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손에 든 커피 한 잔.
그 작은 종이컵에 하루의 피로와 기대가 동시에 담깁니다.
혹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건네는 자연스러운 한마디.
“커피 한잔 할까요?”
이만큼 부담 없고, 은근히 따뜻한 제안이 또 있을까요.
상대가 호감 있는 사람이든, 그저 일상의 동료든.
이 짧은 말은 식사나 술자리보다 덜 무겁고, 훨씬 더 편안합니다.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스스로에게 건네는 조용한 권유가 되기도 하고,
조금은 서툰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빙 둘러 표현하는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에게 ‘커피’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드는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특히 지금은 우리 삶에 너무나 깊이 들어와 있어, 거의 공용어처럼 쓰이기도 하죠.
물론, 커피의 이미지는 언제나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 보급되었을 때, 종교 지도자들이나 권력자들이 경계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원래 “하지 마”라는 말에 더 쉽게 끌리기 마련입니다.
그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커피는 오히려 금지와 경계 속에서 더 빠르게 퍼져 나갔고,
결국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든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음료가 되었습니다.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커피를 자주, 또 열심히 마시는 걸까?
직업이 이쪽이다 보니, 사실 너무 익숙해서 그런 질문조차 잊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 단순한 의문이 제 마음을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커피, 왜 마시나요?”
답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잠 깨려고요.”
이게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맛있어서요.”
“밥 먹고 입이 심심해서.”
“그냥 습관이죠.”
“뭔가 있어 보이잖아요.”
웃기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한 대답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커피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더 파고들었습니다.
“그럼 커피, 진짜 맛있어서 드시는 거예요?”
비공식적이고 작은 조사였지만, 결과는 이랬습니다.
맛있다 – 20%
맛없다 – 10%
별생각 없다 – 70%
숫자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별생각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나 자주 마시는데,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정작 맛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사실.
저는 커피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 동시에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놀랍고,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걸, 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까?’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한 번, 글로 풀어내 보자고.
커피의 향과 감촉, 온도와 분위기를.
물론 잘 압니다.
커피는 결국 마셔봐야 아는 음료라는 것을요.
글로 얼마나 전해질 수 있을지는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커피가 가진 매력의 조각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커피를 마시며 보고, 듣고, 느껴온 것들을
천천히, 마치 작은 잔을 나누듯 꺼내 보려 합니다.
한 모금씩 따라내는 이야기 속에서,
혹시 당신의 커피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길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