꾸옥의 사방에 고스란히 펼져져 있는 것이다. 푸꾸옥의 드러난 긍정적 모습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그런 한정 지역에만 여행객들이 찾아들고 있는 실정이다. 사방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그늘에는, 개발도상국이 격게되거나 가지게 되는 암울하고 처절한 비극의 편린들이 수없이 쌓여가고 있다.

다시 찾은 푸꾸옥에서 무엇인가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 치는 어느 정도는 역동적인 변화의 조짐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다. 다만, 그것으로 완전히 달라졌다는 믿음이나 확신은 아직 서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베트남의 국민이나 경제인들때문 이라기 보다는, 공산당 일당이 지배하면서 국가 성장을 추구하는 이중적 자유 시장경제 정책에 대한 불합리와 모순에서 발생하며, 끊임없이 벌어지는 극소수 권력의 탐욕과 부정부패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초고속으로 기업을 일으켜 세우고 성공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다. 다만 거기에는 최고 권력과 돈과 향응을 통한 딜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해진다. 정경유착, 부정부패는 성공의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또한 몰락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거의 해마다 신년이 되면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의 죄목으로 처형된다. 지극히 당연하게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말이다.’

푸꾸옥 섬의 곳곳에 건설되다가 중단되고 방치되고 폐허로 변한 수 십개 수 백개의 대형 리조트 현장의 어두운 그림자에는 권력의 부정부패가 항상 깊게 연관되어 있다. 비단 그것이 푸꾸옥 만이 아니라 베트남 전역에 걸쳐서 말이다.

그런 모순적인 국토개발 사업이 당 주도로 시작된 지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의 푸꾸옥은 보여주고 싶은 곳과 보여주기 싫은 곳이 아주 극명하게 갈린다.

푸꾸옥 관광개발 사업이 코로나 사태 이후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북쪽의 그랜드 월드를 예로 들자면 여전히 쩔렁해 적막하다고 할 지경이다. 물론 사파리는 어느 정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말이다. 저런 정도의 시설을 저런 정도의 손님을 상대로 계속 돌리고 운영해야만 한다면......... 불황을 넘어 파산을 걱정해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남쪽의 썬월드 사정을 보자면, 어느 정도 유지는 되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는 자신할 수 없을 것 같다.

중부의 사정을 보자면, 여전히 푸꾸옥을 먹여 살리는 것은 한국이라고 생각된다. 러시아인들이 급증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기는 하지만, 한국 여행객을 빼버리면 푸꾸옥은 그야말로 인구가 급격하게 빠져나간 한산한 시골 면 소재지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항을 비롯해 사방에 수없이 많은 건설현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바로 그 인근에 몇 배의 폐허로 변해 방치되고 있는 시설들을 두고서 말이다. 최대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동반되어야 하겠음에도(차라리 흉물을 철거하던가), 여기저기 새로운 건축현장만 즐비하게 늘어가고 있다. 모순적인 악순환의 거듭됨은 언제가 되든 끝내는 비극으로 치닫게 되어있다. 인류 역사가 그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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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꾸옥의 서부 바이쭝 해변에 위치한 소나시(Sonasea) 지역은 푸꾸옥에서도 해변 풍경이 뛰어나기로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한 곳이었다. 거기에다가 새롭게 건설한 항구나 비행장으로부터도 비교적 매우 가까운 위치에다가 남부 지역 개발로 뚫린 대로변이었으며 산지가 전혀 없는, 리조트로 개발하기엔 그야말로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 빈펄 그룹과 썬 그룹에 이어서 푸꾸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 거대자본의 관심을 끌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이어서 이 지역에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소나시 빌라스와 노보텔과 모벤픽 등 오성급 이상의 리조트 단지와 쇼핑센터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등장하게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야시장이 생겨나고 마트와 식당가와 샵 하우스 등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등장했다. 자연스레 가족여행이나 신혼여행 중인 커플들에게 인기 있는 현대적인 종합 리조트 단지로 등장하게 되었다. 푸꾸옥 관광업계에 무섭게 떠오르는 새로운 중심지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속속 베트남의 국내 자본들도 컨소시엄 형태로 합작 부동산 개발 회사를 만들어 이 지역에 뛰어들기 시작하였는데,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가운데 두고, 우측으로 리젠트 그룹을 중심으로 마리나 단지와 리젠트 리조트가 들어섰고, 좌측으로 베트남의 신흥 그룹인 CEO(부동산 건설 서비스 분야 기업)가 대단위 빌라 단지를 조성하여 수많은 소규모 호텔업자들에게 분양을 했다. 수십 개씩의 객실을 보유한 빌라 형태의 대규모 호텔 단지가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것이다. 하여 인터컨티넨탈 우측의 리젠트 그룹 단지를 마리나(Marina) 구역이라 부르게 되었고, 좌측의 호텔단지를 워터프론트(waterfront) 지역이라 부르게 되었다.

