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Phu Quoc)을 알아?

(세리의 여행)

by 피안재


%EA%BE%B8%EB%AF%B8%EA%B8%B0unnamed_(17).jpg?type=w966








베트남 여행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독특한 정취라면 나는 기꺼이 길거리 문화를 꼽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동네 골목길이나 대로변의 현지인들이 일찍부터 모여드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 가면 의례히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플라스틱 목욕탕 의자가 어지럽게 놓여있다. 훼손이 심해 당장 수리가 필요할 정도의 미니 탁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목욕탕 의자를 테이블 대신 사용하는 풍경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처럼 다반사로 목격할 수 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이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까페 쓰어 다(Ice coffee with milk) 한 잔, 그 은근하면서도 진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연유 커피를 마심으로, 그렇게 또 베트남의 아침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똑같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시간은 참 더디게 흐른다. 어쩜 그것은 우리같은 여행자에게 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느릿한 것이 아닐까 느껴진다.

신선하게 다가오는 아침의 신선한 바람결을 느끼며 까페 쓰어 다 커피를 모처럼 아주 느긋하게 마시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사방 어디서나 이런 목욕탕 의자를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점빵(?)들이 장사를 시작하는 지극히 평범한 베트남의 일상을 목격할 수 있고, 이른 시간임에도 점빵의 목욕탕 의자를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새벽부터 집을 나온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씬 짜오(Xin chao)’

베트남은 씬 짜오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막론하고 베트남에선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씬 짜오다. 웃는 얼굴에 절대로 침을 뱉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함부로 마구 남발해도 좋은 아침 인사 씬 짜오를 잊어버리는 누를 범하진 말자.

씬 짜오를 남발하다 보면 씬 짜오로 되돌아 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이 거의 강권하다시피 하며 옆의 비어있는 목욕탕 의자를 권해오기도 한다. 암만 봐도 그 점빵(?) 주인은 아닌 것 같은데, 식전댓바람부터 웬 호객행위란 말인가? 혹 아르바이트?

둘러보니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쌀국수 그릇을 들고 있다.

그럼 그렇지? 베트남의 아침은 당연히 쓰어 다 커피와 쌀국수가 아니겠어?

목욕탕 의자를 깔고 앉으니 옆에 있는 씬 짜오 양반(?) 표정이 환해졌다. 자기의 호객행위가 성공했다고 해서였을까?

누군가가 여기 점빵은 퍼가(Pho Ga) 맛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꺼이 나도 퍼가 주문을 했다.

베트남의 대표 전통음식인 쌀국수를 퍼(Pho) 라고 부르고, 소고기 국물 쌀국수를 퍼포(Pho BO)라 하고 닭고기 국물 쌀국수 이름이 퍼가(Pho Ga)다. 퍼보가 되었던 퍼가가 되었던 베트남에서 쌀국수는 실패할 확률이 거의 제로다. 여기 목욕탕 의자 점빵이 되었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되었던 적어도 쌀국수 맛 자체의 평점은 어디를 가도 중간 이상이다. 평작 이상은 한다는 말인데, 평작의 수준이 B+ 는 된다고 보면 되겠다. 맛있는 쌀국수를 찾기보다는, 차라리 맛없는 쌀국수를 찾는 게 오히려 훨씬 더 고역일 수 있겠다.

베트남에서 아침은 무조건 쓰어 다(연유커피)를 마시고 나서 퍼(쌀국수)다. 특히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목욕탕 의자를 테이블로 삼아서 얹어놓고 숙주나물 듬뿍에다 고수를 좀 넣어주고 라임즙을 짜서 넣은 뒤에 느억맘으로 간을 맞추는 쌀국수가 전통 베트남식 쌀국수로 거기엔 결코 호불호가 있을 수가 없는 불변의 진리이자 정석이다.

아침이 그랬다면 그럼 점심은 어떻게 할까?

베트남의 점심은 분짜(Bun Cha)로 시작하고 분짜로 끝난다는게 적어도 필자에게는 틀림없는 정석이다. 그중에서도 베트남 최고의 진짜 분짜는 ‘분짜 하노이(Bun Cha Ha Noi)’라고 하겠다. 베트남 전역에서 즐겨 먹을 수 있는 분짜이지만, 분짜는 애초에 하노이에서 시작된 지역적 특성이 강한 음식이다. 다른 지역의 분짜에 비해서 좀 단출해 보이지만 단맛과 짠맛이 적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양념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운뒤에, 삶아서 건져 놓은 쌀국수 면발과 함께 야채 쌈에 싸서 파파야를 썰어 넣은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 북부지역의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고기를 스프링 롤처럼 튀기거나 삶거나 하기도 하고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먹는 방식으로 다변화되었다. 그래서 '분짜' 주문의 끝에는 꼭 '하노이'를 분여야 한다.

퍼(쌀국수)로 삼시세끼를 해결하라면 반찬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하루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단무지도 없는 상황에선 하루 이상은 무리지 싶다. 하지만 분짜 하노이(Bun Cha Ha Noi)라면 얼추 사흘 정도는 무리 없으리란 자신이 있다. 살짝 빛깔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열무김치만 있다면 분짜 하노이 하나로 일주일도 너끈하다.

그 외의 여행 일정을 소화하는데 있어서 시간이 없고 변변한 레스토랑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하면 무조건 반미(Banh Mi)다. 프랑스 식민시대가 베트남에 좋은 의미로 남겨준 것 중에서 건축은 콜로니얼 건축이고, 식생활에서는 바로 반미다. 숯불에 구운 고기를 바게트 빵 사이에 야채나 피클을 넣고 느억맘 소스를 끼얹어 먹는 베트남식 샌드위치다. 소시지를 넣어 먹는 유럽식 샌드위치나 미국식 햄버거를 닮은 음식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게 맛도 기가 막힌 간식이나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주변에 베트남 로컬식당이 있다고 하면, 나(필자) 라면 주저없이 들어가서 ‘반쎄오(Banh Xeo) 주세요. 사이공 맥주하고요.’했을 것이다. 쌀가루와 계란을 섞어 풀어놓은 물 반죽을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얇고 너르게 펴서 다진 새우와 돼지고기와 파와 숙주를 함께 넣고 살짝 구워지면 반으로 접어 반달 형태로 뒤집어 마저 구워내는 베트남식 팬케이크라고 하겠다. 두툼한 것이 바삭거리는 식감과 함께 간식은 물론 한 끼 식사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거기에 더해 맥주 한 캔 정도는 필수이자 찰떡 궁합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베트남 음식 하면 일단 한국인의 입맛에 거의 부담이 없다는 특징이자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짜조(스프링 롤). 고이꾸온(월남쌈). 러우(전골남비).미꽝(비빔국수).미싸오(볶음국수).껌찌엔(해산물 볶음밥인데 파인애풀에 담아내는 유명 식당도 있음).넴느엉(돼지고기 완자를 석쇠에 구워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먹는 음식).목찌엔존(오징어튀김).뜸란봇(새우튀김). 그리고 한국 여행자의 필수 선택이랄 수 있는 모닝 글로리(공심채 볶음) 등이 많은 사람을 받고 있는데,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베트남 음식을 여기에서 모두 거론할 수는 없어서 무척이나 아쉽다.

그나저나 지금......... 베트남 음식이 아무리 맛있기로서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치즈 랍스터도 싫다는 우리 병아리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말이다.

‘제발 어떻게든 단 한 끼라도 제대로 맛있는 것을 먹게 해주자.’라는 것이 오매불망 이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인 것을 저 녀석들이 알아주려나?

