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도시의 이름들 속에서는
수많은 비둘기가 태어난다
시 | 조류 공포증2
비둘기가 무리지어 있다
비둘기들도 서로에게 이름을 붙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걸 어떻게 부르지?
구구 구구구 구 구구구구
이러면 너무 길지 않나?
사실 비둘기들은
한평생 서로의 이름만 부르는걸지도 모른다
그럼 별명으로 부르면 되지
옆에 있던 키 큰 남자가 말했다
별명도 이름이 있어야 붙이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별명으로 불리잖아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지
(그러나 나는 종종 틀린 것들에 대해 기도한다)
비둘기를 피해 지하철 역으로 갔는데
그곳에도 키 큰 남자가 서 있었다
우리는 모두 별명으로 불릴 뿐이야
지하철에도 별명이 있지
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아
그때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구구구구구 구 구구 구구구구
나를 부르는 것 같은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더니
곧장 비둘기가 되어 날아갔다
해마다 도시의 이름들 속에서는
수많은 비둘기가 태어난다고 한다
그렇기에 비둘기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저 별명으로 부를 뿐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비둘기는
태어나기를 멈추지 않고
그러니 별명은 끝이 없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이름이 있고