아마도 추측컨대 워터프론트는 말 그대로 현지 원주민들이 어선을 가지고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던 작은 어촌이라는 뜻이었을 것이고, 마리나는 이 지역 경제가 나아지면서 요트를 소유한 부자들이 속속 모여들게 되자 요트를 정박하기 위한 전용 선착장이 그쪽에 등장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짐작된다.

이 워터프론트 지역은 복합 빌라 단지이다 보니 개별 수영장 설치가 어렵게 되자, 가장 안쪽 중심지역에 단지 전체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규모의 수영장을 설치하면서, 대략 25m x 25m 정도의 성인 풀장이 2개, 같은 크기의 어린이 풀장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런가하면 해변 쪽으로 그보다는 크기가 조금 작지만 어린이와 유아용으로 충분한 또 하나의 얕은 풀장이 하나 더 만어져 있다.

크기나 시설이 아주 뛰어나고, 전망이 좋아 해거름엔 수영장에서 바다의 노을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수질이 최고로 관리되고 있고, 안전관리 요원이 상주하고 있다. 여기 빌라 단지의 숙박 여행객이라면 누구에게나 무료 이용이 허락되는 아주 인상적인 훌륭한 수영장이다.

어린 병아리들이 있다보니 장단점을 따져서 즈엉동 시내의 방갈로 형태 숙소에 조금 높은 평점을 주겠지만, 혹여 성인끼리만 다시 푸꾸옥을 오게 된다면 당연하게 이곳 워터프론트 지역에 숙소를 정하고, 이 훌륭한 수영장을 마음껏 즐겨보고 싶다.

만약 다시 온다면 지금처럼 무조건 여기 워터프론트 지역이다. 충분히 행복하게 즐길 자신이 있다. 이곳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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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알버트 비치 호텔(Sir Albert Beach Hotel)에 체크인을 하고 배정을 받은 방은 3층의 디럭스 더블룸이었다. 더블 침대 두 개에다 깨끗하고 넉넉한 크기의 욕조를 갖춘 화장실이 딸린 가성비를 따져 보아도 충분히 훌륭한 숙소였다. 거기다가 4층의 옥상 전망이 훌륭했을뿐더러, 호텔 관리인들의 세탁물 말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새벽마다 세찬 바람이 불어닥치기는 했지만, 다행히 충분할 만큼의 여분 옷걸이를 확보할 수 있어서 우리가 사용하는 수영복이나 옷가지는 뜨거운 태양이 항상 작렬하고 있는 여기 옥상을 이용해 금방 뽀송뽀송하게 말릴 수 있어서 아주 유용하고 고마운 개인시설이나 마찬가지였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육중해 보이는 나무 겉창을 열어재치면 눈부신 햇살과 함께 푸르른 이국적 골목풍경이 펼쳐진다.

‘할아버지 저는 바다부터 보고 싶어요.’

짐을 다 풀기도 전에 태리는 벌써부터 바다를 재촉한다.

‘짐을 풀어서 대충이라도 정리를 우선 해놓고 나서 점심 식사부터 해야하는데? 너희들 배고프지 않니?’

‘아니요. 배 고프지는 않아요. 그냥 바닷가만 한바퀴 돌아보고 오면 안될까요?’

바로 코 앞에 넉넉잡아 2분이면 바다에 닿을 수가 있을 정도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너희들만 보내기에는 안심이 안되고, 어른들은 당장 배가 고픈데 녀석들이 안 고프다니 어쩐다?