지난 여행에서는 그런 간절함이 통해서 <리스 그릴의 BBQ>를 찾아냈었다. 숙소랑 도시 반대편이어서 택시를 타고 기어코 찾아갔었다.

할아버지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테이블에서 ‘진짜로 맛있어요’를 연발했었다. 하여 다다음날 또 택시를 타고 두 번씩이나 방문을 했었다.

이번에 느닷없이 불쑥 할머니에게 베트남으로 여행가고 싶다고 반강제로 뗑깡(?)을 부렸을 때도 ‘리스그릴 BBQ가 또 먹고 싶어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정작 푸꾸옥에는 <리스 그릴> 분점이 없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그런 비슷한 음식점이 보이질 않는다는 데 심각한 문제의 핵심이 있었다. 랍스터도 싫다는데 도대체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나짱에 배달을 시킬 수도 없으니 말이다.

열심히 검색을 했고, 남들 맛집 블로그 글을 열심히 읽어 보았다. 그래도 딱히 이거다 싶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어디 한 군데쯤은 시도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메모를해 두었던 많은 음식점을 현지에서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재검토에 들어갔다.

‘태리야. 세리야. 모두 함께 나가서 모처럼 외식 해보는 게 어때?’

‘해산물 식당이요? 저는 랍스터 별로인데요?’

‘BBQ 요리.’

‘검색해 보았어요. 그런데 푸꾸옥에 리스 그릴 없어요.’

‘BBQ가 리스 그릴만 하는 요리는 아니거든? 똑 같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여기 푸꾸옥에도 BBQ를 아주 맛있게 하는 맛집이 있대. 할아버지가 오늘은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어졌어. 할아버진 배달의 민족 음식만으론 성에 안 찬단 말이야. 고기를 제대로 먹어보고 싶어. 할아버지 생각해서 고기 먹으러 함께 가주지 않겠니?’

‘먹어보고 맛 없으면 맛 없다고 말씀드리고 더 이상 안먹어도 되지요? 저희 걱정은 마시고 할머니 할아버지 맘껏 드시고, 저희는 나중에 김하고 밥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래도 되겠지요?’

‘당근이지. 이건 할아버지가 고기가 먹고 싶어거 가는 거니까. 대신 메뉴판 사진 잘 보고 대신 먹고 싶은 게 생기면 할아버지한테 꼭 말해주어서 처음 보는 음식에도 용감하게 도전해 보는 거다?’

‘그러도록 노력해 볼께요.’

천천히 준비를 하고 나서 그랩 택시를 불렀다.

'킹콩마트로 가주세요.'




%EA%BE%B8%EB%AF%B8%EA%B8%B0IMG_7715.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16.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17.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14.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13.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12.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18.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19.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02.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06.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08.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09.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1.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2.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3.JPG?type=w966
%EB%8B%A4%EC%9A%B4%EB%A1%9C%EB%93%9C-side-down.pn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4.JPG?type=w966




오늘 할아버지가 고르고 골라서 선택한 BBQ 전문 레스토랑은 ‘씀모이 가든(Xóm Mới Garden)’이다.

2025년 12월 18일에 오픈 했으니까, 개업하고 나서 20일 정도 지나서 우리 가족이 방문한 것이된다. 푸꾸옥여행 안내서나 여행기에서는 이제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았었지만, 베트남 여행에서 씀모이 가든의 지명도나 메뉴와 맛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정도 유명세를 단단히 치르고 있는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씀모이 가든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베트남 가정식과 바비큐 전문점)이다. 분짜 스페셜이 유명하고 마늘 버터크림 새우와 넴느엉을 비롯해 반세오와 코코넛 볶음밥과 모닝글로리가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하지만 7~8년 전의 베트남여행 안내서나 블로그 어디에서도 ‘씀모이 가든’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말은 곧 근자에 들어서 급작스럽게 성공한 베트남의 대표적인 레스토랑 체인점이 바로‘씀모이 가든(Xóm Mới Garden)’이라고 하겠다.

처음 씀모이 가든이 등장 한 곳은 나짱(Nha Trang)이다. 나짱의 대표시장은 덤시장이고, 다음으로 씀모이 시장(Cho Xóm Mới) 새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바로 이 사장의 근처에 씀모이 가든이 처음 등장했다. 나짱의 여행상권 급부상과 함께 나짱의 맛집으로 씀모이 가든이 소문이 나며 급성장했다. 나짱에 이어 다낭에 분점을 오픈했고, 푸꾸옥과 우리나라 부산 송정에까지 분점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다.

개정판 2026년 푸꾸옥 여행 안내서에도 아직은 씀모이 가든 푸꾸옥 점이 올라있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대신 지금 블로그를 포함한 SNS에서 푸꾸옥 맛집을 검색하면 항상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한국인의 푸꾸옥 여행에서 거의 베이스 캠프나 다름없게 인식되고 있는 킹콩 마트의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서, 굿이 씀모이 가든을 찾지 않아도, 킹콩마트를 오고가다 보면 저절로 씀모이 가든을 발견하고 가 볼 수밖에 없는 명소가 되고말았다.

대장 매니저가 한국인이고 서빙하는 종사원 모두가 거의 완벽하게 한국말을 구사함으로 언어적 소통이 거의 없다고 치고보면, 그 분위기와 편안함에 오히려 맛은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고심 끝에 선택한 씀모이 가든(Xóm Mới Garden)이었지만, 이 마저도 없었다면 어떻게 할 뻔 했을까 모르겠다.

친절한 안내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선 그동안 먹고 싶었던 쌀국수 하나랑 에피타이저로 반쎄오를 주문했다. 녀석들도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뒤적인다. 물론 여기를 찾았던 이유이기도 한 대표 시그니처 메뉴라는 BBQ 세트 메뉴도 함께 주문했다.

포가(쌀국수)는 오로지 할아버지를 위한 메뉴였고, 모두를 위한 에피타이저가 반쎄오 였는데, 얼씨구????? 오늘따라 병아리들 입맛에 반쎄오가 어느 정도 맞았는지 금새 먹어치우고 말지 않은가? 그럼 하나 더 시킬까? 그때 시간을 두고 메인 메뉴인 BBQ가 등장했다.

순간 어떤 놀람에 눈이 커질대로 커지는 우리 병아리들. ‘일단은 성공이다. 이제 맛만 제 입맛에 맞았으면’하면서 간절한 바람과 함께 할머니가 뜯어서 녀석들 접시에 나누어 주었는데, 신중하게 한 조각씩 입에 넣어보고서는 하는 말.

‘맛있어요. 나짱 리스그릴과 비슷한 맛이예요. 더 주세요.’

이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에 할아버지가 되면 이런 경우 이런 일에도 진하게 감동을 먹고는 한다. ‘아니면 어떻게 할 뻔했어? 호텔가서 배달의 민족 안 해도 되는거잖아?’

‘최고예요.’ ‘리스 그릴보다 더 맛있어요.’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나름으로는 맛있다는 표현이 아니겠는가? 푸꾸옥 와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안도의 ‘휴! 다행이다.’라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끝내는 남김없이 싹싹 먹어치우고 말았다.

‘더 시켜줄까?’

‘아니요? 그럼 배가 터질거예요. 오늘은 이걸로 충분히 맛있게 먹었어요,’라고 하는데, 문제는 녀석들 먹이느라고 시늉만 벌인 할머니는 별로 먹은게 없다. 할아버지도 쌀국수를 먹어놓지 않았으면 꼬르륵 소리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 더 시켜서 병아리도 더 먹이고 우리도 먹어볼까 하니까 ‘애들 더는 못 먹어. 됐어.’라고 눈빛으로 대답해 온다.

