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마애삼존불을 마주 보면서
진달래꽃
이정록(1964 - )
그럭저럭 사는 거지.
저 절벽 돌부처가
망치 소리를 다 쟁여두었다면
어찌 요리 곱게 웃을 수 있겠어.
그냥저냥 살다 보면 저렇게
머리에 진달래꽃도 피겠지.
종로3가 지하철 5호선 역 스크린 도어에 붙어있는 시입니다.
가슴에 망치질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요.
슬픔과 고통 속에서 괴로운 시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진달래는 겨울 추위를 견뎌내고서야 꽃을 피웁니다.
추우면 추운 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그냥저냥 서 있다 보면 어느새 꽃은 피어납니다.
온갖 괴로움 훌훌 털어버리고 곱게 웃고 있는 모습, 그런 얼굴로 살고 싶습니다.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오늘도 곱게 웃을 수 있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