‘바다에 갔다가 마음이 변해 수영이 하고 싶어지면 다시 왔다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으니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가자. 어차피 오후에 수영장에 가 볼 생각이었지 않니? 할아버지가 먼저 너희들을 따라가고, 할머니가 잠시 쉬면서 짐정리를 대충하는 대로 뒤를 따라 나오시면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 먼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자.’

아니나 다를까?

바다까지 와서 산책만 하겠다 했니? 야! 윤태리. 그런 네 말을 할아버지가 믿을 것 같니? 개뿔!!!!

아니나 다를까. 밍그적 밍그적 마지못한 폼으로 바다에 들어가더니 이내........ 마실나온 인어공주처럼 이 해변이 온통 저의 세상이다. 일찍 수영 교실을 수료한 태리는 이제 온갖 물난리로부터의 안전을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물놀이와 수영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물에서 노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물을 이용하고 즐길 줄도 아는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언제 어디서 물에 내놓아도 충분하다는 확신만큼 안심이 된다. 다만 세리는 아직 물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무서울 정도로 또는 맹목적으로 보일 정도로 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녀석인데, 이쯤에서 녀석도 수영 교실을 조금만 다니고 나면 더 이상 우리 병아리들에 대한 수난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싶다.

조금 지나 짐 정리를 마치고 합류한 할머니랑 해변에서 물놀이와 더불어 모래성을 쌓는 흙장난을 시작하였는데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도 좀체 지치거나 마칠 낌새조차 보이질 않는다. 주변을 서성이며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고 서 있는 할아버지가 오히려 힘들어 미칠 지경이 되어간다.

‘애들아 배 안고프니?’

‘목마르지 않아?’

‘햇살이 너무 뜨겁지 않아? 너희들 가맣게 다 탔어. 잠시 들어가서 좀 쉬었다 오지 않을래?’

‘아니요. 이대로 조금만 더 놀게해주세요.’

아무리 달래고 어르고 해보아도 소용이 없다. 기껏 작심하고 사정을 해도 별다른 반응도 없고 아무 소용이 없다.

‘할아버진 덥고 배가 고픈데........ 그럼 놀고 있어. 할아버진 마트에 가서 아이스 크림이라도 먹어야겠다.’

‘할아버지. 그건 반칙이지요.’

‘왜 반칙이야? 더 있다가는 쓰러질 것 같으니 그러는 거지? 너희들이 할아버지가 쓰러지면 업고 가지도 못할 거면서.’

‘저희도 이제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호텔 수영장도 가보아야 하잖아요?’

‘이적지 여기서 실컷 놀아놓고 또 수영장엘 간다고? 점심은 안먹니? 지금 할아버진 힘들어 죽겠다니까? 배도 고프고.’

‘수영장에 가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면 힘이 나잖아요. 수영장에 먼저 가고 나서 저희끼리 물놀이 하고 있을 테니까 할아버지는 할머니랑 점심 드시고 오시면 되잖아요?’

‘여기 수영장은 크고 깊어서 안돼. 그리고 너희가 밥 안먹으면 할머니도 밥 안먹는 것 알잖니? 이러다 할머니 쓰러지면 어떻게 해. 그래서 안돼.’

‘할머니가 안먹어도 할아버지는 잘 먹잖아요? 그럼 할아버지 혼자 드시고 오세요. 저희는 이따가 할머니랑 먹으면 돼요.’

‘아냐. 할머니 없으면 할아버지도 밥맛이 없어서 못먹어. 너희들이 잘못 본거야.’

‘아닌데? 어제도 할머니 몰래 우리 과자까지 다 먹으셨잖아요. 포도 남은것도 할아버지가 다 먹었잖아요? 다 봤다구요?’

‘내가 언제? 할아버진 항상 할머니 먼저 챙기느라고 제대로 먹은 적이 별로 없어.’

‘개뿔. 애들 데리고 말장난은? 할아버지가 안먹고 못먹는게 어디있니? 가만있는 할머니 핑계는? 얼른 아이스크림 사와. 거짓말 다 들통나기 전에’

‘사오기는? 애들 지금 수영장 간데잖아?’