결국 숙소에 돌아와서 오늘도 할아버지는 또 배달의 민족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도 먹어야 사니까. 배가 많이 고프니까. 그래도 이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겡구야. 그래도 한 끼는 제대로 먹였다? 다 굶긴건 아니다? 그리고 그게 우리 책임만도 아닌 건 너희도 알지? 좀 고쳐봐?’




%EA%BE%B8%EB%AF%B8%EA%B8%B0IMG_7707.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31.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5.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6.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7.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29.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30.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32.JPG?type=w966
%EB%8B%A4%EC%9A%B4%EB%A1%9C%EB%93%9C_(39)-side.png?type=w966
4_%EB%84%93%EA%B3%A0_%EA%B9%94%EA%B8%88%ED%95%9C_%EB%B6%84%EC%9C%84%EA%B8%B0%EC%9D%98_%EB%A7%A4%EC%9E%A5%EB%82%B4%EB%B6%80_(9)-side.png?type=w966
%EB%8B%A4%EC%9A%B4%EB%A1%9C%EB%93%9C_(44)-down.png?type=w966
%EB%8B%A4%EC%9A%B4%EB%A1%9C%EB%93%9C_(23)-side.png?type=w966
%EB%8B%A4%EC%9A%B4%EB%A1%9C%EB%93%9C_(24)-side.png?type=w966




‘푸꾸옥은 베트남이 아닌가요?’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이야.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나 마찬가지라 할 수있단단. 그런데 왜?’

‘좀 다른 것 같아서요. 베트남 어디를 가든지 항상 있었던 것들이 여기에선 보이질 않아서요. 못 본 것 같아요.’

‘그런게 있었니? 그게 무얼까? 할아버진 그게 많이 궁굼하네?’

‘그런게 있었잖아요. 길거리나 학교 옆에 서있던 아주 커다란 간판 말이에요. 빨갛고 노랗게 칠해진 간판에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가 그려진 커다란 광고판 같은 거요. 그런데 푸꾸옥에서는 아직 못 본 것 같아서 혹시 다른 나라인가 싶었어요.’

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렇다. 공항 입구의 삼거리 정도면 당연하게 초대형 간판이 서 있었어야만 했고, 적어도 학교 주변에는 크기가 다소 작더라도 빨갛고 노란 간판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푸꾸옥의 관공서는 아직 만나 본 기억이 없었으니 여기서 빼더라도 말이다.

호치민에서도 다낭에서도 나짱에서도 어디를 가던지 항상 관공서나 동네 어귀마다 반듯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푸꾸옥에도 어딘가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까지 푸꾸옥의 어디에서도 사회주의 공보 간판을 본 적이 없었다.

경악!!! 이런 어린 손녀의 예리한 관찰력과 호기심에 무척 놀라고 말았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 어떻게 알았니?’

‘그 할아버지가 누구일까 하고 궁금한 적이 있었거든요. 베트남의 세종대왕이라도 되나요?’

‘그 할아버지를 베트남 어린이들은 그냥 “호 할아버지”라고 부른단다.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이름이 호치민시인데 그 할아버지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다. 한국어로는 호지명(胡志明)이라고 부르지. 프랑스와 일본과 미국이 쳐들어왔을 때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이끈 최고 대장이었어. 그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통일된 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주석)이 되신 분으로 어른들은 “베트남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어린이들은 그냥 “호 할아버지”라고 부른단다. 밀림 속에 숨어서 독립운동을 했을때에도 어린이들의 학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교를 세우고 공부를 하게 만들어 주었어.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운동장에 풀을 뽑고 책상을 고치고 쉬는 시간엔 어린이들과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아 주셨어. 그래서 아이들이 그때부터 “호 할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지.’


%EB%8B%A4%EC%9A%B4%EB%A1%9C%EB%93%9C_(1)-side.png?type=w966


흡사 북한이나 중국이나 (구)소련 시대의 동유럽 국가들이나 남미의 사회주의 국가들의 공통점중에 하나가 바로 생활주변의 곳곳에 사회주의 공화국을 찬양하는 거대한 간판들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 같이 붉은 색을 주로 사용하는 거대한 옥외 광고물이라고 해야겠다. 오늘날에도 전혀 그 시대에 못지않은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그것은 베트남의 어느 도시나 관공서나 길을 가다보면 항상 어디서든 아주 자주 목격하게 되는 지극히 당연한 베트남스러운 특징 이라고 할만 하다.

세계에서 자기나라 국기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많이 계양하는 국가로 나는 터키와 베트남을 꼽는다. 아마 서로 둘째가라면 서운해할 정도다. 그런데 하나같이 붉은 바탕색에 흰색이거나 노란색의 별이 들어간다. 하여 터키나 베트남의 도시와 거리에선 어디를 가나 붉은 깃발이 나부낀다.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니 정말 그렇지 않은가? 적어도 붉은 깃발의 점유 빈도가 베트남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푸꾸옥은 현저히 떨어져 보인다. 사회주의 공화국 홍보 현판도 보이질 않는다.

이게 왜 그런거지?

정말로 푸꾸옥이 베트남에 귀속된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 다소 의아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일까? 아니면 현지 거주인의 상당수가 아직 캄보디아에 근거를 두었거나 완전히 동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분포되어 있어서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어제 배달의 민족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근처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에 옆 테이블에 앉았던 다섯 명의 젊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나누던 그릇된 역사관과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새삼 다시 떠오르는 것이었다. 한 청년이 일행인 남성 두 명과 여성 두 명을 향해 푸꾸옥과 베트남의 역사를 늘어놓던 중에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알고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참파족의 이야기를 열을 올려가며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완전 생소한 이야기였을테니 화자인 청년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이 났을까만은, 옆에서 귀동냥을 하고있는 내게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해괴한 억측이었으니 말이다.

베트남 역사속에 흡수된 참파의 역사를 지극히 일부이자 한 단면만으로 단정짓고 있었고, 마지막에는 몰락한 참파의 후손들이 남쪽으로 도망쳐 정착을 했는데 그곳이 푸꾸옥이라는 이야기였다. 일부는 그럴 수 있겠으니 그런 정도를 전혀 허구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해양민족 후예인 참파와 대륙 민족 후예인 비엣족은 생김새 조차도 달라서, 지금 자신이 밖에 나가서 가만히 살펴보면 저 사람은 비엣족 후손이고 저 사람은 참파족 후손인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정도면 정말 사기꾼 이상이 아닐까? 하도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슬쩍 넘어다보니 한 여성에게 집중적으로 자신의 지식자랑(?)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그냥, 저 나이 때는 저 정도 사기를 쳐서라도 여자에게 호감을 얻고 싶은 시기인가보다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고 나왔었다.

그 청년은 아마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행인을 살펴보면, 저 사람은 남방계인 신라의 후손이고, 저 삶은 북방계인 고구려의 후손인 것을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 안에서도 인종학적으로 신라계통과 고구려나 백제의 계통이 사뭇 다르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 박씨 김씨 석씨 후손은 일단 남방계이어야 하고, 그럼 월남과 연계되는 허씨 후손은 오리지널 남방계로 분류되어야 하고,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성씨들은 일단 고구려 계통이란 말인데, 그게 구분이 가능할까?

그런 해괴한 상상을 떨쳐내고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내 눈엔 지금 푸꾸옥 현지인들이 베트남 본토의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데 말이다.

가까운 현대에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들이 내가 모르는 그 어떤 다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푸꾸옥은 완전 베트남일까?

아니면 언제든 다시 내 주게 될지도 모르는 임시 조차지일까? 그럼 현대판 식민지?

