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신랑감은?
작렬하는 태양에 주르륵 내리는 땀줄기, 올해 여름은 유난히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다.
이렇게 더운 날이면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가 보고 싶고 생각이 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브런치에서 매주 한 번 그림책을 소개해주며 해맑은 동심이 가득한 환상의 나라로 초대하는 ○작가님, 작품 속의 ‘여우 고기’라는 것을 넣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해 주었던 ○작가님, 이렇게 두 작가님의 작품 세계와 작품 속의 글이 떠올라 착안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자, 이제 그럼 이야기보따리를 슬슬 풀어볼까?
<여우누이 / 강은경 지음 / 그레이트 북스 펴냄>
옛날 옛날에 아들을 셋 둔 부부가 살았는데, 부부는 딸을 간절히 원해 딸을 갖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부부가 소원을 비는 이 모습을 여우 한 마리가 보게 돼요.
부부의 소원대로 부부는 예쁜 딸을 낳게 되었어요. 그 딸은 부모님과 오빠들에게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자라요.
10년 후, 부부의 집에서 밤마다 소가 한 마리씩 죽게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하루 종일 외양간을 지키던 막내아들은 누이가 재주를 넘어 여우로 변해 소의 간을 빼먹는
끔찍한 광경을 보게 돼요.
막내아들은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이쁨 받는 누이를 샘내지 말라며
오히려 막내아들을 밖으로 쫓아내요.
막내아들은 떠돌다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자라를 구해주고, 용왕의 딸과 결혼해요.
막내아들은 가족들이 걱정되어 집에 가기로 마음먹어요. 이때 막내아들의 부인은 막내아들에게 노란 병, 파란 병, 빨간 병을 주고 위험할 때 쓰라고 알려줘요.
막내아들은 집에 도착하여 아무도 없이 집에 혼자만 남은 여우 누이를 보고 깜짝 놀라게 돼요.
막내아들은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여우누이에게 부인이 준 3개의 병을 던져 여우 누이를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아요.
어릴 적에 ‘배추 도사 무도사 옛날 옛적에’라는 TV만화로 이 이야기를 처음 보았다.
딸이 여우로 변신하는 것도 무서웠지만 어떻게 부모님과 오빠들을 죽일 수 있지? 잔인하고 오금이 저릴 만큼 무서웠다. 그러면서 막내아들이 누이를 물리치는 장면들을 볼 때마다 손에 진땀이 날 정도로 보았던 옛 추억의 무서운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몹시도 더운 여름 어느 날, 나는 이 그림책을 딸아이에게 읽어 주었다.
전래 동화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무서워하면서도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달라고 했다.
독서 논술 강사인 나는 가끔 딸과 책을 읽고, 내가 만든 활동지로 같이 공부를 한다.
그날은 딸이 유독 좋아하는 ‘여우누이’를 필독서로 하여 같이 공부를 하였다.
“막내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어?”
딸이 무슨 말을 할까?
‘막내아들아, 너는 무서운 여우를 물리치다니 대단해. 너는 참 멋지구나.’ 이 정도의 대답을 생각했던 나는 딸아이의 대답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막내아들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 7살이라 글로 적는 것이 아직 서툰 딸은 내가 불러주는 자음과 모음을 받아 적으며 막내아들에게 프러포즈하듯 진심 어린 마음을 글로 남겼다.
“그래. 딸아! 막내아들이 자라를 구해 준 것처럼 힘없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착한 마음과
무서운 여우를 물리칠 수 있는 용감하고 멋진 사람을 만나서 꼭! 결혼해야 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