‘그럼 수영장까지 먼저 데려다 주고나서 배달의 민족이나 다녀오셔. 어디가서 햄버거하고 감자튀김이라도 사서 와줘. 콜라하고 세리 음료수도 챙겨오고, 우리꺼는 반미든 반쎄오든 간단한 것으로 캔맥주랑 사 오셔.토마토 케찹 있으면 따로 챙겨오고.’

아이고. 오늘도 이넘의 팔자와 본분은 변함없이 배달의 민족 아르바이트생이다.


Phu Quoc Marina Pool(수영장)의 첫 느낌은 그냥 환상적일 정도였다.

모든 면에 있어서 마냥 멋지고 예쁜, 그런 최상의 풀장이었다. 금방이라도 무슨 국제 수영대회나 수구대회가 벌어질 이국적인 매력이 차고 넘치는 그런 야외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아주 매력적인 야외 수영장이었다.

검푸른 터키석으로 만든 타일처럼 온통 파란빛 색상이 유독 돋보이는 커다란 3개의 풀장을 에워싸고 파라솔과 썬베드가 놓였는데, 이곳에 조금만 이용객이 몰려오면 최고의 난제는 바로 썬베드를 먼저 차지하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썬베드의 숫자를 마냥 늘릴 수만도 없는 공간적 한계를 가졌으니, 해결책은 아무래도 남보다 아침 일찍 와서 썬베드를 우선 차지하고 온종일 그 자리를 사수하면서 드나들며 수영장을 즐기는 것밖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썬베드 빈 자리가 없네. 수건만 놓고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 지금도 물놀이 하는 사람 숫자에 비교하자면 당연히 있어야 할 남는 썬베드가 없잖아. 내일은 우리도 수건과 빈 가방을 들고 와 자리 하나를 온종일 차지해 놓고 왔다 갔다 해야겠다.’ 당면한 현실을 예리한 안목으로 냉정히 판단하고 시급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우리 구미호 할망구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그런데 낌새를 보니 저쪽의 러시아인 가족이 나가려고 짐 정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계단쪽으로 수영장으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여 일부러 ‘나가시는 건가요?’를 크게 외치면서 다가가 기어코 파라솔이 딸린 썬베드 하나를 차지했다.

이럴 때 역시나 ‘우리가 누구? 의지의 한.국.인.’을 오늘도 변함없이 속으로 크게 외쳐본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나면 다음 차례는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풍덩!’

‘쟤들이 누구? 태리와 세리. 우리의 예쁜 손녀들.’

헐!!!!!! '그나저나 저 악마구리들을 도대체 어쩌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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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꾸옥까지 와서 배달의 민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애비의 심정을 하나뿐인 우리 아들은 과연 알까?

이렇게 슬쩍 날려놓고 나서 냉정하고도 담대하게..... 아들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말자.

왜냐?

배신이라면 배신을...... 아들 보다 내가 먼저 때려버렸으니 말이다.

ㅋㅋㅋㅋㅋ. 더해서 ㅎㅎㅎㅎㅎ. 보태서 헐!!! 어처구니 까지.......

등줄기에서 주루륵 흘러내리는 땀줄기를 의식하면서, 점점 발바닥까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왜 아직까지 안 오는거야? 그러게 택시 타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 벌써 몇 번째인지 닦달하는 할망구의 문자가 쇄도한다.

‘멀어. 아무래도 거리를 잘못 판단한 것 같아.’

‘그러다 쓰러지지 말고 지금이라도 택시를 타.’

‘여긴 자동차가 못다녀. 해변 산책로로 가고 있어. 여긴 중간중간 바리케이트가 쳐 있어서 걷거나 자전거 밖에 못다녀.’

‘워터프론트 단지에 들어왔다고 얘기한지가 아까잖아?’

‘잘못 본 거야. 워터프론트가 아니라 소나시 단지에 있는 노보텔이었어. 나도 미칠 지경이야. 이제 인터컨티넨탈이 보인다.’

‘짐이 무거울텐데. 마중 나갈까?’

‘다 왔어. 그냥 기다려. 김치가 포기로 4kg 짜리인데 그냥 버릴까?’