갑자기 그런것들이 궁금해 졌다.




map-phu-quoc-island-vietnam-1024x819.png?type=w966
Cambodia-Vietnam_Border_Map_4-side.png?type=w966
nuoc-mam-phu-quoc-truyen-thong-123-side.png?type=w966
A-pepper-plantation-side.png?type=w966
images_(2)-side.png?type=w966
phu-quoc-prison-5_1693221259-side.png?type=w966



베트남의 역사는 크게 다음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첫째는 비엣족(Viet)의 등장과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월남(月南)이라는 부족국가의 등장이 바로 그 시작이라 하겠다.

둘째는 거의 베트남 역사 전체가 해당한다고 할 수도 있는 한족(중국)의 침략과 지배 야욕으로 점철된 역사다.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과 아주 흡사하게 중국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침략에 대항해 독립된 국가로서의 항전이 곧 역사의 대부분이라고 하겠다. 거기에는 몽골의 침략도 포함된다.

셋째는 바다를 건너온 도래인 참족에 의해 베트남 영토 남부와 중부를 약 1.600년이나 지배했던 역사의 공간이다. 하지만 결국 베트남 역사는 21세기에 들어서 참족의 역사를 베트남 역사에 편입시킴으로써, 어둡고 베일에 싸였던 역사를 드러내놓고 수용하기로 하였으나, 아직도 비엣족 정통의 역사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자 하는 베트남입장에서는 장차 해결해 나갈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해야 하겠다.

넷째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에서 프랑스의 침략과 독립 전쟁으로 점철된 근현대사라 하겠다. 더불어 2차대전의 과정에서 침공한 일본에 의한 단기간의 참혹한 지배와 수탈은 중국이나 프랑스의 침략보다 더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다섯째는 동서냉전의 시기에 공산주의의 도미노 이론에 따른 확산을 우려한 미국이, 쫓겨나가는 프랑스를 대신하여 베트남을 침공한 베트남 전쟁이라는 아픈 현대사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민국도 관여가 되었다.

미국과의 오랜 전쟁의 끝은 마침내 베트남의 통일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로 방향을 틀어 버리게 되었다. 공산당 일당이 재배하는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바로 지금 현재의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 활기차게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하지만, 푸꾸옥의 역사는 이런 베트남의 역사와 전혀 닮아있지도 않고 뿌리를 같이하고 있지도 않다.

푸구옥이 베트남 역사에 영토로 정식으로 편입된 것이 1949년의 일이었으니 불과 얼마되지 않은 과거의 일이었다. 더군다나 1975년에는 캄보디아가 군대를 동원하여 푸꾸옥을 일시 점령하면서 국제사회를 통해 1949년 프랑스가 주도했던 협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곧바로 베트남 군대가 다시 탈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푸꾸옥의 영토 분쟁은 여전히 캄보디아와 베트남 사이에 현재 진행중이다. 중동 사태나 동유럽 사태나 아프리카 사태에서 보듯이 항상 나쁜 영국과 열등감의 프랑스가 끼어서 저질러 놓은 국제질서 분란의 씨앗이 지금 사태의 핵심이다. 어떤 명분이나 유불리를 떠나사 상식과 양심의 선에서 따져보자면....... 푸꾸옥은 캄보디아의 영토가 맞는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적어도 독도 분쟁에서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근거와 같은 맥락에서 따지자면 푸꾸옥은 캄보디아의 영토가 맞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영토를 되돌려 줄거라는 기대는 프랑스가 모나리자(다빈치 그림)를 이탈리아에 돌려줄 확률보다 더 적으면 적지 조금도 높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생아 미국이 다시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대의 영국령(식민지)으로 돌아갈 확률 정도라고 하겠다.

아니면 독일인 후손 트럼프가 현재에도 독일 여권을 가지고 미국에 취업하여 백악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오리지널 미국인 정부인 인디언들의 이민 정책에 의해 이민과 취업 불허를 받아 추방될 확률이 똑같을 것이다. 트럼프의 주장을 근거로 역사성을 따지자면 그의 조상이 원래 아메리칸 인디언이라는 증거를 제시해야만 하는데, 트럼프를 보면 히틀러가 그토록 찬양했던 못되어 먹은 아리안족의 돌연변이 전형이 아니겠는가?(이야기가 잠시 빗나갔음)(이럴 수 있는 것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미국 갈 생각이 없음이라서 가능. 미국 비자 신청시 SNS 계정도 제출하라는데, 난 미국 비자 필요 없는 사람임)(미국을 싫어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 트럼프 같은 극단주의 지도자들 꼴이 싫은 것임. 오바마를 존경하는 사람임)




"겡구에게 방학을 주자.<Let's give Genggu a vacation.>"를 진행하고 있는데, "겡구야. 방학을 넌 어떻게 보내고 있니?"


지난 (시즌1) 때는 겡구랑 짱구랑 서울 인사동에서 데이트도 했고, 어딘지는 모르지만 새해 첫 날 일출도 보러 다녀왔다고 했었다. 그럼 지금 (시즌2)를 10박 11일로 푸꾸옥에서 한 참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너희는 어떻게 보내고 있니? 늦잠도 자고, 외식도 하고, 영화 구경도 하고, 나들이를 넘어서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그러지? 잘 지내고 있는 거니?

'할머니가 한 번 겡국에게 슬쩍 물어봐. 잘 지내고 있느냐고? 궁금하잖아. 병아리들을 우리 쏙 빼내와서?'

'어허! 우리 집안은 항상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니까? 그런거 물어보고 그러면 부담 주는 거여. 아들 전화 짧은 거 봐. 애들 별일 없지? 아픈 덴 없구? 기간이 제법 긴데도 잘 보내나 보네? 그럼 수고하셔. 하고 딱 끊잖아. 엄마 힘들지 않아? 수술한 다리는 괜찮고? 아빠 지쳐서 힘들다고 안해? 흔한 말로 건강 챙기시고 힘내셔 라고 하지도 않고 끊잖아. 이게 다 지덜은 별일 없다는 뜻인거야. 지덜 별일 없으니 우리도 별일 없을 거라고 벌써 판단하고 병아리한테나 한 눈 팔지 말고 잘 챙기라는 협박인거여. 하여간...... 내가 배아퍼서 낳았지만, 우리에게 아들이란 게 달랑 하나뿐인데....... 이 자식이 완전 개뿔이라니까?'

‘이 자식이 정말? 내가 지금 전화할까? 너도 부모가 되어서 나이를 먹었으면, 이젠 엄마 아빠 생각도 좀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개뿔. 당신이 아들한테 퍽도 잘 그러겠다? 그래도 그게 어디여? 제 새끼들을 금쪽같이 여기며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을. 우리가 이러는 게 다 저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그러는 것을 나중엔 알게 될거여. 지덜 끼리만 잘 살면 그게 고마운 거지 뭐.’

‘매번 흉은 자기가 보면서 내가 조금만 모라 그러면 역정을 내시냐? 역정을? 당신 혼자 낳은게 아니라 내가 맹글었으니까 저렇게 나온 거여. 알어? 그래도 우리가 힘들게 방학을 만들어 주었으면 최소한의 보고 정도는 해야 할 꺼 아니야? 알고 따지고 싶어 그러는 게 아니라, 그래도 나름 지덜끼리 잘 지내고 있는가 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가 부모로서 가질만한 권리 아닌가?’

