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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Dec 05. 2021

지혜롭게 활용하는 읽기의 기술(1) 속독 편

살아가다 보면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내가 생각하는 문제에 대한 시야의 폭과 생각의 깊이를 확장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그 문제의 핵심이슈, 다른 관점, 새로운 아이디어, 반대 의견, 관련된 유사 분야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한정돼 있다. 그러므로 그러한 일을 하자면 일상에 지장을 주거나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리기도 한다.

또는 지금 이 순간 내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계기나 열쇠가 될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책의 바다라는 망망대해로 기꺼이 나아가야 할 때도 있다. 변화를 원하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때, 이제까지와 다른 분야나 관점, 기술, 마인드 등을 억지로라도 접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도약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늘 하던 습관대로만 하려 하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껍질을 깨어주는 것이 다양성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그런 요구를 해소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다독이다.

다양한 관점과 경험 및 지혜를 담은 같은 분야의 책들을 다독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서 핵심이슈가 잡히고, 다양한 관점과 견해 및 기술들이 체계를 잡기 시작한다. 나보다 먼저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전문가의 길을 걸었던 여러 저자의 견해를 또 다른 저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나만의 깊이 있는 관점과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빠르게 읽는 속독, 맥락을 따라 읽어가는 통독, 필요한 부분만 뽑아 읽는 발췌독이다.

우선 속독에 대해 살펴보자.

나와 같은 경우는 글을 쓰는 입장에서 글을 바라본다. 그러면 좀 더 중요한 곳을 찾기가 쉬워진다. 따라서 저자 소개나 전작 등으로 성향을 살펴보고, 저자가 어떤 배경과 관점으로 이 글을 쓰는지를 파악해보려 애써 본다. 그리고 대체적인 글쓰기의 공통점에 의거해 글을 빠르게 읽어간다.

글은 한 장의 그림 그리기나 한 폭의 자수를 놓는 것과 비슷하다. 시작하기 전에 큰 주제나 전체적인 초안을 그려두고 그에 맞춰 조금씩 조금씩 채워간다. 그런데 그렇게 채워가는 것에는 몇 가지 정해진 양식이 있다. 많은 이들이 글을 써보고 의사 전달에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가 계속 전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두괄식, 미괄식, 양괄식, 중괄식, 병렬식이라는 큰 틀이다. 그런데 요즘은 대개 두괄식이나 미괄식으로 글을 쓰는 추세기 때문에 글을 읽을 때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요지를 더 빨리 잡아낼 수 있다.

글의 한 장은 여러 개의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개 첫 문단과 끝 문단에는 글의 주제나 핵심 문장이 담겨 있다. 그리고 중간에 배열된 각 문단은 서두나 말미에 해당 문단의 주제 문장이 자리하기 마련이다. 글은 대개 두괄식(주장이 앞에 오는 형식) 아니면 미괄식(주장이 뒤에 오는 형식)인데, 이것은 전체 장의 흐름뿐 아니라 각 문단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첫 문단뿐 아니라 마지막 문단에 이르면 역시 시간을 들여 자세히 읽는다. 속독이라 해서 처음부터 대충 흘려 읽다 보면 자칫 요지가 담긴 문장을 놓쳐 맥락까지 놓치게 된다. 빠르게 책을 읽긴 읽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면 요지를 놓쳐서 맥락을 잃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첫 문단을 자세히 읽고 주제나 시작 배경을 파악했다면, 중간 문단들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중점적으로 보면 된다. 중간 문단들은 대개 사례나 근거들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과 뒤의 문장만 읽어도 대충 무슨 내용들이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맥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 장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을 자세히 읽으면 그 장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맥락의 흐름과 함께 잘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속독에서 중요한 것은 장을 관통하는 요지를 파악하고 맥락을 놓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가며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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