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의 바다
문득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로 가려는 건지 나도 모른다. 현실의 지도에는 없을지도 모를 장소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자꾸 잔잔한 물결이 번져 온다. 그 물결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두운 바다에서 흘러온 듯,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깊은 곳에서 오래전 누군가가 남겨둔 숨결 같은 것이 천천히 떠오르고, 그 흐릿한 울림은 마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듯하다. 나는 그 소리에 이끌려 어둡고 투명한 어딘가를 떠올리고, 그곳에서만 들릴 것 같은 파도와 빛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나는 세상 어딘가에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바다가 있다고 믿게 되고, 그 바다 아래에는 잊고 지냈던 나의 조각이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아 다시 한 번 발걸음을 떼고 싶어진다.
그리고 결국, 그런 모든 상상들이 어린애 같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 채, 나는 끝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