‘딴에는 부모 생각해서 아무 말 없는 거라니까? 집에서 늦잠만 실컷 자면서 늘어졌다고 생각해 봐, 당신 기분 좋겠어? 그렇다고 살판났다고 지덜 둘이서만 신나게 놀러 다닌다면, 그것도 또 좀 서운한 생각이 들 게 아니야? 안 그래? 그러니까 모르는 게 약이야. 혹시 알게돼도 모르는 척해주는 게 진짜 방학을 제대로 만들어 주는 거라고. 만들어 줬으니까 무슨 짓을 하던, 지덜이 평소에 못해본 것을 실컷 편하게 하면서 즐겁게 지내면 되는 거라고. 우린 그냥 병아리나 잘 지켰다가 무사히 돌려보내 주면 되는 거야.’

‘누가 아니래? 나도 똑같은 마음이긴 한데....... 그래도 모처럼 우리가 만들어 준 시간이니까....... 뭘하면서 잘 지내고 있을까 쬐끔 궁금하다는 뜻이지. 그렇다고 내가 언제 겡구 짱구를 디스했냐?’

‘그러니까, 겡국한테는 신경 끄시고, 우리 병아리들 한테나 신경 쓰셔? 배달의 민족 아이스크림 사러갈 때가 된 것 같은데?’

‘혼자 가긴 싫어. 병아리 불러서 다 같이 가든가. 아니면 좀 있다가 킹콩마트 가야하잖아? 겡구 선물 산다며?’

일단 호텔 조식으로 오늘 하도루 바쁘게 움직일테니 에너지를 충분하게 비축해 둔다.

수영장에서 일단 무조건 한 판 때리고(?) 나서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고 킹콩마트로 향한다. 병아리들이 더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다녀와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얼추 점심 때가 벌써 다가온 느낌이다. 그런데 얼씨구? 킹콩마트를 걸어 가시겠다고들 씩씩하게 앞정 서서 길을 나선다.

거기다가. 봄에 언니가 주고 간 그 분홍색 원피스를 오늘 꼭 입고 다니시겠다고 하여 기어코 차려입고 나섰다.

어제 먼저 귀국한 (봄에 천사의 효과) 때문이었을까?

세리에게 매번 매정했던 언니 태리가 갑자기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변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감동을 먹을만큼 엄청 변했다. 우리 태리가 저렇게 다정다감하고 살가운 언니였나?

지극히 높은 곳에 앉아계신 분이시여! 땡큐 입니다. 땡큐유!!!!!!

우리에게 이번 여행의 최고 선물은 아마도 '윤태리의 예쁜 변심'일것 같아요.

"윤태리는 세리의 4살 터울 언니인데요. 그렇게 배려심 많고 다정다감할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언니랍니다." 부디 이것이 꿈이 아니고 지속성 있는 우리의 오랜 바람이 현실이 되는 기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병아리들아. 이런 일만 계속된다면...... 할머니한테 (시즌3) 또 가야한다고 할아버지가 이야기 해줄께.'




unnamed-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SAM_0988-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SAM_0991-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694-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8_102317285-side.jpg?type=w966
IMG_7698-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700-side.JPG?type=w966
IMG_7696-side.JPG?type=w966



킹콩마트 쇼핑은 무척 즐거웠다.

일단,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언니 태리가 동생 세리의 손을 잡아주고 끌어주고 안아주고 아주 살갑게 챙기는 여느 때는 좀체 볼 수 없었던 모습 때문이다. 이틀 동안 세리 곁에 있다가 먼저 귀국한 봄에 천사와의 만남에 자극과 깨달음을 얻었던 듯 보인다. 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가. 할머니랑은 모른 체 하기로 눈짓을 주고받으면서도 저절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 지경이다.

할아버지가 주었던 용돈으로 세리는 물개 인형을 사파리에서 샀고, 태리는 킹콩마트에서 가방을 이미 샀다. 그러고 남은 돈을 모아서 엄마 아빠 선물을 사고 싶다는데, 얼핏 이미 가격대까지 살펴서 그 남은 돈 안에서 살 계획까지 세웠던 듯 보인다. 어찌보면 독일식 경제 개념을 심어주고 싶다던 할머니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그런 녀석들의 신중한 태도를 지켜보는 마음은 그저 마냥 신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다양한 가격대의 열쇠고리 진열대를 한참 신중하게 살피며 연실 손가락으로 베트남 화폐 계산을 하고 나더니, 동생 세리의 손을 잡아끌고 주얼리 진열대로 가더니 끈 고리 형태의 팔찌를 살피더니 하나씩 색상이 다른 것으로 골라 집어든다. 그러고는 다시 열쇠고리 진열대에서 두 가지를 골라 합이 네 개인 물품을 늘어놓고 가격표를 하나하나 더해가며 셈을 한다.

열쇠고리 두 개와 자기들 팔찌 두 개를 남은 용돈으로 사겠다는 생각이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게 할아버지에게 하나 사달라고 했을 텐데 말이다. 마냥 신기하고 신통하고 깜찍한 손녀들의 낯선 씨츄에이션을 한참 떨어져서 엿보는 재미는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짜릿하고 스릴이 넘친다.

‘겡구하고 짱구가 일본여행을 갔나본데?’



%EA%BE%B8%EB%AF%B8%EA%B8%B0%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6_143813376_04.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6_143813376_09-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8_102136487_12-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813376_09-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813376_07-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8_102136487_10-side.jpg?type=w966




‘뭔 소리야? 아무말도 없는 것을 보면 그냥 집에서 마냥 무제한의 휴식을 취하고 있겠지?’

‘아니야. 사진이 올라왔다는데?’

킹콩마트 쇼핑중에 할머니가 불쑥 카카오톡 화면을 내밀었다. 조카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고모. 일본은 어때? 서울은 영하 10도 이하가 벌써 일주일 째를 넘겼고, 오후내내 폭설이 내려 지금 퇴근 시간이 그야말로 전쟁터에요. 일본은 여기보단 덜 춥겠지요? 잘 보내다 돌아오세요.’

‘그게 무슨 소리니? 우리는 지금 푸꾸옥에 있는데?’

‘푸꾸옥이요? 일본 가신거 아니었어요? 그럼 태리 세리는요?’

‘옆에 있지. 얘네들 따뜻한데서 수영하게 해 준다고 부러 작년에도 왔던 푸꾸옥을 다시 온것인데? 왜?’

‘올라온 사진은 틀림없이 일본 배경 사진이던데? 그럼 짱구는요?’

‘짱구? 이천 있겠지? 아님 겡구랑 어디 여행을 갔던가?’

‘아하! 그래서 사진에 태리 세리가 없었구나? 지들 부부 끼리만 일본 간거구나?’

‘일본? 갑자기 무슨 일본?’

‘짱구 인스타에 사진이 올라왔어요. 찍은 사진을 보고 고모도 함께 일본 가신줄 았았어요. 그런데 짱구랑 겡구 부부 사진만 있어서, 애들은 고모가 데리고 근처 놀이시설 갔나보다 했었지요. 그런데 이제보니 애들은 고모가 데리고 푸꾸옥을 가신거고, 짱구랑 겡구는 따로 일본을 간거구나. 교토와 오사카를 간 것 같은데요? 사진에서 보니까?’

‘짱구가 일본을 갔다고? 이번 연휴에?’

‘네. 그저께 올라온 사진이었는데, 물어볼까요?’

순간 내게는 팍 하고 느낌이 왔다. 짧은 대화만으로도 지금 벌어진 상황의 전모를 충분히 파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해달라는 문자를 조카에게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할머니는 우리 여행의 목적과 현재 상황을 조카에게 간략하게 설명을 했고, 말미에 그런만큼 절대 모르는 척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고모. 내가 퇴근하고 나서 이따가 슬쩍 일본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본 뒤에 다시 소식 전해줄께요. 고모랑 고모부는 절대 모르는 것으로 하고요.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하고 문자 통화를 끊었다.