‘누가 버리래? 그냥 500g 짜리면 된다니까. 참 말을 안들어 당신?’

‘우리 병아리들이 김치 찾으니까 그렇지. 다 왔어.’

‘다 오긴 뭘 다와? 이제 인테컨티넨탈이 보이면 겨우 단지의 초입에 온 것인데. 아직 한참 와야 하잖아. 맥주 한 캔 꺼내 마셔서 빨리 무게를 좀 줄여. 조심해 오고.’

‘방금 마셨는데도 무게는 영 안 줄어든다. 신기하네?’

‘그럼 더 꺼내 마셔.’

‘그럼 밤에 우린 뭐 마실려구? 또 갔다 오라구?’

‘안 마시면 되지?’

‘난 그렇게 못해. 아직 배낭에 캔이 열 한 개 남았어. 거기다 이번엔 타이거 큰 캔이야.’

‘뭐하러 그렇게 사서 힘들게 지고와? 태리 콜라와 세리의 탄산없는 음료는 어떻게 하고?’

‘코카 1.8 리터와 탄산없는 복숭아 쥬스 1.8 리터도 있지. 내가 누군데?’

‘그게 배낭에 다 들어가?’

‘과자하고 포도도 있어. 큰 배낭 가지고 왔지?’

‘하여간, 손녀에게는 한없이 지극정성인 대단한 할아버지여. 나 한테도 좀 그렇게 하시지?’

‘우리 병아리들에겐 세상에 하나뿐인 할아버지가 바로 나여. 방금 엄청 웃긴 생각을 했다?’

‘뭐가 웃겨?’

‘내가 지금 킹콩마트를 이렇게 땀을 흘리며 힘들게 걸어서 다녀오고 있지만........ 아들 녀석 때문이라면 절대 안 했을거여. 그런데 손녀들 때문이니까 이렇게 씩씩하게 계속 갈 수 있는 거라고....... 태리 세리 때문이라면 지금 한 번 더 갔다오라면 또 걸어갈 수 있는데, 아들 때문이라면 죽어도 못 간다고 지금 아들에게 슬슬 배반을 때리면서 걸어가고 있어. 할아버지 되니까 이렇게까지도 변해가는구나 하면서 말이야.’

‘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거야. 아들도 이해하겠지. 그리고 그런 변화를 오히려 고마워했을거야.’

‘전화 끊어. 땀이 흐르니까 글자판 접촉도 안좋아 지나 봐. 병아리들이나 잘 지키고 있어. 할아버지 다 왔다고 해줘.’

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내.가.이.래.뵈.도.태.리.세.리.할.아.버.지.다.

수영장에서 실컷 놀고나서 호텔로 돌아갔는데, 어쨌거나 점심은 그럭저럭 쫄쫄 굶지않은 정도에서 겨우 넘겼지만, 곧 저녁 준비를 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가까운 식당으로의 외식을 먼저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워낙 남다른 우리 꼬맹이들의 식성에 또 배달의 민족 타령을 할까 봐 그게 걱정이다.

‘짜파게티 2개랑 일반 컵라면 2개가 아직 남았어. 어제 먹었던 김이 작은 봉지로 세 개 남아있으니 여차하면 근처 식당에서 쌀밥을 좀 사 와야지 뭐.’

‘김치는?’

‘쪼가리 몇 개 남은 것 버리려다가 가지고 오기는 했어.’

‘안되겠네? 일단 씻겨서 옷 갈아입히고 나서 산책을 하거나 쉬면서 기다리고 있어. 킹콩마트 소나시 분점 다녀올게?’

‘씻고 다 같이 가는게 좋지 않겠어?’

‘애들 오후에 너무 열심히 놀았어. 많이 지쳤을 거야. 피부도 심하게 탔을테니 뭐라도 좀 발라주고 있어.’

‘지금 19번 버스 없을 시간 아니야?’

‘응. 제일 공백이 긴 시간이 지금이야. 앱 지도에서 보았는데 거리가 얼마 되겠어? 다녀 올게.’

‘그냥 택시 타고 다녀와. 생고생하지 말고.’

‘운동해야지. 땀 흘리면서 이게 다 우리 병아리들을 위하는 거다 하면서 다녀올게.’

