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주 쓰는 단어 무신경함, 헝크러트린 머리. 아침의 얼굴
티스푼으로 슬픔을 헹궈내자. 쾌쾌한 냄새는 덜 마른빨래로 대신하고
창을 열면 기다리고 있던 가을이 찾아온다
불현듯이 속절없이, 단어의 부스러기만이 잔향으로 남고
당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달린다
시작 신호를 듣기 전에 신호를 예측하는 것처럼 훑고 간 당신을
유년의 승부욕은 사랑을 할 때 나타나고 헤아림으로 숨는다
가을에서 낙엽 쓰는 냄새가 난다
흑연이 우두커니 부서지고 부스러기를 솔솔 뿌리는
계절의 새로움을 면밀히 본다
사랑하기로 약속하면 세상은 아름답게 보인다
빽빽한 사랑에 증오는 꽂힐 틈 없이
하고 싶은 말은 그 뒤에 시작되곤 하지
진심은 늘 부스러기 뒤편에 슬며시
스콘을 한 입 베어 물고 난 뒤에 플랫화이트 한 모금
커피를 마시기 위해 비 오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
티스푼을 든다
차가운 커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커피 한 잔은 호명되고
창 밖에선 그렁그렁 맺힌 먹구름이 비를 기다리게 한다
울컥 쏟아져 버릴 비와 계절의 도착점
옷을 반쯤 입고 긴 팔을 한쪽만 걸치는
균형을 잡기 위해서 안경을 고쳐 쓰고
움직임이 비틀거린다
바람은 낙엽을 움직이고 낙엽은 발을 걷게 한다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건
움직임이라고 썼다가 장력이라고 고쳐 쓴다
가을을 부르기 위해 옹알거리는 입의 머뭇거림
여름을 재잘거리기 좋아하는 새의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