그와 동시에 당연하게 이제부터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 무차별 집중포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놈이 정말? 일본을 갈 생각이면 그냥 간다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지덜 생각해서 병아리들 데리고 푸꾸옥까지 왔으며, 일본이든 어디든 가면 간다고 그냥 다녀올 생각이라고 언질이라도 주면 어디가 덧나나? 우리가 뭐라 해? 가지 말라고 막어? 아들이라고 하나밖에 없는데, 지가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이건 배신이야. 배신.’

이미 할아버진 각오하고 있다. 어디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인가 말이다.

할아버지가 선택할 길은 딱 두가지다. 하나는 지칠 때 까지 그냥 묵인하고 들어주는 것이다. 효과는 그게 최고다. 그런데 이 선택에는 마지막에 이런 사태의 모든 책임이 고스란히 할아버지에게 있다는 대목에서 끝이 나게 되어 있다.

다음 단계는 아주 거세게 초입에서부터 완전 차단을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그 휴유증이 좀 오래 간다.

뜬금없는 ‘겡구 짱구의 일본 나들이’ 때문에 당장 일은 터졌고, 수습은 해야겠는데 하나도 둘도 객지에서의 여행이 아직 남은 상황에서는 그리 바람직한 선택이 되지 못한다. 자칫 이번 여행을 망치게 되면 또 그 책임도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니 말이다. 이제는 제법 녹이 슬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명 천재 수치의 높은 IQ(아내 표현으론 잔머리)를 가지고 서둘러 묘수 찾기에 돌입해 본다. 그러고 나서 아주 짧은 시간, 할망구의 1차 공격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갈공명의 꾀주머니 하나를 훔쳐서 열어 재꼈다.

‘괴씸한 겡구 짱구 녀석. 지들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버릇을 당장 고쳐줘야지. 태리 세리한테 이제부터 배달의 민족은 없어. 그냥 쫄쫄이 굶게 해서 울고불고하면 짜파게티나 먹이고, 이제부터 아이스크림도 없고, 수영장도 알아서 들어가라고 하고, 우리는 밖에 나가서 랍스터가 되었던 분짜 스페셜이 되었던, 진짜 베트남 음식 제대로 시켜놓고 얼음 맥주하고 한 번 실컷 먹어보자. 병아리들이 집에 가서 겡구에게 다 일러바치면, 싸가지 없는 너희들 때문에 그랬다고 심각하게 혼쭐을 제대로 내주는 거야. 그래야 어른 귀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게 되지 않겠어?’ 한참 내지르긴(?) 했는데 이게 통할지 안 통할지를 넘어서, 너무 심한건 아닌지 어째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다.

하지만 통했다. 느낌으로 보아 일단은 무조건 성공이다. 어이가 없었는지 할망구가 뻔히 쳐다보기말 할 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나뿐이라고 오냐오냐 해서 길렀더니, 아들 그런거 다 없는 셈 치면 되지 뭐. 안그래?’

내친김에 2단계 공격까지 슬슬 시작하려는데, 느닷없이 손가락으로 삿대질까지 하면 덤비는 할망구, 아직 살아있네!!!!!!!

‘죽을래? 당장 여기서 나랑 같이 죽어 볼텨? 싸가지라니? 우리 짱구 겡구가 어디가 어때서 싸가지여?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우리 아들 우리 며느리만한 애들 어디 없어. 그만하면 됐지. 뭘 더 어떻게 잘하냐? 내가 좀 그랬다고 당신 입에서 그렇게 싸가지가 술술 나오니? 거기다가 뭐? 애들을 굶겨? 짜파게티나 먹여? 그러고도 할아버지니? 세리가 껌딱지라며? 우리 병아리들 천사라며? 무슨 천사가 이럴 때는 천사가 되고, 저럴 때는 미운 오리새끼 라는 말이니? 그러는 거 아니여? 다른사람도 아닌 할아버지는 그러면 안 되는 거여. 짱구 겡구가 좀 맘에 안 들면 시간을 두고 나중에 차차 이야기를 해 보거나, 아니면 어른이 더 잘할 생각을 해야지, 그게 그렇게 막말을 쏟아낼 상황이니? 저기 우리 목숨보다 귀한 병아리들 눈을 마주보면서 당신이 그럴 수 있어?’

‘아니. 난.......... 우리 병아리들 이쁘고 소중하고 사랑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한텐 그것보다 사실 더 중요한게 당신인데, 감히 아들 며느리가 당신 속을 썩이니까 갑자기 화딱지가 나서.........’

‘개뿔. 소중하긴 뭐가 더 소중해?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당신한테 소중한 것은 이젠 오로지 병아리들 뿐이잖아. 아녀? 우린 그냥 40년을 함께 산 동지일 뿐이고, 그 훈장이 짱구하고 겡구일 뿐이고. 우리가 잘 쉬라고 휴가를 만들어 주고자 했으니, 일본을 갔던, 파리를 갔던, 로마를 갔던......... 잘 보내고 있으면 오히려 그게 감사할 일 아닌가?’

‘애초부터 시작은 그러라고 방학을 만들어 준거였지. 어떻게든 계획 세워서 잘보내라고, 어디든 여행도 다녀오고 하라고 신신당부를 해놓고, 이제와서 이러는 우리가 좀 웃긴다. 그치? 일본을 못 가봐서 질투하나?’

‘말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저희만의 시간도 모처럼 만들고 싶었고, 제 새끼들 부모에게 떠맡긴 처리라 생각하니 차마 일본까지 다녀온다고 말하기 힘들었을 테고........ 신혼여행 한 번 더 보내주었다고 치면 되지 뭐. 저희 둘이서 만 오붓하게 연애할 때처럼 보내고 싶었다는데 우리가 달리 보태주지도 못하면서 참견할 이유가 없잖아? 이렇게 병아리들 뺏어와서 아들 며느리에게 오붓한 시간 만들어 주었으면 된거지. 우린 모르는 거야. 일본을 가던 하와이를 가던 우린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거야.’

‘당연하지. 우린 그냥 병아리들 좀 빌려달라고 사정해서 푸꾸옥에 우리끼리 놀러왔던 거야. 그게 전부야.’

‘약속해. 당신 툭하면 꺼내는 세리 이름걸고 약속해. 우린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당연하지. 첫사랑하고 결혼해서 41년을 살아온 그 첫사랑을 걸고 맹세하지.’

‘죽을래? 첫사랑의 첫 자도 꺼내지 말랬지? 동지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라니까?’

이렇게 해서 뜻밖에 벌어진 사태는 어찌되었던 일단은 얼렁뚱땅 수습이 되었다.

ㅋㅋㅋ. ㅎㅎㅎ.

아무래도 이번 <겡구에게 방학을 주자> 시즌2는 대성공을 거둘 모양이다. 느낌이 그렇다.

그럼 이 비밀 약속이 끝까지 지켜졌느냐? 아니다. 당연하게 깨졌다. 파기한 사람은 당연히 또 할머니고 말이다.

귀국해서 마중나온 아들에게 차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진 못하고, 궁금하기는 한테 차마 말을 못하고 마냥 머뭇머뭇하는 할머니, 아루리 그렇기로 우리 아들이 누군인가? 구미호를 엄마로 두고 자란 눈치 8단 무늬뿐인 늑대가 아닌가? 이런저런 자초지종을 세세하게 아빠 눈치를 피해가며 엄마에게만 속삭이듯 이야기를 한다.

‘그럼. 그렇지. 야가 누구 아들인데.’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인다. 금방 얼굴 표정이 환해 졌다.