‘그냥 쉽게 다녀와?’

‘혹시 병아리들 데리고 산책 삼아 다녀올만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니까? 소나시 지역도 멋있대. 걸어서 살펴보고 올게.’

그렇게 해서 빈 배낭을 둘러메고 마리나 지역을 시작으로 소나시 지역 중앙의 킹콩마트 소나시 분점까지 걸어서 가기로 적정하고 길을 나섰는데.......... 아뿔싸. 왜 슬픈 예감은 오늘도 변함없이 틀리지를 않는 것인지, 미치고 또 미칠 지경이다.

워터프런트 지역의 외곽 도로를 따라 걸어서 소나시 지역을 향해 걸었는데, 지역과 지역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관통하는 직선 도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륙 쪽의 국도 쪽으로 한참을 가고 나서야 꺾이는 중간 연결 도로가 나타났다. 그렇게 들판을 가로질러서 걸어가니 애초에 소나시 지역의 경계쯤으로 생각했던 거대한 리조트가 중간에 공사가 중단되어 방치되어있는 흡사 공동묘지 구역 같은 곳이었다. 그 황량한 지역을 가로질러 빠져나오니 비로소 소나시 지역으로 들어가는 로터리가 나타났다.

예상밖으로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다시 길을 물어가면 소나시 지역의 중심에 있는 킹콩마트에 도착했다. 본점에 비해 규모는 좀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굳이 즈엉동의 본점까지 가지 않아도 소나시나 마리나 지역에서의 보편적 생활 정도는 충분하지 싶다.

일단 포기김치로 4kg을 사고, 각개 포장 커다란 김 봉지를 두 개 사고, 포도와 망고를 사고, 음료수 큰 것 2개와 타이거 캔맥주 큰 거로 12개를 사서 배낭에 담는다. 녀석들이 잘 먹는 쌀과자 큰 것 두 봉지와 쵸코 비스켓 한 상자를 산다. 그리고 잠시 소나시 지역의 정찰을하면서 맛집들 위치를 기억세포에 담아둔다. 여기에 맛있는 빵집과 망고 빙수로 아주 유명한 곳이 있다.

배낭의 무게를 절실하게 느끼면서 나와보니 벌서 낌새를 눈치 챈 택시들의 호객행위가 부닥쳐 오는데, 이상하게 그러면 순순히 응하기가 싫어진다. 호객행위가 없었다면 아마도 당연하게 그랩 택시를 불러서 탔을 것이다.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호객행위로 부터 벗어나려다 보니 어느 순간 벌써, 호텔 숲을 가로질러 해변으로 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해변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마리나지역이 나타나겠지뭐. 아까는 도로를 따라 삥 돌아오느라 그랬지만, 해안 직선도로로 치자면 금방 갈 수 있지 않겠어?’ 어쩜 그것은 어려운 수학이 아니라 가벼운 산수 정도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해변 산책로가 상당히 길었다. 소나시 지역이 의외로 상당히 너른 지역이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호텔 체인들이 나타났고, 노보텔의 전용 해변에선 결혼식까지 열리고 있었다. 이 부근의 해변 풍경은 마치 하와이나 발리나 리오데자네이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무거운 배낭에 등줄기에 땀을 흘러내리는데 어서 서둘러 우리 병아리들에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랬음에도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끌리고, 혹시 사정상 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연실 주변을 둘러보면서 핸드폰 사진기의 버튼을 눌러댔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그날 나는 기어코 걸어서 소나시 킹콩마트엘 다녀왔다.

‘아들, 너 때문이라면 거기까지 못 걸어간다. 하지만 녀석들 때문이라면 언제든 또 다녀올 수 있어. 왜? 할아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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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도로를 따라 마리나 지역에서 소나시 지역의 킹콩마트를 다녀오는 길은 그야말로 영화나 다큐멘터리나 사진 화보에서만 보아왔던 열대 낙원의 파노라마 영상 그 자체였다. 스페인의 지중해에서 만났던 ‘태양의 해변(playa del sol)’을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하와이나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남태평양의 바다는 아직 가보지 못했으니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분명 지금 여기는 베트남 푸꾸옥의 소나시 해변(Sonasea Beach)이다.