내려오는 고속도로에서 슬쩍 물어본다.

‘아들이 뭐라는데?’

‘비밀. 궁금하면 아들한테 직접 물어보시든가?’

ㅋㅋㅋㅋ. ㅎㅎㅎㅎ.

나? 하나도 안 궁금하다. 더 물어보지도 않는다. 혹시 더 궁금하면 한 번만 더 물어보아주었으면 하는 아내 표정일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이래도 자존심 하난 확실한 남편이 아니겠는가?

절대. 안 궁금해. 왜냐면 내가 이래뵈도 하나뿐인 짱구 아빠니까.

아들과 아빠 사이엔 엄마만큼은 아니겠지만, 엄마는 모르는 남자끼리만의 교감 같은게 있거든?

아주 가끔은 아들한테 엄마 흉도 본다는 사실을 엄마는 모르지? 물론 아들은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말이야.



%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4_195301498-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521832_06-down.jpg?type=w966




겡구와 짱구가 둘이서만 일본을 갔다가 왔던 말았던 우린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고, 우리의 이번 <겡구에게 방학을 주자> 시즌2와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이제 우리의 이번 여행도 마칠 시간이 되어갔다.

그렇게 푸꾸옥에서의 마지막 밤에 우리(윤태리. 세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단체 가족 사진을 찍어서 짱구에게 보냈다. 시차가 있어서 한국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시간이겠지만, 그런 것 상관없이 전화나 소식은 주고받기로 한 사전 약속이 있었으니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가족 단체사진(겡구와 짱구가 빠진)을 찍으면서, 적어도 이 순간 우리가 가진 감정과 감동을 꼭 전해주고 싶어서 였다.

‘세리야. 한 달에 한 번 이상은(1박2일 이상) 보고 싶어.’ 할아버지의 소망이야.

‘서로 더 많이 사랑하자.’ 2026년 1월 24일. <겡구에게 방학을 주자> 시즌2를 마치면서, 푸꾸옥에서(윤태리.세리.할머니.할아버지)


"그럼, 이제 우리 겡구와 짱구가 기다리는 집으로 갈까?"




%EA%BE%B8%EB%AF%B8%EA%B8%B0IMG_7749-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624-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IMG_7625-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813376_16-down-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918362_06-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8_102136487_05-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918362-down.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KakaoTalk_20260118_102136487_01-side.jpg?type=w966




이번 여행에서 우리 병아리들이 가장 좋아했던 숙소는 세 번째 마이 푸옹 빈 방갈로(Bungalow Mai Phuong Binh)였다. 태리와 세리와 할머니까지 모두가 그곳을 가장 편하고 아늑하고 쉬기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할아버지는 두 번째 써 알버트였는데 말이다.

굿바이. 푸꾸옥!

아마도 다시 올 기약을 하기는 우리에겐 어렵겠지만, 이번 여행의 좋은 기억이 태리나 세리에게 오래오래 기억으로 남는다면 언젠가 녀석들은 다시 올 수 있을 거야. 그때도 이번처럼 우리 병아리들을 잘 부탁해.

체크 아웃을 하고 친절했던 스텝들과 작별을 하고 그랩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와!!! 이 사람들이 다 어디 숨었다 쫓아나왔나? 엄청난 인파고 공항이 붐빈다. 거진 태반이 한국인이다.

푸꾸옥을, 아니 베트남을 한국 여행자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결코 지나친 허언은 아니다.

조금은 지치고 힘겨울만도 한데........

우리 병아리들은 입국 출국 수속을 언제나 제들 스스로 손에 제 여권을 들고 해나간다. 그것이 지금처럼 낮 시간이 되었건, 나짱에서처럼 자정을 넘긴 심야 시간이 되었건, 말짱한 컨디션으로 순서를 기다리며 스스로 한다. 여간 대견한 것이 아니다. 더 크고 나이를 먹었어도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을 수시로 목격하게 되지만, 우리 병아리들에겐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섯시간에서 일곱 시간 정도의 비행도 너끈할 정도로 스스로 알아서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면서 극복해 낸다. 이녀석들과 목표는 처음부터 유럽(로마)으로 가는 열 한 시간에서 열다섯 시간 정도의 긴 장거리 비행시간이었는데, 할머니도 겡구와 짱구도 아직은 무리라는 결론이 이제까지였다면, 지금의 녀석들을 보면 유럽도 충분히 가능하지 싶어진다.

솔직히 나는 이번 여행도 유럽으로 바꾸면 하고 생각을 했었고, 그럼 내년이면 하고 있는데, 할머니는 태리가 중학교에 갈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왜냐하면, 아직 녀석들의 지적 호기심이 역사와 미술을 알고 싶어 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뭔가 역사와 미술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져야, 혹은 학교에서 당장 배우는 과목에 포함되어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멀리까지 가서 그냥 힘들게 끌려다니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내려진 결론이다. 그래서 일단은 할아버지고 좀 더 기다리기로 했는데, 그때가서도 할아버지가 배낭을 메고 너희들을 이끌고 다닐 정도의 체력이 유지가 되려나 모르겠다.

이제부턴 그게 걱정이다.

높은곳에 앉아계신 분께서허락하셔서, 너희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게 해주시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시간은 좀 더디게 가게끔 해주시면 좋겠는데 말이다.

어쩌겠니? 할 데까지 열심히 더 노력해 보는 수밖에..........

태리와 세리에게 이탈리아만은 할아버지가 직접 여행 가이드를 해주고 싶어. 그것은 너희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장차 태어날 우리 손녀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할아버지 혼자의 약속이었으니까. 다른 이유는 이 세상에서 할아버지만한 이탈리아 전문 가이드가 없을테니까 말이다. 물론 스페인이나 프랑스도 충분히 자신 있지만, 그 정도 시간은 허락되기 힘들지 않겠니? 유럽은 어제 어디든 자신이 있어. 할아버지만한 가이드 찾기 쉽지 않을걸? 클래식 음악 분야는 좀 약하지만, 역사와 미술이라면 어느 정도는 항상 자신 있는 할아버지니까. 걸어 다니는 내비게이션에다가 이제까지는 적어도 완벽했던 보디 가드까지 되니까.

그러기에 겡구와 짱구가 마음놓고 태리와 세리를 할아버지에게 선뜻 내어주는 것이 아니겠니?

마지막까지 가장 크고 진한 감동은?

태리의 새로운 모습이다.

출국 수속에서 긴 행렬 뒤에서 동생이 지쳐보이면 앉을 자리를 찾아주고, 힘자라는데 까지 껴안고 이동까지 해준다. 이제까지 흔하게 보지 못했던, 우리가 그토록 바랬던 바로 그런 모습이다. 긴 비행시간에는 잠이 든 동생을 옆으로 눕혀서 제 무릎에 엎드려 자게끔 배려까지 해준다.

우리 태리가 달라졌어요. 동생한테 창가 자리도 양보해주고, 그새 한 뼘 이상 쑥 자란 것 같네요.

그런 태리 모습을 옆에서 몰래 아닌척 엿보고 있는 할머니 표정은 온통 진한 감동의 물결이 차고 넘친다.

‘큰 녀석(태리)이 번듯해야 에미 애비가 걱정이 없는 것이고, 동생(세리)이 뭐든지 보고 배우게 되는 것이고, 그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년 행복을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이 되는 것이여. 알기는 해?’하는 감동을 먹은 표정이다. 그래서 한 마디 해줬다.