정확히 1년 전에 푸꾸옥 여행을 와서 남쪽 바다로 호핑 투어를 가는 과정에서 다른 2명의 한국인 관광객을 픽업하기 위해 잠시 들린 것이 소나시 구역을 경험한 전부였다. 해외 유수의 호텔 체인이 들어서 있고 주변으로 커다란 종합 관광단지가 조성되었다고 듣기는 하였지만, 실제로 다녀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것은 마치 거대한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 당시에 가졌던 전부였다. 유명 호텔까지는 모르겠지만, 이 거대한 관광단지가 대부분 텅 빈 상태로 방치되어 버려진 채 공동묘지처럼 궤멸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사람이 실제 활용하는 도시가 아니라 그냥 영화 세트장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왜 각종 매체와 SNS에서 체류는 중부 즈엉동에 하면서 남부와 북부를 빈버스나 그랩택시를 이용해서 여행하라고 그렇게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는 정말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엄청난 자본을 들여서 사람이 거주조차 하지 않는 유령도시를 건설하는데 국력을 쏟아부었던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듯했다.

그때는 일주일 체류에 전체일정의 숙소를 즈엉동에 예약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결국 어떻게 해서 여기를 숙소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호핑투어 중에 그분들에게 슬쩍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의 푸꾸옥 리조트가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받고 있다기에 넙죽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여행 기간 내내 모든 것을 오로지 호텔 안에서 소화해 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호핑투어나 외식을 하거나 쇼핑이나 다른 스케줄을 위해서는 무조건 택시를 이용해 어느 방향이든 적어도 1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해야 만 한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던 아이스크림을 사던 그런 번거로움을 매번 똑같이 반복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초대형 리조트 주변엔 불과 몇 개의 식당만이 겨우 문을 열었는데, 맛과 질이 별로인 반면에 가격은 많이 비싸다고 한다. ‘어차피 다른 음식점이 없으니 각오하고 와서 먹어라’ 같은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음료수나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다른 구역까지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다.

호텔 자체는 만점일 수 있지만, 나머지 모든 것이 거의 빵점 수준인 여행지가 소나시 지역이라고, 몹시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현지인들 모습도 별로 없지만, 늘어선 건물 숲 사이에서 어쩌다 불쑥 나타나는 여행자가 대부분 한국인 여행자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현실을 직접 목격한 지 정확하게 1년이 지났다.

겨우 1년이 지난 마당에 나는 지금 바로 그 푸꾸옥의 소나시 지역에 서 있다. 4박의 일정이 이곳에서 계획되어 있다. 그것도 사랑하는 어린 꼬맹이 둘을 데리고 말이다.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어떤 확신으로 열흘의 여정중에 나흘이나 이곳에 배정하게 되었을까?

어쨌거나 1년 전에는 분명 그랬음에도, 지금 나는 소중한 병아리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아왔다.

이유는....... 어쩌면....... 혹시나........ ‘우리 병아리들을 염두에 둔다면 언제고 다시 푸꾸옥을 또 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슬픈 예감(?)이 있어서 꾸준이 푸꾸옥에 최소한의 관심을 가져왔던 때문이다.