‘할머니의 극진한 태리 사랑이야 예전부터 잘 알지. 할머니의 보험이 태리라는 것에 공감하지만, 태리의 보험이 할머니라는 것도 잊지 마셔. 언제든 꼭 필요하다 싶으면 또 할머니한테 직접 전화 걸어올 테니까. 이번처럼 말이야. 그러다 다시 겨울방학쯤 되어서 갑자기 “할머니 시즌3 또 하고 싶어요” 할지도 모르니까. 이젠 다 큰 여우거든.’

‘여우가 낫다니까? 우리 태리가 곰팅이가 아닌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니까? 그러면 또 어때? 또 가면 되는 거지?’

‘안 간다면? 끝났다며?’

‘그래. 안가. 끝났어. 그건 확실해. 그런데 태리가 또 원하면 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안될게 또 뭐있어? 태리가 원한다잖아? 그럼 당신은 끝까지 안된다고 할 수 있어? 태리가 직접 할아버지한테 부탁해도?’

‘난 안해. 이젠 벗어나고 싶다고 할 꺼야.’

‘개뿔!!! 퍽도 그러겠다?’

'이번엔 정말이라니까?'

'그러다, 아들이 나서서 아빠 애들 데리고 어디 좀 가주세요 하면?'

'아들이 부탁한다면 그건 사정이 좀 달라지지.'

'개뿔!!! 그거나 그거나. 아무튼, 일단은 끝난것이여. 시즌2에서 아웃이라고. 알았지?'

'당근이지. 담엔 우리 둘이서만 가야지. 안그래?'

'그래. 우리 둘만.'



%EA%BE%B8%EB%AF%B8%EA%B8%B0SAM_0996-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SAM_0998-side.JPG?type=w966
%EA%BE%B8%EB%AF%B8%EA%B8%B0SAM_1003.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918362_11.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947530_04-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918362_11-down.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947530_02-side.jpg?type=w966
KakaoTalk_20260116_143947530_09-side.jpg?type=w966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서 나오니 저만치 아들이 보인다.

이넘은 어디 대나무 숲에 꽁꽁 숨겨놓아도 단박에 찾을 수 있을 정도의 비주얼을 가진 나의 엎그레이드판인 우리 아들이다.

아빠를 발견하고 달려간 세리가 그만...... 아빠 품에 안겨서 눈물을 흘린다.

아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저만큼 아빠가 보고 싶었나? 아니면 할머니로부터 탈출(?)이 감격할 정도로 좋아서 그런가? 여태껏 할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 하다시피 보살폈는데 저렇게 달아나다시피 해서 아빠 등 뒤에 꽁꽁 숨어버리냐? 갑자기 서운해 질려고 그런다.

거기다 더 나를 경악시키는 태리의 한 마디가 등 뒤에서 울려나온다.

‘아빠. 배가 고파. 고기 먹고 싶어.’

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동안 너희를 굶겼냐? 너희를 나무라기라도 했어?

이거야 원. 아빠 나타났다고 순식간에 이제까지의 분위기와 전혀 딴판이잖아? 너희들이 이제껏 우리와 함께 여행 다녀온 애들 맞아?

헐!!!!

‘당연하지? 아빠랑 열흘이나 떨어졌다가 만났는데, 오히려 저러지 않으면 우리 아들이 얼마나 서운하겠어? 이따가 집에 가면 겡구한테는 더 할껄?’

‘하긴 그렇겠다. 이래서 나는 돌아오기 싫었다니까? 우리가 집에까지 데려다 주던가?’

‘엄마 아빠 고생많으셨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이 넘게. 겡구가 무척 고맙다고 전해달래요.’

‘겡구만 좋았으면 우리는 됐다. 덕분에 우리도 병아리들하고 잘 지내다 왔단다. 행복한 여행이었어.’

‘지하에 내려가서 식사 하시고 내려가세요. 천천히 가셔도 되잖아요.’

‘아니다 아들. 엄마 아빤 당장 내일 아침에 일이 예약되어 있어. 서둘러 가도 짐 정리하고 나면 자정쯤 가까이 될 거야. 무조건 서둘러 내려가서 집에 도착해야 쉬는 게 되겠지. 우리 병아리들과 함께 여행 잘하고 돌아와서 아빠에게 무사히 인도했으니, 우린 서둘러서 무조건 집에 먼저 가야겠어. 네가 애들 뭐든지 먹이고 천천히 내려가도록 해. 겡구한테는 곧 다시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고 안부 전해주고. 태리. 세리. 할머니 할아버지 안아주면서 인사해야지? 집에 와서 좋지?’

우리 가족 인사법은 포옹하면서 등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아주 가끔 병아리들이 신나면 뽀뽀까지 해 주기도 한다.

‘아들. 집에 도착하면 또 애들이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아. 어쩌니? 이대로 떨궈놓고 가기 싫은데?’

‘또 데려가면 되지? 아무 때나 전화만 하세요. 아빠가 오지 않으셔도 제가 바로 데려갈께요. 전화만 하세요.’

어? 이러면 안되는데? 도착하자마자 집에 가기도 전에, 다음에 언제든 또 데려가라고?

이거 어째 아들 작전에 자꾸 말려들어 가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아쉽기는 하지만, 허겁지겁 작별을 하고 주차 타워로 차를 찾으러 간다. 할망구랑 아들이 뭐라 속닥속닥 거린다.

차를 찾아 공항에서 출발을 한 뒤에 고속도로에 올라타고 나서 아들 부부의 일본 나들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비밀이란다.

헐!!! 어이가 없네.

그때 (모야 모야) 벨소리가 울린다.

(모야 모야) 벨소리는 짱구. 겡구. 태리 전용 벨소리다. 역시나 이번 울림은 퇴근하고 막 집에 도착한 겡구 전화 울림이다.

뭐가 그리도 신나고 좋은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긴 통화가 이어진다. 저러다 밧데리 바닦나지?

‘겡구가 뭐라는데?’

‘요기까지는 고부간의 절대 비밀 사항이야. 궁금하면 며느리한테 직접 물어보시던가?’

헐!!!! 언제는 동지라더니, 동지한테 이러기야?

그때 또 (까톡 까톡)이 울린다.

‘또 겡구네? 뭐 빼먹은게 있나?’하면서 카톡을 열었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다.

‘왜? 겡구가 뭐라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얼핏 표정을 살피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뚝 떨어질 것처럼 어떤 감동에 흠뻑 젖은 표정이다.

‘저는 복 많은 며느리예요.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썼네. 우리 겡구가 저를 복 많은 며느리라고 하네. 착한 우리 겡구를 어떻게 하면 좋으니? 지금까지처럼만 저희들끼리 오순도순 잘 살아주면 우리가 뭘 더 바라겠니? 내가 고맙고 복이 많은거지.’

‘하여간 여우도 상여우여. 시에미를 들었다 놨다를 할 줄아는 상여우여. 우리 겡구가 말여.’

‘지금 우리 겡구 비하하는 것 아니지?’

‘비하는 아니지만, 이러면 또 방학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여.’

‘또 만들면 되지 뭐가 걱정이여? 당신 말 잘하는 것 있잖아? 우리가 가진게 시간하고 배짱뿐이 더 있느냐고. 그 시간과 배짱만 있으면 방학을 열 번은 못 만들어 주겠어?’

‘오! 주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다지도 가혹한 벌을 내리시는 것입니까?’

‘개뿔. 갑자기 주여는 왜찾아? 염치도 없나?’


‘왜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를 않나?’








-- 그동안 저희가족의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여행 기회가 있겠지요. 다시 뵐께요. 피안재.



unnamed_(25).jpg?type=w966








작가의 이전글푸꾸옥에서 만난 봄에 지안 언니(은율탈춤 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