인도의 한 부자가 푸꾸옥 소나시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초호화 해변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렀다는 화제가 SNS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까지 몰려갔었다. 그 결혼식에 몰려든 축하객들로 인근의 유명 호텔들까지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거듭된 뒷풀이와 축제에 해변 비치 바인 세일링 클럽이 뜨거운 화제성과 함께 급부상하여 유명세를 톡톡히 탔다. 그 후로 이곳의 해변 결혼식은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물론 동남아의 커플들에게 하나의 로망이 되었다고 한다. 방금 전에 목격한 그런 해변 결혼식 붐이 새로운 열풍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푸꾸옥 세일링 클럽(Sailingclub)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는데, 저녁마다 벌어지는 불쑈에 대한 소식이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호기심 가득한 우리 병아리들이 불쑈를 보면 얼마나 즐거워할까? 불쇼를 보려면 클럽에 들어가야 하는데, 칵테일 바(술집)인 만큼 해가 지고 나면 클럽은 미성년자 출입이 제한된다. 하지만, 오픈된 클럽 하우스의 불쇼인 만큼 클럽에 들어가지 않아도 해변 근처의 산책로나 숲에서 언제든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마라톤 대회 유치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거듭하면서, 당장의 복합단지 개발은 소나시 지역이 어느 정도 먼저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활성화 되고 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인근인 인터콘티넨탈 리조트를 중심으로 하는 워터프론트와 마리나 지역이 최근들어 오히려 더 급부상하며 각광 받는 여행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기사를 꾸준히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하여 비록 위치는 소나시 지역이지만,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망고 팥빙수)가 그곳에 있었다. 그런 이유라면 기꺼이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해 볼만하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호텔 바로 뒤편의 골목에 아주 소박한 규모의‘마리나 야시장(Chợ đêm Ẩm thực Phu Quoc Marina)’이 매일 저녁이면 열리는데, 즈엉동 야시장이나 소나시 야시장에 비하면 규모는 아주 작지만, 언제나 붐비지 않아 한산하고 음식의 품질도 높아 다른 야시장에 비해 오히려 여유롭게 진짜 푸꾸옥의 야시장다운 야시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는 기사가 내 마음을 강하게 잡아 끌었다.

아울러 병아리들과 여행을 하게되면 잡다한 필요물품을 제때 공급하기 위하여 제법 규모가 있는 마트(우리나라 하나로마트 정도)가 반듯이 필요했는데, 인근 소나시 지역에 킹콩마트 본점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도 선택에 있어서 크게 작용했다.

이쯤되고 나니 소나시 마리나 지역을 마냥 유령도시 쯤으로 외면할 이유가 거의 없어졌다. 즈엉동과 전혀 다른 푸꾸옥이 그곳에 있지 않을까?

뜨겁고 아름다운 열대의 해변이 거기에 있지, 잘 정돈된 해변의 물놀이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깨끗하고 저렴한 호텔이 있지, 교통문제만 약간 떨어져 있다는 거리상의 과제로 남았을 뿐,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풀이 세 개씩이나 되는 최고의 수영장이 있고, 빨리 걸어서 2분이면 곧바로 바다에 빠질 수 있지, 택시로 10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킹콩마트가 있고 맛집이 즐비하고 망고 팥빙수를 파는 로로 베이커리가 있지, 동네 사랑방처럼 편안한 야시장이 거의 붙어있지, 호텔 코앞의 세일링클럽이 푸꾸옥 전체의 2/3를 커버하는 대표 대중교통 빈 버스 19번의 종점이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으니, 푸꾸옥 여행에서 이곳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적어도 이제는 상당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런 결과로 나는 소중한 병아리들과의 이번 여행에서 과감하게 4받5일의 일정을 이곳으로 정했다. 어쩌면 도박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단히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부디 다른 푸꾸옥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도 많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혹여 또다시 푸꾸옥을 여행하게된다면........ 병아리들을 또 동반해야만 한다면 즈엉동 킹콩마트 주변을 선택하겠다. 하지만 아내와 단둘이나 성인들만의 여행이라면 나는 무조건 마리나지역을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선택하겠다. 알버트 호텔을 다시 갈 수도 있겠지만, 수영장과 야시장 사이의 깨끗하고 드나들기 편한 호텔이라면 어디라도 상관없이 무조건 고를 것이다.

머지않아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누구라도 곧 실감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image2-170920079554498320495-side.jpg?type=w966 소나시 해변에서 벌어진 인도 최고 부유층의 해변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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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MEDIA-Drone-2-side.jpg?type=w966 푸꾸옥 최고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쎄일링 클럽과 최고 인기의 불쇼.
KakaoTalk_20260116_143420619_02-side.jpg?type=w966 소나시 지역의 명소. 로로 베이커리와 유명한 망고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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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여긴 어떤가요?

이번 겨울 방학에 푸꾸옥(Phu Quoc) 어때요?

우린 지금 푸꾸옥 (Marina & waterfront)에 머물고 있어요. '우리 모두 행복하기로 해요. 아셨죠?'



-- 다음 이야기에서 (태리의 여행)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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